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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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평등..... 실제에서는 아직도 많은 차별이 존재하지만, 형식적으로나 법적으로는 누구도 감히 거스르지 못하는 가치중의 하나입니다. 문명화(?)된 많은 사회에서는 한편으로는 이미 여성들의 목소리가 남성들을 압도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평등이라는 의미를 단순한 신체적인 차이나 능력의 차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는 듯 합니다. 단순한 차별의 시정이 아니라 차이에 대한 시각마저도 음흉한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래로 반복되어온 남성들의 교활한 차별과 지배에 대한 의심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으로 해석한 인간의 뇌를 살펴볼 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길은 서로의 차이가 존재하고 능력의 차이도 존재함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차별은 안되지만 차이는 인정하라'는 것이 서로 같아지기 위해서, 또는 서로 동일하다고 차이가 없다고 대립하는 현대적인 남녀관계에 대한 뇌과학이 말하는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함께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재능이나 기술, 행동을 보일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히 거짓말이다. 남성과 여성이 다른 원인은 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과 정서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인 뇌가 각자 다르게 조직되어 있다. 남녀의 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식과 가치의 우선순위, 행동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남녀평등이라는 현대적인 가치개념으로 무장한 사람에게는 다소 도발적으로 다가오는 서문의 처음 몇 문장은, 하지만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실시한 뇌에 대한 연구의 결과에 대한 솔직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이러한 남녀의 다름,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나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남녀의 차이라는 것이 시회의 조건과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 아닌, 자궁속에서 자라면서 노출되는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뇌구조의 차이에서 시작되어 일생동안 그러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남녀의 차이는 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극단의 사이에는 무수한 남녀가 존재하겠지만,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남녀의 뇌가 유별한데서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체험하며 살아가는 남녀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실제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남녀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많은 이들은 그럼 '누가 더 우월한 것이냐',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학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가지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러한 면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의 마련이 이 책이 밝힌 남녀의 차이에 대한 사실적인 진술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마초적인 기질의 남자들에게는 '거 봐! 남녀가 다르다잖아'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고, 열렬한 패미니스트들은 아마도 모함이라거나 연구결과의 배후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며 반발하게 될 갈등의 원인이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차이에 대한 관점은 말그대로 서로 차별의 근거로서 또는 능력의 상하를 따질 수 있는 근거로서의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아니라 단지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여야 만이 온전히 남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바탕이 이루어져야만이 서로 더 나은 삶과 행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즉 차별은 안되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때,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훨씬 잘 이해하고, 직장과 가정, 그리고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더 나은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이 과거에 품었던 마초적인 기질을 반성할 수 있고, 여자들이 기존의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여러 차이에 대한 단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뇌 안에 담긴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 책이 말하는 감성적인 여자의 뇌와 이성적인 남자의 뇌, 이것은 서로의 차별의 근거가 아닌, 지금까지 잘못 알았던 서로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주고, 역설적으로 더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조금 폄하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이 말하고 있는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남녀 뇌구조에 차이가 생긴다는 시각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해석하는데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는 결정론적인 느낌이 드는 면이 있고, 저자들이 여러 근거로 제공한 자료들이 단지 연관관계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여러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반쯤만 수긍하고, 나머지 여분은 미래의 연구결과들을 위해 남겨두고자 합니다..... 

