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합정역 빨간책방에서 열린 이도우 작가님의 강연회^_^
크리스마스 파티 컨셉의 강연회라니~ 더욱 설레네용~
출판사 예담에서 준비한 음료증정권 ^_^
작가님이 준비하셨다는 향초까지~
우연히 읽게 된 이 두 권의 책으로 이도우 작가님의 글을 만나게 되었다.
두 권은 참 분위기가 달랐고 꼭 한 사람이 쓴 것 같지 않았는데 작가가 같아서 놀랐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톡톡 튀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같은 느낌이라면 <잠옷을 입으렴>은 여운이 강한 영화 같은 느낌의 책이다.
그리고 확실히 <잠옷을 입으렴>에서 훨씬 연륜이 느껴지고 필력이 느껴진다.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형태의 글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 암튼
얇지 않은 두께의 소설이었는데 한 장 한 장이 줄어드는 게 아쉽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을까
계속해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날 수 있을까. 재주가 부럽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쩐지 따뜻한 느낌의 목소리와 따뜻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이 책의 작가를 한 번 꼭 만나보고 싶었다.
합정역 빨간책방카페에서 진행된 강연회는 크리스마스 파티의 느낌으로 꾸며졌다. 작가님이 준비하셨다는 향초와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카페 쿠폰까지 제공되었다. 역시 따뜻한 분이 맞구나 하는 느낌 ㅋ
유년과 화해하기 위해 쓰게 되었다는 <잠옷을 입으렴>. 어떤 느낌인지 앍 것 같았다. 그리고 외할머니께 바치고 싶은 소설이라고 하셨다. 내게도 외할머니는 참 특별한 분인데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어 급격히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됨. ㅎ
아날로그적 감성을 사랑하는 라디오작가 10년 경력의 작가님.
뇌리 속의 잡동사니를 처리하고 싶었다는 그 말에 너무나 강력히 나의 고개가 끄덕여짐.
"한 번쯤 포맷되고 싶다."는 이 말씀에도 역시.
좋은 말로 하면 추억이고 , 내 머릿속 잡동사니를 녹여내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그래서 다음번에는 과거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하셨다.
<잠옷을 입으렴>의 잠옷의 의미는 무엇인가.
잠옷은 유년의 유니폼이며 어쩌면 수의 같은 느낌도 있다.
가장 편안하고 무방비해도 되는 옷을 잎고 쉬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어릴 때는 잠옷을 입고 있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다. 그 무엇에 대해 방어벽을 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의미다.
책 속에서 가장 맘에 드는 구절을 고른다면?
"당신이 보기엔 별거 아니겠지만 내겐 그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말입니다."
어릴 적에는 동화를 많이 읽으셨고 지금은 시를 사랑하신다는 작가님.
서른이 지나 시가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문을 쓰는데 묘하게 시적인 호흡을 가진 작가들에 끌린다고 하심.
좋아하는 시도 낭송해주셨다. 낭송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으신듯.
< 낙화유수 >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 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詩.함성호)
이 시에서 어떤 염감을 얻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쓰게 되셨다고 한다.
외워 두어도 참 좋은 것 같은 이 시. 시의 화자는 나쁜 남자지만 이해가는 나쁜남자.
이 시도 말씀하셨는데 찾아 보았다.
< 너무 아름다운 병 >
함성호
아프니?
안녕 눈동자여, 은빛 그림자여, 사연이여
병이 깊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속으로 노래를 불러
네가 없는 허무를 메웠던지
그런,
너의 병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어떤 무늬인지 읽지 않았으니
아무 마음 일어날 줄 모르는데
얼마나 많은 호흡들이 숨죽이고 있는지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는 압력
휘청, 발목이 잘려나간 것처럼
한없이 무너지고 싶다
밥 먹어,
너의 아름다운 병도 밥을 먹어야지
별다방 아가씨가 배달 스쿠터를 타고
전화번호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며 지나간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참혹한 욕망이 문지방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자
너의 아름다운 병을
검은 아스팔트까지 바래다 주러 간다
가면, 오래 오래 흐린 강 마을에서
집의 창을 만지는 먼지들과 살 너와
돌아서면 까맣게 잊고
이미 죽은 나무에 물을 뿌릴 나는
저리위- 독주에 취해 더 깊은 병을 볼 거면서
먼 길로,
일부러 먼 길로
너의 아름다운 병을
오래 오래 배웅한다
이 시는 읽고 읽자니 잠옷을 입으렴의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다.
앞으로 산문집도 낼 계획이 있으시다고 한다.
그리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시나리오는 누가 쓰는지 궁금하다. 이런 걸 질문했어야 했는데.
책으로 할 수 있는 놀이도 가르쳐 주셨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하는 놀이라고 하심.
책꽂이에 꽂힌 책 제목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기.
실제로 아이들과 해보았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내가 예로 하나 지어 주니까 오~ 하며 놀라는 눈치ㅋ
이 놀이 말고도 자신이 하는 것 중에 책에 나오는 노래로 그 책의 ost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아한다고 하심.
그동안 갔던 강연회 중에 가장 따뜻하고 부드럽고 여성여성하며? 암튼 코드가 잘 맞았던 작가님이시다.
http://blog.naver.com/als3334/22058174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