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희망보고서 - 면역은 최고의 의사이며 치료제다
아보 도오루.히로 사치야 지음, 이윤정 옮김 / 부광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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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멕시코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을 넘어섰고, 
미국에서는 하룻새 감염자가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전 세계가 돼지 인플루엔자로 비상인 가운데, 
"먼저 약부터 챙기는 일본"이라는 헤드라인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인들은 약에 대한 의존도가 꽤 높은가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 저자가 쓴 [내 몸 희망보고서]에서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 의료의 모순을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내 몸 희망보고서]는 약과 투병생활이 우리의 몸을 더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무서운 경고로 시작된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닥터스>라는 소설을 읽은 뒤로, 
병원에도 잘 가지 않고 약도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실제 현대 의학이 고칠 수 있는 병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몸 희망보고서]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병은 모두 생활 방식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과학과 의학이 계속 발전하는만큼 생활 환경도 개선되어가고 있다고 믿지만,
과연 생활 환경이 개선되어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는 만큼 환경은 오염되어가고, 신종 질병과 증상이 생겨난다.
일례로, 국제화 시대의 급속하게 늘어나는 다문화 현상으로
풍토병이 이식되고, 후대에 새로운 질병이 생겨날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몸 희망보고서]에서 주장하는 이론은 한마디로 "자율신경 긴장도를 조절하는 건강법"이다.
백혈구의 분포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아서 변동한다는 법칙인데,
자율신경에 최대한의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생활 방식인데,
무리한 생활 방식이 자율신경의 움직임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 결과로서 
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병은 자율신경계가 한쪽으로 치우친 탓에 일어난다고 한다.

장시간의 노동이나 마음속 깊은 고민은 자율신경 속의 교감신경을 긴장시킨다. 
교감신경은 본래 활력 있는 활동과 몸을 만드는 중요한 신경이지만, 
계속 긴장하고 있으면 맥박이 빨라지거나 혈압이 높아지거나 혈당이 상승하여,
불안, 불면, 고혈압, 협심증, 당뇨병, 치주염, 궤양성대장염, 암 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휴식의 자율신경이라고 불리는 부교감신경 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위험하다. 
휴식, 수면, 소화기관 활동을 지탱하고 있는 부교감신경도 너무 지나치게 작용할 수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웃고 휴식하는 생활이 부교감신경을 약간 긴장되게 해 장수할 수 있다.

"자율신경 긴장도를 조절하는 건강법"은 한마디로,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 또 너무 편하지 않은 생활을 해야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무리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병이 줄어들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몸 희망보고서]는 [면역혁명]으로 유명한 '아보 도오루' 외에,
종교 사상가라고 하는 '히로 사치야' 공저이다.
히로 사치야는 불교 관점에서 병과 죽음에 접근하며 그것을 해석하고 있다.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병과 죽음에 관한 철학에 차이는 있지만,
마음의 힘과 마음과 병의 관계를 믿는다는 것에서는 상통한다.

[내 몸 희망보고서]는 내게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다.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고, 
다시 건강을 얻기 위해 그 돈을 전부 쓰는 모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하고 싶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편하지도 않은 
’적당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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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쉽게 읽는 지식총서 2
하이디 베첼 지음, 한영란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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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 '타이타닉'에 보면, 화가 지망생인 잭이 매혹적인 로즈의 누드화를 그리기 전에 방 안에서 어느 화가의 작품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의 작품인지 아느냐고 묻는 로즈에게, 잭은 감탄하는 목소리로 "모네!"의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그림의 화려한 색채가 모네의 것이라고 설명하며 넋을 잃고 감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고딕 양식부터 현대까지 위대한 화가들과 그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다는 [명화]를 받아들고, 쟁쟁한 화가와 작품들 중에 가장 먼저 '모네'부터 찾아보았다. 연도를 확인해보니, 타이타닉이 출항한 날짜는 1912년 4월 10일이고, 모네는 1840년에 출생하여 1926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모네는 살았을 때 이미 유명했었나보다. 잭이 모네의 그림을 알아보고, 당시 모네는 생존해있었으니 말이다.