** 사족: 58쪽에서 adrenal gland (부신)를 신장의 부신이라고 해석했고 나중에는 여기에 생긴 이상을 신장의 이상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정확히 부신은 신장의 위에 얹혀있기는 하지만 신장과는 거의 무관한 장기입니다. 우리가 횡경막 위에 심장이 얹혀 있다고 심장과 횡경막을 동일한 장기로 말하지는 않듯이..... 번역상의 잘못인지 아니면 원문상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중 눈에 거슬려 지적하고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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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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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박단소..... 우리시대를 표현하는 단어중 하나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우직함보다는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의 화려함이 더 눈길을 끄는 세상, 나이 든 어른의 통찰력보다는 젊다못해 어리기까지 한 사람들의 재기발랄함이 더 인정을 받는 시대..... 바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고, 다양한 문명의 이기로 인해 더 편리해진 세상과 연결된 그러한 우리의 모습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람답다는 것을 느끼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삶과는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풍요를 누리고 살지만, 더 행복하기보다는 불행을 느끼고,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정체성을 갉아 먹다가 스스로를 파괴해버리는 이야기는 이젠 신문의 기사나 텔리비젼의 뉴스에서나 보던 흔치 않은 가십거리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한다 하였는데,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대부분은 그 뿌리를 소홀히 하고 어느새 꽃잎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흩날리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무백일홍이라 했듯이, 우리가 추구하던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무한한 발전에 대한 기대가 소리없이 다가온 여러 모양의 경제적인 위기들에 흔들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거대한 불안과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이때에, 아마도 그 중 많은 이들은 이런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닌데 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깊은 뿌리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 뿌리를 '고민하는 힘',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탐구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민속에서 내적 반성에 이르고, 그러한 철저한 고민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에 이르는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이 바로 우리가 지금 겪는 혼란과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이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제시하는 진지한 물음-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작으로서 인용되는 이들은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소세키는 우리에게 낯선 사람이라는 것이 조금은 불만이지만- 두사람입니다. 서양과 일본의 근대의 초입에서 새로운 시대의 앞날을 바라보며, 새 시대에 대한 고민과 깊이있는 통찰력을 보인 두 사람을 통해서 저자는 현대인이 처한 여러 상황에 대한 대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해서 가치관과 지식의 모습이 분화해 가는' 근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시대를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시대의 한 가운데서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기 힘든 고립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두 지성인의 삶과 작품 속에서 백여년을 사이에 둔 '두 세기말'이 서로 통하고 있으며, 그러한 면에서 그들의 문제 의식과 고민, 그리고 통찰력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저자는 두사람의 사상을 쉬지 않고 좇으며 자신의 고민들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하여,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에 이르기까지 아홉가지 문제에 대해 베버와 소세키를 통해 진지한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하여 무언가 구체적인 해답 또는 의미에 이르는 과정을 작가 스스로의 성찰의 모습을 통해 읽는 이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의 제목에 큰 기대를 걸었거나, 저자의 이력에 대해 기대를 한 사람이라면 분명 책의 내용이나 결말들에 대해서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가 스스로 제시한 질문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얻은 마지막의 결론이 때론 너무 밋밋하기도 하고, 때론 대가다운 품격이나 힘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소양이 있는 이라면 스스로도 그러한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심을 보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좀더 냉정히 생각해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진 여러 질문과 베버와 소세키라는 두 인물을 통한 진지한 성찰의 과정에서 답을 구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선생의 모습이 아니라 잃어버린 깊은 뿌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을 보인 앞서간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즉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러한 질문을 풀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길 또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리고 저자의 고민해결의 출발점이 근대의 두 거인 베버와 소세키였듯이, 우리의 출발점은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마르크스나 엥겔스, 부처나 예수 그리고 링컨이나 함석헌 옹 등과 같은  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대의 혼란과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뿌리를 깊이 내리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는 점이 아닐는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모든 이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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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안기는 책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세상을 진지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자기의 성만을 만들려고 하면 자기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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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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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작은 아이디어가 발전하여 현대의 거대한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는 일, 정말 그것이 상상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가 출현하고 어느 순간 돌조각을 다듬어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순간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문명은 이젠 도시마다 마천루가 솟아오르고, 밤이 되면 온 도시가 태양이나 별빛이 아닌 전기를 이용한 인공적인 빛으로 불야성을 이룹니다. 컴퓨터와 여러 통신기기를 통해서 세계는 실시간으로 연결이 가능하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밖을 다녀오는 것이 꼭 어려운 일인 것만은 아닌 세상.... 