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미술의 고백 -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칠 현대 미술에 대한 다섯 답안
반이정 지음 / 월간미술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미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는 중에도 ‘현대미술’은 어딘가 친숙하지가 않다. 세기와 국경을 초월한 옛 미술보다 ‘현대’의 미술이 오히려 대중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나만 그런가?) 게으른 성격 탓에 그리 열심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지만, 현대 미술을 설명하는 글과 책의 도움을 받으려고 몇 번 시도해보았는데 대부분 허사로 돌아갔다. 그들의 입장은 대체로 둘 중 하나였다. 지나치게 심오한 의미를 주어 거부감을 느끼게 하거나,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세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하고 이렇게 쉬운 걸 ‘모르는 나’를 무안하게 하거나.


<<새빨간 미술의 고백>>은 그런 점에서 반가운 책이었다. 저자는 “관념적 용어로 작가의 천재성을 추켜세우”지도 않고, 현대미술은 그저 만만한 것이니 걱정 말라고 무작정 안심시키지도 않는다. 저자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창은 ① 패러디 ② 적극적인 사회비판 ③ (소재의) 경량화 ④ 옥(미술관)외 예술 ⑤ 타 장르(특히 미디어)와의 교류다. 이 다섯 항목에 따라 차근차근 2000년 전후의 다양한 작품 60여 편을 소개하는 저자의 설명은, 다정해서 마음이 놓이면서도 감상자가 알면 더 좋을 포인트들을 집어주어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무엇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의문을 가지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슬쩍 꼬집어, 이 미술평론가도 내 편이구나 하는 웃음을 짓게 하는 것은 저자의 특출한 장기였다.




안규철 <흔들리지 않는 방> 2003 (사진은 다른 데서 갖고 왔다. 물론 책 속 도판이 더 좋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삶의 기물들을 각목으로 엮어서 단단히 묶어두고 있다. 흔들림에 대한 저항은 불안전한 현실에 대한 강박증을 반영하며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이다.” (125면. 이건 저자가 인용한 ‘작가의 해설’이다.)


이 꼭지 말미에 저자는 덧붙인다 : 이 작품은 인생의 잠언을 담고 있지만 주재료가 각목인 탓에 제작비는 얼마 안 들었겠네요. 그렇지만 인건비와 노동량은 장난 아니었을 듯하죠? “불안정한 현실에 대한 강박증이 반영”된 게 맞는 듯. 예술도 삶도 이처럼 영원하고 지루한 막노동인지도 모릅니다. (127면)


(아무래도 작품 창작자보다도 저자가 작품에 대해 더 잘 아는듯한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소년 마네킹 셋을 목매단 작품,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목매단 아이들>에 쏟아질 비난에 대해 저자는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마음의 상처는 어쩔 거냐”고요?

만인의 마음에 위안과 안정을 기약하는 것은 더 이상 현대미술의 과제가 아닙니다. (152면)


나처럼 눈이 어두운 사람도 현대미술의 경향을 짐작하게 하는 책, 아니 그보다, 적어도 현대 미술에 거부감을 덜어주는 책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 

별을 하나 뺀 이유는 : 편집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다. 늘 설명이 먼저 나오고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 데 좀 방해가 된다. (물론 매 꼭지마다 신경 써서 작품을 먼저 찾아봐도 되겠지만, 독자를 좀 생각해줬으면 하는 서운함이.) 그리고 전시장의 조형물인 경우 아마도 미니어처로 추정되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이게 작품을 찍은 사진인지, 아니면 사진 자체가 작품인 건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 정도 작품들은 유명하니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고양이들은 모르고) 작품 옆에 이런 저런 정보를 싣는 게 보기에 예쁘지 않았다면, 책 뒤에 목록을 만들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기왕이면 작가들의 국적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걸. 뭐, 고양이들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5-2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은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많아서 놀라게 되요.
그래서 아마 더 친해지지 못하는것 아닐까요.
이 책 한번 보고 싶네요.