그림 전공자도 아니고,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명화'에 관한 책을 읽기 좋아하는 이유는 타이타닉의 잭처럼 '명화'를 보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해서이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보면, 궁중악장 살리에리가 천재 작곡가 모짜르트가 작곡한 악보를 들고 그 악보만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며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신에게 이렇게 부르짖었던 것 같다. "왜 나에게는 감상할 수 있는 능력밖에 안 주셨습니까!"라고. 이를 두고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지만, 나는 오히려 이 살리에리가 미치도록 부럽다. 연주되지도 않은 악보만 보고도 그 아름다운 선율과 음악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십대와 이십대 시절, 나는 '과천'과 가까운 곳에 살았고, 거기서 가까운 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또 우연히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모두 '과천'에서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나는 친구들과 자주 과천에서 만나 놀았다. 대공원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놀이동산도 있었지만,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좋아했다. 함께 걷는 그 길을,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말 없이 함께 있어도 편안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해서인지 그림은 내게 꿈이고, 낭만이고, 추억이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보는 것을 즐겼던 친구들이 한 번은 아주 난해한 그림 앞에서 서로에게 물었다. 그림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이냐고. 한 친구는 '색'의 느낌, 즉 색감을 가장 먼저 본다고 했고, 나는 무엇을 그렸는지 '주제'를 본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작가의 마음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미술의 이론을 조금씩 공부했던 것 같다. 작품 설명을 열심히 읽고, 그림에 관한 책들을 함께 읽었다. 그림을 '해독'하는 재미에 빠졌던 것 같다. 

혜원에서 출판한 '쉽게 읽는 지식총서'라는 부제가 붙은 [명화]는 이런 나에게 더 없이 반가운 책이다.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이 연대기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미술사도 익히면서, 작품과 작가를 공부할 수 있다. 위대한 작품인지도 모르고 보았던 익숙한 작품들이 왜 위대한 작품인지 그 이유를 하나씩 발견할 때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눈 하나가 떠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명화]에 소개되는 명화들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여서 대부분 낯이 익는데,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를 발견하고서는 너무 놀라서 한참 웃었다. 편지지에서 보았는지, 책받침이나 노트 같은 문구류에서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익숙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렇게 위대한 예술품인지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에게 너무 미안하다. 재밌는 것은 [명화]에 소개되는 위대한 예술품들을 처음 본 곳이 대부분 카페였던 것 같은 기억이다. 너무나 위대한 명곡들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지만 일상 속에 깊이 스며있듯이, 명화들도 사실은 우리의 가까이에서 있다는 것이 재밌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가치를 몰라보고 아무렇게나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명화'를 알아보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서 쑥쑥 자라주기를 바라며, 함께 그림을 감상할 친구를 헤아려본다. 시간을 내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한 번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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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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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는 사진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어 신청한 책이다.
그런데 책을 받아 들고 보니,
조금 큰 사진 사이즈만한 아담한 크기의,
격언 스타일로 짤막짤막하게 적혀 있는 내용의,
전문 용어도 별로 없고, 사진은 한 장도 실려 있지 않은 사진에 관한 책이다.
글의 분량만 봤을 때, 과연 이 책으로 사진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미심쩍었다.

이런 불신을 안고 그저 훑어보려고 책장을 몇 장 넘겼는데,
읽는 재미에 빠져 빠르게 다 읽어버렸다.
그런데 빠르게 읽기 아까운 책이다.

