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옷장 - 끝내주게 옷 못 입는 남자들을 위한 불친절한 해설서
민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솔찍하게 말해서,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균적인 패션은 거의 테러리스트 양성집단소라 할 수 있다.

이건 10년 전부터 패션지에서 줄곳 말해왔지만, 그때 보다 한국의 패션계가 더욱 성장했음에도 아직도 청바지에 폴로셔츠, 야구모자, 그리고 운동화...가 대부분의 휴일복장 유니폼이다. 하나 더 늘었다면 컬러풀한 등산복 아웃도어 웨어..정도가 있을터. 가격은 다들 오죽 비싼가..


사실 20대들은 스타일 멋진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인다. 그들은 자신의 스타일과 패션에 관심이 많고 브랜드 시장에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30대만 되면 다들 아저씨로 변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조직에 몸 담게 되면 업무 외의 일로는 튀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고, 주위의 평판에서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남자들은 무난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영업직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남성들이 옷을 못 입기때문에 조금만 스타일이 좋아도 집중을 받기 쉬운 환경에 놓이는 것이다. 그러니 개성적이던 20대들도 30대가 되면 슈트도 그냥 유행에 맞춰 기성복 위주로, 휴일에는 남들입는 조합으로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닐런지? 


그리고 대부분의 퍼센트를 차지하는 한결같이 패션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쭉- 살고 있는 남성들은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해서인 것 같다. 책에서는 제대로 배운적이 없기때문이라고 표현했는데, 맞는 말이다. 근육을 어떻게 하면 이런저런 모양으로 키울수 있는지는 줄기차게 배우고 논의 하면서 옷을 잘 입기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하는지 이야기 하기가 남사스러운 것이다. 물론 패션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잘 입고싶어하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의 등장이 반갑다. 여자인 나도 한국 남성들의 패션에 대해 이런저런 할말이 쏟아져 나오는데,

패션과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은 얼마나 할말이 많을 것인가. 남성지 에스콰이어 편집장이 쓴, 철저하게 남성의 입장에서 다룬 '끝내주게 옷 못입는 남자들을 위한 불친절한 해설서' <그놈의 옷장> 이다.



나는 남성의 슈트가 참 좋다. 날렵하면서도 굵직한 그 떨어지는 선과 각이 너무 멋지다. 미드 '슈츠(Suits)'에서 나오는 섹시한 변호사들의 전략적인 슈트 스타일에 눈이 즐겁다. 한국 영화에서는 최근 '의뢰인'의 하정우 슈트'빨'에 감탄을 하며 보았던 기억도 난다. 많은 남성 디자이너들이 여성복에서 거장의 이름을 날리 듯이, 반대로 여성 디자이너들이 남성복에서 명성을 날리 듯이, 나 역시 입지 못해 더 끌린다고 해야할지 모르는 이 슈트를, 아쉽게도 한국의 거리에서는 자신의 체형에 맞도록 멋지게 입는 남성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을 가장 멋지게 만들어주는 이 슈트부터 시작해서 셔츠, 팬츠, 스웨터, 구두, 속옷, 시계, 썬글라스, 남성의 화장, 헤어, 키높이 구두 신는 법까지 거의 패션에 관해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모든 부분에 걸쳐 책은 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은 어떻게 입으라고 A에서 부터 Z까지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 단순 해설집만은 아니다. 그러한 스타일이 탄생 되기까지의 배경설명 부터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직언, 혹은 외국 남성 패션에 대한 정향 그리고 몇몇 속설에 대해서도 패션 잡지의 한 부분을 읽는 것 처럼 술술 읽히고 재미있게 적어 놓았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패션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다면 배경지식을 늘리는 차원에서 매우 흥미롭게 읽힐 책이다. 

내 책장에 꼽아두고 자주 보고 싶은 책임은 분명하다. 남자라면 더욱더 추천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인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 거리게 된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좋을지 배워본적이 없는 대다수의 옷 못입는 남자들에게 슈트를 고를때 주의 하며 체크해야 할 부분이라던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다섯개의 셔츠에 대해 알려준다던가, 구두를 고르는 방법, 얼굴이 작아보이는 코디 방법, 멋진 재킷을 고르는 방법 등등, 구미에 맞는 기본을 모두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부제에 달려있 듯이 불친절한 해설서를 넘어 배려가 없는 해설서에 가까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소 패션잡지를 즐겨보는 나도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부분의 패션 용어들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평범한, 아니 끝내주게 옷 못입는 남자들에겐 오죽할까. 미디엄 스프레드 칼라 셔츠,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셔츠, 투버튼 스프레드 칼라셔츠, 스프레이트 포인트 칼라 셔츠, 투톤 칼라의 뱅크셔츠의 단어를 읽고 바로 모양을 떠올릴 수 있는 남자들은 옷을 못입는 남자가 아닐 것이다. 드래스업, 롤업 등등의 패션 용어들도 평범한 남자들이 읽기엔 어렵고 거부감이 드는 단어들임도 분명하다.


