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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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라고 하면, 아직도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물리학이나 천문학, 또는 유전학 등을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매일 손에 들고 사용하는 핸드폰에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텔리비젼에도, 자동차에도, 사무실의 컴퓨터와 천정에 달린 전등이나 형광등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과학적인 원리들이 적용되고 실용화된 것이지만,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그안에 담긴 이런 저런 과학의 원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식의 원리를 이해할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서 과학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과 타당성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떠한 문제를 대하고 풀어나갈 때 아무런 근거없이 막연한 경험이나 느낌으로 행하는 주먹구구 식의 처방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과학'을 실제 삶속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가 반도체를 잘 만들고,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러한 기술의 발전과 풍요속에서 여러 과학적인 이기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과학과 가까워졌다는 착각속에 살 것이 아니라, 과학이 말하는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 즉 이치에 맞고 근거가 확실한 주장을 내세우고 토론할 줄 아는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랬을때에야 진정으로 과학이 우리 삶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와 문화,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서 찾은 여러가지 소재들을 과학이라는 사고방식을 통해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이 비리 한방에 감옥으로 날려가지 않고 자꾸 고개를 빳빳이 들고 국민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이유나 BBK 사건이 검찰을 그럴듯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인 분석은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의 신선한 접근방식을 느끼게 합니다. 과학이론과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몇몇 드라마와 영화를 과학적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장점과 단점들에 대한 지적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훌륭한 영화는 결코 과학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렇게 현실감있는 대단한 작품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과 소재의 고갈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헐리우드가 과학이라는 보고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고,  그 안에서 꾸준히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공받고 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문화의 양과 질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학의 의미를 충분히 뒤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하겠습니다. 사주나 풍수에 대해서 과학적 원리로 접근해 보고자 한 것이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게임이론에 의거한 분석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을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말하는 '인류원리'-인간이라는 지적생명체 자체가 어떤 물리계의 특성을 설명한다는 원리-를 통해서는 완벽한 시스템이나 조직만으로는 완전해 질 수 없는, 시스템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자율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의견에 자신의 논리를 덧붙이고 합리성으로 포장하여 국민들 앞에 던져지곤 하는 갖가지 법과 제도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의 의미와 결과들을 읽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내용들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던 다양한 정치, 사회,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가 과학적인 사고라는 합리성을 갖춘 도구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솜씨는, 딱딱한 실험실과 강단에 갇힌 과학을 손에 들린 핸드폰이나 MP3처럼 우리가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도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모든 것들의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과학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요리저리 잘 구슬려보는 노력들이라는 사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모두가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사회가 된다면, 책표지에서 당나귀가 속삭이는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라는 말이 정말 그림속의 우화로 끝날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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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를 리뷰해주세요.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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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오경, 노자, 장자, 채근담, 소학 등..... 우리 문화권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고전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우리를 지혜롭고 인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보물창고라는 생각보다는 먼지가 쌓인 구석에 처박힌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면에 먼저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시대에 맞게 번역하고 해설된 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자라는 벽이 존재하고, 그러한 벽앞에서 느끼는 낯섬과 난해함에 대한 기억이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결과이겠지요. 물론 요즈음에는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에 대한 바람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어디까지나 이러한 고전들에 대한 관심과 그 가치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것만큼을 확실하니, 그러한 시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견고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반복되어서 그러한 고전에 대한 가치를 일깨우는 책들이 우리 주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 안에는 우리가 사장시킬 수 없는 귀한 지혜와 삶의 지표들이 숨겨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이 책에서 저자는 고전속에 담긴 문장들을 철저하게 현대의 조직과 사회생활에서의 필요와 유용성에 의해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고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의 지혜를 통해서 현재의 난관이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한 조언과 어리석음에 대한 일깨움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지혜에서 시작하여 사람을 쓸 때, 소박한 일상에서, 여러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위해, 인생을 값지게 살아내기 위해, 또한 세상살이에서 필요한 지혜들에 관한 고전의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뒤로 몇발짝 물러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듯하지만, 바쁘고 요란한 삶속 어디에선가 이미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지혜에 대해서 고전의 가르침을 통해서 일깨우고 있습니다. 