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시절, 방과 후 곧장 도서관으로 나를 달려가게 만들었던 책이 있었다.
한 번 책을 붙잡으면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처음 책 읽는 즐거움을 내게 가르쳐주었던 그때 그 책과 그 인물, 
명탐정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사실 그 셜록 홈즈와 왓슨에 필적할만한 두 인물을 다시 만났다고 몹시 호들갑을 떨고 싶었는데,
역자가 후기에서 "홈스와 왓슨 같은 느낌으로 가미나가와 사사키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진진하여"라고 선수를 치는 바람에 김이 좀 샜다.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표지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멋진 두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나는 이 중에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쪽을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가미나가’로
(책 속에서 가미나가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턱을 괴고 서 있는 쪽을 지적인 ’사사키’로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지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샤프한 이미지의 두 남자 주인공은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지적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미술 컨설턴트로 일하는 ’가미나가’는 셜록 홈즈에 견줄만한 명석한 두뇌와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림이 진짜인지 가까인지를 구분할 때, 혀를 사용한다.
"만약 가짜라면, 본 순간 쓴을 느낍니다. 잡초를 우려낸 것 같은 역겨운 쓴맛이죠.
진품이라면 단맛을 느낍니다."(p. 9)
단기대학 강사이며, 왓슨과 닮은 ’사사키’는 그림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은 우수한 인재이며,
이 사사키가 바로 사건의 중심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나’)이다.

그림의 소장과 거래를 둘러싼 소재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첫째는 서민이 근접할 수 없는 그림이 가진 어마어마한 재산적 가치 때문이고,
둘째는 진품과 수많은 모조품을 구분해내야 하는 지적 긴장감 때문이고,
셋째는 앞의 두 가지 이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사모님들이 주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설정은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데,
명화는 그것을 소장할 수 있는 재력뿐만 아니라
그 진가를 알아보고 감상할 수 있는 지적이며 귀족적인 품격까지 요구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권력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별난 그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탐욕과 욕망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책 속에서는 그림뿐 아니라 다른 예술품도 다뤄진다.)

이야기는 책의 제목과 같은 [천재들의 가격]을 시작으로,
[지도 위의 섬], [이른 아침의 열반], [논점은 베브메르], [유언의 빛깔]로 이어지는데,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 사건이다.
셜록 홈즈처럼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무궁무진한 시리즈가 나올 수 있는 구성이다.

사사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고, 천재 가미나가가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가미나가의 천재성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지적 미스테리 소설’답게 이야기마다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퍼즐을 맞추듯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그림과 역사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데,
두 주인공의 풍부한 지식과 천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조각 퍼즐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마다, 통쾌한 희열을 느끼며 읽었다.

내게는 셜록 홈즈’ 와 ’오션스 일레븐’을 섞어 놓은 듯한데,
이 둘을 능가하는 캐릭터와 명석한 두뇌 플레이를 펼치는 에피소드의 박진감,
게다가 순정만화 같은 느낌(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의 재미가 있다.
흥미진진하게, 재밌게, 단숨에 읽을 수 있을면서도,
명화를 감상하고 난 듯한 지적 욕구까지 채워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품격 있는 책이다.
천재 가미나가식으로 표현하자면, 단맛이 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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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잘 죽는 법 - 선물같은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사는 지혜
이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 계기는
내게도 다가올 죽음을 실감했을 때였다. 
죽음 앞에 맞닥뜨렸을 때, 아이러니 하게도 '사는 것'에 대해 지독하게 고민했었다.
때때로 살아가면서 하루 하루가 지겨워지거나,
또 삶이 허무하고 무의미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얻지 못할 때는,
기도원 옆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서 한나절을 앉아 있다 돌아온 적이 많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문제 앞으로 다시 나를 끌어다 앉힌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니,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 "어떻게 품위 있게 죽을 것인가?"

