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꿈이었던 남편은 남다른 정체성과 고유성을 포기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거듭났는데 이젠 중학생 딸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집안에 언젠가는 영화감독이 탄생하고 말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북콘서트에 딸과 함께 하여 변감독님과 정작가님을 만나 두 분의 호기로움과
정체성과 고유성에 대해 함께 듣고 엑소가 아닌 또다른 음악의 세계도 함께 접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침 학교 영어대회를 앞두고 원고정리를 끝내야 한다는 딸의 말에 나는 다른 이유도
아닌 다음날 있을 원고마감이라니 억지로 데리고 갈 처지가 아니라서 무척 안타까웠다.
2시간 동안 두 분의 입담과 재치에 끊임없이 웃음을 지었고 방언에 가까운 정작가의
풍부한 이야기에 아직도 많은 작가와 작품을 만나야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게 되었다.
정작가의 책 중에서 <삶을 바꾸는 책읽기> 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가장
잘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내가 책들을 끊임없이 접하면서 느끼고 있던 감정들이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 혹은 표현이 되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 맴돌고만 있었는데
그 것들을 정작가가 한권의 책으로 정리해준 듯 한 느낌이었다.
너무나 반가웠고 고마운 마음에 정작가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나와 저 깊은 내면의 세계에서 우리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번 북콘서트를 통해 또다시 그런 기분을 맛보았다.
정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미 경험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무척
설레는 일이다. 직접 가서 그 때의 감동을 한번더 맛보고 그들의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다.
그래서 책이나 문학을 통한 간접경험이 나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을
정리해나가고 있던 찰라 정작가의 말은 나에게 단비가 되어 촉촉이 내렸다.
역시 현장감이란 무섭다. 더 반갑고 더 뿌듯하고 더 알것같은 기분이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으나 신문방송학으로 우회하고 남달리 밴드를 좋아하는 남편과 북콘서트를
함께 했는데 그에게도 더없이 의미있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멋진 북콘서트를 준비해주셔서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자리 자주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