<빈곤한 만찬>을 리뷰해주세요.
빈곤한 만찬 - 음식, 영양, 비만에 관한 과학적 진실
피에르 베일 지음, 양영란 옮김 / 궁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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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룩한 사회에서는 이데 영양결핍으로 인한 사망이나 질병보다는 분명 과도한 영양섭취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비만과 각종 성인병들로 인한 문제가 더 심각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먹는 것 자체보다는 더 나은 음식 -유기농이니 저농약이니 무농약 등의 딱지를 붙인 농산물이나 영양학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종류-을 먹는 것이 더 문제가 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 차이는 가깝게는, 단촐하기 했지만, 텃밭에서 따온 상추와 고추, 샘에서 떠온 시원한 냉수, 그리고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추수해서 거둔 쌀과 보리로 만든 밥을 먹을 수 있었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의 식탁과 누군가가 대량으로 생산해 내거나 가공해 낸 음식이나 식재료를 사용하여 채우는 우리의 식탁 만큼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양이 넘치고, 의학이 넘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무게와 허리 둘레의 증가를 단순히 영양이 넘친다는, 너무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은 너무 적게 한다는 사실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책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1998년 세계 보건기구가 비만을 전염병으로 규정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상식적으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분명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리 불릴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모든 음식을 적당히 먹고, 저마다 식사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먹어야 하며, 군것질은 하지 않으며,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비만을 전염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인간은 비록 삶의 모양이나 환경이 원시적인 인간과는 매우 다를지라도,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현대인의 비만과 각종 성인병 -문명병 또는 현대병- 에 대한 뿌리의 시작을 바로 처음의 인간, 즉 원시인류의 수렵과 채집 생활에서부터 더듬어오기 시작합니다. 원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발달시켰고 보존해 왔던 각종 신체적, 유전학적인 기제들이 삶의 모양과 형식이 바뀐 현대에는 고스란히 부작용을 낳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즉 현대병은 우리 인류의 조상들에서 기인한 오래된 신진대사방식-음식을 먹기위해 죽어라 사냥하고 채집하고, 추운 겨울을 위해 지방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발전시킨 것 등-과 우리 현대인이 만든 새로운 생산방식 -예를 들면 대규모 경작이나 사료를 사용하는 목축업 등 -과 섭생방식의 괴리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자연을 이용한 대량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학적인 불균형..... 이것을 현대인의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비롯한 현대 문명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그러한 불균형의 중심에는 오메가6 지방산의 과다와 오메가3 지방산의 결핍이 있다는 것과 비만 및 이와 관련된 현대병을 해결하려면 바로 이러한 불균형을 교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교정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생산하는 단계, 즉 각종 농작물의 경작이나 가축의 사육과정에서 먹이는 사료 등에 대한 적절한 균형의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인체의 오메가6 와 오메가3 의 자연적인 비율이 5:1 정도였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10:1~20:1 이상이 되었고, 그에 따라 현대에 이를수록 섭취하는 열량이 줄어가는데도, 여러 국가에서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오메가6 는 지방의 저장 및 축적을, 오메가3 는 지방의 축적을 억제하고 이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현대에 이르러 오메가6 의 비중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바로 각종 식품의 생산과정에서의 균형파괴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돼지나 닭, 소 등을 키울 때 쓰이는 사료로 쓰이는 대량생산된 옥수수나 콩은 오메가6 가 매우 풍부하지만 오메가3 는 미미한데, 그러한 불균형이 먹이사슬을 타고 그대로 인간에게까지 전이되고, 그 결과가 현대인의 비만과 성인병으로 귀결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제시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자는 각장의 부제를 '네가 무얼 먹었는지 말해주면, 나는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게', '네가 무얼 먹었는지 말해주면, 어째서 네 몸이 변하는지 말해줄게', '네가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하면, 나는 네게 그 해결법을 전수할게' 라고 자신있게 달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자연생태를 무시한 인위적인 개입이 겉으로는 풍요를 불러온 듯 하지만, 비만 등의 문제를 불러왔듯이 그러한 인위적인 개입을 교정하여 자연적인 생태계 상태에 최대한 가까운 방식의 축산이나 경작이 결국은 그러한 문제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비만과 각종 현대병이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아왔던 단순한 과도한 영양 섭취나 운동 부족만으로는 대답할 수 없고, 또한 가장 중요한 요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이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불균형인데, 한가지 유의할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된 오메가3 가 비만의 해결을 위한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두가지 지방산의 균형이 중요한 것이고, 오메가3 가 강조되는 것은 지금의 현실이 오메가3 의 결핍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바이오 연료에 대한 지적에 나오는데, 바이오 연료가 재활용될 수 있고, 대기를 거의 오염시키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이 소의 사료로 이용되는 과정에서 소는 이러한 깻묵을 먹고서는 찌꺼기를 먹이는 인간에게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 메탄가스와 포화지방산, 트랜스 지방을 만들어내어 공기를 오염시키고, 몸에 해로운 지방산을 담은 각종 가공식품들을 생산해 결국 그 부메랑은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곧 자연의 생태계를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공기오염을 줄이고 인간의 건강을 챙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사실중 몇몇 또는 많은 부분이 오류로 지적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였거나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건강과 비만, 그리고 현대의 여러 질병에 대한 진실을 성의껏 알려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 저자의 말에 의하면 유기농 농산물이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영양학적인 면에서는 별의미가 없다네요.... 