고전 자체의 내용 그대로 보다는 그러한 가르침이 현재의 우리의 삶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며 뭔가 빠져 있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는 일본인인데, 이 분야에서만큼은 아직 우리 학자들이 더 앞설 것이라는 교만함이 앞섰을 수도 있겠고, 고전을 너무 현대적인 삶의 부분에 적용하여 이리저리 해석해 나가는 모양새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책의 많은 설명부분에는 리더나 조직, 지도자나 경영 등에 대한 용어가 등장하고, 그러한 말들이 고전의 순수성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느끼게 만드는 구석도 있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그의 글 속에 담긴 하나하나에서 내 삶에서 무시하며 살았던 또는 잃어 버렸던 지혜로운 삶에 대한 조언들이 보물처럼 묻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 저자가 노력한 면도 있겠지만, 본디 우리의 삶의 한축을 안보이게 구축하고 있었던 삶의 지표와 가치들이 고전을 통해서 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방대한 고전들 속에서 지혜들을 담아 올린 저자의 노고도 생각해야 할 듯 하고, 무엇보다도 내게는 미루어 두었던 고전들에 대한 거둬들인 눈길을 다시금 그것들로 향하게 만들어 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가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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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세상사, 인간사의 기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새내기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하늘의 이치는 다하면 돌아오고, 차면 줄어든다 (p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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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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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답이 'Philosophy'라는 어원에 바탕을 둔 '지혜에의 사랑'이라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답이 쑥쓰러워지는 이유는 너무도 도식적인 대답이라는, 그리고 그것으로는 철학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육과정에서 많은 철학에 대한, 또는 철학을 설명하는 책들을 대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듯이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철학이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더 그럴 듯한 철학적인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의 다양한 모습과 철학이 삶에 적용되는 형태들을 이야기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역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찾는 것은 무모해 보일 뿐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도 철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니만큼, 그 처음의 시작은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철학 자체에 대한 탐구와 다양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책의 처음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경험론과 합리론을 통한 세상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와 참과 거짓 등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인간이 인간이 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4부에서는 도덕과 윤리, 5부는 역사와 유물론, 6부는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즉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정치와 역사와 도덕에 대한 것들을 철학의 눈으로 더듬어 보는 과정인데, 무심코 넘기던 사실들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들고 또한 그것들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책의 제목에서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유쾌한 철학적인 삶을 건져올릴 수가 있을까?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주제들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실들이지만, 역시나 읽는 이로서는, 그러한 주제를 철학을 빌려 논하는 것은, 땅에 발붙이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철학적인 소양이나 교육의 문제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삶속에서 사람들이 부딪히며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들과는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주절거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비록 구름위에 올라타서 흥얼거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을 굳이 철학적인 사고의 틀로 해석하려는 모양새가 그러한 일상을 더 복잡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지.... 물론 이 모든 것을 소양의 탓으로 돌릴 수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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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철학이라는 골치아픈 학문을 조금 더 일상에서 다가설 수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진지함을 원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진지한 질문, 다른 방식의 질문을 원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만큼의 진실이 있다. 그러나 모든 질문이 동일한 진실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질문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고 드러나는 진실의 범위도 달라진다. 따라서 철학은 질문의 내용을 중요시한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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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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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적인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하던 소설과는 상당히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시작은 작가와 이름이 같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는 미국인이자 유대인인 주인공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나치로부터 구해 주었다는 오거스틴이라는 여인을 찾아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것으로 이야기가 비롯되지만, 주인공과 여행했던 알렉스라는 청년과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암캐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주니어의 여행기와 알렉스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들-여행과 이 소설의 내용에 대한 것들을 주로 이야기한- 그리고 과거 트라킴브로드에서 조너선의 조상들의 삶이 시작되어 나치의 학살로까지 이어지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함께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편지를 통해 나누는 간접적인 방식의 접촉을 통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끝까지 읽기 전까지는 밝혀진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고, 끝까지 읽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아야 할 밝혀진 것들에 대한 진실은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과거 할아버지의 생명의 은인을 찾아 미국에서 우크라이나까지 달려온 것은 단지 조상들의 과거에 대한 되새김보다는 그러한 과거에 대한 기록의 목적이 더 컸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여행내내 그의 수첩에 뭔가를 적곤 하였고, 알렉스의 편지에도 조너선이 여행을 통해서 얻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그것을 알렉스에게 보내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말입니다. 아마도, 조니선은 여행의 시작에서는 실제 내용이 어찌되었든 상당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할아버지가 살았던 트라킴브로드의 모습을 보게 되고, 과거 그 안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오거스틴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에 대한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당시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몇가지 파편정도는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주인공이나 안내자들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여행에 나선 일행은 이내 조너선이 찾는 트라킴브로드라는 지명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아예 기억되지 못하고 망각에 잠겨 있고, 그 안에서 일상을 일구다가 나치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에 대한 흔적은 망각된 트라킴브로드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오거스틴이라고 주장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할머니가 트라킴브로드로 데려가 주긴 했지만, 거기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고, 아마 알렉스의 할아버지는 얼마만큼의 진실을 알고는 있는 듯하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그 전에 만났던 많은 우크라이나 인들은 아예 트라킴브로드라는 지명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트라킴브로드와 그 주위에 있던 마을들에도 세계대전의 회오리가 몰아쳤고, 나치에 의한 유대인의 학살이 잔혹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791년 트라킴브로드에서 트라킴 B의 마차가 브로드 강바닥에 빠진 뒤 그 시체를 찾지 못하고 한 아이만이 떠올랐던 사건에서 비롯되어 150여년 동안 지속되었던 1942년의 트라킴 데이 축제 때, 이 마을에 나치의 폭격이 몰아쳤고, 그 폭격을 피해 강물로 뛰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엉켜 익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를 더듬으러 온 주인공에게 현실속의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과거의 악몽을 깨끗이 망각하고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습니다. 