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 얼굴 - 무엇이 보통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
김지승 외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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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한아름 안고 길을 가던 여학생이 그만 실수로 그 많은 책들을 바닥에 떨어뜨립니다. 당신이 옆에 있다면 그 학생에게 도움을 줄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듣게 되면 당연히 도울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나 역시 당연하게 그럴거라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정답(?)은 아마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일 것 같습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당신이나 나는 그 여학생에게 눈길 한번 주고는 지나쳐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고 당신과 그 여학생만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그 학생에게 당연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것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똑같은 사람이 이럴 때 이랬다가, 저럴 땐 또 저랬다가 하다니.....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바로 그렇다니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상황에 지배 당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바로 이 책의 주제입니다. 상황에 지배당하는 인간과 그런 상황을 지배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서 인간의 전혀 다른 두얼굴이 나타납니다. 어떤 모습이 우리의 참모습일까요......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21페이지의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 지하철 객차안에서 사람들이 태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의 사진입니다. 그 많은 중 누구하나 나서지 않고 그렇게 10분간을 순한 양처럼 앉아서 기다리다가 엄청난 사고를 당합니다. 10분이라면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도 명백해 보이는 이상징후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것-에도 불구하고, 그리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일까요? 여기서 문제는 바로 여러 사람이 함께 있었던 상황에 있었다고 이 책은 실험을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혼자만 있었다면 당연히 무언가 행동을 했을텐데,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니까 스스로도 그리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상황이 결국은 대규모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이유가 되었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전반부는 바로 이런 상황의 힘에 휘둘리고 지배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정말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상황의 힘에 굴복당하고 마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권위에 복종하고, 다른사람에 동조하고, 집단의 힘에 굴복하는 우리의 나약한 모습.... 바로 여러 실험들을 통해서 보여지는 상황에 지배당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간은 상황을 지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상황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우리 삶의 결과 또한 그렇게 정해져 버렸다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이 책 후반부의 주제입니다. 즉 우리가 상황을 좌우하는 사소한 포인트를 찾아내 바꾼다면 우리를 지배할려고 하는 상황을 멋지게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하철 선로에 끼인 사람을 모두 힘을 함쳐 구해내는 장면이나 작은 화단으로 무단 쓰레기가 가득했던 골목길을 깨끗하게 바꾸는 과정, 가로등 불빛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을 경이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상황을 어떻게 멋지게 지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상황속의 인간이 무척이나 나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인간들이기에 상황이 사람들을 바꿀 수도 있지만, 사람이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의 법칙이라는 동조자 3명을 모으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손가락을 가르키며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한사람 또는 두사람이었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시했지만, 세사람이 되었을 때는 구름같이 모여서 세사람이 가르키는 쪽을 쳐다보는 실험을 통해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사람의 동조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선로에 끼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하나 또는 둘일때는 그저 무심히 바라보지만 세사람이 나서서 밀기 시작하면, 주변사람들이 모두 달려들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하철 역에서 있었던 객차를 밀어 사람을 구하는 모습이 바로 처음 세명에 의해서 멋지게 상황을 지배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상황에 지배당하는 인간, 그리고 상황을 지배하는 인간. 이 두얼굴의 사나이가 항상 상황의 지배를 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질문입니다. 즉 '나라면 안 그럴텐데'라는 교만한 생각보다는 결국 상황에 지배당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대한 겸손한 인정은 상황의 지배를 당하는 방관자나 외부인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일깨우고, 그러한 상황을 깨뜨리고 행동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결국 인간이 상황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그로 인한 부조리들을 더 많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한 배움과 지식은 또 다른 환경의 지배에서 자유롭게 될 수 있는 토대가 되겠지요.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방법, 선이 선을 부르는 사회를 위한 방법, 그리고 이수현씨 같은 작은 영웅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 바로 우리를 지배하려고 달려드는 상황의 힘을 깨뜨리게 될 때, 당신도 그리고 나도 세상의 작은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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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마지막 수업
모리 슈워츠 지음, 이건우 옮김, 배은미 그림 / 일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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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 슈워츠..... 미치 앨봄의 소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의 주인공입니다. 소설속의 그의 모습은 루게릭 병에 걸려 점점 온몸이 마비가 되고 쇠약해져 가지만, 그 육신을 채운 영혼으로는 죽음을 용감하게 마주하며 평화롭게 그 죽음을 향해 나아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삶을 통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삶과 가족과 이웃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볼 만한 여유를 가지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의 삶을 바라보며, 가슴속 깊은 감동을 간직할 수 있었고, 그러한 감정이 바탕이 된 격려와 박수와 감사를 그에게 보낼 수 있었겠지요.  