네꼬 2007-05-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 별로 부담을 갖지 않고 읽어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더라고요. 전 친해지는 것은 좀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흥미는 갖게 되었어요. : )

2007-05-26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26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어머나, 이렇게 찾아주시다니, 당황스러운 한편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저는 독자로서 불만이라기보다 서운하다는 뜻입니다. 그냥 제 생각에, 그랬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 ) 좋은 책을 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도 정말이에요. : )
 
로큰롤 보이즈
미카엘 니에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는 성장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표지가 이런 책은 읽지 않을 수가 없다. 까만 레코드판이 절반을 채우고 있다니. 이건 ‘이래도 안 읽을래?’ 하는 위협에 가깝지 않은가 말이다. 난 이미 충분히 자란 어른인데, 남의 성장담-그것도 저 먼 스웨덴의 시골 이름도 어려운 ‘파얄라’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라니 과연 내가 동화되어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거의 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첫머리를 추억담으로 장식하지 않고, 이제는 어른이 된 내레이터가 산 속에서 곤경에 처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거의 죽을 뻔한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고통스럽게,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상쾌하게 그 복잡하고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린다는 것이, 멋지다.


이제 겨우 도로가 들어오기 시작한 스웨덴의 시골 마을, 마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비틀스를 듣고 음악에 빠져든다. 물론 처음에는 헛간에서 록가수를 흉내 내며 입만 뻥긋거릴 뿐이었지만 마침내 입을 벌려 소리를 내게 되고, 친구와 함께 펼친 발광에 가까운 공연이 뜻밖에 호응을 얻으면서 음악을 향한 마티의 질주는 계속된다. 그러는 가운데 순박하고도 억센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혼식에서 집안의 담력을 자랑하기 위해 사우나를 견디는 어른들은 미련스럽다 못해 귀엽기까지 하고(승자는 뜻밖에도...), 어른들 못지않은 허풍으로 몰래 술마시기대회를 여는 소년들의 담력(!)과 주정도 생동감 넘치는 묘사에 힘입어 마치 ‘우리 시골’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유령과 마녀 이야기처럼 꿈인지 실제인지 모를 이야기도 열에 들뜬 사춘기 소년들의 것이어서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면 마을의 변화와 소년이 자라는 것, 광란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음악’이 되어가는 것이 어딘가 닮아 있다. 자란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몸이 커지고 생각이 성숙해지는 것이 자라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훨씬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남아 있으니 그것은 ‘마음’이 자라는 것. 점점 세계를 알게 되는 데 있다. 그리고 기꺼이, 세계 속의 내 자리를 잘 알고 그 자리를 받아들이면서 세계로 나오는 것. 파얄라도, 소년들도, 그들의 음악도 그렇게 자라고 있다.

 

"크느라고 고생이다." 이 말은 사실 이 책이 아니라 성석제의 <<궁전의 새>> 나오는 말이다. <<로큰롤 보이즈>>를 읽는 내내 성석제의 소설이 생각난 것은 우연일까? 비틀스를 처음 듣고 “피를 흘리며” “얼이 빠진 채” 정신을 놓았던 마티처럼, 어린 원두도 기타 소리와 그 (말도 안 되는) 연주자에 매료(혹은 매수)되어 곳간의 쌀을 훔쳐낸다. 그런 원두에게 뜻밖에 관대한 처분을 내린 할아버지가 혼잣말하듯 하신 말씀. “크느라고 고생이다.” 이따금 어려운 일을 겪거나 상처를 입은 날 잠자리에 들 때면 나는 이 말을 떠올린다. 마티와 그의 일당이 열에 들뜬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조금씩 자랄 때마다, 역시 이 말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다 컸다고 생각한 나도 아직 자라는 중인지 모른다. 당신도 이 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의 나이가 몇 살이든 개의치 말고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시길. 예나 지금이나 여기서나 저기서나 누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위로를 줄 것이다. 자라는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 참, 낭기열라 씨, 보내주신 북다트 잘 받았어요. (누군가 손으로 쓴 메모까지 넣어주시다니, 이러면 정말 ♡.♡) 하지만 이벤트에 당첨이 됐다고 해서 리뷰를 쓴 건 아니에요. (흠, 뭐 아주 상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좋은 책 내주어서 나도 고맙습니다. 낭기열라 씨, 앞으로도 화이팅!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7-04-2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제 보관함에 담겨있는 책인데요. 이 책은 그러니까 어느 쪽에 가깝나요? [시계태엽 오렌지]쪽, [호밀밭의 파수꾼]쪽. 이도 저도 아니면 독창적으로 참 재미있나요? 일단 땡스투예요. 정말 읽고싶은 책이었어요. :)