달걀의 경우 예를 들면 옛날 시골에서 키우듯이 먹이를 가려서 준것이 아닌 가축사료를 먹여서 키운 것이라면 방사란이라도 영양학적인 면에서는 빛좋은 개살구일뿐이라고 생각해도 될 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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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건강과 비만, 그리고 현대 여러 질병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아이와 가족들의 먹거리로 고민하는 모든 어머니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매번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을 건강한 이들, 여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현대병 환자들, 콜레스테롤만 열심히 쳐다보며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열심인 의료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 신체의 조화는 먹이사슬의 조화로 얻어진다....(p229)   ...가축의 섭생을 개선하여 인간의  영양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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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만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1 - 열두 살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니콜라우스 피퍼 원작, 송동근 각색.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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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아직까지는 책의 두께 때문에, 나의 아이들에게 소개하기를 미루고는 있지만, 초등 고학년정도의 어린이나 중학생을 위한 추천도서에, 특히 경제 교육을 위한 책으로는 빠지지 않는 책입니다. 그만큼 내용도 짜임새가 있겠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러 경제개념에 대해서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조금은 직설적으로 들리는 제목에서, 새해 덕담으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 느꼈던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게 되지만, 책의 실제 내용은 무작정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는 탐욕스런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다만 아이들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게 경제의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을 펠릭스와 그 친구들의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돈'이라는 실물을 내세운 것이겠지요. 돈이 흐르는 모습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빌려주는 등의 행위-을 통해서 경제라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와 경제 시스템에 속한 한 개인으로서 돈을 관리하는 요령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어른이 될 아이들이 실제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펠릭스나 그 친구들처럼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서 돈을 모으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그리 나서면 공부나 하라고 핀잔을 주지 않을는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돈을 직접버는 것은 펠릭스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대신하게 하고, 실질적으로는 용돈 기입장 등을 써보게 한다거나, 용돈을 주고 일정기간 그것을 자신의 책임하에 관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정도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경제 만화 -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는 바로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동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가 만화라는 새모습을 입고, 나타난 책입니다. 원저자는 그린 이의 솜씨에 감탄해서  만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자신이 책을 쓰면서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책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경제 용어와 개념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데 대해서 행복해 하기도 하구요. 실제로 만화속의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진행을, 이 이야기를 처음 읽는 독자의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원저자가 그린 이를 그리 칭찬하고 행복해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법 합니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주인공들의 모습을 창작해 낸 그린 이의 열정과 수고가 저절로 느껴진다고 한다면 너무 과한 칭친이려나요.....^^  만화 1권은 원작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의 처음 1-4장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이 23장까지 있으니까 단순히 산술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만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는 5권이나 6권까지 계속 이어질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1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군요.....^^. 아이들도 1권 마지막에서 '하인첼의 꼬마들 & Co'라는 회사를 설립한 펠릭스와 그 친구들은 2권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찌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 하는 듯 합니다. 어서 2권 나오라고..... 