18년 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했다는 저자 이지현의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죽음을 교육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책이다.
그리하여 "어떻게 오늘을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의 목적을 요약하면 이것이다.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에서는 
그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을 교육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생명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왕같이 떠날 수 있을까? 
예의를 갖추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인간답고 아름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진정한 역동성이 부여되도록 죽음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을 통해 그 의미를 터득한다면 
삶이 삶다워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 27)


후지와라 신야는 "사람들이 죽음을 금기시하고 은폐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과대평가하고, 
죽음이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믿으며 산다"고 꿰뚫어봤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늘'을 함부로 살고
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이 쉽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나는 영생을 소망하고 천국을 바라보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때때로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인 듯 생활할 때가 많다.
그렇게 죽음은 늘 남의 일로,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착각을 한다.

많은 사람이 죽음 앞에서 "무엇 무엇을 할 걸"이라는 후회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후회는, 
"좀 더 많은 돈을 모을걸", "좀 더 출세할걸" 등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즉, 우리가 삶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성공이나 성취에 관한 후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후회는 
좀 더 용서하고 화해하고, 좀 더 사랑하고 화목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즉, '관계'에 대한 후회라는 것이다.

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언장 작성하기'를 몇 번 해봤다.
'유언장 작성하기'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재설정해주는 효과가 있다.
끝없는 욕심과 경쟁심에서 나를 놓아주고,
내가 놓아버려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포기해야 할 것과 집중해야 할 일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늘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긴장감을 준다.

[잘 살고 잘 죽는 법]은 죽음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주며,
평안히 떠나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명사들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가?'를 소개하는 장도 유익하다.
'부록'에서는 사전 유언장 작성 방법,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문, 
사전 자서전 만들기 8단계 과정, 가족사명서 만들기, 죽기 전에 준비해야 할 열 가지 등,
웰다잉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휴가를 이용하여 가족이 함께 읽고 직접 유언장을 써서 나누거나, 
소그룹을 구성하여 함께 토의하고 실천해보아도 유익할 듯 하다.

경험적으로 볼 때, 
삶, 특히 오늘에 대한 건강한 애착,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는 힘은,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에 대한 예의에서 나온다.
마치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기고만장하게 살고 있다면,
나에게 예정된 죽음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한 번 죽는 것은 예정된 일이고 피해갈 수 없다면, 폼나게 맞이할 각오와 준비를 하면 어떨까.
나의 오늘에 대한 해답에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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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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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받은 모든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다면, 
바로 고등학교 때 친구가 선물해준 친구의 일기장이다. 
그 친구는 1년 동안 꼬박 적은 일기장을 내밀며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가 간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기억해달라고 했다. 내 기억 속에 살아 있고 싶다고.
전쟁터 같은 세상으로 당당히 걸어나가기 위해 불면의 밤을 함께 보냈던 그 시절,
이제 막 영글어가는 자신의 내면 속에서 어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친구는 그 소소한 일상과 고민과 열꽃을 고스란히 적어 내게 주었다.
나는 친구의 삶을 응원하며 언젠가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하기를 바랬다.

글담출판사에서 펴낸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는 꼭 그 친구의 일기장을 다시 읽는 느낌이다.
그 격정을 이겨내고 이제는 전쟁터 같은 세상 속에서 
유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며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자신만만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착각이 든다.

간혹 "저 사람 멋지다!"라는 느낌이 들면, 친구가 되고 싶거나, 닮고 싶거나, 팬이 된다.
광고 만드는 일만 25년째 하고 있다는 마흔여덞의 김혜경 씨.
나에게는 ’선배’ 세대이지만, 그녀의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살면서 나이 들면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에게서 나는 전투적인 삶의 냄새가 그녀에게서도 난다.
그러나 오직 ’일’에 성공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며 올인한 흔적은 없다.
치열하면서도 여유롭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몰두하면서도 즐긴 흔적들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열정과 낭만이 가득한 삶이다.
그녀가 부러운 이유는 사회적인 성공이나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삶을 즐기는 여유와 자신만의 삶에 방식에 대한 당당함 때문이다.