네꼬 2007-04-2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땡스 투라니, 처음이에요. 고맙습니다, 꾸벅.) 제가 써놓은 걸 보니까 중요한 얘길 안 한 것 같아요. 이 책은 무엇보다, 웃음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아마도 위의 두 권과는 구별될 듯^^) 한 대목 읽어드릴까요?

"그레게르 선생님이 때때로 우리 연주를 듣고서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선생님의 가장 뛰어난 점은 엄청난 참을성이었다. 우리에게 동시에 연주를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준 그 점심시간 때처럼. 선생님은 우리에게 몇 번이고 카운트를 해주었지만 나는 매번 셋에서, 니일라는 넷에서 시작했다. 잠시 반대가 되기도 했다. 마침내 우리가 둘 다 넷에서 시작했을 때, 선생님은 하나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다락방님, 우리집 앞에 복숭아꽃이 피었어요. :)


 
놀아요 선생님 - 남호섭 동시집
남호섭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님, 우리 놀아요!"라는 뜻인 줄 알았다. <<놀아요 선생님>>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책 속의 시를 읽어보니 그게 아니라, 음악선생님, 국어선생님, 할 때의 놀아요 선생님이다. 아이들이 툭하면 "놀아요" 하니까 선생님이 스스로 하는 소리다. '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 (놀아요) 그러니 이 시집의 제목은 얼마나 좋으냐. 공연히 어린이 입장에 서서 "선생니임~ 놀아요오~" 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스스로 "에잇, 난 놀아요 선생님이냐?" 하는듯한 이 당당함은(!). 학교까지 가는 길에 시골 버스 할머니들의 입담에 빠져 더 듣고 싶지만 할 수 없이 내려서는 자기 없이 잘도 가는 버스를 공연히 원망하고 논길 지나 자운영꽃밭의 '함정'에서 넋을 잃을 때쯤에 시인은 아예 대놓고 말한다. "이쯤 돼서 솔직히 말하면, / 나는 학교도 잊고 학생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솔직히 말하면) 

동시집의 우선 독자는 물론 어린이이다. 어린이덕분에 쓰인 시를 어른들도 읽을 수 있지만, 동시를 짓는 이라면 어린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좋지만, 잘 보이려고 하는, 그래서 애써 어린이 흉내를 내고, 동심을 다 간직한 '척'하는 시인들은 정말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남호섭 시인의 이 솔직함은 반할만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 마음을, 나보다 어린이들이 더 잘 알아보겠지!

시인이 간디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쓴 시가 시집 앞에 한무더기 있는데, 골고루 울림을 주는 시들이다. 아이들이 싸준 김밥을 들고 등떠밀려 소풍을 가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을 먹었다"고 좋아라 하고(스승의 날), "교문 없는 학교에는 / 교문만 없는 게 아닌 걸 알고 / 동네 개들이 다 모여든다"면서 (교문없는 학교) 은근히 학교를 자랑하는가 하면, 행동 느린 아이의 속내(한근이), 여름밤 별을 보며 자려고 침낭을 들고 나와 누워서는 "별들이 내려다볼 때/(...)/ 꼭 굼벵이 같아 보일 거야."(굼벵이)라고 속닥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아마도 학교에서 많이 멀지 않은 동네, 그러므로 아마도 시골에서 살고 있을 시인이 일상에서 건져올린 시들도 아름답다. "우리 집 방충망에 / 달라붙은 / 매미, 풍뎅이, 태극나방, 사마귀야 // 안녕, / 우리 집 이제 / 불 끈다." (불 끈다 _전문) 처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시들이 읽는 이를 기분 좋게 한다. 능청스러운 소 그림이 함께하는 "똥"이란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풀 뜯는 소가 똥 눈다. // 긴 꼬리 쳐들고 / 푸짐하게 똥 눈다. // 누가 보든 말든 / 꼿꼿이 서서 / 푸짐하게 똥 눈다. // 먹으면서 똥 눈다." !! '푸짐하게 똥눈다"니, 여기까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난다. "먹으면서 똥 눈다"니 에그 더러워, 하면서도 왜 이렇게 마냥 기분이 좋은 걸까!