 아이들 책과 학습의 많은 분야가 만화라는 장르로 채워지고 있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솔직하게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런 흐름이 마냥 반가울 리는 없습니다. 책을 안보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글로 씌여진 책을 통해서 지식을 다져갈 수 있는 아이들까지 만화라는 올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하여서, 그런 모습을 볼때면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편견에 의한 감정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고민을 했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만화라고 하더라도 정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한 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드는 책들도 있고, 그런 책이라면 만화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이가 만화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책에도 손이 자주 갔으면 하는 것이 매번 넋두리를 풀어놓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 책도,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읽기를 권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흥미롭게 잘 짜여져 있고, 그림도 내용과 서로 잘 어울리게 만들려는 그린 이의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하나,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힘들어할  수 있는 원작이 버거운 좀더 어린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경제교육을 위한 책이 될 수도 있겠고, 책과 만화라는 두 장르를 모두 대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거기서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우리가 영화로  만들어진 원저작을 읽으면서 그 차이를 음미해 보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이 만화를 많이 보는 것을 걱정하는 부모지만, 저도 솔직히 2권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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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박사, 노벨동물학상을 타고 말 거야 팽 박사의 생태 탐험 시리즈 1
정재은 지음, 김석 그림, 박시룡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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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정글과 남극의 빙하, 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막.....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상상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꿈속에서라도 한번쯤 그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면 얼마나 좋을지..... 하지만 실제로 가는 것은 아마 많은 이들이 'No! No! No!' 하지 않을는지.... 팽박사와 같은 허풍선이에 대책없는 열정만 가진 어른이나 지나와 같은 마음이 여려서 거절하지 못한 채 팽박사의 조수가 된 어린이, 밴디와 같은 모험심 강한 아이, 또는 비비씨와 같은 교활한 밀렵꾼 등의 몇몇 부류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여하간에 대책없는 팽박사는 꿈속에서 받은 말도 안되는 노벨동물학상을 현실에서도 받고야 말겠다는 엉뚱한 열정으로 자신의 조수 지나를 설득-꼬드겼다고 해야겠지요^^-해서 커다란 에드벌룬만큼이나 부푼 꿈을 품고 모험을 떠납니다. 자~ 떠나자~~ 아마존과 남극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아프리카로.... 그들이 만난 동물들은 아나콘다에서 시작하여 흡혈박쥐, 분홍 돌고래, 앨버트로스, 각종 펭귄, 오리 너구리, 무덤새, 코브라와 몽구스, 쟁기발두꺼비, 그리고 벌거숭이 두더지까지..... 알기도 하지만 모르기도 하는 동물들을 만나며 노벨상을 꿈꾸는 팽박사와 철없는 박사 뒷바라지에 죽어라 고생하는 지나와 아마존에서 만나 소년 밴디. 하지만 이들의 모험-특히 노벨동물학상을 받겠다고 설쳐대는 팽박사의 모험-은 새로운 희귀동물을 발견한다기 보다는 자신들이 미처 모르던 것들을 확실하게 보고 알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 정도의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중간에 밀렵꾼 비비씨와의 만난 뒤에 발생하는 동물들의 피해 -분홍돌고래가 총탄세례를 받고, 황제 펭귄이 살해당하고, 코끼리가 남몰래 죽임당하는-를 통해서 팽박사는 새로운 희귀동물을 찾는 모험심 넘치는 동물학자가 아닌, 지금 존재하는 희귀동물들의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주위에서 맴돌았던 밀렵꾼을 잡고자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단순하지만 집념어린 -머리도 조금 쓸줄 알고^^- 탐정으로 변신합니다. 애처러운 팽박사의 고군분투(?)에 하늘도 무심치 않아서, 팽박사의 단순 무식한 작전에 비비씨가 말려들고, 그 작전으로 밀렵꾼 일당을 소탕하는 공로를 세운 팽박사는 당당하게 뉴스에 출연하는 유명인사가 됩니다. 물론 팽박사는 아직도 이것 보다는 노벨동물학상이 더 탐나겠지만, 유명해지는 것이 싫지는 않았겠지요.....^^ 

 이야기의 전개나 등장인물의 모습이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단순한 플롯을 유지하며 팽박사 일행의 모험이 시작되고 또한 마무리 되고 있어서, 이 책의 주된 독자층으로는 아마도 초등 저학년 아이들 정도가 적절할 듯 합니다. 분량이 좀 많긴 하지만, 그림책 읽기를 뛰어넘은 아이들이 어렵거나 혼란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또한 여러 희귀 동물에 대한 소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몇가지 특징적인 것을 말하는 정도라서, 딱히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을 책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정도의 효과를 바라고 읽을 만한 책일 듯 합니다. 하지만 나같은 어른이 아닌, 지나와 같은 또는 밴디와 같은 어린이들이라면, 나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는, 팽박사와 함께 하는 아마존의 정글과 남극의 빙하와 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막 탐험이 될 수 있을겁니다. 또한 어른인 나는 마음으로만 떠나보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중의 누군가는 정말로 아마존과 남극과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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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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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지체장애 아들 둘을 키운 아버지, '아빠 어디가?'