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점령하라 사계절 중학년문고 4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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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씨의 작품 중 <나쁜 어린이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 느꼈던 아이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잘 표현하는 작가, 서정적인 작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과수원을 점령하라> 책을 읽으면서 역시 작가의 세심한 마음씀과 서정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단편의 주인공인 오리, 쥐, 고양이, 나무귀신, 찌르레기, 할머니가 모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단편이자 장편인 책으로, 모든 동물을 의인화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재미있는 동화책이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다.

동물을 경시하고, 학대하는 어린이들이 읽으면 지금까지의 과오(?)를 용서받고 싶어하게 하는 책이고, 어른들도 이 책을 읽으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무질서한 개발로 도심에 작은 동물들 마저 살 곳이 없어지면서, 점점 삭막해지는 도시가 되는 현실에 대해 이 책은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우리 모두 마지막 안식처인 '과수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저자는 이렇게 외치는 듯 하다.
'동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하찮은 동물들이라도 인간들보다 더 마음씨가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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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글, 베로니크 보아리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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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학교 1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프랑스 동화책이다. <칠판앞에 나가기 싫어>를 읽으면서 고등학교 과학시간이 생각났다. 늘 오늘 날짜를 부르고 더하기 10, 빼기 10을 좋아하셨던 선생님. 그 수업시간이면 날짜를 세기 바빴다. 번호와 날짜의 연관성이 없으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어느 날은 떠든 친구 앞, 뒤, 옆을 시켜서 야유를 보냈던 시간들.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이라면 주인공 '에르반'과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선생님한테 지적당할까봐 고개를 최대한 푹 숙이고, 눈을 절대로 맞추지 않고,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꾀병을 앓았던 기억. 지금 딸아이도 가끔 피아노학원에 가기 싫어서 배가 아프다고 할때면 웃음이 나온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에르반'처럼 속상해 하겠지만.......

임시 담임을 맡은 '비숑' 선생님이 '에르반'보다 더 자신감이 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을 보고 '에르반'이 나서서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고 자신감을 갖는 결론에 이르러서는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자신감은 억지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다른 사람이 도움을 청할때 손을 내밀면서 그렇게 생기는 거다.

이 책은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방법과, 초등학교 아이들의 수업시간을 섬세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특히 주인공 ‘에르반’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발표하기 싫어하는 학생이나,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면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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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
이희아 지음, 고정욱 엮음, 김 담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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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와 함께 간 미용실에서 보게 된 책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를 읽고,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훌륭히 성장한 헬렌켈러도 있다지만 장애우에 대한 복지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훌륭히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아이가 과연 있을까? 그리고 네 손가락으로 어려운 피아노곡을 칠 수 있을까? 하면서 처음엔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TV만 보길래 주말을 제외하고는 TV시청을 금지하여 정보에 어두웠다.

다음날 우연히 보게 된 지방신문에서 청주에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초청연주회'를 한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고, 어렵게 티켓을 구해서 공연을 관람하였다. 정말 대단했다. 일반인도 치기 어려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캐논 변주곡’, ‘러브스토리’등을 악보도 보지 않고 연주했다. 대부분의 청중이 숨을 죽이고 눈물을 흘리면서 연주회를 관람했다.

그리고는 바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를 구입해서 읽었다. 역시 ‘훌륭한 사람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계셨다. 장애아인 것을 알면서도 아기를 낳고, 일반인과 똑같이 키우기 위해 학교에 보내고,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받아주는 피아노학원을 찾아 다니고....... 그 피아노학원 선생님도 훌륭하신 것 같다.

가장 대견한 것은 희아의 낙천적인 성격이다. 큰 주사기로 고인 물을 빼내고, 툭하면 감기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하는 힘든 과정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 희아의 밝은 성격.......

종교의 힘도 큰 것 같다. <지선아 사랑해> 책을 쓴 지선양도 그러하듯 종교의 힘이 아니었다면 그 힘든 고통을 겪어낼 수 있었을까? 늘 성모님이 옆에서 지켜봐 주신다는 마음에 힘든 것도 참고, '두 손가락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는 마음’ 이 생기나 보다.

앞으로 나이가 들면서 더 힘든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순수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면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이 책을 읽고 나니 과분한 행복을 누리면서도 정작 감사할 줄 모르고, 불만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삶의 무게가 힘들어서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희아는 네 손가락이고, 다리가 없어서 무릎으로 걸어 다녀도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데,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다면 무슨 문제가 될까?

