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 씽킹 - 와튼 스쿨이 강력 추천하는 전략적 사고법
데니스 C. 캐리 외 지음, 최기원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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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야가 좁으면 농사는 못 짓는다. 농사는 1년 단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장기 활동이다. 씨를 심고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가 열리기까지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한 달 동안 진땀을 흘리며 모내기를 했다고 해서 그 다음 달에 그 진땀의 결실을 즉시로 얻는 게 아니다. 결실을 얻는 때는 정해져 있고 그 때가 다가오기까지 버텨야 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이득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압박이나 나 자신의 요구에 못 이겨 장기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면? 오늘 필요한 이득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내년 그리고 그보다 먼 미래까지의 존속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기업의 임원들은 기업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분기수익률을 올리고, 배당금을 높이며, 주식을 환매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장기투자집중자본’이라는 비영리단체가 600여 명의 경영진과 부서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글로벌 연구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지난 5년간 단기실적 압박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R&D 예산은 삭감되었고, 신제품 출시가 연기되었으며, 생산직 및 창의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책 18-19쪽

 

 

  삶은 그래프 같다. 어느 한 달은 거침없이 마이너스 선으로 뚝 떨어지기도 하지만 뒤로 물러서서 연단위로, 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으로 보면 잠시의 마이너스는 마이너스폭 이상의 플러스로 뛰어올라 점진적으로 상승선을 그릴 때가 있다. 단기저 관점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면 낙심하기 쉽다. 하지만 마이너스 선을 그릴 때조차, 장기적 관점에서의 상승선, 즉 무엇을 향하여 가고 있는가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결국 그래프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롱텀 씽킹>은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포위된 채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사고를 잃어버린 기업가들을 위한 책이다. 와튼 스쿨, 매킨지, 포춘, 콘페리 등 최고의 기업 전략가들은 이제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전략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본주의를 보존하려면, 자본주의 그 자체가 변화해야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저명한 변호사이자 와텔립턴 로젠 앤 카츠 사내 변호사인 마티 립턴은 기업, CEO, 이사진, 주요 기관투자자, 자산관리자 모두 장기적 사고가 경제, 기업, 주주, 민주주의에 이득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전략에 대한 의견합일은 변곡점을 맞이했기 때문에,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책 24쪽

 

 

 포드, CVS 헬스, 유니레버, 버라이즌, 3M 그리고 휴렛패커드와 코스트코 등 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장기 전략을 새로 다져 기업 가치의 도약은 물론 미래까지 확보한 기업들이 있다. 이 책 <롱텀 씽킹>은 이 다섯 개의 기업 사례와 한 임원의 이야기를 실었다. 단기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기업을 없애버릴 듯이 압박하는 투자자들과 장기 전략의 당위성에 동감하지 못하는 기업 구성원들 사이에서 저 5개의 기업과 임원들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을까? <롱텀 씽킹>은 왜 장기적 사고가 최고의 단기 전략인지를 아주 명쾌하게 제시한다.

 

 

 모든 전략을 짤 때 장기 계획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모든 안건에서 단기적 결정의 맥락에도 장기적 계획이 녹아 있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단기적으로도 옳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책 37쪽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주주수익을 극대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이 책의 초반에 실린 것처럼 포드의 앨런 멀럴 리가 주장한 ‘모든 이를 위한 내실성장’을 목표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모든 이’는 주주뿐 아니라 직원, 협력사, 고객 그리고 그들 모두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뜻한다.
 주주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할 때, 현시대에 그 의미는 무엇인가? 장기적 경영은 R&D 투자, 인력교육,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방식을 모색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이 방식이야말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자, 수십 년에 걸쳐 주주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최상의 방식이다. 
책 186-187쪽

 

 

<롱텀 씽킹>은 기본적으로 기업가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뿐 아니라 투자에 관심 있거나, 인생 경영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 브랜딩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롱텀 씽킹>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전략이란 오늘만 유효한 이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존속과 꾸준한 발전을 바라보고 세워야 한다. 벼락치기에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없고 먼 길을 가면서 지도 없이(요즘엔 네비로) 가는 사람 없듯이, 롱텀 씽킹은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지도 모른다.

