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暴雨)

 

   

 

지금껏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서서히

젖을 새도 없이 젖어

 

세상 한 귀퉁이 한 뼘

처마에 쭈그려 앉아

 

물 먹은 성냥에

우울한 불을 당기며

 

네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 비가 내렸습니다. 비에 대한 예감이 이른 새벽부터 다가오더니 급기야 오전 내내 많은 비가 퍼붓더군요. 수업 준비를 하며 스팅의 ‘fragile' 과

이아립이 부른 ’물음표를 찍어요‘, 그리고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이라는 노래들을 번갈아 가며 한참을 들었습니다. 세 곡 모두 비가 내리는 소리와 비가 연상시키는 슬픔이라는 정서가 노래 전반을 슬프게 물들이는 노래들이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김수영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비가 온다 / 여보 / 움직이는 비애를 아느냐?‘ 라는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구절이...

 

  오전 내내 움직이며 떨어지는 비애의 눈물들을 바라보아서였을까요?

문득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썼던 이 시가 그냥 자연스럽게 망각의 기억 속에서 둥 두웅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가물가물해졌지만... 아직은 풋풋하고 순수하고 세상일도 사람을 대하는 일도 온통 서툴기만 했던 20대 초반에, 혼자 가슴앓이하며 먼 발치에서 외사랑하던 추억이 서린 시라는 것 정도만 얘기할게요.

 

  그렇다고 이 시가 그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의 이름으로 아련하게 떠오르는 대과거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오래도록 천천히 다가가 서서히 가슴에 물들어 오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서서히 젖을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젖어 버린 채 계속 먹먹한 눈물의 비를 맞아야만 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니까요.

 

  다들 깊고 고요한 밤 맞으시기를 촛불 켜놓고 기원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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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을 보며 별을 떠올리다

 

 

 

낮에 켜있는 가로등에

울컥하던 날이 있다

차단되어야 할

반드시 전원을 꺼야만 할 시간에

눈을 밝히고 한 자리에 서서

나무처럼 뿌리내린 그리움이

아무리 등을 켜들어도

너무나 밝은 햇살 한 줌에도

사그라드는 생

 

나였구나

너였구나

환한 대낮에 어둠처럼 먹먹해지는 시간

 

밤이 깊어지면

오늘밤

둥근 초를 켜들어야지

 

끌 수 없는 어둠을 끄기 위해

지상의 별들이 눈을 밝히고 있듯이

 

내 안에 환한 등 하나 켜야지

마음의 심지가 타들어 가며

재처럼 주저앉고 가라앉는다 해도

생이여!

잠 못 드는 너를 생각해야지

너의 상처를 오롯이 비춰야지

 

눈물이 왜 순정한가를 비로소 알게 될거야

아픔을 아파하는 게 왜 지순한 사랑인지를 더디게 알게 될거야

 

 

꺼뜨릴 수 없는 이 미친 그리움은

끝없이 윤회하고 말거야

 

이 별에서 저 별로

저 별에서 이 별로

 

눈 감지 못한 별의 눈동자가

왜 지극히 너를 들여다보는지

너도 올려다 보게 될거야

 

 

  

--- 낮에 켜 있던 가로등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전원을 꺼야만 하는 낮의 시간에 쓸쓸하게 눈 밝히고 나무처럼 서 있던 가로등을... 그런 가로등을 보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햇살은 눈부시고 그토록 환한 대낮인데도 깜깜한 밤처럼 마음은 물기를 머금고 그저 먹먹해지기만 했습니다. 그 가로등이 마치‘나’처럼 사랑하는 ‘너’처럼 느껴져 그 아래 한 자리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가 한참을 아무도 듣지 않는 휘파람을 불다 저물 무렵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책으로 뒤덮힌 서재 책상에 둥근 초를 올려 놓았습니다. 집 안의 전원이란 전원은 모두 차단한 채 온전히 촛불만 켜놓았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고서는 하늘에 뜬 몇 안 되는 별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별빛이 별의 눈이라면 그 눈빛은 너무나 먼 곳에서 쓸쓸하고 침침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아득히 먼 곳에서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소금기 눈물을 떨구는 지순한 사람이 저 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리고 어쩌면 이 방에 불밝힌 저 둥그런 촛불이 지상의 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 순간 내 안에 환한 등 하나가 작은 불빛을 켜드는 게 아니겠어요?!