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던 아들에게 '고속도로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에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에게 잡아먹히는 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믈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한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등의 대답을 하였던 아버지, 정상적이지 않았던 아이들을 몇번이고 창밖으로 내던지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 그리고 글을 모르지만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했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아버지의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도 못하고,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잊어먹는, 다 커서도 인형을 빨고 다니고, 자신의 손과 이야기하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눈물로 호소하고 동정을 구하는, 또는 불평불만을 가득 담아 세상을 향해 내뱉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만 적당하게 웃길 줄도 알고, 적당하게 눈물짓게도 만드는 유머로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아버지는 두 아이를 통해 두번 세상의 종말을 맞이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자신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멍청하다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제대로 실패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비웃기도(?) 하고, 자신이 세상에 남긴 흔적(아이들)이 깨끗이 닦은  바닥에 흙 묻은 발로 발자국을 남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는 당혹스러운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과연 아이들을 만들어 낸 것이 잘한 것인가라는 부질없는 질문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의 머리속에는 지푸라기 밖에 든 것이 없다는 표현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고,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참아낼 수 없었던 적이 많았고, 그런 아이들이 자신이 사랑하기에는 너무 버거웠으며,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천사의 마음과 인내가 필요했겠지만 자신은 천사가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아버지가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가 읽는 이로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너무 진지해지지 않고, 너무 동정하지 않고, 너무 피상적이지 않게 이 아버지가 겪었을 삶에 대해, 그리고 두 아이들의 살았을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으며 그리 생각했습니다. 이런 삶을 이리 살아낸 사람도 있구나... 이리 살아온 사람도.... 그리고 그런 삶을 이리 써내는 사람도....

 내게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들처럼 자라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으로 자라고, 말과 글도 유창하게 사용하고, 마음껏 뛰어다니기도 하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들을 척척 해내는 귀여운 아이 둘이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는 "아빠 어디가?"라는 말밖에 할줄 몰랐고, 거기에 대해서 저자는 이런 저런 유머스런 답을 하면서 길을 갔지만, 나의 아이들은 나를 힘나게 하고, 기쁘게 하는 말도 곧잘하고, 또한 이런 저런 흥미있는 이야기들로 내가 귀기울이도록 만드는 재주도 있습니다. 저자가 아이들을 바글바글 낳아서 하고 싶어했던,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산길을 걷고, 나무와 새와 별의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고, 농구하는 법을 가르치고 함께 시합을 할 수 있고,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등등의 일을 멋지게 해 낼수 있는 아이들이 내겐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자는 운이 없어서 유전자 로또에 도전해서 본전도 못 뽑았다고 한탄하지만, 내게는 멋지게 당첨되었다고 뽐낼만한 아이들이 둘이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저자가 두 장애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삶의 모양과 다른 멋진 것들을 쉽게 찾아낼수 없는 당혹스러움이 문득 내게 다가섭니다. 어찌보면 나와 아이들의 삶속에 담겨있는 평범함 자체가 멋진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장애아 둘을 키우며 멋지게(?) 살아온 저자에 비해서 내게 주어진 아이들에 대한 감사와 경이, 기쁨과 환희 등이 결코 더 풍요로웠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깊이를 모르는 절망이나 아이들을 창밖으로 던지고 싶은 충동같은 극단적인 감정은 훨씬 덜 하였을 수 있지만, 아이들로 인한 감사의 마음은 저자보다 훨씬 덜하지 않았을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낫지 못한 것을 책망하고 몰아세우며 비교하지나 않았는지.... 내 인생에 주어진 아이들로 인한 풍요로움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가는 것도 너무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등등의 많은 상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내게 아무런 극적인 선물이 될 수 없었던 삶의 어느 순간부터, 난 저자가 느꼈던 아이들을 통한 삶에의 성찰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너무나도 솔직한 이야기들과 그 안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이 보이니?'.....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지내던 나의 삶에 채워진 것들, 앞으로 채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밝히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이리 주어진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저자와 두아이의 삶이 곧 그들만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감당하며 끌어안아야 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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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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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등학교 어디쯤에선가 배우고는 영원히 기억속에 잠겨있을 헌법조문을 들고서, 전 국회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인기있는 저술가였던 이가 지식 소매상이란 명함을 새긴 채 돌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현재는 모든것이 그 헌법이 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 같은 2009년 대한민국 한복판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말 민주공화국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들이대며 나타났습니다. 