물론 업계의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용어일테며, 전문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서양에서 쓰고 있는(서양의복이므로) 정확한 명칭을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면 센스있게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겸했다면 완성도도 높아지고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국 패션을 이끌고 있는 소수의 남성들에게 짊어진 과업이란 한국의 남성 패션을 좀더 다이나믹하고 생생하게 바꾸는 일, 무엇보다 패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이 결코 과정이 쉬운 도전 과제는 아닐테다. 하지만 바다건너에서 찍혀 온 사진에서만 볼수 있던, 길거리에서 찍힌 블루 슈트와 화이트 셔츠를 멋지게 입은 백발머리 노신사을 우리나라에서도 몇십년 뒤 볼수있기 위해선 패션을 좋아하는 패션계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옷에 대해 기준을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남성들을 이해하고 대중적인 친절한 설명으로 그들을 배려하며 이끌어 가야 하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 책과 비슷한 여성 스타일에 대한 해설서엔 어떤 책이 있을지 서점에 가서 찾아보고 싶어 졌다.


 

*클래식 슈트 십계명

1. 싸구려 기성복 슈트 열 벌보다는 제대로 된 맞춤복 슈트 한벌이 낫다.

2. 소매 단추는 리얼 버튼이어야 한다.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야 휼륭한 슈트다.

3. 몸과 슈트 사이즈가 정확히 맞았을 때, 셔츠 소매는 재킷 밖으로 1.2~2센티미터, 셔츠 칼라는 재킷 밖으로 1센티미터 나온다.

4. 구두를 벗었을 때 바지가 바닥에 끌려서는 안 된다. 바지 길이가 짧을수록 키가 커 보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5. 드세스 셔츠는 화이트나 블루 두 가지 색상이 기본이다. 색깔 있는 셔츠를 입고 싶다면 핑크색만은 피하라.

6. 넥타이 길이는 벨트라인을 절대 넘어서지 마라. 짧은 것은 용서가 되도 긴것은 용서가 안된다.

7. 넥타이와 포켓 스퀘어는 패턴과 색상 세트를 맞추지 마라. 아침뉴스 앵커들이나 하는 짓이다.

8. 벨트와 구두 색깔은 통일해야 그렇지 않은 때보다 열배는 더 세련돼 보인다.

9. 예식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구두는 브라운 옥스퍼드가 기본이다.

10. 드레스 셔츠는 한여름에도 긴팔이 원칙이며, 속에 런닝 셔츠를 입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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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힐링캠프 - 언제라도 놀러오세요!
김정윤 외 지음, 안치용 / 위즈덤경향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어떨때는 마음이 창호지보다 얇은 듯 흔들리곤 하는데, 이럴 땐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크게 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위안의 말을 들을 수 있지만, 고만고만한 나이나 스팩트럼에서 나오는 대화는 푸념을 털어놓는 정도일 뿐. 책에선 각양 각색의 인생 선배들의 경험에서 우러러 나오는 조언, 용기, 그리고 따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가.

그래서 <내 청춘의 힐링캠프> 같은 인텨뷰를 모은 책들을 좋아한다.

읽고 있으면 일단 마음이 포근해지고, 나를 일깨우며 단단해지니까..


안철수, 심상정, 박원순, 홍세화, 노회찬, 하종강, 김미화, 조한혜정, 조수미, 서경덕, 최재천, 신경민, 서영남, 김규향, 정보석, 안숙선, 김정욱, 손호철, 김용택 (존칭 생략)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HOT)한,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이 자신들의 청춘을 되돌아 보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대상은 청춘. 특히 방황하고 불안안고 뭔가 힘든데 그게 뭔지 잘 모르는 20대 대학생들을 위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때도 그랬지만) 이런 인생을 되돌아 보며 나누는 문답들은 그 누가 읽어도 참 좋다.