 이 책은 모리 슈워츠 교수의 잠언집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책입니다. 그가 말한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짧은 글이나 단상에 대한 모리 교수 자신의 해설을 곁들인 내용인데, 내용이 우리가 논어나 맹자 등을 볼 때와 같은 난해함이나 철학적인 것들을 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나눌 수 있는 평이한 단어와 문장과 주제들을 통해서 자신이 죽음을 향하는 여정에서 말하고 싶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얼마전 우리에게 소개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와 맥락에서는 유사한 면이 있다 하겠고, 랜디 포시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듯이, 모리 교수 또한 병과 죽음이 육신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중에도 결코 자신과 또한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놓치지 않고 꿋꿋이 지켜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긍정적이고, 감정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생각도 듭니다. 죽음 앞에서도 꿋꿋하고 의연한 모습..... 하지만 모리 교수가 진정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은 그런 외적인 사실보다는 그러한 의연함의 근원이 되는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것들이겠지요. 죽음이라는 것이 삶의 비참한 최후 또는 실패가 아니라 삶의 연속이며 성숙한 삶의 완성이라는 사실과 그러므로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충실할 수 있고 충실해야 한다는..... 

 어찌보면, 우리가 인생의 깊이있는 교훈이나 체계있는 배움을 원한다면, 논어 등의 사서삼경류의 책을 펼치고 진지하게 배우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리 교수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한 잠언구들과 비슷한 의미의 경구들은 다른 많은 책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모리 교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살아낸 삶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가 말한 내용들을 자신의 육신과 영혼으로 사람들 앞에서 실천하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과 그의 삶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교훈과 하나의 감동을 진하게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책속에 담긴 모리의 가르침은 지금보다 더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 마음이 울적할 때, 세상과의 사이에 벽이 하나 생겨버린 느낌이 들 때, 주변의 누군가가 힘들게 할 때, 삶에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을 때, 누군가가 미워질 때, 또는 어느 순간 죽음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등등.... 그러한 삶의 어느 순간엔가 다시 한번 우리 마음에 끼어든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가르침과 위로와 용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책꽂이의 한자리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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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우울증 - 역사를 바꾼 유머와 우울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이종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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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위인들의 전기라고 하면, 한 사람의 삶을 연대기 순을 나열하면서 그 중에서 의미있는 사건이나 업적들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식일 것입니다. 이 책도 어떤 면에서는 링컨의 삶을 다룬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익숙한 전기문과 다른 점은 기존의 전기문이 한 사람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의 일생을 조명한다면, 이 책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훌륭한 업적을 이루게 되었는가에 대한 조금은 독특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위대한 인물로서의 링컨 대통령을 단순히 자수성가한 인물이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 해방이라는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서 정형화시킨 그런 이야기가 아닌,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고난과 좌절을 통해서 단련되고, 심각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유머를 익히고 사용하며 주어진 목표와 일에 열중하여 성공을 거두고, 그 안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성품을 유지하였던 그러한 과정이 우울증을 앓던 링컨이라는 한 사람이 남북전쟁을 이끌고 노예해방을 이뤄낼 수 있는 저력을 지니게 만든 것이라는 밑그림을 통해서 그의 일생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통해서 링컨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은 기존의 전기문이 추구하는 형식을 피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정형화된 스토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즉,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을 지닌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한데, 그 질병은 일반적으로 그가 이루려는 야망에 심각한 방해와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병이다. 그는 그 질병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침을 반복하다가 스스로 질병을 극복하거나 견디거나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을 배우고, 또한 심각한 질병을 통해서 지혜와 인내와 겸손 등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결국은 그러한 과정이 밑바탕이 되어서 훌륭한 일을 이루어낸다'는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스토리의 형식을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병은 우울증이라는 일반적인 질환보다는 더 극적인 면이 있는 소재였고, 주인공의 삶은 기대보다 훨씬 드라마틱 했고, 그가 이룬 업적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형식으로 다룬 그의 삶이 읽은 이로 새삼스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링컨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우울증이라는 질병만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현명한 접근법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치밀한 고찰과 