명언 같기도 하고, 토막 상식 같기도 한 내용을 읽었을 뿐인데, 정말 신기하다!
사진 철학을 공부한 것 같기도 하고,
사진에 관한 역사와 수필을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찍기에 관한 역사와 기술을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사진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된 느낌, 프로가 된 기분이 드니 말이다.
당장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고 싶어진다.
나의 이런 표현이 과장이라고 생각된다면,
101가지 이야기 중 몇 가지만이라도 읽어보며 직접 확신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 안에
사진을 즐기는 데 필요한 요점과 핵심이 모두 들어있다는 것을
사진에 관한한 완전한 초보라고 할 수 있는 나도 눈치챌 정도로 그의 '강의'는 탁월하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에게도,
사진을 그저 즐기는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할 만한 책이다.

우선은, 나와 같이 사진을 잘 모르지만, 사진을 찍는 것, 감상하는 것 등
사진을 즐기는 사람을 아마추어라 하지 않고 "생활사진가"라 불러주어 고마웠다.
가장 큰 수확은 사진 찍기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을 배운 것이다.
내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가르침은
"내가 무엇을 찍고 있는지 주인공을 끊임없이 생각하라!
붓 끝에 빛을 묻혀 그린다는 기분을 상상하라!"
이다.
특히, 사진과 빛의 관계와 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재밌는 가르침 중 하나는 "그들처럼 입어라. 그들을 존중하라. 먼저 인사하라"이다.
등산가를 만날 때는 등산복을, 양복 입은 이들을 만날 땐 양복을 입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들의 작업과 환경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라면 사진가인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읽으면서는 별 걸 다 가르쳐준다고 생각했지만, 
사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작가가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즐기는 사진 작가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 글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순간이다.

책 안에는 이것보다 더 튀는 의외의 가르침이 많다!
예를 들면,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가 있다면 사진을 찍을 것인가?"와 같은 물음이 그것이다.

사진을 직접 찍기보다 잘 찍힌 사진 감상을 더 좋아하는 내게,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는 배움의 즐거움으로 충만한 느낌을 준 고마운 책이다.
최단시간에 사진과 나의 거리감을 확실하게 줄여주어서,

사진과 보다 더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의욕이 마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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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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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내용을 떠나서 소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 있다.
시그마북스에서 출간한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가 내게 그랬다.
내용을 들춰보기도 전에 이 책을 소장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다.
전공서적처럼 적당히 두껍고, 컬러판으로 구성된 백과사전처럼 책이 산뜻하고 예쁘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의 주요 사상의 변천사를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 놓듯, 동시대의 동, 서양 사상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구성된 책이다.

어느 분야이든 '사상사' 공부는 뿌리 같은 것이다.
그런데 '사상'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내용도 방대하여,
겉핥기식으로 공부를 해도 쉽게 훑어지지 않는다는 난점이 있다.
시그마북스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넓은 대륙에 사는 중국인 저자답게
그 방대한 사상사를 참 시원시원하게 훑어내려갔다.
사상사 관련 서적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 종교의 교리적 흐름까지 다룬다.
학문서적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으로 읽으면 무난할 듯하다.

한가지 반성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사상사 공부가 서양사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를 읽게 되면,
익숙할 것 같은 동양 사상(중국과 일본 중심이지만)은 오히려 낯이 설고,
상대적으로 연관이 적어 보이는 서양 사상은 오히려 익숙하다.

엉뚱하게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미래사회 세계사를 주도할 신진세력으로 떠오르는
중국인들이 이렇게 공부하는구나 하는 감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역사와 예술과 학문적으로 콧대가 높은 유럽이나, 
오랫동안 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에 필적한 만한 자부심이 있는 나라 중국.
그들도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고 믿어왔다.
고대 문명 발생에서부터 '사상'이라고 하면 유럽에 결코 뒤지지 않는 나라이다.
어마어마한 인구수 자체가 막강한 세력이 되는 중국이
자본주의의 옷을 입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많은 학자가 지금 중국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면 
우리가 중국의 밥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움직임을 분석한 여러 분야의 보고를 보면,
자본주의 체제로 숨가쁘게 변모하는 중국인들이 '정신'의 중요함 또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님이 전해주신 보고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젊은층을 정신적으로 무장시키 위해
기독교적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에서도 기독교 교리의 가르침을 거침없이 다룬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를 읽다 보면, 
다분히 중국 중심(중화)의 시각이라는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중국의 것을 중심에 놓고, 동양 중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을 끼워서 서양의 것과 비교한다.
나름 동양의 중심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우리 입장에서 다소 불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중국인 중심 시각에서 방대한 사상사의 흐름 중에 어느 부분에 더 주안점을 두고 
주목하는지를 눈여겨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상사]는 여러 모로 호방한 책이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저 서양 중심의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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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
키애런 파커 지음, 신우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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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분야는 여로 모로 부러운 분야이다.