모든 전략을 짤 때 장기 계획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모든 안건에서 단기적 결정의 맥락에도 장기적 계획이 녹아 있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단기적으로도 옳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책 37쪽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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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 블룸버그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미래예측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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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앞 10년이 어떻게 바뀔지를 내다보는 일이다. 향후 몇 년의 일을 예측하는 건 10년 후를 예상하는 것보다 어렵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점점 더 예측 못할 요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작년 이맘 때 우리는 대부분 ‘올 여름 휴가는 발리로 갈지, 유럽으로 갈지?’를 생각하거나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는 일이나 보습학원을 다니는 일에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사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나는 ‘6월쯤에는 베트남을 한 번 다녀와야지’라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방이나 해오 출장을 좋아하는 나는 다른 도시를 가야 할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웠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출장은 사양이고 어떤 일이든 재택이 좋아졌다. 몇 달 만에 삶의 형태와 미래의 계획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미래학자인 제이슨 솅커가 쓴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가 체감하고 있는 변화를 집대성한 책이다. 지금 체감하고 있는 변화는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삶의 양식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는 시점에 서 있다. 한창 기술 발전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더 편리하고, 편안하고, 서로 가깝게 그리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미래를 핑크빛으로 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색깔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어떤 색으로 색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일자리, 교육, 에너지, 금융, 통화 정책, 재정 정책, 부동산, 농업, 공급망, 미디어, 국제관계, 국가 안보, 정치, 리더십, 여행과 레저, 스타트업, 불황 그리고 투자 등 18개 분야의 미래에 대한 짧은 보고서라고 부를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각 분야에 미친 영향과 그 영향으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를 다뤘다. 대부분의 주제들이 당장의 내 일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모든 꼭지들이 흥미롭다. 특히 부동산, 직업, 교육, 여행의 변화를 다룬 내용들은 갈피를 잃은 미래 계획에 이로운 힌트를 준다.

 

 

 

‘누군 죽고 누군 돈을 번다‘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마리옹 꼬띠아르. 주드 로 등이 출현한 영화 [컨테이전]에서 블로그 저널리스트(라고 쓰고 사기꾼, 가짜뉴스 생산자, 미디어 생태계 파괴자라고 불러야 하는 문제적 인물)인 앨런(주드 로)이 한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가 발생하고 나면 평범한 사람들은 많이 죽고 제약회사 같은 곳은 돈을 번다는 뭐 그런 뜻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컨테이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진 2020년을 보고 영화를 제작한 듯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벌어지는 무질서와 혼란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영화는 보여준다. 바이러스 전염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피해자고 희생자다. 가해자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가해자는 앨런과 같이 가짜뉴스, 루머를 생산하고 약국이나 식료품점을 약탈하고 남의 집에 쳐들어가 백신을 내놓으라고 총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다. (어제 영화를 보고 났더니 갑자기 앨런에 대한 짜증이 돋아서... 영화 얘기를 사족으로 붙임)

 

 

 

 [코로나 이후의 세계]의 지향점은 위에 언급한 영화와는 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영향 중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구분해서 보고자 한다. 도시에 집중된 인구 밀도, 부동산의 고공 행진 등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차차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시민들의 사재기, 물류센터 감염자 등 코로나19와 관계된 여러 사건을 통해서 공급망 운영에 변화가 생기고 무엇보다 교육과 업무 형태는 온라인과 재택근무로 완전히 기울어질 것이다. 최근에 나온 [언택트]와 함께 읽으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바라보는 데에 조금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현재 각 나라의 정부가 내놓은 재난지원금 등의 포퓰리즘 정책의 문제와 한계를 정확히 진단한다. 이것이 향후 어떤 재정 악화를 가져오게 될지를 걱정한다. 코로나19가 보여준 ‘미디어의 위험’에 대해서도 염려를 아끼지 않는다. “코로나19를 통해 대중이 언론과 SNS에서 던지는 메시지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론이 얼마나 쉽게 사실과 무관한 주장에 조작될 수 있는지(책 132쪽)”를 경험한 지금, 미디어는 좋게 쓰면 이득, 악용하면 독이 되는 양날의 검이 아니라 그냥 사람 잡는 칼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 때문에 점점 더 ‘허위합의편향’(내가 믿는 걸 다른 사람들 역시 믿을 것이며, 내 생각이 보편적인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증상)이 심해지는 세상에서 미디어가 좋게 쓰일 방도가 있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세계, 올해와 내년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를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 단연 추천 도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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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말센스 - 돈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김주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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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밸리댄스만 20년 경력인 것 아시나요?
 제가 밸리댄스만 20년 경력인 것 아시지요?