자료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링컨의 일생은 결코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영향을 배제하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삶에 깊이 영향을 끼쳤고, 또한 그가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견디고, 모든 사람이 우러를 수 있는 업적을 남길 수 있게 단련하고 인내하게 만든 것 또한 우울증을 앓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분명 깊이있게 들여다 볼 만한 주제인 것만큼을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로서 우리는 링컨 대통령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앞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 -질병이든 사회적인 위치나 배경이든-을 단순히 힘겨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또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계기나 보물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는지.....   물론 링컨 대통령처럼 그러한 어려움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을 거친다면 말입니다.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었을 우울증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겨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링컨 대통령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평가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처절했었을 수도 있는 삶을 깊은 애정을 지니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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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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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의학이 이룬 많은 발전의 한 가운데는 모든 질병에는 그에 합당한 원인이 있고, 몸에는 그 원인에 상응하는 변화와 증상이 나타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환자를 대할 때면, 그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상응하는 여러가지 변화를 밝혀내기 위해 무수한 검사를 실시하곤 합니다. 혈액검사나 X-ray 검사 등은 기본이고, 의심되는 증상에 합당한 초음파, CT 촬영, 조직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찾아 나섭니다. 이처럼 질병을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방식은 실제로 많은 성공을 거두어, 여러 감염증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질환, 심장병이나 기타 희귀 질환 등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치료방법을 개발해 내었고, 또한 많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공은 질병에 대한 접근이나 치료방식이 기존의 생리학적인 관점을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는 미신이나 사이비 등의 딱지를 붙여 의학의 울타리 너머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기존의 의학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현상들 -즉 일종의 신경성 질환 등과 같은 증상은 있으나 생리학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이 있고, 일부에서는 주류 의학의 기존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통합의학이니 전인주의적인 접근법이 의료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주류 의학의 각 영역은 자신들의 바탕이 되는 물리주의(physocalism)를 견고히 고수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그러한 의학의 견고한 물리주의가 해결해 주지 못한 질병을 가진 이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다양한 증상 -통증, 두통, 무력감, 피로감, 수면장애, 기분변화 등-을 겪고 있지만 그 원인을 찾을수 없어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에서 소외된 사람만이 아니라, 만성 질환이나 암 등의 말기 질환, 또는 희귀 질환으로 '치료법이 없거나 치료법이 있더라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거나 안전하지 못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병세를 완화하는 정도'의 의학적인 처치밖에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 마지막에는 의학의 변두리에 있는 대체의학적인 치료법이나 의학의  담장 너머로 밀려나 있는 민간요법, 아직까지 의학의 인정을 받지 못한 위험스런 치료법, 심지어는 점쟁이나 굿을 하는 사람에게 달려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신의학도 그러한 경계부근이나 너머에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중세 시대의 퇴마의식이나 최면술에 의한 치료적 접근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겠지만,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명상이나 요가,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의 힘, 플라시보 효과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의학의 영역에서 밝히고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듯 보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정통 의학이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던 방식이 아닌, 질병에 환자 각개인의 '마음과 성격을 그려 넣은 이야기'로서 파악하고자 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몸과 마음이라는 이원론적인 구분으로 환자의 마음이라는 측면이 배제된 몸에 대한 이야기만이 정통 의학에서 다루어졌다면, 이 책은 마음을 다루는 의학 또는 마음의 작용을 통해서 환자를 치료하고자 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심신의학이라는 묶음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심신 치유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성공의 이야기도 섞여 있고, 기본적으로 저자는 그러한 각개 심신의학적인 치료법들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기 보다는, 역사와 문화속에 담긴 여러 심신의학의 변화와 모습을 살피고, 그 안에서 현대 의학이 경청할 만한 것을 찾아서 새겨 들었으면 한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적극적으로 '인간이 원하는 대로 몸을 조작하고 만들 수는 없지만, 인간의 몸이 전적으로 마음을 따른다'는 생각도 숨기지를 않습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는 질병이나 몸에 대한 개념들을 바꾸어 왔듯이, 또 시간이 흐르고 의학이나 과학이 저자가 말하는 심신의학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질병에 대한  더 풍성한 접근법과 치료법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소망까지도 느껴진다고 할까요..... 