비록 변두리지만 재개봉관을 두 개나 운영하던 아버지(미성극장 사장)가
그녀의 이런 당당함과 여유로움의 뿌리가 되어주었을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그러나 극장을 팔아 무리하게 관광호텔을 지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개미가 우글우글하는 시장통의 허름한 전세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그녀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이
어린 나이에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달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늙음의 힘은 때론 무난한 삶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그녀.
나쁜 것, 싫은 것, 무난한 것, 이런 것들을 포용해 주는 것이라고 나이 먹음의 미학을 노래하는 
그녀의 여유는 젊은 한 철을 후회없이 흐드러지게 살아낸 후에 맺히는 
열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는 김혜경 씨 뿐 아니라, 
김혜경 씨와 닮은꼴 친구 같은, 개성 뚜렷한 여덟 명의 여성 이야기가 더 들어있다.

"노래방을 간다. 낙서를 한다. 소리를 지른다. 지칠 때까지 쏘다닌다. 슬픈 영화를 본다.
뒷담화를 한다. 쇼핑을 한다. 잠을 잔다. 마구 먹는다. 인형을 팬다. 휴지를 찢는다.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나는 주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쏘다닌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좀 있을 때의 방법이고,
시간도 없고 아이디어까지 급박한 시점이면 나는 과자를 산다. 
씹히는 소리가 가능한 현란한 것으로.
아그작아그작 ...... 바스러지는 과자에 스트레스도 씹힌다."(p 237)


별난 교훈이나 특별한 이론은 없지만, 
사뿐사뿐 경쾌하게 살아가는 친구의 일기장을 읽듯 잠시 쉬어갈 수 있고,
나만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성공한 여자에 대한 시기심보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희망차고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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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8
로사 조르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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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가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의 콘타렐리 예바당에 걸리 위해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이다. 예수의 부름을 따르는 세리 마태오라는 주제는 후일 카라바조의 추종자들에 의해 자주 모방되었다(p. 66).>

카라바조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Michelangelo Merisi)이다.
’카라바조’는 그가 태어난 마을의 이름이라고 한다.
’빛과 어둠의 대가’라고 불리는 카라바조는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화가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화 그의 작품 ’성 마태오의 소명’(p. 66) 때문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을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이 작품은 신앙적으로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로니에북스가 펴낸 [카라바조]를 읽으며, 
나는 화가 카라바조가 다른 화가들은 주제로 잘 다루지 않는
마태의 소명 장면을 이토록 강렬하게 그려냈는지 알 것 같아 흥분되었다.

예수님의 12 제자 중 한 사람인 ’마태’는 당시 사회적으로 멸시 받았던 ’세리’였다.
지배국 로마를 위해 자신의 민족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세리’는
우리나라의 역사로 볼 때, 친일파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세리를 얼마나 미워하고 싫어했는지, 문둥병 환자나 돼지와 같이 취급했으며,
심지어 세리는 성전 출입도 금지되었고, 재물을 받치는 것도 금지되었다.
사회적인 소외의 대상이었던 세리는 성경에서 ’창녀’나 ’죄인’의 친구로 묘사된다.
세리라는 직업으로 재물은 많이 모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멸시와 천대와 모욕을 당했던 세리는 창녀들과 어울리며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카라바조의 생활이 세리의 생활처럼 어둡고 칙칙하다.
[카라바조]의 저자는 <카라바조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진지하면서도 약간 까다로워 보이는 카라바조의 표정은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그의 성격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전혀 순진해 보이지 않는다."

카라바조의 생애는 끊임없는 싸움, 소송, 투옥, 도망으로 얼룩져 있다.
그는 늘 싸움, 폭행, 치안방해, 상해, 물법 무지소지, 온갖 불법행위로 유명할 만큼
폭력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말다툼 끝에 상대 남자를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카라바조는 현상금이 걸린 채,
도망다니는 생활을 했다.
마흔도 되기 전에 젊은 나이로 사망한 카라바조는 암살 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카라바조는 사실적이고 파격적인 주제들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의 죽음>이라는 작품은 
"카라바조가 관계한 창녀의 모습을 성모 마리아 속에 담았다는 이유로" 혹은
"불경스럽게도 몸이 퉁퉁 붓고 다리가 드러난 모습으로 
성모 마리아를 묘사했다는 이유로"(p. 71) 거부당하기도 했다.