 

 저 먼 곳의 별들이... 당신도 없는 이 빈 방의 작고 둥그런 촛불이... 그리고 내 안에 소리없이 켜든 등불이 어찌 저 막막한 어둠을 끌 수 있겠습니까? 끌 수 없으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어둠을 끌 순 없어도... 어둠 속에 있는 당신의 상처와 아픔을 조용히 비출 수 있다는 사실 아니겠어요! 오롯이 비춘 당신의 아픔과 상처에 따스한 온기의 불빛으로,,, 마음은 이렇게 침묵의 손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그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절절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밤이었습니다.

 

 아~~ 생각커니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일은 얼마나 깊고 그윽한 영혼의 영역인가요?!

 

 다들~ 마음의 심지를 태우며 그리워하는 사람의 상처에 등을 밝히는 깊은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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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밤하늘

바람개비를 달았나

 

지상에선

더 이상 굴리지 않는

그리움 못 박아

 

시린 바람에

맨살을 떨고 있나

 

모두가 잠들어버린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입김을 불면

팔랑팔랑, 가슴

한가운데를 돌 것만 같은

 

아직은

바람을 마주 선 내 손을

기다리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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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의 사랑노래

 

   

1.

온다는 말도 없이

내리고 있어

소리없이

첫눈

 

2.

기다리는 자에게

모든 눈은 첫눈이야

모두가 잠든 새벽

잠 못 들고 눈밝히는 눈으로

무언가를 누군가를 간절히

기도하는 자에겐

언제 와도 언제 봐도

첫눈

 

3.

어제 새벽 첫눈을 바라보며

소주를 마셨어

그럴 때 눈은 펑펑 내리는 게 아니야

푹 푹 내리지

발목까지 허리를 넘어 검은 눈동자만 남기고

어둠의 심연을 모조리 그러나 소리없이 삼킬 것만 같이 정말

푹 푹 내리지

 

4.

저 멀리 북방의 만주를

아직도 떠도는 백석의

흰 런닝구가 불현듯 떠올랐어

때가 절고 구멍이 송송 뚫려 바람 새는,

 

화롯불을 부여잡은 채 흰 바람벽을 바라보며

아니 들여다 보며 그는 무엇을 그토록 그리워했을까

남쪽의 평북 정주

더 남쪽의 비릿한 바다내음 나는 통영을

북쪽 저 멀리 바이칼 호 넘어

러시아의 상테크부르크 옆

자작나무숲에 깃든

나타샤

 

5.

자작나무숲으로

사람이 아닌 숲의 정령들이 이끄는 대로

그 안의 오두막에 가는 건

세상에게 지는 게 아니지

뒤돌아보지 않는 아니 뒤돌아 볼 수 없는 저

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거겠지

그래 백석, 그의 영혼과 함께

독주

내가 느끼는

눈 오는 날의 유일한 시인

 

6.

베아트리체

단테가 사랑한 소녀가 아닌

 

‘나무를 마음에 새긴 몸’

베아. 트리. 체

이 무지한 명명법을 비웃어도 좋아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나의, 나만의 베아트리체

 

어디에? 너는

 

7.

쓸쓸한 해안의 눈보라를 떠올려

조용히 이름을 부르면 눈처럼 부서질 것만 같은 그 곳

이슬라 네그라

 

거기 있을지도 몰라

길게 뻗은 해안

뜨겁던 여름이 다 지고

언제나 사랑의 예감이 바람과 눈으로 불어

내리는 거기

멀리

이슬라 네그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는 유명한 제목을

겁 없이 차용하고 싶어

‘이슬라 네그라 거기에 가서 나는 죽다’ 라고

행복한 유언을 남기고만 싶은 곳

 

그곳은 남반구

눈이 내리지 않는다 라는

이성적인 설명은 사양하고만 싶은

언제나 눈이 푹푹 내리는 내 감각의 영토

 

8.