어디를 봐도, 순수한 어른인"척"하는 시가 없다. 내가 이 시집을 사랑하는 이유다. 화자가 어른이면 어떻고 어린이면 어떤가. 단순한 문장에 진심을 실어 보내는 것만큼, 동시에 있어 강력한 무기가 어디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린 사람이 어른인지 아이인지 가늠할 수 없는 시, 그렇지만 누가 읽어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 '자전거 찾기'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좋았다. (이 시를 읽자마자 책상 앞에 옮겨 두었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마음과 되찾고 싶은 마음, 아울러 낡은 자전거를 훔쳐간 이의 마음까지 다 이해하게 하는 한 편의 동시를 여기에 옮긴다. (사실 좋은 동시의 힘이 바로 이렇게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것 아닌가.) 남호섭 시인을 생각하면 전문을 쓰기가 미안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이처럼 아름다운 시집을 읽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에서.

 

자전거 찾기

 

자전거 잃어버린 지

일주일이 지나도

나는 잃어버린 자리를

날마다 찾아간다.

 

자전거 살 때보다

더 설레며 갔다가

잃어버렸을 때보다

더 기운 없이 돌아온다.

 

내게 길들어

내 몸처럼 편안했는데,

녹슬어도 찌그러져도

힘차게 달렸는데.

 

함께 달리던 길을

혼자서 걸어서 돌아오며

훔쳐간 사람한테 욕한다.

그러다 얼른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일이라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던 그 사람이

영영 갖다 놓지 않을 것 같아

속으로도 욕하지 않기로 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1-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리뷰 따라 왔어요. 반갑습니다.^^
순수한 어른인 척 하지 않는 동시들,,,
마음이 움직입니다. 애써 어린이 마음을 흉내 내려는 동시들 간혹 보면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요. 놀아요선생님, 재미있겠어요.

네꼬 2007-01-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네? 추천리뷰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__=a (긁적) 차가운 제 서재, 별것아닌 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신 '첫분'이라는 거, 아이고, 영광입니다요. ((두근두근))

candism 2007-01-2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리뷰 보고 왔어요... 아침부터 눈물이 글썽... 이네요..ㅋㅋ
세상에 시들은 다 죽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런 시도 있었네요.
선생하는(또는 하던) 시인들은 선생 같은 시를 써서 싫었는데...
이분 시는 선생 같으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네요.
좋은 시집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꼬 2007-01-2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candism님. 시의 진심을 알아봐 주시니 저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이 시집은 정말 '선생 같은 시'가 아니라 '선생님인 어떤 사람이 쓴 시'들로 채워져 있어요. 공유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nada 2007-01-2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우주고양이님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이시네요. 축하드려요~~ 학교 다닐 때 선생이란 선생은 죽도록 미워했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마음이 쨘해요. 커서 보니 저도 잘한 건 없더라구요. 흐흐. 정말 훈훈한 리뷰입니다.