 

이 두 문장의 차이는 단 한 글자. 이 미묘한 표현의 다름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상대로 하여금 ‘내가 왜?’라고 반문하고 나에게 저항하거나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표현을 쓸 건지, 반대로 상대가 암묵적으로 나에게 동조하고 같은 편에 서게 하는 표현을 쓸 건지 순전히 선택은 내 몫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현재도 살아있다. 허울 좋은 말로 꾸미거나 사기에 가까운 말로 상대를 기망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가 닿는’ 진정성 있는 말로 빚이 갚아진다. 나의 특장점, 나의 진실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 김주하 저자는 이런 삶을 가능하게 한 그녀만의 ‘말센스’를 주제로 책을 냈다. [부자의 말센스]는 제목과 부제들에서 목적을 분명히 밝힌다. ‘부자’, ‘가성비’, ‘매출’, ‘돈’. [부자의 말센스]는 돈을 벌게 해주는 말센스에 대한 책이라는 거다. 그런데 자칫 오해를 살 수는 있다. [부자의 말센스]는 돈을 벌게 하는 말센스이니 돈만 벌게 하는 말센스가 아니라는 점. 우리가 적당히 숨쉬고 적당히 걱정 없이 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은 필수다. 그러나 돈만 벌겠다고 달려가다 생각지도 못한 ‘불행’과 ‘고독’과 ‘외로움’과 ‘고립’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부자의 말센스]와 저자 김주하는 행복한 부자들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돈과 사람을 다 얻는 방법’에 대하여.

 

 [부자의 말센스]는 참 신기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돈과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 붙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을 향한 선한 관찰’을 간직하고 있다. 상대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먼저 상대를 아주 예리하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김주하 저자는 어린 나이부터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린 나이에 돈을 벌어야 했던 그녀는 자연히 고객들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성의를 다하는 비결을 체득했다. 그녀가 몸으로 익힌 깨달음들은 그녀의 말센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생각을 바꿔나가게 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법으로 나 자신을 각인시키는 등 김주하 저자의 비결은 아주 온건하고, 부드럽고 강렬하다.

 

 ‘주하효과’라는 말이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사업 난관이나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예비 창업자 등이 김주하 저자의 컨설팅을 받은 후에 놀라운 매출 상승이나 성공적인 창업을 경험하게 된다. 이게 주하효과다. [부자의 말센스]를 읽기 전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읽고 나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주하효과, 그럴만 하겠구나. 영업을 하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 개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1독을 권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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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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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 다들 구분되시는지? 일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잘 구분되지 않을 때에는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회사에서 쓰는 말과 집에서 쓰는 말. 내가 하는 말의 표현이 지금 지인이나 혈육에게 적합한지 사무실에서 쓰기에 적합한지를 생각해보면 대략 구분이 된다. 이 두 가지 말은 표현과 목적이 다르다.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말의 차이, 다른 쓰임, 전략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친구와의 티타임에서나 통할 것 같은 농담을 회의 시간에 한다든가 부모님한테나 먹히는 변명을 직장에서 한다든가. 뿐만 아니라 무엇이 ‘일의 언어’인가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말끝에 ‘다나까’만 붙이면 군대식 언어라기에 ‘밥 먹었느냐?’는 선임의 질문에 ‘맛있게 먹었다’라고 대답한다는 농담의 현실판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를 쓴 박소연 저자는 ‘일의 언어’가 우리의 삶에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이야기하며 책을 시작한다. 일터에서 나는 ‘파란 공’을 이야기했는데 내 말을 들은 상대가 빨간 공을 던진다면, 이런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면 덮어놓고 상대를 탓할 일은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일의 언어’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니까. 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쓴다고 일의 언어가 아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에 적합하게 표현했을 때야말로 일의 언어라고 부를 수 있다. 단순하고 정확한 소통과 상대방 설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일의 언어는 효율성의 언어다. 그런데 이 ‘효율성’을 높이려면 표현의 기준이 ‘나’에서 ‘상대방’으로 옮겨가야 한다.

 

 ‘설득을 잘하려면 상대의 입장에서 말해보라‘고 조언하는 자기 계발서가 적지 않은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는 이론이 아니라 실전을 담았다. 우리가 회사나 일터에서 만나는 ’상대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케이스별로 설명하고 그 대응법까지 정리했다. 책의 내용은 오로지 실무에서 건져낸 활어 상태의 일의 언어 그 자체다.
 
