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이상해서 책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영화로 보게 되었다. 그냥 뜨개질거리를 들고 TV 앞에 앉아 뭘로 백그라운드를 깔지? 돌리다가 이 영화를 발견, 어떤 내용인지 한번 보기나 해볼까, 이런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흠.. 이거 일본판 <소나기> 구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그런 맥락의 이야기. 순수하고 또 순수한 이야기.

 

발랄하고 인기많고 수다스럽기까지 한 사쿠라라는 여학생과 말없고 반에서 존재감없이 항상 혼자인 히카리라는 남학생. 이 둘이 우연히 (사쿠라는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었지) 병원에서 마주치고 그 곳에서 그저 건강할 것 같은 사쿠라가 사실은 췌장에 이상이 생겨 곧 죽을 거라는 사실 같지 않은 사실을 히카리가 알게 되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죽음을 앞에 둔 자신을 보면서도 담담함을 유지하는 히카리와 남은 생의 일상을 평범하게 영위할 수 있겠다 라며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이루어가려고 하는 사쿠라. 그녀를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람과 함께 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히카리. 당돌한 사쿠라에게 당황하면서도 같이 있음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히카리의 변화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아주 잔잔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은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의 어머니 앞에서 오열하는 히카리의 모습에서는 애잔함마저 느끼게 되고. 쌓아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느낌.

 

왜 제목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인가는, 보면서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픈 장기와 같은 것을 먹으면 낫는다는 미신을 얘기하는 사쿠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 네 속에 늘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감사 인사로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게. 옛날 사람들은 누군가의 신체를 먹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 했었대. 네가 싫어할 지도 모르지만."

 

참 맑은 영화였다. 나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늘 하루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그런 영화. 일본 영화 특유의 담담함과 잔잔함이 잘 드러나는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참, 너무나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책까지 읽지는 않아도 될 듯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는 다시한번 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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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12-07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래 원작이 만화인데 참 서글프면서도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를 추천합니다.영화에선 남주의 성인모습이 나오면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실제 원작 만화에선 남녀 주인공 모두 현재 고등학생으로만 나오기에 영화는 좀 사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비연 2018-12-07 08:4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군요. 원작이 만화라는 건 몰랐어요... 영화랑 만화가 다르다니.
사실 어른이 회상하는 형태는 좀 흔한 거라 식상하다 생각하긴 했었는데... 만화로 봐야겠네요^^
 

 

할 일은 산더미인데, 컨디션 난조로 토요일도 그렇고 일요일도 그렇고 거의 11시쯤 일어났다. 원래 느즈막히까지 자면 더 안 좋아지는 게 컨디션인지라 주말 내내 허덕허덕. 밥도 어중간하게 두 끼만 먹었더니 속이 아직까지 더부룩하다. 오늘 아침엔 병원에 정기검진 갈 일이 있어서 고구마에 우유를 먹고 왔고 점심엔 왕돈까스. 먹는 게 영 '영양스럽지' 못하다.

 

어제그제 누워서 재미도 없는 <린다살인사건의 린다>를 읽었다. 그냥 읽지 말까 하다가 도대체 이게 결말이 어떻게 나려고 이렇게 전개를 하나 하는 마음에 끝까지 읽었다. 벡스트룀 경감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불쾌한 유형인데, 이런 부패하고 저열한 형사도 있다는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걸까. 대개의 추리소설이나 경찰소설에서는, 이 정도로 불쾌한 캐릭터를 만들 때는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건해결은 잘 해' 뭐 이런 구성인데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끝까지, 업무 후 술 먹기, 회사돈으로 빨래하기, 여자만 보면 딴 생각하기, 맘에 안 들기만 하면 '게이'니 '레즈비언'이니 하는 말들을 상스럽게 하거나 생각하기 등등으로 일관해서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 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했다. 사건 해결도 못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으니 나중엔 좌천... 다음 편엔 부활.. 한다니 아 정말. 다음 건 안 읽을 거고, 이 책은 바로 중고로 내놓을 작정이다.