네꼬 2007-01-2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_=a 저 깜짝 놀랐어요. (꽃양배추님, 아까 제가 그집에 갔었는데..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7-01-3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되었네요. 축하 드려요.
참, 추천리뷰는요,,, 알라딘 마을에 들어가 보면 업데이트 되어서 나와요^^

네꼬 2007-02-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러게요. 참 별일이 다 있습니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 읽고도 한동안,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등장인물들의 슬픔에 대해 적어볼까, 그런 시도도 해봤고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에 대해 적어볼까, 해봤고

책과는 무관하게 나의 슬픔에 대해 적어볼까, 해봤다.

그래서 몇 종류의 독후감을 써봤지만 모두 실패였다.

읽고 난 책을 어찌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그저 가지고 다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책에 담긴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책 자체가

나에게 알 수 없는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

이 독특한 표지의,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책 한 권이

어떤 소리를 내며 혹은 체온을 가지고 내 곁에 있어주는 느낌은

마치 이제 막 눈에서 떨어진 눈물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고 가벼웠다.

 

 

아홉 살 오스카가,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깨달은 것처럼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격정적이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이 진술은

사람들이 각자 안고 있는 슬픔의 근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이 언제인지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하지만

기형도의 말마따나 예감은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늦은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사랑한다고 말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잘 들어두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울었던 것은

감정적 묘사나 극적 전개 때문이 아니었다.

오스카로부터 이웃집 블랙 씨까지 모두가 각자 머금고 있는 슬픔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오래된 눈물까지도 불러내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웃집에서 들려온 피아노 소리도

그 연주자의 슬픔을 읽게 하였고

책을 덮어 두고 켠 TV 속 개그맨의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그의 슬픔을 전하는 모스부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물이 고여 있는 신발을 신은 사람처럼

며칠 동안 슬픔을 밟고 다녔다.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각자의 눈물 신발을 잘 간수하고 조심해서 걷기를.

서로의 눈물 신발을 지켜주기 위해 따뜻하게 지켜봐 주기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표지의 마른 손이 책 속에서 드러나는 순간

아낌없이 눈물을 흘려도 좋으니 그렇게 하시길.

그것이 엄청나게 슬프지만 믿을 수 없게 따뜻하게

당신을 위로해줄 테니.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08-2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땡스투~

:)

네꼬 2008-08-24 17:23   좋아요 0 | URL
어머 나 왜 부끄럽지? =_=

다락방 2008-08-24 22:58   좋아요 0 | URL
음.
아마도 오래된 글이라서?

씨익.
:)

네꼬 2008-08-25 09:56   좋아요 0 | URL
응 왕 창피. 근데 이 책 되게 좋아요. 근데... 다락님이 나의 옛 글을 보아준 것이 더 좋아요.
: )

다락방 2008-09-2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선물용 땡스투 ㅋㅋ

다락방 2008-10-1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선물용 땡스투 ㅋㅋ
 
존 버닝햄 - 나의 그림책 이야기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존 버닝햄"이란 제목 때문에 당연히 자서전이라고 생각했다.

읽고서 ‘자서전’이라고 하기엔 뭣하다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부제가 ‘나의 그림책 이야기’이다. 그렇다.

정말 ‘존 버닝햄의 그림책 이야기’이다.


내가 정말 좋아라 하는 버닝햄 할아버지의 어릴 적 사진과

아주 간략한 어린 시절 추억들

그리고 할아버지의 주요 그림책과 그 탄생 배경이 담담하게 서술된

그림책 소개 그림책이다.

조금 허술한 면이 없지 않지만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할아버지의 귀여운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버닝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마부였는데

자동차가 대중화 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운전을 안 배워서

나중에 실직했다는 이야기 끝에

자신도 그래픽 디자인을 못해서 할아버지처럼 될까봐

때때로 걱정된다는 대목에서는

아,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슬며시 웃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보는’ 게 더 많았지만) 결론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체험과 훈련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불후의 명작 <<대포알 심프>>도 <<알도>>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도

다 그 과정을 거쳐 나온 거라고 역시 그렇다고

책을 읽으면서 확인했단 말씀.



*

이 책의 발문을 쓴 사람은 바로바로 모리스 샌닥이다.

대가들의 우정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