딸아이가 공연을 보고나서 이런 말을 한다. “희야언니 우리집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피아노도 가르쳐 주고, 나랑 재미있게 놀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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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토지 전12권 세트
박경리 원작, 토지문학연구회 엮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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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씨의 <태백산맥>을 처음엔 재미있게 읽다가 6편부터는 고전을 하며 읽은 터라 장편을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생겨 그동안 외면하였는데, 토지 21권이 청소년용 토지로 재편집되어 나왔고 12권으로 압축해서 출판되어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역시 중, 고생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의도적으로 편집하여서 기존 작품에는 사투리가 많이 나왔는데 거의 표준어로 쉽게 씌어져 읽기가 편하며 간결하여 부담이 없다. 등장인물이 많은지라 계보를 작성하며 읽고 있는데 박경리씨 특유의 여성스럽고, 섬세한 필치라 읽는 재미가 난다.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자세한 풀이를 읽고 있다보면 어느새 역사 속으로 몰입되는 지경이 된다. 특히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 강점기, 3.1운동, 해방 등 근대사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역사공부까지 된다.

등장인물의 특징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월선과 용이의 애틋한 엇갈린 아름다운 사랑, 무당의 딸이라 감히 혼인을 하지 못하였지만 결국 사랑을 하게 되고,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눈을 감지 못하는 월선. '니 여한이 없제'하는 용이의 말에 '야 없십디다'로 답하는 월선...... 둘의 대화를 읽으며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일생을 서로 기다리며, 인내하는 슬픈 사랑.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품안에서 죽는 것으로 보상받는 걸까?

구천이(환)와 별당아씨의 출생의 비밀과 사랑은, 하룻밤의 실수로 김개주의 아들 환이를 낳게 되고, 그 아들이 며느리를 사랑하게 되어 야반도주하게 되면서 애끓는 모정, 윤씨 부인의 고단한 삶의 역정... 길상이를 사랑하지만 아씨를 좋아하는 길상이를 못 잊어 하다가 결국엔 기생 기화로 변신하는 봉순이와 그의 땅 양현이, 금녀와 장인걸의 애틋한 사랑, 하인신분의 길상과 아씨 최서희의 결혼! 그러나 길상이 독립운동으로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 임명희와 명빈 남매, 조용하, 조찬하형제, 그의 아들들 윤국, 환국, 홍이, 한복, 두수, 두메, 영광, 강혜숙, 영호 등등.

참으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설정에 리얼리티와 생명력이 뿜어져 나온다. 청소년용 토지가 새롭게 나온 점은 토지를 읽는 층이 한층 넓어져(이 정도면 중학교 1학년생도 읽을 수 있겠다) 그 의미는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올바른 역사관이 형성될 수 있게 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의 한 맺힌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박경리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아니 노벨문학상 자격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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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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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이 시사하고자 하는 것은 뭘까? 이 책의 내용과 제목과의 연관성은? 50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이지만 두꺼운 책 한 권을 읽고 난 뒤의 느낌처럼 무겁다. 한참을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중년층 부부 사이의 대화의 부재, 관계의 단절, 이기심에 대해 적절히 표현하였다. 더욱이 딩크족도 아니고 아이를 그리워하는 부부가 아이가 생기지 않을 경우의 그 초조함, 불안감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나도 결혼 후 1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의 ‘부부’ 개념은 뭘까? 여자와 남자가 생각하는 ‘부부’의 개념은 확연히 다르다. 여자는 ‘부부=친구, 애인’ 정도. 그러나 남자는 ‘부부=어머니, 모성애’에 대한 개념이 강한 듯 하다. 이 책은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소년 가장으로 살아야 했고, ‘나이보다 항상 많게’ 살아온 남편은 아내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편안히 기댈 수 있고, 온전히 베풀어주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희생적인 사랑.......

부부 사이의 유대관계가 회복되는 시기는 남편이 거식증에 걸려 음식을 거부하고, 뼈만 앙상히 남아 병원에 입원한 죽기 일보 직전에 유일한 화제 대상이던 ‘새’를 매개체로 한 대화 속에서, 새의 삶을 통해 부부 관계가 거듭난다. 아내가 아닌 '어머니'로서 남편의 입장을 생각할때......

소설치고는 좀 난해하지만 신경숙 특유의 깊이 있고, 시대상황이 적절히 첨부된 현실성과, 한동안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여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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