 

누워서 또 한 일은 넷플릭스 보기이다. 이 늪과 같은 것은 나로 하여금 보고 싶은 드라마가 딱히 없어도 뭐라도 보기 위해 헤매 다니게 하는 마력이 있어서 요즘 나는 뜬금없이 <미스 함무라비>를 보고 있다. 책으로는 읽은 적이 없지만,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나쁘지 않았어서 한번 볼까 했던 게 계속 보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총 16회인데 벌써 12회까지 보았다. 아 요물이야 요물. 넷플릭스를 끊어야 하나.

 

 

<미스 함무라비>를 보면서 이생각 저생각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앞 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고아라가 맡은 박차오름 판사를 보면서 그 혈기가 부럽기도 하지만, 이제 나이가 그것보다는 한참 들어버린 사회생활에 찌들은 나는... 아 저래서 해결난다면 그건 드라마라서야.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함께 흥분하고 함께 덤비겠다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저 사람도 사정이 있을텐데, 좀더 신중하면 좋지 않을까, 저런 정의감 힘들어..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회에서 해결안되는 거니까 책과 드라마에서 시원하게 해결되는 걸 보는 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나도 어느새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나보다. 박차오름 판사의 입장보다, 그 앞에 서 있는 정의롭지 못한 인간들의 사정을 살펴보게 되다니.

 

또 어찌 달리 생각하면, 나도 옛날엔 저랬는데 싶어서 좀 씁쓸하기도 하고. 나이가 든다는 건 좋게 말하면 세상을 두루두루 살피게 된다... 가 되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래저래 무관심해진다.. 의 의미인 것 같다. 안되는 것을 굳이 우겨서 할 에너지도 없고 정의가 꺾이는 것을 흔히 보는 지라 내세울 정의감도 희미해지고... 일천한 내 자리 하나 보전하려고 이러고 사는가 싶어, 사실 드라마 보면서 좀 울적해지기도 했다. 덕분에 냉장고에 있는 맥주만 들이키게 되더라는. 그래서 내가 주말에 먹은 맥주가 몇 캔이더라... 흠흠. 뭐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까 요는, 지난 주말에 재미도 없는 책을 읽고 괜히 헛헛함만 일으키는 드라마를 보았다, 이 애기이다. 할 일을 전혀 안 해서 이번 주는 좀 피곤하게 생겼다. 지난 달에 여행가느라 못 다닌 수영도 재개해야 하는데...

 

그러고보니, 문유석 판사가 이번에 새 책을 내었다. <쾌락독서>. 제목이 맘에 드는데 한번 볼까나. 근데 이 분, 바쁠텐데 정말 열심히 글을 쓰신다. 비연, 불평불만만 많고... 좀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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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학교 과 교우회에서 송년회 및 총회를 한다고 해서 갔다. 이런 모임은 사실, 연세 많으신 분들이 흔히 참석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망설이긴 했는데, 교수님들이 나오신다고 해서... 문득 그리운 마음에 가보았다.

 

대학교 때 교수님들. 내가 가르침을 받았던 과의 교수님들이 몇 분이더라. 나는 대학교 때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지만, 교수님들 수업도 상당히 재미가 없었다. (쩝) 그 당시 가장 연세가 많으셨던 분은 대머리에 매우 지루하게 생긴 분이셨는데, 들어오시면 항상 교과서를 내리 읽으셨다. 전공 필수였고 알고보면 재미있는 내용이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ㅜ) 책을 그냥 읽으니 아 정말 세 시간이 지옥같았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밑줄 쫘악... 을 하면서 세 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그래서 난 늘 잤다. 원래 잠이 많기도 해서 수업시간에 잠을 많이 자기로 유명했지만, 그 시간은 거의 깨있었던 기억이 없다. 어느 날, 그 날도 아예 책상에 엎드려서 푸욱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교수님이 한 말씀 하시는 게 들렸다. 자더라도 조용해지면 감각이 살아나는 법. "자네, 어디 아프나?" ... 그 '자네'가 나였다. 켁. 나는 스윽 일어나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아니요... 하고는 목을 겨우 가누며 책을 보다가.. 다시 자고. 그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면 그 분 연세가 지금 나보다 몇 살 더 많으셨을라나 계산해보니, 학부생들 데리고 수업하는 게 스스로도 참 재미없었겠다 라는 이해도 된다. 또 한 분이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분은 좀 유쾌한 분이셨다. 가르치는 건 뭐 그닥 그랬지만 (과목 자체가 전.혀. 흥미가 없는 과목이었다) 항상 긍정적인 말투로 잘 웃는 분이셔서 좋았다. 아드님도 같은 전공으로 교수를 한다고 들었는데...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갑자기 폐암을 진단받고 다 퍼진 상태라는 얘기에 연명치료는 하지 않은 채 일년인가 지내시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어제 오신 분들 중에 한 교수님은, 보고 이 분이 누구시지? 싶어서 주위 선배들한테 누구시냐고 물어봐야 했다. 세상에. 학교 다닐 때 기름을 바른 까만 머리를 뒤로 쫘악 넘기고 까만 테 안경에 까칠한 눈빛으로 수업하시던, 정말 너무 까칠해서 별명이 '심탱이'였던 (성이 '심'씨셨다) 분이란다. 허걱. 그 분이 완전히 백발에 병색있는 노인이 되어 조용히 앉아계셨다. 물론, 연세도 지금 80이 넘으셨을 거다.. 싶지만 예전 모습이랑 너무 달라지셔서 깜짝 놀랐지 뭔가. 알고보니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단다. 몇 년 전에 발병해서 약으로 지연시키는 중인데 연세가 연세시다보니 이젠 거동이나 말이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었다.

