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박보영.김효선 지음 / 예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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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강점 콘텐츠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강점 콘텐츠는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늘 관심있게 생각하고 탐구했던 영역, 너무나 어려워서 자꾸 실패했던 영역, 그래서 시간을 투자하여 연구했고 마침내 이런저런 해법을 찾아냈던 영역, 무엇보다 제삼자 입장에서 나에게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영역을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누가 봐도 당신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군.”이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영역 말이다.
122쪽

 

 자기 사업을 해보려는 사람에게 가장 커다란 고민은 ‘나의 강점 콘텐츠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 고용직으로, 그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만 수행하면 되는 입장이라면 굳이 자신의 강점 콘텐츠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지만, 최근에는 나이 마흔만 넘어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자기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건, 굳이 자기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기 강점 콘텐츠를 안다는 건 살아가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거다. 하다못해 글 한편을 쓰는 일에도, 자기 강점 콘텐츠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편차가 매우 크다. 자기 강점 콘텐츠는 자존감, 자기애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나 자신이 어떤 콘텐츠에 특화되어 있는지, 누가 봐도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자타의 인정을 획득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건 내가 나 자신으로 견고하게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의 두 저자인 박보영, 김효선 씨는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책 쓰는 일’을 고민해보라고 하지 않는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는 글쓰기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는 시점을 상품의 형태인 ‘책’의 위치로 확대하여 책쓰기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를 쓴 책이다.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빠지기 쉬운 ‘원고’의 함정에서 벗어나 상품으로서,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구매하게 만드는 좋은 상품으로서의 책을 어떻게 만들지를 조언한다.

 

 책의 가치는 단지 판매 수입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책은 자신의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저자들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객관적으로 체계화되었다는데 만족감을 표한다.
125쪽

 

그렇다고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가 책을 파는 데에만 혈안이 된 건 아니다. 책은 우리의 생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자아 발견의 도구, 자기 정체성의 도구, 위로와 격려의 도구, 자기 경쟁력의 도구 등 책의 역할은 정말 다양하다. 그래서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책은 사람의 존재감, 인생의 의미, 심리 상태와 직결된 특별한 존재다.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에서도 지적했듯이 책을 전문성 증명의 도구로, 자기 성취의 도구로 삼아 책을 쓰고 싶어하는 예비저자들이 굉장히 많다. (내 주변만 해도 여럿...) 이런 상황에, 책을 직접 만들고 팔아야 하는 출판사와 편집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좋은 책을 쓰는 저자들을 찾기 위하여 출판사와 편집자들도 굉장히 성심성의껏 원고들을 살피고 좋은 저자를 찾고 있다고,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의 저자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것이다. 독자들과 저자, 출판사 모두에게 정말 의미가 있고 유익이 되는 ‘좋은 원고’를 쓰는 것. 이런 원고를 생산하여 책을 내는 것. 그래서 편집자인 저자들은 이 책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를 냈다. 좋은 원고를 쓰는 저자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세상에 전문가는 숱하게 많다. 그들 중에서 하필 ‘나’에게 찾아오게 할

방법이 필요하다. 저자라면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131쪽

 

 책이 너무나 흔한 요즘이지만, 오히려 정말 읽을만한 책은 적어진다.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지, 자기 강점 콘텐츠가 확고한 좋은 원고란 무엇일지, 오늘도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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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리커버) - 인간을 완성하는 12가지 요소
제롬 케이건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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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드 몽테뉴는 불과 서른여덟의 나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 성으로 들어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그 에세이는 400년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로부터 21년 후인 1582년에 사망할 때까지 그가 거짓말쟁이에서 식인 풍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여 쓴 에세이들은 <수상록>이라는 세 권의 수필집으로 남았다. 나는 2013년 3월 어느 추운 토요일에 이 에세이집을 다시 꺼내 읽다가 이번 세기에 대해 나도 그와 비슷한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몽테뉴와 비교하면 나이도 많고, 성도 없지만, 최대한 가식적이지 않게, 그리고 애매하지 않게 써볼 생각이다.
책 4쪽 저자의 프롤로그, 가장 첫 문단

 

 