아마 돌도끼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도, 곡식을 저장할 만한 토기를 처음 생각했던 사람도, 쟁기를 처음 소에 묶어 밭을 갈았던 사람도, 철을 제련하여 무기를 만들고 강력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서 전쟁의 방법을 아예 바꾸어버렸던 사람들도, 또한 전기를 처음 발견하고 전화를 만들어 내고, 전구를 만들어 내었던 가까운 과거의 과학자들까지도 아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문명의 발달로 인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주변에 넘쳐나기도 하지만, 과거의 발견과 발명들이 어느 순간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을 보노라면, 우리 또한 미래의 자손들이 누릴 문명의 모습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미래가 어느정도는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펼쳐지는 세계는 과거의 조상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우리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사람들의 상상은 대부분 주어진 틀안에서의 선형적인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어서,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전화기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이 방송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선 통신은 본래 목적에 맞게 배에서만 사용할 것이라고 믿고,  IBM의 우두머리라는 사람도 미국에 4-5대 이상의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이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단순한 사건-발견이나 발명-으로 인한 선형적인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사건들이 모이고 우연하게 융합하여 어느 순간 1더하기 1은 2가 아닌 3이 되기도 하고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 혁신에 대한 것입니다. 방아쇠가 당겨지면 총알이 폭발적으로 튀어나가 듯이 인류 문명이 그러한 혁신의 과정을 겪게 되는 연결고리들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러한 변화의 과정과 그에 맞물린 혁신의 과정을 탐구하고 밝혀내는 것, 이것이 저자가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여러 사건들의 시작과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어느 순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곤 하는 매 단원을 읽다보면, 이 책이 단순한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에 담긴 과학적인 사실과 의미까지도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씌여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인내심과 이해를 위한 노력, 그리고 거기에 합당한 기본적인 과학지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책을 읽는 속도가 유난히 느렸던, 그리고 매번 앞뒤의 연결을 위해 내용을 더듬거렸던 시간에 대한 변명같은 말이지만, 각각의 단원에 담긴 내용들은 분명 일정수준 이상의 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은 나만의 엄살은 아니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어려움이 결국 저자가 말하는 큰줄거리에는 동의하지만 세세한 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면도 있지만, 이제와서 곰곰히 돌아보니 저자가 읽는 이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 하나가 그러한 어려움 속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로 또는 그 후로 한동안 선형적인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던 여러 사건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한 도구나 발명의 작동방식이나 사용법을 제대로 숙달하고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인데 비해, 현대 문명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여러가지 것들은 훨씬 세련되고 대단한 것들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삶을 훨씬 편안하고 윤택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 각각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그것이 고장났을 때 대처할 수 요령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에서, 과도한 변화와 복잡함을 동반한 현대 문명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도 있으리라는 깨달음과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들에 대한 앎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루는 지식에 대한 줄거리와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그 맥락을 놓치지 않는 지혜이지 않을까 하는 것..... 이러한 자각과 넘쳐나는 지식속에서 필요한 맥락을 간추려내는 지혜를 지닌다면,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 물결에 휩쓸려 가버리는 불운을 겪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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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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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의 삶이 허락한 작은 웃음을 즐겨라!' 책의 부제가 참 그럴 듯하게 저자의 글들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버트 풀검이라는 이름은 잘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긴 제목의 멋진 책은 기억할 겁니다. '우리가 뜻있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복잡하고 대단한 행동이나 사상이 아닌,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배웠던 사실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사실을 전했던 그 책에 담겼던 메시지가 고스란히 이번 책에도 담겨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나왔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초판의 표지에는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소박한 아름다움, 거창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쉬운 진리, 작은 일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이 만들어낸 53편의 그림같은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그때와 같이 세상에 숨겨진 소박한 아름다움과 알고보면 쉬운 진리, 그리고 우리 주변의 작은 일에 담겨 있는 기쁨과 감사의 제목들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방법들, 우리 삶에 허락된 작음 웃음을 찾는 방법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시애틀과 모앱 사막, 그리고 그리스의 크레타 섬을 돌아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들..... 하지만 저자가 그곳들을 글쓰기를 위한 목적으로 여행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의 삶의 한 영역이자 공간으로서의 시애틀의 집과 모앱 사막, 그리고 이국의 땅 크레타 섬에서의 생활속에서 얻어낸 소박한 소재들을 저자 자신의 예리한 통찰력과 유모와 해학을 담아, 그러한 삶속에 담긴 웃음과 삶의 이유, 그리고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크레타 섬에서 처음 살게 되었을 때, 조깅을 하면서 미국인과 다른 손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현지인의 관습을 몰라 실수를 연발하는 그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과 놀림받음에 멋지게 응수하는 저자, 그리고 그러한 복수(?)를 또한 여유로운 크레타인의 웃음으로 받아내는 현지인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웃음' 편을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지구에서 웃으면 산다는 것에 대한 아주 단순한 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이 서로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고, 웃음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세상을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이유가 있고 비결이 있고, 그리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서로를 기꺼이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와 앞뒤를 재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전함과 단순함 정도가 필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저자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바로 세상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또한 그런 웃음과 생각을 퍼뜨리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크레타인의 웃음과 같은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그리고 무엇으로도 무찌를 수 없는 웃음...... 