 여섯개의 내러티브 -암시의 힘, 말하는 몸, 긍정적인 사고의 힘, 현대의 삶이 망가지다, 병을 치유하는 인간과의 끈, 동쪽으로의 여행-를 사용하여 자신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살핀 심신의학 각각에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저자의 방식은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심신의학을 이해하고 발전시켜가는 과정, 의학의 발전과 인간 지적능력의 향상과 함께 더 정밀해지고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들을 찾아내고 또한 스스로 발전해가는 심신의학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중세의 '악령 홀림'과 '퇴마 의식'의 동물자기와 관련한 메스머 의식으로의 변형 그리고 19세기 최면에 의한 치료법을 다룬 '암시의 힘'편은 심신의학에 대한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2장 '말하는 몸'에서는 정신분석의 시작과 함께 재발견된 심신의학의 긍정적인 시작을 소개하고 있고, 3장  '긍정적인 사고의 힘'은 질병의 치유의 힘을 지닌 마음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장 '현대의 삶에 망가지다'는 스트레스라는 개념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심신의학 나래티브의 변화 - A형 성격의 등장, 여러가지 질병의 발병과 확산을 스트레스라는 원인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를 이야기하고 있고, 5장은 환자가 친구나 가족, 각종 친밀한 사회 공동체를 통해서 사회적 지지를 받게 되었을 때의 치유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를 담고 있고, 6장은 현대인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동양의 여러 가치와 생활방식 -중국의 기공, 명상, 불교의 수행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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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을 리뷰해주세요.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5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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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둥그스름한 얼굴에 머리를 뒤로 동여맨 채, 여러 음악가의 일생과 음악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마지막에는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연주를 멋지게 하는 한 남자를 가끔 보게 됩니다, 얼마전에는 일반인을 위한 고전음악에 관한 책으로 조명을 받기도 했던 이 사람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렵고 멀게만 느끼는 고전음악을 가지고 서서 사람들을 부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사람들 가까이에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음악회라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이러한 강의 형식이나 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선다는 것은 아마도 한 연주가로서의 자존심을 낮추는 것일 수도, 가슴 떨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었을 터인데,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고전음악을 꿈꾸며 과감하게 나선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음악회에 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음악이라고 하면 가요 몇 소절과 종교음악 몇 곡, 그리고 학교다니면서 배운 것들에 대한 기억과..... 몇몇 귀에 익은 클래식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그가 다가서기를 바라는 클래식에 대한 문외한에 가깝지만, 그래도 그의 모습과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 하곤 하였습니다. 여러 음악가의 삶을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구요.....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이 책에 대한 반가움도 아마 그러한 감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교향곡에 대한 관심은 대학교를 들어가고 얼마되지 않았던 때 읽었던, 소설속의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던 듯 합니다. 남의 집 창가에 앉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그 중에서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청춘의 열정을 부여잡던 주인공의 모습이 나도 그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켰고, 그 뒤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그리고 몇몇 유명한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귀에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내 삶의 기억을 문득 떠올리게 만들고, 바쁜 삶에 잊고 있었던 몇몇 교향곡의 낯익은 선율을 내 귓가로 다시 데려다 줍니다. 하이든에서 시작하여 모차르트, 베토벤,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클래식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을, 열명의 작곡가의 음악에 얽힌 삶과 특히 그들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교향곡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결하지만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해당 작곡가의 교향곡 중 가장 사랑하는 한곡을 선정하여 세세한 작품설명을 곁들여 함께 들어보기를 권하고 있는데, 옆에 소개된 곡들이 없다는 점이 많은 아쉬움을 줍니다. 시간을 내어 다시 책을 보며 꼭 들어보아야겠습니다..... 

 앞에서 케이블 TV에서 강의를 하던 이는 언젠가, 지금은 클래식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클래식이 현대의 대중음악처럼 매우 대중적인 음악이었고, 지금의 여러 파격적인 음악처럼 당시에도 파격적인 음악으로서의 클래식이 있었다는 의미의 말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전음악을 어려워하거나 따분해하는 이유는 귀에 익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게 아직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교향곡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그냥 녹음기에 테이프를 넣고 틀었을 때의 기억은 이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니까요. 그리고 아직도 연주회나 방송을 통해서 듣는 낯설은 클래식 곡들은 분명 끝까지 듣는데 인내심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귀에 익은 좋아하는 곡들의 선율을 들을 때면, 그 의미는 180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가의 생애와 곡들에 대한 설명을 함께 하고 나서 듣는 것이라면,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른 깊이와 의미를 담아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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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특히 교향곡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또한 좀더 적극적인 사람에게는 고민하지 않고 저자가 권한 곡을 시작할 수 있게 자신의 느낌을 잘 설명해 놓았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이 분야에 대해 낯선 청소년들, 관심은 있지만 적절한 안내자가없어 교향곡이라는 소리의 드라마를 아직 즐겨보지 못한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나는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때 음악을 가슴으로 포옹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느낌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크의 작품에는 없는 것입니다. 모차르크의 음악은 어른보다 어린아이가 연주하기 더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차르크의 음악은 타고난 것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베토벤의 음악은 타고난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합니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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