 몽테뉴의 에세와 비슷한 글을 써보겠다는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 절로 웃음이 터진다. 몽테뉴보다 많이 가진 건 나이요, 적게 가진 건 성(城)? 저자 제롬 케이건은 아예 성이 없다고 하니 적게 가졌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 말이겠다. 본문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이 프롤로그를 떠올려보니 ‘최대한 가식적이지 않게, 그리고 애매하지 않게 써보겠다’는 저자의 시도는 성공한 듯 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이 쓴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는 무슨 책이라고 딱히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아마 몽테뉴의 ‘에세’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몽테뉴의 에세는 다른 어떤 책과도 비슷하지 않았기에 에세이라는 고유명사가 되고야 말았지.) 언어, 지식, 배경, 사회적 지위, 유전자, 뇌, 가족, 경험, 교육, 예측, 감정, 도덕의 12개 주제에 따라 저자는 그의 생각을 정리해 썼다.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안다는 건 무엇인가? 배경은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가? 인간은 왜 남과 비교할까? 성격도 타고나는 걸까? 뇌로 정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가족은 꼭 있어야 할까? 어린 시절 형성된 특성은 평생 갈까? 교육은 왜 필요할까? 예측은 힘을 갖고 있을까? 느낌과 감정은 다른가? 도덕적인 사람은 도덕적으로 행동할까? 


 목차에 나란히 줄지어 앉은 질문들만 읽어도 딱 감이 온다. 이 책 범상치 않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와인 한잔을 곁에 둔, 여유로운 저녁 시간에 읽으라고 권했는데 아마 그럴 수 있는 독자는 몽테뉴의 에세 3권을 모두 다 읽고 소화하여 그걸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토론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하리라 싶다. 즉, 저자와 식견이 비슷한 수준의 독자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지적했듯이 ‘고릴라가 자기 먹이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했을 때의 ‘안다’와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느낌과 감정의 상태를 안다’고 했을 때의 ‘안다’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20년차 수목원지기가 소나무를 ‘안다’는 것과 고작해야 등산 몇 번 다녀본 내가 소나무를 ‘안다’는 것 역시 동일한 ‘안다’가 아니다. 이 책은 무엇을 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실제적으로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저자가 언어, 지식, 유전자, 가족, 경험 등에 대하여 꺼내어 놓는 문장들은 내가 꺼낼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이 책은 특정한 사상이나 이론 등에 대하여 설명하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전체에 대한 통찰을 쓴 에세이다. 이제까지 읽은 에세이가 그냥 커피라면 이 책은 레알 TOP다. 독자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와 토론을 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온 책이다.

 

 

 최근에 폐렴으로 사망한 17세 고교생의 구체적인 사인이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추정되면서 사이토카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사이토카인’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5장 유전자와 11장 감정, 두 개의 꼭지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포털 검색어로 사이토카인이 올라와서 굉장히 신기했다. 동시에 이 책이 심리학, 철학, 사회학, 과학 뿐 아니라 의학의 영역과도 걸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가난, 일자리 불안, 만성 신체질환, 사회적 배제 등이 있으면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이 분비된다. 이 단백질은 상처의 치유, 감염과의 싸움을 돕고, 근육이 찢어지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독감에 걸렸을 때 동반되는 피로감이나 불쾌감을 만들어내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이런 느낌을 당사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우울해질지가 결정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피곤한 느낌이나 불쾌한 느낌은 자기가 아프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특히 부상을 입었거나 감염의 신호가 있는 경우에 그렇다.
218쪽  5장 유전자 중에서

 

 5장에서 지속적인 가난, 학대, 잦은 질병은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의 생산을 자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이토카인은 질병과 함께 찾아오는 피로감이나 무관심함을 만들어내는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 이런 느낌을 감지했지만, 자신이 아프다고는 믿지 않는 사람은 다른 해석을 찾아내려 한다. 자기가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결론내리는 것도 한 가지 흔한 해석이다. 사이토카인 단백질은 우울한 기분을 직접 야기하지 않는다. 이 단백질이 만들어낸 느낌이 우울증으로 해석됐을 뿐이다. 
416쪽 11장 감정 중에서

 

 진정될 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전 세계가 다 영향권이라 한 국가, 한 도시에서 잡는다고 안심할 수 없는 전염병) 속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한 염려까지, 엎친데 덮친 느낌이라 마음이 더 불안해지는 시기다. 다만, 무분별한 즉 근거 없는, 추상적인, 모호한 염려는 없던 병도 만들 수가 있으니 이런 때에는 감정과 느낌을 단속하는 일도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를 읽고 나서 무엇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가 참으로 조심스럽고 겸손해졌는데, 이와 동시에 애매하지 않게, 피상적이지 않게 알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생각을 정리해나갈 것인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한 번에 다 읽으려 하지 말고 저자와 독서토론하듯이, 주의깊게 읽게되는 좋은 책이다.