사실 내가 청춘의 한창이라 말하는 대학시절 읽었더라면 이렇게 가슴에 와 닿았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 시절은 참으로 치열하고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았지만 무엇인지 모를 불안함이 있었다. 스팩을 쌓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왜 하는가'라는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스팩'이라는 자체에만 급급하다보니, 정작 무엇을 위해서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기업들이 하는 대학생 사회 프로그램이나 공모전에 닥치는데로 지원했고 오늘 하나가 결과가 좋으면 기뻤지만 내일 하나가 결과가 안좋으면 좌절했다. 정말 일희일비 하던 모습이 전자렌지 안의 팝콘처럼 가볍게 튀던 시기였다. 지금 뒤돌아보면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이 뭔지 확신이 없었고, 주변인들의 모습에 쉽게 휩쓸리는 시절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 그래서 많은 명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감동 받는 만큼 가슴속에 흡수는 빠랐으나, 정작 다음날이 되면 또 몇일 전 했던 고민과 현실의 벽을 스스로 높다고 바라보는 단거리 시야에 급급하여 마르기도 금방이였다..

그래서 지금, 조금 더 인생을 살고 난 지금에야 그들이 말하는 후회하지 않는 삶, 삶의 원칙들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받아 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안그래도 몇일 전, 타인의 보여지는 모습에 스스로를 비교하여 비참한 마음을 만들고 괜히 우울감에 빠져 있었는데, 이 책 안의 안철수님이 하는 말들이 가슴에 콕콕 박혀왔다.

그가 적용하는 삶의 원칙을 보자면..

  •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 높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채찍질한다.
  •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 항상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조그만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며, 방심을 경계한다.
  •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천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는 말


(중략)

둘째,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살지 않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과의 내적 비교가 아닌 외적 비교는 삶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말을 잘하거나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 이렇게 외적으로 드러난 모습은 일종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과 내적인 능력을 비교하는 일은 자신에게 자극이 될수도 있지만, 결과로 나타나는 외적인 부분만 비교한다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 사람의 외적인 모습을 자신과 빅하는 것은 불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서평으로 다 옮길 수 없지만, 명사들의 모든 파트의 글들이 빛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마음의 돌을 조금 덜어내는 것 같은 시원함도 있었고..

그들이 직접 말해주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도 했다. 특히 같은 여성으로 조한혜정 교수님, 심상정님, 조수미님 이야기도 웃음을 머금으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특히 추천하는 <전태일 평전>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홍세화 선생님의 추천작 <자발적 복종>도 읽고 싶은 책에 올려두었다.


대학생들에 비해 아주 쬐끔 몇년 더 산 사람으로, 그 시기를 거쳐온 사람으로 말하자면. 친구들 보다 토익 점수, 학점이 몇점 더 높다고, 이력서에 넣을수 있는 경험 몇줄이 더 많다고 삶을 이긴것도 진 것도 아니였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조금 더 알려지고 연봉이 높은 회사에 취업한다고 해서 그 인생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것도 아닌 것 같다. 결국은 일체유심조,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의 마음가짐이 만들어내는 것 같고, 나 역시 아직 인생은 어렵고 배우는 입장이지만..마음이 흔들릴때 마다 이런 에세이집을 읽으며 그들을 내 곁 가까이에 두고서 응원을 받곤 한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무언가를 무작정 해서 결과만 늘려나가는 마음가짐 보다는 그 시절은 내가 가장 즐거운 것과 잘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왜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나가는 시기로 좀더 여유를 갖으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기에 늦는 때는 없다고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말해주고 있으니..


나도 이것을 믿고 책을 덮으며 또한번 용기를 얻는 시간이였다.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의 한 구절을 생활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중략..)


그 책의 내용 가운데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 말로 평범한 두뇌를 시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었을 때 저의 갈 길을 한 줄기 빛이 인도하는 듯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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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때 방학이면 나눠주던 통지표엔 '~을 잘하나 내성적임' 같은 말이 자주 써있었다. 나는 그 어린시절 부터 '내성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단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서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두려움을 갖던 성격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아직까진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 나들이로 서울랜드 같은 곳에 가면 어린이 장기자랑 시간에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노래하던 아이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부모님의 표정을 기억한다. 어린 아이들은 잘하나 못하나 다 좋게 봐준다며 나서서 하기를 바라던 엄마의 바람을 못 이기는 척 따를 수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단상 위로 나간다는 것이 죽을 만큼 싫었다.