미황사

거기도 눈이 내린다는 소식

친구가 아닌 바람이 전한 소식

 

이 세계의 변방

가장 쓸쓸한 변두리의 땅 끝 마을

감히 선언컨대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절

미황사

 

해가 질 때

해가 뜰 때

고요히 네 긴 손을 붙잡고

저 멀리를 오래도록 함께 바라보고 싶은

 

끝끝내 나만 알고 싶던

베아트리체

 

9.

그 이름 덕적

그러니까 덕적도

 

이별과 애도의 시간을 관통하며

작은 증기선을 타고

쓸쓸히 네가 다녀온 곳

 

돌아올 선착장 연안부두에서

언제 올지 모를 배를 기다리며

오래된 해삼에 소주를 기울이며

너를 기다리던 곳

 

너보다 오래 전

나 역시 홀로 추억의 끝 바위너설에 서서

비릿한 바다내음을 오래 마시다 왔던

예보도 없이 눈보라가 퍼붓던

 

덕적

 

10.

저물 무렵 아님 모두가 잠든 새벽

외롭고 허전한 그 시린 生의 시간에만

바라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별

 

금성

 

미황사 그 절 해우소 앞

어미 잃은 개 한 마리 목줄을 당기며

올려다 보던 밤하늘 거기

밥풀처럼 떠있던 그 개밥바라기

 

홀로 서는, 아니 서야만 하는 시간에 아프게도

멀리 멀리서 그리움을 말없이 부르는 그

 

현실인 듯 이상인 듯

아슬아슬 경계의 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은

그러나

반드시 눈이

눈보라가 내려

푹푹 쌓이고 있을

거기

금성

 

중력의 고마움을 모르는

지구별의 내가 너와 함께

가 닿고 싶은

무엇도 당길 수 없는 우주의 칠흑

그 심연의 어둠을 뚫고서

깃들고만 싶은

거기

 

11.

누구의 연인이었든

그 무엇이 인연이었든

지금 부는 바람처럼 나에게로 부는

바람

지금 내리는 눈처럼 나에게로 퍼붓는

첫눈

 

12.

서슬 퍼런 바람도

눈보라 치는 추위도 관념이 아니듯

사랑이라는 말은 결코 관념이 아니지

눈보라가 치는 거리로 나와보면 알아

유리창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건

사랑의 열망은 될 순 있어도 결코

사랑이 될 순 없다는 걸

 

13.

나올 수 밖에 없었어

눈보라를 맞으며 바람을 뚫고

언제나 목적일 수 없는 과정인

 

길 위에서 도무지

언제 멎을지 모르는 이 착하게 늙은 차

하얀 세피아

위로 새하얀 눈보라를

이 낡은 영혼이 되어

 

14.

아무 것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 어둠의

새벽

예보도 없이 눈보라가 퍼붓는

 

길의 종착역은 없어

세상의 길이란 길은 다 지워져 버렸으니까

 

그러나

베아트리체

내가 가는 길 위에

 

15.

미황사

이슬라 네그라

덕적 그 외로운 섬

그리고

금성

 

그 열망의 이름들은

동일한 메타포일 수 밖에

 

16.

바로

가는 길

간다는 그 어떤 생각도 없이

가고 있는 길

가야만 하는 길

 

목적이 아닌 영원히

과정일지도 모를

메타포

 

17.

이 지치고 비루한 몸이

낡은 영혼의 차를 얻어 타고

느리게 느리게 갈 수 밖에 없는

 

내 몸이 갈 수 없는 곳에서도

한 발 한 발 그리움을 디디는 마음의 길

 

18.

가는 길

내가 가는 길 위에

눈이 푹푹 나리고

눈 감고 바라본다

 

오늘도

거기

너의 가슴 속

 

19.

바로 거기

사랑의 은유

 

베아트리체

 

 

   

-- 어제는 하루종일 올 겨울 들어 눈이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세상의 길이란 길들은 모두 지워버리며 정말 펑펑 내렸습니다. 차를 두고 출근을 하는 새벽에 아무도 아직 밟지 않은 눈밭에 발을 디디는 데 소리없이 쿵쾅쿵쾅 가슴이 떨렸습니다.