 

유전자는 뇌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똑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라도 똑같은 경험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생각이 행동과 감정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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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식당
미원x이밥차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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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 전에는 오븐이나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을 사면 꼭 레시피북이 곁들어 왔다. 고추장 사면 맛보기용 쌈장이 딸려 오듯이. 어릴 때는 그런 레시피북을 살펴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보는 게 재미였다. 베이킹도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였다. 엄마손 안 거치고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맛있는 걸 찾아보다가 내 눈에 딱 걸렸던 것.
 
 요즘에는 가전을 살 때 사은품으로 오는 레시피북이 의미가 있을까. 인터넷에만 검색어를 넣어봐도 수만가지 레시피가 뜬다. 그래서 어떤 분은 레시피북 자체의 의미가 없지 않냐고도 하신다. 레시피나 요리 동영상을 켜둔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가지고 조리를 해도 충분하니까. 그런데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레시피북은 의미 있다. 나만 해도, 인터넷에 그렇게 많은 베이킹 레시피가 있어도 책으로 가지고 있는 레시피북이 적지 않다. 이따금 이 책, 저 책 펴 놓고 레시피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요리하는 마음’의 이런 특이점을 <미원>도 알았나보다. 미원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수록한 레시피북 <미원식당> 이 나왔다. 일상에 꼭 필요한 쉬운 요리 만들기에 주력하는 <이밥차>와 <미원>이 손잡고 함께 책 <미원식당>을 냈다.

 솔직히 미원이 이렇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조미료인줄 처음 알았다. 한때 MSG가 몸에 안 좋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누명을 쓰기도 했지만 미원은 사실 사탕수수를 발효하여 만든, 몸에 해가 없는 조미료다.

 

 <미원식당>은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다양한 메뉴를 실었는데, 최근의 트렌드에 맞게 조금씩 변형한 레시피들이 인상적이다. <미원식당>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모든 레시피에 조금씩 들어간 미원이 화룡점정을 담당하고 있다.

 항상 계량스푼으로만 계량을 하는데에 익숙해서, 밥숟가락 계량이 오히려 낯설었는데 <미원식당>에서 너무 잘 설명해주어서 알았다. 친절한 설명 너무 좋음. 레시피마다 오른쪽 페이지 하단에 요리팁이 두세줄 씩 들어가 있는데, 나처럼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내용도 꽤 쏠쏠한 노하우가 된다.

 

 

 <미원식당>에 실린 레시피들을 살펴보다가 급땡겨서 만든 치즈감자전. 너무 맛이 좋다보니 뱀가루가 아니냐는 낭설에 휩싸이기도 했다던 <미원>의 매력은 여기서도 발휘된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도, 3명 이상의 가족이 함께 사는 가정에도 어울릴 레시피북 <미원식당>. 한식, 정식 요리, 분식, 간식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있어서 이것저것 활용하기에도 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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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 100번 넘어져도 101번 일으켜 세워준 김미경의 말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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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다루는 방법을 알면 삶이 위험하지 않고
벗을 대하는 방법을 알면 삶이 풍요로워 진다.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을, 내 가족을, 내 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방법을 오해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동기부여 강사로 유명한 김미경은 신간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에 마음, 일상, 관계, 꿈을 살리는 '한마디'들을 엮어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13개국에서 강연을 하며 최근에는 MKTV로 더욱 유명해진 저자는 이 책에 영상 콘텐츠 운영을 하면서 24시간 실시간으로 구독자들을 만나게 된 새로운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 순간 깨달았죠. 영상 콘텐츠는 댓글을 포함해야 비로소 완전체가 된다는 걸 말이에요.
그전까지만 해도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댓글은 영상에 대한 피드백 정도로만 여겼죠. 그런데 해외 투어 이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시작은 영상이었지만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이 저를 미국으로 이끌었고, 13개 도시에서 현지 교민들과 웃고 울고 마음을 나누면서 비로소 제가 올린 영상이 완성됐음을 느꼈거든요. 제가 올린 영상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팬들이 달아준 댓글로 채운 거예요.
프롤로그 12쪽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는 김미경 저자가 유투브 채널을 통하여 했던 이야기들과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함께 모아 완성한 책이다. 각 꼭지마다 해당 내용의 영상 콘텐츠와 연결되는 큐알코드가 실려 있고 독자들의 진솔한 후기도 같이 있다.