나는 내향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내가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생활이 불편했던 것은 아니였다. 난 누구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기분을 잘 아는 편이였고, 친구도 적지 않았고, 리더쉽도 약간은 있던 편이였다. 반장을 맡는다던지, 모임을 만들어 친구들을 모아 소속감을 만들던 일을 자주 했다. 

그러면서도 혼자서 노는 일도 즐겼다. 종이인형을 할때도 그냥 종이를 오리는 것 외에, 종이에 인형옷을 그려 스스로 만들기도 했고,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하면서 러디오 DJ 놀이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사회성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나의 에너지를 만들던 시간이였던 듯 하다.

책 속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보충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콰이어트> 를 읽으며 내 유년시절부터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청소년기 시절과 대학생 시절에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적극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렸해야만 했다. 경영학과였던 만큼 프레젠테이션도 많았고 공모전 동아리를 하면서 항상 앞에 나가 발표를 해야하던 환경이였기에, 두려움을 감추고 활달하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옷을 바꿔 입어야 하는 감정에서 난 늘 도전한다는 마음 가짐이였다. 

일단 사회성을 가진 단체라면 늘 리드하고 활달하고 자기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담대한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기회도 더욱 주어지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내향성을 감추고 외향적으로 몇십년간 살다 보니 취미도 액티브하고 외향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활발하고 즐겁고 분위기를 잘 띄우는 그런 옷이 잘 맞도록 체형을 바꾸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요즘은 정적인 취미를 시작해 보고 있는데, 인테리어 하기, 책 읽기, 클래식 듣기..등등

그럴려고 했던 것이 아니였지만, 생각해보니 혼자서 하기에 너무 좋은 취미들이였다.

예전 같으면 주중부터 주말까지 끊임 없는 약속에 사람들을 만나서 나의 인맥을 확인하며 안도해야 했고, 북적이는 장소로 선택해 내가 유행에 처지지 않음을 상기 시키며 시간을 보냈을 여유시간이

이제는 혼자 책도 읽고, 리폼도 해보면서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으며 정서적으로도 더 안정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굳이 외향적, 내향적 둘중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쁨을 떠나

나는 요즘 잘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구나 생각한다.


예전에 TV에서 비슷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던 적이 있는데, 안철수씨라던가, 프레인 대표 여준영씨 등등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강한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콰이어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간디, 아인슈타인, 조지오엘...등등 수많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의 장점으로 더 바른 직관을 가지고 자기의 업적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다.

아아, 이 유명인들에 대해선 단지 에피소드로 들어있고..

책의 내용은 수잔 케인이 10년동안 내향성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다.

이미 2012 TED 콘퍼런스에서 개막식을 장식하고 유틉에서 엄청난 이슈를 몰고왔던 강의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동양적인 정서로 의견을 냄에 약간은 주저함이 미덕인 부분이 아직 남아있지만

개인을 가능한 충분히 어필해야하고, 그런 교육을 받는 미국에서는 수잔 케인같은 내향적인 사람은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외향적인 가면을 쓰며 자란 사람들의 답답함과 두려움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콰이어트 QUITE,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내향성을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면, 첫번째로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콰이어트(내향적인 성격)에 대한 긍정적인 힘에 대해서는 그 다음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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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Work - 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CrimethInc 지음, 박준호 옮김 / 마티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어릴때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휼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는다. 과연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어떤 휼륭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 휼륭한 사람은 무엇을 정의 하는 것일까. 학자? 아니면 정치인? 최근 세태를 본다면 결국 연봉 높은 직업에 안정된 직장이 휼륭한 사람인 듯 하다. 그리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혹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졸업 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월급쟁이가 되는 것이 목표이자 현실이니까. 연봉 높은 월급쟁이. 그들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성실함으로 삼x과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 재벌 일가의 재산을 늘려주는 것에 일조하고, 세금을 감면 받는 것을 도와준다. 오너들의 입맛을 맞춰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삶이 나쁘다는 말을 할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의문시 들었던 것은, 결국 돈으로 똑똑하고 배움이 깊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라'가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라'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돈의 맛'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런 기초적인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세상은 가진자들에겐 단순할지도 모르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아직도 복잡한 일 투성이다. 아무튼 그런 기본적인 질문으로 <WORK> 라는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토록 멋진 일이라면, 부자들은 왜 하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부유하고 여유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 늘어난 노동시간을 견디든지,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끝없는 절망에 빠지든지에 대한 선택뿐이다.