 '인생의 성공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얼마나 멀리 뛰었는지 혹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에 상관없이, 마지막에 자신이 가진 것을 좋아하는 지에 달려있다...' 점프를 해서 멋지게 착지를 해내는 메뚜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을까요..... '도대체 무슨 짓을 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그것도 말해보시오.'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 주는 어머니가 엉뚱한 짓을 저질렀을 아이를 책망하는 소리를 듣고서 그 안에 담긴 이런 심오한 질문을 유추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삶에서 성공했다는 기분은 어디에서 놀아야 할지 아는 데 달려 있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고 통통하고 느린데 월드컵 팀에서 뛰어야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삶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리그를 잘못 고른 것이다. 그러나 동네 운동장에서 키 작고 통통하고 느린 사람들과 축구를 하며 골키퍼를 하는데 만족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성공한 축구선수이다. 리그를 제대로 고른 것이다.' 삶에서의 리그와 영역의 문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는 것..... 이러한 이야기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도 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몇가지 방법들을 이미 내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웃음과 멋진 착지와 진지함.... 그리고 내게 어울리는 리그에서 인생이라는 공을 굴릴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을 가지는 것.....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그런 방법 몇 가지쯤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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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를 리뷰해주세요.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 - 문화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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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 마요르카 섬, 아비뇽, 밀라노, 피렌체, 크레타 섬, 프라하, 안탈리아, 룩소르, 알제, 앙코르 와트, 라호르, 아르쿠츠크, 비슈케크, 밴쿠버, 그리고 시애틀..... 이 책에서 언급한 16개의 도시입니다. 아주 간단한 산술적인 계산을 이용하여 이 도시들을 한 4-5일정도씩만 묵으며 돌아본다면 64일에서 80일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일주일 정도 머문다고 하면 100일이 넘어가지요. 일주일이라고 하고 하나의 도시를 그 기간동안 돌아본다면 도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알아볼 수 있을까요. 열심히 돌아다닌다면 상당히 여러 곳을 둘러보기는 하겠지만 깊이있는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고, 그런다고 한두곳을 집중적으로 돌아본다면 그 도시의 본모습이 아닌 본것들에 치우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저자의 여행방식이나 기간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뭐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아주 간단한 산술적인 계산과 낯선 곳을 가보았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책에 붙은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 이야기'와 같은 멋지고 거창한 제목을 붙이기에는 조금 '거시기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여행이라는 것은 지극히 사적 영역이고 주관적인 것들이 많이 개입되는 것인지라, 실제로 여행중에 저자가 들른 이 도시들은 저자가 기록한 책의 내용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감성을 안겼을 것입니다. 도시를 더듬은 기록 곳곳에는 저자 나름의 세밀한 관찰과 느낌, 기쁨과 아쉬움도 담겨 있구요. 하지만 10여페이지에 여러 사진과 함께 담긴 한 도시의 이야기는 너무 간결하다는, 또는 뭔가 숙성된 여행의 맛이 빠져버렸다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가 말하지 못한 장소와 표현하지 못한 -또는 안한- 감동의 물결 속에 아마도 여행기를 읽고자 하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더 많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면, 저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물론 저자가 말하는 도시를 가 보았다거나 여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훨씬 많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동의하며 넘어가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집밖으로 짐을 꾸리고 나가서 낯설거나 멋진 곳에서의 며칠밤이 연례행사와 같은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책으로 대하는 다른 공간의 문화와 역사, 건축물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훨씬 더 세련되기도 하고, 세밀하기도 하고, 감성적으로 풍요롭기도 한, 그런 것들인데, 매혹적인 도시라고 유혹한 저자는 도시의 매혹적인 자태를 기대한 내게 좀 '거시기한 느낌'만을 남겨줍니다..... 

 책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러겠지만, 조금 물러서서 저자가 소개한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가는 내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도시들이 있습니다. 예술작품을 보며, 책을 보며, 또는 역사를 배우며 듣고 상상했던 도시들..... 거기에는 밀라노와 피렌체, 크레타 섬과 프라하, 그리고 카뮈를 기억나게 하는 도시 알제, 그리고 앙코르 와트와 시애틀, 벤쿠버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대로 언젠가 휴식을 위해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 때가 되면 잠시 책장을 넘겨 저자의 감성을 훔쳐서 저자를 매혹했던 도시를 매혹하러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는 저자가 말한 이 도시들에 대해 조금더 알고 느끼게 될 것이고, 또한 저자가 말한 이야기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요..... 저자의 마음이 머물렀던 이유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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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여러 매혹적인 도시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을 수 있다... 나중에 여행할 때 얼마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새롭고 매혹적인 여행지를 찾고 있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문화란 결국 사람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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