 

살아계신 분들 중에 제일 연세가 많으신 교수님은 53학번. 우리나라 나이로 85세신가. 그 분에 대한 인상은, 줄담배를 피셔서 얼굴 주위에 하얀 연기가 늘 감도는 분이다 라는 거다. 가끔 수업시간에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는 담배를 피기도 하셨던...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긴 하지만, 상당히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분이었다. 그게 또 밉지 않은, 흔치 않은 분이었고. 술도 좋아하셔서 후배들과 가끔씩 술자리도 같이 하셨고 그래서 학번 차이가 한참 나는 후배들이 '형'이라 부를 정도로 친근한 교수님이었다. 여전히 정정하신 게, 내가 대학교 때는 저렇게 술과 담배를 해서 오래 사시겠나 했건만, 제일 정정해 보이셨다. 본인도 일어나 인사하시는데, "머리는 말짱합니다"로 서두를...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20살 꽃다운 나이로 입학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역할을 다하는 중장년이 되어 나타났으니, 교수님들도 그 시간동안 늙어가신 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참 인생무상이구나.. 시간이란 게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는 거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짠해지기까지 했다. 교수님들께나 선후배들에게나 나 스스로에게나... 짠한 마음.

 

나이가 드나보다. 이젠 젊은 날의 사람들 근황이 조금씩 궁금해지고 만나면 반갑고 그렇다. 사람 사는 게 참, 누구나 매한가지인가 싶다. 젊은 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시간은 노인을 남기고, 그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쓸쓸한 회한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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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8-12-0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간의 흐름은 정말 유수와 같네요ㅜ.ㅜ

비연 2018-12-01 19:03   좋아요 0 | URL
정말요 ...ㅠㅠ
 

 

인생을 다이나믹하게 살지 않으면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글을 올린다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일임을 고작 일주일 실천해보고 알았다. 그나마 주말에는 일이 있어서 올리지 못했고 지난 주 수요일부터 계속 하나씩 올리고 있긴 한데... 매번 어떤 화제를 써야 하나 고민이 된다. 물론 책에 대해 쓰면 됩니다만, 요즘 책 진도도 잘 안나가는 형국이라 참으로 난감. 그러고보니 나의 일상생활을 좀더 주의깊게 들여다보게 되는데... 시시하다, 시시해. 어쩌지..

 

요즘의 주중에는 말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좀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도저히 눈이 안 떠진다) 씻고 준비하고 아침먹고 출근. 오는 길에 회사 앞 스타벅스에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치듯이 들러서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톨 사이즈 테이크아웃'을 주르륵 읊고 하나 받아와서는 회사로 입장. 8시. 오전 근무하고 점심. 12시 30분경 끝. 점심은 대부분 회사 사내식당. 그리고 오후 근무. 졸리면 중간에 사내 카페 가서 다시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를 주문하여 마시고, 6시경 퇴근.