무엇을 고르든, 기다리는 것은 착취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수백년간 사람들은 기술의 진보가 인류를 노동에서 해방시키리라 생각해왔다. 지금 우리들은 과거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고 오히려 세계 각처에서는 노동의 시간이 수십년 전보다 훨씬 길어만 졌다. 

또한, 기술적인 진보와 함께 왔어야 할 여유로운 삶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으며, 매 분기마다 불경기라 전하는 뉴스 속에서도 대기업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부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부유해지고 있으며, 서민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이 급속한 빈부 격차의 속도위에 쓰여지는 노동은 과연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차고 넘칠 만큼의 부가 있지만 그것은 절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데 쓰이지 않으며, 한쪽에서는 식량이 남아돌고 썩어서 벼려지는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엄청난 양의 물건들은 그저 버려지기 위해 생산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이 세계적인 불황은 항상 그래왔듯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자원이 분배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해 거침없이 훝고 있다. 물론, 일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고 있고, 일이 부를 가져오고, 자기실현을 위한 방법이며, 진취성을 불어 넣고, 책임감을 가르쳐 주고, 안전을 제공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을 함으로써 발생되는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함을 역설 한다.



                                             출처 http://www.crimethinc.com/


그리고 그 모든 시장의 원리와 일의 계급계층, 경제의 이해를 위해 이 피라미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의 정당한 노동력이 착취당하지 않을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노동파업? 자본가들은 인건비가 싼 제 3세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성실한 투표?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권력을 찾아 오는데 있으니까 말이다.


아주 자주, 우리는 최악의 후보가 정권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여 선거전에 집중하곤 한다. 

"만일 그런놈들이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 힘을 휘두른다는 데 있다. 이것만 아니면 누가 지배하는가는 그 다음 문제다. 과도한 권력이 주어지는 한 그들은 언제까지고 폭정을 일삼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힘을 정치 캠페인이 아닌, 본질적인 해결책을 실현하는 데 쏟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저항 정신을 강조한다. 물론 '저항'이라는 단어 자체가 다소 저항감이 드는 면도 없지 않지만,

분노해야하는 일에 분노하하고 끊임없는 전략을 통해 자기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는 연습을 조금씩 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SNS를 통해 자본가들의 부조리함을 알리는 방법이나, 자신의 자동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가지고 있다면 긴 투쟁을 통해 세상이 조금씩 변 할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당장 실행에 옮기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그것 조차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가 왜 일을 하고, 우리의 일이 근본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거쳐 이용되고 있는지, 나의 노동력은 정당하게 권리를 부여 받고 있는지, 착취 당하고 있는지

몇백년 동안 이어지는 이 경제와 노동의 계급 피라미드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는 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쉽고 흥미롭게 적어놨다. 읽다보면 많은 구절에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긋고 싶어 질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그냥 월급날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멋진 책이다. 




쓸모 있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오늘날 세상은 모든 시간을 살아온 모든 사람의 유용성의 합을 담고 있다.

무슨 의미냐면, 쓸모 없어지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다 

-밀란 쿤데라 <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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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엔도를 필두로 하는 '아포양'(airport의 약자 'APO' +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 'やん'의 일본 신조어)들의 이야기가 다시 돌아왔다. 전작 <공항의 품격>이 여행사의 한직으로 여기는 공항 사무실에 좌천된 엔도의 좌충우돌 공항 적응기 였다면, 이번 <연애의 품격>에서는 '슈퍼바이저'가 되어 위와 아래에서 치이는 고충을 해결해야만 하는 중간 관리자로써의 성장된 엔도를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연애의 품격>은 달달한 연애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 공항을 직장으로 하는 여행사의 공항 사무소에서 일어나는 '샐러리맨 소설'(이라는 분류가 일본엔 있다고 한다) 정도인 것이고, 연애는 아주 살짝.. 냉면을 예로 들자면 마치 오이절임 고명 정도 만큼만 나온다고 보면 된다. 이 제목은 전작을 의식해서 통일성을 주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시리즈의 느낌이 나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책을 즐기는 것에 전혀 상관 없으며, <연애의 품격>만으로도 재미를 100% 느끼기 충분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공항에서 일어나는 여섯개의 작은 에피소드가 연작으로 수록되어 있으고, 각각의 스토리가 재미를 더해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으까.



