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대한 사색

 

 

   

살아오면서

살아가면서

 

결핍이란

늘 이 생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였지

 

부족함이란 어쩌면 영원한 환상幻想

멈추어 서서 뒤돌아 보며

정말 참회해야 할 일이란

 

나의

당신의

우리의 가슴 안에

사랑이 없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유일한 가난

 

 

 

--- 살아 온 나날들을 고요히 뒤돌아 보면 인간은 누구나 결핍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지요. 특히, 사랑이라는 인간의 행위에서는 더욱 그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나간 사랑이든 지금 사랑을 하고 있든... 행여 자신이 받았던 사랑의 기쁨으로 기뻐하는 게 아니라 받은 상처를 지속적으로 떠올리며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굳이 저 유명한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을 되새기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행위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며 빼앗기는 행위가 아니라 지극히 얻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부족한 것 때문에 남과 비교하고 괴로워 하지 마십시오.

사랑에 있어서든 삶에 있어서든

  부자는 결코 많이 갖고 있는 자가 아니니까요!

  진정한 부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겸허히 인정하고 지순하게 제 가진 마음 한 자락 마저 내어주려 애쓰는 자일 겁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역설을 사랑하고 싶다면 믿으십시오.

  많이 주는 자가 결국 많이 받는 자이고, 결국 사랑의 부자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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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포장마차

 

 

 

그만 마시라는

아주머니의 잔소리에

 

등 떠밀려

밤길로 나선 순간

 

나를 싣고 온

막차가

 

잠든 모습을 보았다

웅크린 채 코를 골며

 

다른 버스들과

어둠의 한 이불을

살포시 덮고

 

별빛 아래서

곤한 잠을 자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눈물을 흘리며

 

막차에게

절을 했다

 

 

 

 

--- 지금도 그 노선 버스가 다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사라졌겠지만 134번 버스... 제가 다니던 대학에서 동대문 종로 신촌 등지를 거쳐 서울의 가난하고 외진 동네였던 북가좌동의 허름한 차고지로 들어가곤 했던 그 완행버스. 그 시절 가끔씩 저는 이 버스를 타고 무작정 종점까지 가곤 했습니다. 종점까지 가서는 다시 되돌이표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곤 했습니다. 이 가난한 몸을 뉘일 지상의 방 한 칸이 있는 대학 근처의 자취방으로...

  가고 오는 그 버스 안에서 저는 이성복과 최승자, 박남철의 시집을 읽었습니다. 네루다와 로르까, 파울 첼란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들을 읽었습니다. 그냥 무슨 뜻인지 해독하는 건 제 몫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도심의 변두리에서 서울 중심의 한복판을 거쳐 다시 변두리를 왔다갔다 하는 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그저 느릿느릿 시집을 읽었다 바깥의 저 무수한 인파의 거리와 도로를 바라보기도 했다 하는 그 시간이 그저 좋았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오늘 하루쯤은 가서 돌아오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134번을 탔습니다. 다소 늦은 밤이었어요. 종점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계란찜에 우동 한 그릇을 안주로 술을 마셨습니다. 많이 마셨습니다. 그 시절, 그 침침한 카바이트 불빛 아래서는 혼자 술을 마실 수 있는 묘한 아우라가 형성되곤 했으니까요! 

 

그리고는 시에 쓴 그대로입니다. 정말 모두가 잠든 것만 같은 깊고 고요한 밤이었구요.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제가 지상의 삶을 위해 몇 시간 머물러 지하로 내려간 곳이 24시간 만화방이었다는 사실만 빼구요~!

 

종점에 가시면 한 번쯤 돌아오지 마시기를~

종점 근처 허름한 선술집이 있다면 꼭 그곳에서 소주 한 잔을 꼭 들이키시기를~

종점에서 자신을 싣고 온 막차와 그 위에 뜬 처연한 별들과 깊은 어둠을 조용히 응시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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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연가   -우산

 

 

그대의 떨리는

손이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체온이

 

내 가는 살의

영혼을

하늘로 펼칠 때

 

어차피

나의 운명은

 

그토록

젖어 드는 것

 

우울한 비가

멎지 않도록

 

자꾸만 자꾸만

가슴에 스미는

빗물을 튕겨내는 것

 

 

 

--- 오랜만에 비가 내리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날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늙으시는 어머님의 허리와 다리가 어젯밤엔 그리 쑤시다고 할 때 예감했어야 했는데... 그 어떤 예보보다 놀라운 예감이 이렇게 비가 되어 내리더군요.

  원래 비를 맞고 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서~ 평소 같으면 그냥 제 머리를 막아 주는 허름한 모자 하나 믿고 바깥 산책을 나갔을 텐데... 아직도 이 나이든 늙은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님의 잔소리 덕에꺼내게 되었습니다. 신발장 한 구석에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꼿꼿하게 서 있는 우산을~

 

  생각했던 것보다 비는 훨씬 많이 내리고 내렸습니다. 가는 우산살을 잔뜩 흐린 하늘을 향해 펼쳤을 때 마른 버즘같은 먼지들이 자꾸만 촉촉한 땅으로 떨어지더라구요. 아~ 우산 이 영혼도 누군가를 한참동안 기다리고 기다렸겠구나!  누군가를 대신해 하늘의 눈물을 대신 맞을 수 밖에 없는 비오는 날이 어쩌면 이 영혼에게는 역설적이게도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구나!  온통 슬픔과 우울한 비여도 멎지 않아야 그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겠구나!