또한 카라바조의 작품에는 여성스럽고 도발적인 남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 때문에 그는 동성애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저주받은 화가"라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런 그가 다른 화가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는 ’세리 마태’의 소명에 관심을 가졌다.
어두운 세관에 앉아 돈은 세기에 여념이 없는 마태에게 한 줄기 강렬한 빛이 임하며,
예수님이 손짓하고 있다.
그림에서 예수님은 매우 의미심장한 손짓으로 마태를 부르고 있는데,
예수님의 이 손짓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한 그림, 
바로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 <친지창조>에서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하나님의 손짓이다(p. 67).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멸시 받았던 마태는 예수님의 이 손짓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는 부르심이었다.
마태는 어두움에서 빛 가운데로 나와 신약성경의 첫 권을 기록하는 ’영광’을 얻었다.
나는 여기서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강조하는 카라바조의 화법의 절정을 보는 듯 하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포착해내고, 그 고통에 감정이입이 되는 <도마뱀에 물린 소년>,
예수 몸의 상처를 생략하고 내적 고통의 묘사에 집중한 <에체 호모(이 사람을 보라)> 등
그의 작품은 내면의 고통을 묘사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두움 가운데 살았지만 늘 빛을 갈망했던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플라톤식 이상을 버리고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원했던 그의 작품들은 
어쩌면 현실세계의 고통이 너무나 생생하고 처절하여 이상을 꿈꿀 수 없었던 
그의 좌절과 번민을 보여주는 듯 하다.

카라바조는 미술의 흐름을 급격히 변화시킨 천재 화가였지만, 
사망 후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세기에 들어서 재발견되어 거장으로 재평가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어둠 속에 살았지만 늘 빛을 꿈꾸고, 소망했던 화가 카라바조를 한동안 편애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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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론 -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2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10
알랭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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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Cohen)이 만들어 2002년 발표한 
행복공식(행복지수)에서 방글라데시가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평균소득, 인권수준, 경제적 빈부 차이, 교육기회의 균등성 등
객관적인 행복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변수 설정이 가능하겠지만,
행복이라는 것은 이러한 조건이면 행복할 것이라는 객관적인 조건보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감’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같은 환경에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점에서 행복은 (환경적인) 조건보다는 개인의 감정과 사고와 더 관계가 밀접해 보인다.
알랭의 [행복론]은 바로 행복하기 위해 감정과 사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훈련시키고,
나아가 행동까지 연출해내는 원리하고 할 수 있겠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알랭의 [행복론]은 바로 행복을 침노하는 책이다.
감정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어서 마치 행복을 제조해내듯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준다.
행복은 곧 의지와 직결된다.
제어할 수 없는 감정에 전부를 내맡긴 채, 수동적으로 살지 말고,
행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복하기로 작정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즐거운 시기가 끝나갈 무렵이면 적혈구의 수가 줄어들고,
슬픈 시기가 끝나갈 때 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슬픔이 사실은 적혈구 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였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 
’진정한 친구가 없다’보다 ’적혈구 수가 부족하다’라고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p. 24)

알랭의 [행복론]은 이처럼 <불안과 감정에 대하여>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행동에 대하여>, <사람과의 관계에 다해여>, <일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생각을 금언과 같은 형식으로 알려준다.

지혜의 왕이라고 하는 솔로몬이 기록한 [잠언]에도 보면,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난다"고 가르친다.
또한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고 한다.
[행복론]도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금방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의 힘이란 참으로 오묘하고도 놀랍고도 강력하다.

내가 아는 사람은 교통 사고로 손가락을 절단하고도 매일이 감사로 채워지는데,
한 친구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S대학교에 다니며 부족함 없이 사는데도
날마다 자살을 꿈꾼다고 고백한다.
자신은 한 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행복론]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행복하려는 의지가 없으며, 
행복을 느끼는 데 게으르고,
불행에 젖어사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행복론]을 읽으며 나도 결심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하겠다고!

행복해지기 원한다면, [행복론]을 읽으며 일단 행복을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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