  마치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던 그 순간 속으로 걸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 당신의 그 맑고 고운 눈에 제 눈을 맞추고 한참동안 서로의 눈에 서로의 모습을 비추던 순간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어제의 눈이 이 시린 겨울의 첫눈은 아닙니다만... 저는 가슴으로 사랑을 새기고 앓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모든 내리는 눈은 첫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녁엔 학교 근처 한 허름한 선술집에서 소주를 딱 한 병 마셨습니다. 창 밖에는 정말 백석의 표현대로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함박눈이 아름답게 내리고 내렸습니다.

 

  멀리 남쪽에 계실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거기에도 이렇게 눈이 침묵의 그리움으로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폭설 속으로 이 빈 몸을 끌고 마냥 가고만 싶었습니다. 그 곳은 그리움의 힘으로 일년 내내 눈이 그치지 않는 곳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곳은 덕적, 미황사, 이슬라 네그라, 금성... 제가 그토록 가고 싶은 공간의 은유이니까요!

 

  그 곳은 바로 당신이 고운 눈으로 여전히 나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아름다운 눈의 나라!

 

  바로 당신의 가슴 속!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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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   -작은 연가戀歌

 

 

 

표절인지도 모르고

한 번뿐인 인생을 표절로 사는

사람들은 모르지

환상으로 시작해서

환상으로 사랑을 완성해

황홀하게 미소짓는

피그말리온들은 모르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우물 속으로 뛰어든 그런

나르키소스들은 모르지

 

아무리 멋있고 우아하게 살았다 자부해도

그건 서글픈 데쟈뷰인걸

이 세상 모든 여인보다 아름다운 아름다움이라해도

그건 심장이 뛰지 않는 갈라테이아

춤추는 마리오네뜨 같은 인형인걸

호숫가 근처 처연하게 맑은

수선화 그 꽃이 피었다해도

그건 한 번도 남을 사랑해보지 못한 외로움인걸

 

육체의 어딘가에

사랑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모르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모르지

단테의 사랑을

베아트리체

 

묻지 않아

사랑은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아

그냥

사랑하는 거야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거야

 

 

 

--- 길이 우리 삶의 메타포라는 흔한 비유는 식상하지만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하루 하루 길을 걷는 일은 인간의 몸을 받은 우리들이 피할 수 없는 삶일 수 밖에 없구요. 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아파하고 가슴 깊이 그 사람을 마음에 새기게 될 것입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죽을 때까지 사랑한 소녀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단테의 사랑을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가슴 속에 새기고 사랑하는 영혼의 이름을 베아트리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일을 진정 그 사랑의 대상을 온전히 사랑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믿습니다. 그런 믿음으로 사랑함의 행위를 실제 하고 있다고 굳건히 믿구요. 그러나 누구의 잘못이었든지 간에 사랑의 감정이 거짓말처럼 끝난 오랜 시간 후에 불현듯 그것이 그 사랑의 대상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지극히 사랑했다는 불편한 진실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부끄럽지만, 고백컨대~ 저는 지금껏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자기 자신)를 사랑하는 나르시스였습니다. 그 사람에게 투영된 '나'의 이미지를 지극히 사랑해 왔던 것이었지요. 해석의 다양함 때문에 꼭 그렇다 말하긴 그렇지만,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의 마지막 구절 역시 그렇습니다. '내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라는 가슴 아픈 탄식은... 아프게도 제 가슴이 슬프게도 고백해야만 했던 한탄이었다는 걸 뒤늦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의 중심에 저의, 저만의 베아트리체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을 통해 저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지극히 아픈 상처와 흉터들을 눈물을 흘리며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비루하고 누추한 영혼이지만, 내 아프고 병든 영혼의 눈으로 당신의 맑고 고운 모습과 서럽게 아픈 눈물까지 비추어 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란 나의 눈으로 너를 비추는 것이자 동시에 너의 그 검은 눈동자가 비춘 나의 모든 것들을 용기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려 준 사람이 바로 베아트리체였습니다.

 

  사랑한다면... 묻지 않아야 한다는 서러운 진실을 알게 해 주는 사람이 지금 당신 곁에 있는지요?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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