그가 참여했던  참여정부가 힘없이 무너지고,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 뽑힌 새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때에, 난데 없이 우리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아직 값을 치루지 않은 후불제라고 주장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과거의 그의 모습과 그가 참여했던 정부에 대한 애증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모습을 보며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 여유를 가지고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고백처럼 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식을 모아 다시 꾸리는 지식 소매상의 솜씨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대단한 독창성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지만,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의 많은 부분이 그동안 그가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경험이자 자신의 가치관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들이지만, 그 틈새로 번뜩이는 그의 생각들은 경제위기의 파고속에 생각을 놓고 살아가는 나같은 이들에게는 분명 많은 깨우침을 주는 것들이라고 고백하게 만듭니다. 

 유시민..... 내게는 이 이름은 정치인으로서의 한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김영춘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바른 말을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참여정부의 지리멸렬(?)과 함께, 노대통령과 함께 그러한 이미지의 희생양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오해의 조각중의 많은 부분은 떼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찌보면 참여정부 내내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찮은 범부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는 나와 긍정적인 소통의 길을 하나 닦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헌법의 당위'와 '권력의 실재'라는 단원으로 나눠진 책은, 전반부에는 우리 헌법이 말하는 기본권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헌법에 의해 실행되는 대의민주주의가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국회를 통해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헌법이 말하는 당위와 권력의 실재 사이의 간극을 밝히고, 그 차이의 원인과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저자는 우리사회의 현재까지의 모습과 헌법이 말하는 당위사이의 간극을 크게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각 사회 구성원이 충분한 민주적 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헌법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혁명이나 희생없이 선진 민주국가의 헌법을 단순히 모방하여 선언적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헌법이 말하는 내용을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또한 헌법이 당위로 내세우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시행착오, 또는 희생이나 투쟁 등이 뒤따라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제헌헌법이 제정된 뒤의 4.19, 5.16, 5.18, 6.10 등의 사건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리 지불하지 않았던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한 후불의 과정이었고, 아직도 그러한 과정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특히 현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헌법에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들에 대해서 찬찬히 살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헌법속에 규정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도 일종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저자의 발상은 많은 면에서 깊이 공감을 하게 만드는 개념입니다. 법체계는 이미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분명 저자가 말하는 대로 우리 사회 구성원 각각은 그러한 체계에 적합한 옷을 아직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했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그러한 기발한 용어를 소개했다는 자체보다는,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을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아직 치루지 못한 값의 많은 부분 중 적지않은 부분을 덜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정말로 헌법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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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헌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행적에 대한 변명들이 함께 담긴 점도 눈에 띈다. 물론 그런 변명이 저자를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도 있지만.....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대한민국 국민 모두, 특히 국가로부터 추방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프롤로그의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부분 (p21-5), 마르틴 니묄러의 시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p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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