주인공 엔도는 30대의 솔로 남성, 다이코 투어리스트의 슈퍼바이져다. 괌 지사에 있다가 이번에 나리타 공항으로 전근을 오게 된 동갑내기 부하직원 에다모토를 수습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을 시켜야 하는 위치에 있다. 대충 눈치를 챘겠지만, 이 새로운 수습사원은 남쪽 섬에서의 여유롭고 즐거운 자의적인 판단을 중요시 여기는 평범치 않은 타입이다. 느리고 실수가 많지만 할말 다 하는 성격.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레게댄스를 추며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마주치기도 한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읽으면서 오쿠다히데오의 작품들이 생각 났다. 조합이 안될 듯 하지만 이상하게 설득당하게 되는 괴짜들의 출연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엔도는 밑으로는 다루기 힘든 실수투성이 수습을 교육시키며 컨트롤 해야했고, 어느 직장보다 여성들이 많은 근무환경에서 철저히 여성화 되어야 했고, 위로부터는 사기가 충만한 직원들에게 해고 소식을 직접 전해야 하는 난감한 일들만 부탁받는, 위에서 그리고 아래서 치이는 중간관리자의 고뇌를 잘 보여준다.

 


공항 가는 길 부터 여행이 시작된다고 느끼는 나에게 그곳은 설레임의 장소이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지만

직장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항은 항상 스탠바이 해야하는 곳, 테러리스트와 이름이 같은 탑승객을 요주의 해야 하는 곳, 날씨에 민감하게 신경써야 하는 곳, 연애의 감정이 일어 나는 곳, 점심시간의 메뉴와 식당 정하기가 하루 일과중 가장 중요한 곳, 산달이 된 임산부를 탑승하지 못하도록 설득 해야하는 곳, TV에 나오는 인기인의 불륜을 묵과해줘야 하는 곳, 탑승객들에게 마음에 든다는 쪽지를 건내 받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엔도씨는 그곳을 사랑이라 말했다. 

마지막 챕터의 '나의 스위트 홈'은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6년간 여행사에서 근무 했다던 책의 저자 신노 다케시가 공항을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 낸거리라.


앞으로 공항에 가면, 이제껏 나의 들뜬 마음만 붙잡고 전혀 눈에 담지 못했던 그곳에서 일하는 분주한 아포양(?)들을 왠지 엔도씨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으로 보게 될 것만 같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책 뒷장을 먼저 보시길..

등장인물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를 해놔서 이해를 돋궈주니 나처럼 마지막에 읽게 된다면 엔도가 꽃미남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흐으....음?" 매치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ㅎㅎ


트리플 A형의 완전 소심하면서 자기 일을 제대로 해 내는 전형적인 일본 특유의 초식남, 엔도.

어쩐지 자꾸 사내에서 누군가 그를 좋아하는 것만 같고, 고객중에서 만나고 싶다는 쪽지를 보내고, 한류가수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흘리기도 하고, 술김에 자꾸 추파를 던지는 지인이 있을 정도지만 본인은 전혀 그 관심을 모르니 독자들도 헷갈릴 수 밖에.




그나저나, 책을 덮으며 약간의 찝찝함이 남았던 이유는

재일교포들이 재일교포임을 숨기고 일본 사회에 흡수되어야 하는 아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본인들이 한국인인 것을 챙피하게 여기는 늬양스로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권에는 한국 이름, 본명이 기재되어 있으니 티켓을 나눠주면서 일본 이름으로 불러주길 부탁한다는 연락을 따로 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하지만 부탁을 하는 재일교포들이 '한국에선 선교사가 아이들을 폭력하는 뉴스 때문에 이미지가...' 라는 식으로 덧칠을 해놓고 있었다. 실상 본질은 그게 아니라 재일교포인 줄 알면 사회적인 왕따를 시키는 일본인들의 인식 때문 아닌가? 

그리고 한류가수를 좋아해서 서울에 가는 일본 아줌마들을 아주 무례하고 경우가 없는 대하기 까다로운 특성으로 나타냄도

일본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대체적으로 부정적임을 공감하던 작가의 내재된 성향을 약간 읽을 수 있었다.

뭐, 읽는데 크게 상관 없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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