 이 책은 단순히 언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서 그치지 않고 일터에서 보다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까지도 가이드한다. 쉽게 말하면 ‘내 밥그릇 내가 챙기는 법‘ 말이다. 요즘 조직의 상황을 무시하고 동료들에 대한 매너 없이 자기 좋을 대로 하는 얌체짓을 ’내 밥그릇 내가 챙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일하면 밥그릇을 챙기기는커녕 스펙 망가지기 십상이다. 일터는 조직이다. 조직이란 구성원 간에 합이 맞을 때 최고의 실적을 내게 된다. 내 밥그릇에 내 밥만 담겠다는 심보가 아닌, 조직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가 알찬 밥그릇을 확보하게 해준다. 이 시야는 결국 센스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발견하는 센스, 그 의미를 상관과 거래처 등에 제대로 전달해서 어필하는 센스 등등.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는 대체 이 센스가 뭔지를 가르쳐주니 이걸 탑재하고 싶은 분은 정독을 권한다.

 

 일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은 많다. 일터에서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해보라고 가이드하는 책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을 세련되고 효율적으로 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기술이란 내가 익히기까지 노력이 필요하다. 일도 기술이다. 저자가 그동안 많이 경험하고 때로 혼나면서 체득한 경험이, 그것도 아주 양질의 경험이 이 책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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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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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다도 이런 사이다가 없다. 이렇게 속 시원한 경제학 서적을 읽게 될 줄이야! 경제 뉴스를 잘 이해하게 해준다거나 경제학 자체를 가르쳐주겠다는 서적은 많았지만 경제와 경제학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걸어온 길을 대놓고 까는 이런 책은 처음이다.

 

 서점가에도 그렇고 내가 자주 가는 포털 게시판이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글이나 인친들이 올리는 내용을 보면 ‘주식, 부동산, 투자’ 따위의 키워드가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졌다. 정말 부쩍 많아졌다. 코로나19이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와 험난한 경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큰 폭으로 높아졌기 때문인지 다들 경제 사정을 제대로 알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주식 부스러기도 모르시고 관심도 없던 우리 아버지마저 주식 좀 한다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시며 주식 시장을 기웃기웃 거리실 정도니.... (그러나 내가 철벽 방어 중. 주식 하시려거든 차라리 그 돈 나를 달라며...)

 

 자본주의 자체가 왜곡되어 있다고 느껴온 지 수년인 나는 실은 돈 버는 데에는 큰 애착도 관심도 없다. 그냥 올해 적당히 끼니 챙겨먹고 입을 것, 바를 것, 신을 것 구색만 맞췄어도 잘했다고 살아오기를 수십 년째라. 돈 버는 데에 재능이 없어서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내가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이런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일테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시장경제 이론들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어떤 영향을 받아 태어나고 변형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쓴 책이다. 경제학사 정도로 여겨지기 쉬운 책이지만 저자가 시장경제 이론들(그리고 그 이론을 발표한 경제학자들)의 맹점과 허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을 탈피한다.

 

 경제학은 있으나 경제는 없다.
 경제학자들은 현실이 이론과 다르면 이론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왜곡한다.
 결국 사람들의 심리(인간은 효율울 추구한다든가 하는 뭐 경제학 이론들이 전제하는 그런 것들)가 경제학 내지는 경제를 만들어온 게 아니라 정치와 학자들의 콜라보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시장경제 관념으로 세뇌되기에 이르렀다.

 

 시장경제가 전적으로 틀렸다, 나쁘다, 뭐 이런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학 관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많은 것들이 나쁜 경제학 관념에 물들어버렸다. 예를 들면 법, 인권, 도덕, 기후변화 같은 것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이 점을 통렬히 꼬집는다. 우리의 보편적인 관념 속에 나쁜 경제학으로 인해 정도를 벗어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꼬집고, 효율이니 이득이니 경제니 하는 숫자 놀음으로 가치를 판단해선 안 되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잊은 채로 멍청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는다.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가 맞지만 욕심에만 매몰된 존재는 아니다.
 인간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존재가 맞지만 합리성만이 인간이 추구하는 전부는 아니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경제학자가 쓴 경제학 오류에 대한 책으로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합리적 인간‘과 ’부의 극대화‘가 우리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말은 모두 사족이고, 그냥 이 책은 정말 읽어볼만한 책이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제까지 잘못 걸어온 것들이 어디가 왜 잘못되었는지를 바로보고 더 이상 나쁜 경제학에 휘둘리지 않는 좋은 경제학의 세상으로 가기 위하여. 무엇보다 조안 로빈슨 여사의 아래의 말처럼 되기 위하여.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경제에 대한 질문에 일련의 준비된 답변을 얻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책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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