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폐인이라고 말했다.
나는 자꾸만 방싯방싯 웃었다. 그거 참 좋은 말이군요.

하지만, 나는 아직 '폐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폐인... 폐인... 자꾸만 발음하다 보면 패인(PAIN)하고 소리내게 된다.

폐인은 내게 PAIN이다. 폐인! - 아, 고통
고통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자!

폐인!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은 결코 남을 해치지 못할 것이다.
'고통'을 가슴으로 느끼는 자는 남을 '고통'으로써가 아니라
'사랑'으로써 대하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자는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사람일
것이다.

나는 여지껏 내 '고통'만을 예민하게 감지해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타자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고통'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자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폐인이 될 수 있겠나!

나도 폐인이 되고 싶다! 아,

아름다운 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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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낡아 구멍난 하얀 런닝구를 쭉 찢어 걸레를 만들었다.
방 안 구석구석을... 한 자리를 너무 오래 지켜 먼지가 켜켜이 내려 앉은

책들의 몸을...  닦았다. 거울을 닦듯이 열심히 닦았다.


닦는다는 것... 해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저분하고 때에 절었던 것들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음짓는 일을 바라본다는 것... 룰루랄라 휘파람까지 부르게 된다.
그러나 곧 잊어버리고 만다.

나와 내가 가진 것들의 깨끗한 몸과 마음을 위해 까맣게 어두워지는

걸레의 얼굴...

 

어렸을 때 구멍난 하얀 런닝구와 빤스를 입고 장사 나가시던

어머니의 얼굴... 씻어도 씻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의 더께들...

내 몸의 먼지를 위해 언제나 제 온몸으로 바닥을 훑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말- 걸레같다는 말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말- 걸레같다는 말
걸레같은 놈과 년이 하나 둘 많아지는 날

세상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면서 맑은 미소를 보내겠지.

아, 나는 언제쯤 걸레같은 놈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걸레같은 놈이 아니라는 사실... 바로 거기서 시작...

자 준비하시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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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보면 늘 '대안이 뭐죠?'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대안'... 비판하는 자에게 던져지는 말... '대안'
'대안' 없음이 바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세상은 너무나 분명한 걸 요구한다. 세계의 질서가
삶이 사랑이 고통이 그렇게 명확한 질서로 이루어졌는가!
삶의 대안은 무엇인가?

사랑의 대안은 무엇인가?

고통의 대안은?

나는 '대안'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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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족한 인간이다. 너는 부족한 인간이다.
인간에게 어울리는 가장 적절한 어휘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결핍! - '부족하다'는 말만큼 인간을 잘 표현한 말이
도대체 어디있겠나... 그러니,

'너는 참 많이 부족해.'라는 말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자.

그 말은 곧 '너는 참 많은 것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족한' 인간... 나는 '결핍'의 인간...

'부족함'이 결국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상상력, 죄의식, 날개, 눈물, 절망, 희망, 사랑...

바로 그런 '인간적'인 것들...

신들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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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어요? 그 시시한걸... 약간의 비웃음을 머금고
살짝 웃는 사람들

시는 물론 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시한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 작은 존재들을 시시하지 않게 빛나게 해 준다.

시를 싫어하거나 시를 시시하다고 조롱하는 자들은
시시한 것들을 시시하게도 쳐다보지 못했던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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