사회과학대에서 수업을 듣다 처음으로 경영대 수업을 들으러 
경영관에 가봤을 때 나는 쓰러지는 줄 알았다.
겉모습은 비슷했는데, 모 기업의 후원으로 지어져서 기업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경영관은
최첨단 장비를 가져다 놓은 강의실 시설은 물론, 화장실 조명 시설까지 달라서
그 심한 차별 대우가 부러운 나머지 한참 동안 배가 몹시 아팠었다. 

게다가, 사회과학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가면 
보통 떡이나 과자, 음료수 정도가 간식으로 나오고마는데,
경영대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갔다가 간식은 물론 세미나 후 만찬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경영'이라는 학문 뒤에 포진하고 있는 기업의 힘을 실감하고 온 적이 있다.
학문과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고,
변화에 민감하며, 세상의 트랜드를 주도해나가는 저력이 
비단 자본의 힘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세상의 변화 속도에 가장 민감한 것이 기업이며,
법률과 대학교의 변화 속도가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서인지 내가 볼 때, 경영학만큼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학문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시그마북스에서 출간한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에서도 보면, 
그 분야가 참으로 다양하다.
경영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들은 물론이거니와,
교육학, 군부대의 리더십, 상담학, 경제학, 몽상가(빌 게이츠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 겸 만화가, 자기계발 컨설턴트, 등산가, 사회 철학자, 저널리스트, 수평 사고자 등
학문과 활동분야가 매우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분야와 학문을 가리지 않고 유용하다 싶은 이론과 사상들이
모두 경영 사상 안으로 흡수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2년에 한 번씩, 경영개발유럽재단과 선탑미디어가
"현재 활동 중인 경영 사상가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경영 사상가 50인'을 선정하는데,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은 그중에서도 2005년에 선정된 인물을 초석으로 
집필된 책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50인 중에 나에게 인상적인 경영 사상가는 
Amazon.com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이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사이버 공간의 대형 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의 창시자이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과 전자 공학을 전공하고,
투자 회사의 수석 부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그는 우연히 웹의 월 성장률이
무려 2,300%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웹을 활용하여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는 상품으로 그는 책을 택했고,
필요한 것은 단지 판매할 책을 모두 저장할 수 있는 만큼 큰 대형 창고였다.
그는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다.
도서를 통신판매하기로 마음먹은 즉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넓은 창고를 얻기 위해 가족과 함께 서부로 이주하면서,
이주하는 동안 투자자를 구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창립한 지 불과 2-3년 안에 도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또한 소비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독자 리뷰와 위시 리스트 코너를 마련하여, 소비자의 구매 형태를 변화시켰다.

내가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바로 이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 눈에는 그저 성공한 사업가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그는 경영 사상가로 대우받고 인정받고 있다!"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경영학은 도도하지 않다!
어떤 것이든 유용한 이론을 제것으로 흡수하고, 어디서든 배워서 적용하는 
바로 이러한 탄력성과 스펀지 정신(융통성), 그리고 실행력이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경영계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학문적 자부심으로 똘똘뭉쳐서 그 도도함이 하늘을 찌를듯 하지만,
고리타분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다른 분야들도 

그 겸손함을 배워야 더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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