 

집에 와서 아침에 남겨두고 간 설거지거리 후딱 치우고 저녁 준비. 매번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많이 퍼넣고 있는 나. 고기에 찌개에 반찬에 밥 한 아름. 이래선 안되는데 하면서 맥주 한캔 반주도 곁들인다. (이 맥주를 일상적으로 먹기 위해 컵도 샀습니다...) 그리고는 넷플릭스를 한편 보면서 '세이브더칠드런 모자뜨기' 진행. 올해도 어김없이 이걸 하고, 벌써 세 개째에 돌입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서 매년 하게 된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이불 속에 들어가 독서.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아래 ↓.

 

 

레이프 페르손의 작품은 처음인데, 벡스트롬이라는 우웩스럽고 마초적인 형사가 나온다. 50대 독신에, 땅딸막한 아저씨 몸매를 가진 사람으로, 누구한테 얻은 금붕어(에곤)를 애지중지 기르며, 여자만 쳐다보면 꼬셔서 잠 한번 자보는 생각만 하고 먹기는 또 어찌나 잘 먹는 지. 밥 시간 어겨가며 뭘 하는 건 용납이 잘 안되는, 아주 웃긴 캐릭터이다. 그 속마음은 또 어떻고. 배배 꼬인 사람이라 읽노라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어쨌든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아주 재미있지는 않은 그런 상태이다.

 

이 책을 도대체 몇 장이나 읽고 자는 지. 어느 새 베개 위에 머리를 묻고 자고 있는 나를 발견. 시계를 보니 11시쯤? 에라 자자. 하고는 불을 확 꺼버리고 잠을 청한다. 많이 잤나 하고 일어나보면 꼭 1시 아니면 2시. 잠 못 이루는 10여 분이 지난 후 다시 쿨쿨. 새로운 날의 시작...

 

이 다음은 <페미사이드>

 

 

이런 루틴하고 평범하고 아무 특색이 없는 생활을, 요즘 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송년회의 명목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만남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생활에 변화가 좀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도 쌓여 있는데, 도대체 퇴근하고 가면 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말을 빌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하여간, 스펙터클한 사건사고가 없는 탓에, 매일 글을 올리다보면 그냥 궁시렁궁시렁. 이런. 이래서는 아니됩니다.. 속으로 자책 중이나, 요즘은 이상하게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정말, 아무 것도. 그래서 그냥 아무 것도 안 한다. (잘 한다..)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가끔씩 뭔가를 만들어먹는 재미는 있다. 그제 끓였던 참치김치찌개도 그 일환. 

 

초보 요리사는 레시피에 의존하여 찌개를 끓이게 되는데, 맛이 잘 안나길래 다시 보니 설탕을 안 넣었더랬다. 그래서 설탕을 넣는다고 하얀가루가 담긴 병을 통째로 들고와 털털 털고 있는 중, 아 내 설탕은 흑설탕이었는데, 그럼 이건? .. 소금이구나. 이걸 깨닫는 데 1초 정도 걸렸다. 기겁을 하고 멈춰서서는 설탕을 다시 뿌리고 쌀뜨물 국물을 집어 넣었더니....이도저도 아닌 맛이 되어 버렸다는, 슬픈 전설같은 이야기. 사람들의 충고는 그냥 라면스프를 '적절히' 넣으시게나.. 였고 나도 앞으론 그래볼 생각이다. 이번 건 어쨌든 내 뱃속에 넣어 해치워야 하는 물건으로 다가왔다. 요즘 열심히 퍼먹는 중..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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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2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보니 웃음이 절로 나네요~저도 알라딘으로 넘어와서 1day 1paper 할려고 했는데 솔직히 몸이 지치고 강박관념 같은게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퀼리티를 강하게 가져갈라니 고갈이 오더군요...

지금은 relax하고 있습니다 야구선수도 타율이 3할이면 강타자라 합니다 4할타자는 거의없죠! 매일 매일 홈런치고 싶은데 그것도 욕심이더라구요 그냥 매일매일 쓴다는것에 의의를 둘려고 합니다요 ㅎ화이팅!!!