 

  사랑이란

  밝은 날이 아니라 온통 흐리고 슬픔으로 젖어야만 하는 시간에 그 사랑의 대상이 되어

  그 사랑의 대상 너머의 그늘에서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해야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꾸만 사랑하는 당신의 한복판으로 쉴새없이 떨어져 내리는 슬픔의 눈물을

내 온 몸과 가슴으로 받아내고 튕겨내고 싶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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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해가 진다

해가 질 때

생은 아프다

사랑도 아프다

아픈 사랑을 가슴에 품고

해 지는 두물머리를 걷는다

 

흘러가는 두 강이 하나가 되기 위해

온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순간의 모습

바로 저것이 너와 나의 사랑이었나

 

강물을 슬프다고 했었지

두 강이 만났어도 아직은

먼 길을 흐르고 흘러야만 하는

그런 막막한 아픔이라고

슬픈 운명의 낙인을 손쉽게 찍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너도 없는 저물 무렵

독백의 편지로 다시 중얼거리고만 싶네

 

결코 슬픔도 아픔도

비극적 생의 주인공도 아니라고

강은

가 닿아야만 하는 바다가 있어

슬프지만 기쁘다고

멀고 먼 그리움이어도

고단한 몸을 쉬지 않는다고

길고 긴 기다림이어도

조금씩 조금씩 너에게 가고 있다고

 

해가 진다

해가 질 때

생은 아프고 사랑도 아프다

미완성인 사랑이 만나

멀고 먼 길을 가는 두물머리

 

네가 없는 그 곳에

해가 지고 있다

 

 

 

--- 외롭고 쓸쓸할 때... 불현듯 우울하고 막막하여 마음이 스산해질 때... 괜히 마음 시리고 오래 전의 상처가 덧나 깊어만 갈 때... 그리고 사람이 그리워 질 때...

 

  저는 두물머리에 가곤 합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지요. 두 강은 만나지만, 이 곳에 가보면 혼자 걷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옛사랑을 그리거나 헤어짐의 아픔을, 기다림의 먹먹함을 한 발 한 발 디디러 온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의 풍경은 마냥 슬프거나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처연하게 아름답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두 강이 아름답게 만나는 이 곳에서 누군가를 만났고 함께 걸었던 사람은

반드시 연어가 되돌아 오듯 이 곳으로 다시 거슬러 오기 마련입니다.

 

  생이 아프신가요?

  지나간 사랑 때문에 가슴 저미신지요?

  지금 현재의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저릿저릿 아프신가요?

 

  그렇다면  

  해가 지는 두물머리 그 곳으로 가보라고

  강 위로 부서지는 햇살을 안고 한참을 저벅저벅 걷고 또 걸으시라고

  두 강이 아프게 온 마음으로 만나 멀고 먼 바다를 향해 아프게 흐르고 흘러가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또 보고 오시라고

 

  강추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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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바리 2014-01-3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기 계셨네요~^^

poet30 2014-01-3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찬곤샘!^^ 너무 반갑다!ㅎㅎ 이 공간에 글들 갈무리해 두려구~!
 

저물 무렵의 연가戀歌

 

   

 

저물 무렵

누군가가 떠난 자리

누군가는 남아

 

너를

어딘가에 있을

방문을 닫은 채 소리없이 울고 있는 너를

온전히 생각하는 시간

아니

뼈를 관통하는 통증으로 오롯이 새겨야만 하는 시간

 

부드러운 바람의 여린 손목에도

꽃은 이미 지고

퍼렇게 멍든 잎들이 아프다 아프다고

소리없이 흔들리는 시간

 

떨어진 입들을 쓸쓸히 담으며

마음에 입맞춤하는 시간

멀리 저 먼 곳에 있을 파묻고 우는 네 어깨를

긴 손가락을 들어

다독 다독 해주고만 싶은 시간

 

어둑어둑 아무리 어두워져도

토닥 토닥 괜찮다고 말없이 안아주고 싶은 시간

 

먼 곳에

제 아무리 멀리 있어도

뜨는 별의 그리움으로

한 백 년은 깊어지는 시간

 

한없이 어두워지고 어두워져도

서러움이 나를 이길 수 없는 시간

파묻히는 어둠으로 영원히 사라져

밤의 미아로 떠돈다 해도

별빛의 눈동자

너의 바탕으로 영원히 저물겠다는 다짐

 

누군가가 떠난 자리

누군가는 여기에 남아

 

너를

너만을 연주한

너의 노래를 오래도록 듣는

 

 

 

 

--- 해가 질 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루가 또 하나의 일생이라면... 그렇게 환하게 세상을 비추던 태양도 어둠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시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제 몸을 바스러 뜨리며 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삶도 사랑도 그렇습니다. 인간의 몸을 받은 존재이기에 영혼이 깃든 육체는 시간이라는 숙명 앞에서 조금씩 조금씩 소멸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끝날 수 밖에 없는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한 생을 살아가며 사랑하는 일은 운명적으로 서럽고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환희의 순간보다는 외로움과 아픔의 순간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물 무렵 누군가를 그리고 보고파 하고 사랑하는 일은 그 사랑하는 사람의 소멸의 운명과 슬픔, 지독한 외로움과 그늘을 사랑하는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물 무렵 누군가를 뼈저리게 그리워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해가 질 때 아프다고 너무나 아프다고 말했던 사람이 당신 곁에 있었거나 있으신가요?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그렇게

저물 무렵 뼈아픈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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