 

요즘 신간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 하나가, 제대로 만든 책일수록 (원고든 디자인이든 마무리든) 책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고 유익해진다는 점이다. 처음 1챕터만 읽을 만하고 중반부를 넘어 뒤로 갈수록 영 재미가 없어지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이 책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는 뒤로 갈수록 더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재미있고 신선하다. 강연자로서, 노력하는 인간으로서의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특히 파트3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이 부분은 ‘관계’를 살리는 한마디가 주제다. 최근에 어디서 읽었는지, 들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관계는 식물을 기르는 화분과 같다고 했다. 시들거나 병들지 않도록 적당히 물을 주고 가꾸어주면 오래가지만 때를 놓쳐서 다 시들어버린 다음에는 아무리 물을 주거나 양분을 주어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관계는 살아있는 식물과 같다는 사실은 관계의 대상이 누구이건 같다. 반려식물 기르기가 유행하면서 홈가드닝 기술이 뜨듯이, 관계도 오래가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엄마와 딸의 관계, 맞벌이하는 부부 관계, 거절하기엔 너무 친한 사람과의 관계, 직장 절친 관계, 오래된 지인 관계 등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보고 싶을 ‘관계의 기술’에 대한 조언이 파트3에 밀집되어 있다. 파트3이 인상적인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벗을 대하는 법 뿐 아니라 적을 다루는 법까지 조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못된 동료를 대하는 것과 못된 상사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고 은근히 싫은 사람과 대놓고 싫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다르다. 이런 관계의 디테일을 처리하는 능력이야말로 관계의 고수가 되기 위한 노하우겠지.

 

 마음, 일상, 관계 그리고 꿈. 살아가면서 단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요소들이다. 이 요소들이 온전히 합쳐져서 ‘나’를 만들어주니까. 그래서 이 요소들을 살린 한마디들이 모여서 ‘나’를 살린 한마디가 된다. 삶의 디테일을 다듬는, 그래서 삶의 커다란 맥락을 가다듬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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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나일까?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6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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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은 특별하다. 결혼을 하고 싶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꼭 이런 그림책을 읽어야지, 꿈을 갖게 한다. 이 그림책들을 같이 보면서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난다. 참 이상도 하지. 정말 특이한 그림책들이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가 내게 요시타케 신스케라는 작가를 알려준 첫 번째 책이었다. 그때는 [이게 정말 00일까] 시리즈가 있으리라곤 몰랐다. 이 시리즈는 최근 [이게 정말 마음일까]가 출간되면서 총 4권이 되었다.

 

 

 

 

 [이게 정말 나일까?]를 대략 20번 정도 봤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조차 ‘너 자신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는 어르신 중에는 ‘자기 소개 하기’가 어려워서 새로운 모임에는 절대로 나가지 않는 분도 있다. 그러고보면 정체성이란, 내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인지하는 일이란 나이에 달린 일이 아니라고 느낀다.

 

 

[이게 정말 나일까?]는 자기의 대역 로봇을 산 아이가 로봇에게 자기 소개를 하는 내용이다. 이 자기 소개의 내용이 흥미롭다. 이름, 가족 관계, 신체 특징에서 시작하여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생물학적 과정, 성격, 소속된 집단마다 달라지는 표정과 역할, 최종적으로 사람이라는 본질적인 특징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데까지 이른다. 무척이나 철학적인데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아이책이 분명한데 어른들마저 감동을 받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가지고 어른들끼리 함께 보면서 책 속의 자기 소개 단계를 똑같이 해본 적이 있다. 너무 웃겼다. 책 속 지후처럼 천진난만한 소개 내용은 나오지 못했지만 신선하고 새로웠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에서 나중에 또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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