비연 2018-11-29 16:08   좋아요 1 | URL
앗. 그런 거군요. 전 알라딘 마을에 있은 지 어언... 흠... 어언... 십년도 훌쩍 넘었는데, 요즘 문득 내가 넘 알라딘에 글을 안 올리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매일 써야지 라는 말도 안되는 결심을 하게 된 거에요. 그냥 대충 해야 하나 싶네요 ㅋㅋㅋㅋ 고퀄을 고집하기보다 꾸준히 ^^;;

stella.K 2018-11-2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 땐 마태우스님의 <밥 보다 일기>를 읽어 보세요.
일기 하나 쓰겠다고 일상을 다이나믹하게 만들 수는 없죠.
요는 매일 꾸준히 쓰는 거라고 하더군요.ㅋ

근데 좋은 일하시네요. 세이브 더칠드런.
셋 다 응원합니다. 매일 글쓰기, 뜨개질, 요리!^^

비연 2018-11-29 16:10   좋아요 1 | URL
마태우스님의 그 책..ㅎㅎ 제목이 넘 재밌는. 전 수첩에다가 거의 매일 쓰기는 하는데, 그걸 알라딘에 옮길 내용은 아니고 해서.... 그래도 꾸준히 뭔가를 올려봐야겠어요.. ㅎㅎ

응원 감사함다~ 뜨개질은 정말 못하지만, 그래도 봉사라고 하는 것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인 것 같아요, 제게는. 우선 현물이 눈에 보이고 그게 어딘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말이죠. 요리는 요리는...ㅜㅜ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되어서 .. .그냥 마구 노력만 하고 있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으니, 언젠가는.. 그러면서요 ㅋ

2018-11-29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8-11-30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의외로 하루 한개의 글올리기가 생각보다 힘들더군요.아무래도 알라딘 서재에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좀 많이 생각하고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런것 같더군요.그래서 요즘 제가 찍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는데 이건 좀 가벼운 글이라서 그런지 쉽게 서재에 글을 올릴수 있는것 같아요.

비연 2018-11-30 08:28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방법도 있군요.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는. 사실 알라딘에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아서 더 쉽게 쉽게 못 올리는 것도 있나 싶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해야 할 듯~

카스피 2018-11-30 10:36   좋아요 1 | URL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쓴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재작년인가 경주 황리단길을 갔다가 그곳 서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을 구입했었다. 故 노회찬의원(아..ㅜ) 이 현재 영부인에게 선물했다 하고 베스트셀러로 워낙 유명하기도 한 책이다. 사실, 나는 읽고 나서 큰 감흥이 없었다.

 

 

 

 

 

 

 

 

 

 

 

 

 

 

 

 

왜일까. 일단 작가의 역량이 문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내게 크나큰 심정적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게 컸지 않나 싶다. 내용이 그냥 그래서가 아니라, 이 시대 여성들, 82년생이건 뭐건간에,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두번쯤, 수없이 당해봤을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이 아니라 다큐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어쩌면 페미니즘에 대한 저항감도 줄어든 게 아닐가 싶기도 하고. 아니, 페미니즘, 혹은 이 땅의 여성들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방식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많이 팔렸다. 100만권, 밀리언 셀러. 정말 놀라운 숫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대립구도로 해석하는 것에는 늘 반대였다. 페미니즘 자체가 사회의 소수, 혹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일정 계층에게 저질러지는 사회적 억압과 권력 기반의 차별, 폭력 등에 대한 건전하면서도 치열한 저항감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상이 결국은 휴머니즘이 되어야 한다, 즉, 사람을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대우를 하게끔 되어야 한다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기본 생각에도 불구하고 내가 페미니즘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휴머니즘 운운할 정도로 이 사회가 여성의 입장에서 편안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아니, 많이 불편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백만권이 넘게 팔렸다는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매우 일상적이며 만연되어 있는 다큐 같은 이야기라 할 지라도 소설화되어 우리에게 마음으로 다가올 때, 당하면서도 이게 뭐지 라고 했던 것들이 스물스물 마음 한 귀퉁이에서 올라오고 그것이 의식으로까지 발전되고 그래서 행동으로 항변할 수 있게 된다면, 그만한 소설의 순기능이 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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