트라킴브로드에 살던 사람이 누구였고 어디에 있는지도, 그곳에서 있었던 사건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그곳에 트라킴브로드라는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못한채 망각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속의 망각을 헤집어 벌려놓은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밝혀진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이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서 얻어진 사실이라기 보다는 단편적인 사실에 소설적인 상상력을 이어서 만든 이야기일지라도,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망각된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추고자 의식아래로의 소멸을 강요당한 망각의 교묘함,  그 망각속에 담긴 진실과 그에 대한 진솔한 반성.... 바로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현실속에서 완벽하게 망각된 트라킴브로드..... 아마도 함께 살던 유대인의 학살을 차마 항의하거나 막아서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인들의 과거의 부끄러운 상처에 대한 현실적인 반응의 결과물이겠지만,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완벽하게 망각되는 트라킴브로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또한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진정 깨닫고 알아야 할 것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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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를 리뷰해주세요.
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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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 -'스타'라고 일컫는 사람들로 요즈음은 연예계만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선두주자들을 '스타'라고 지칭합니다. 예를 들면 '스타' 변호사니 '스타' 의사니 하면서 말입니다- 의 삶을 동경하고 부러워합니다. 물론 그들의 삶에서 흘러나오는 긍정적인(?) 면에 대한 부러움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그들은 기대에 어울리지 않게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에 주목하는 듯 합니다. 이 책은 주로 성격장애,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우리가 말하는 스타들의 명암이 뒤얽힌 극단적인 삶과의 밀접한 관계에 주목하여 고찰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독특한 책입니다. 주체할 수 없는 많은 돈과 인기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면서도 결국은 그러한 호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마약과 술과 섹스, 폭력과 극단적인 행동이나 우울증 등에 파묻혀 파멸로 치닫곤 하는 스타들의 삶에 대해 성격장애라는 정신 병적인 상태를 통해 분석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성격장애라는 정신의학 분야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타들의 유별난 삶과 죽음을 성격장애라는 측면에서 분석해 낸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저자에 의해서 소개되는 스타들은 대부분 그 자신의 분야에서도 유별나게 특출했던 수퍼스타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유별난 삶을 살고 죽음을 맞이했던 이들 -에디트 피아프, 매릴린 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 로비 윌리암스, 앨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등- 입니다. 어찌보면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이들이라 하겠고, 그래서 더더욱 흥미롭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반인들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그들의 삶에 대해서, 성격장애라는 정신의학적인 렌즈를 통해서 들여다 보면 많은 부분을 더 잘 이해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즉 그들의 삶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성격장애에 대해서 알게 되면, 단순한 신문기사나 뉴스 속에서는 맥락을 알 수 없었던, 그리고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집요하게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 아끼지 않았던 성공과 명예를 얻기 위한 노력,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카리스마와 능력, 성공의 정점에서의 추락과 자기파괴, 그리고 반복되는 파멸의 악순환 등도 경계성 성격장애나 자아도취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그리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라는 여러 성격장애의 유형들에 비추어 보면 너무도 적절하게 설명할 수가 있음을 실제 여러 스타들의 삶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그들이 모두가 선망하는 정점에 오를 수 있게 한 것도 성격장애의 역할이고, 또한 그 정점에서 파멸에 이르는 악순환과 불행한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도 동일하게 성격장애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을 여러 수퍼스타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스타들의 불행한 삶을 보면서 '명성과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유명해지고 나서는 결국 불행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곤 하는 스타들의 모습에 대해 '명성이 그들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명성을 얻은 것이다'라고 변명(?)을 해 주는 이 책은 먼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타들의 삶의 이면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동경하곤 하는 스타의 삶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던 그들의 음악이나 기타 작품들이 한편으로는 성격장애라는 병적인 상태의 산물 -물론 이러한 사실이 그러한 음악이나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라는 사실과 어느정도의 정신적인 장애가 남다른 인간적인 매력, 사회에의 헌신, 남다른 창조성과 성공을 향한 굳은 의지와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가 있고 그러한 의미에서 정신적인 장애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수도 있으리라는 사실에서는 우리의 삶에 담긴 아이러니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스타들의 열정과 매력 그리고 카리스마 역시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장애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과 많은 이들의 열광의 이유가 우리가 하지 못한 대담한 것들을 그들이 대신해 행하고 보여주는데 있으리라는 분석은 스타들의 삶 뿐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스타들은 미쳤지만, 그에 열광하는 우리들은 잠시라도 그들처럼 미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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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성격장애라는 틀을 통해  스타들의 삶의 실상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있다는 면과 그러한 사실을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으리라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스타가 되기 위해 땀을 쏟고 있는 이들 또는 이미 스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누구나 어느 정도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다. 통제할 수 있는 강박증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일 수 있다. 그것은 남다른 인간적인 매력, 사회적 헌신, 섹스 어필, 남다른 창조성, 성공을 향한 굳은 의지 같은 긍정적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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