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프랑스의 유학생들과 미국 유학생들을 비교해 보면서 흥미있는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미국에는 역시 엘리트 유학생들이 많아서 학벌이 쟁쟁한 사람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변변치 않은 학벌의 유학생들도 많지만, 유학 대상국가의 분위기에 맞추어 국가를 선택한 탓인지 문화적인 배경이 넓고 교양이 풍부한 유학생들이 많다.
프랑스 유학시절에 모여서 나누던 토론도 인생에 관한 진지한 주제가 주종을 이루어서 술자리가 편안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모임이었었는데, 미국유학생들의 화제에는 자기 전공일색이고 다른 세상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일과 가정밖에 모르는 미국인들의 생활 스타일에 전염된 탓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 유학 안내편)-?쪽
▷ 자동차 카피에 'Le silence qui va faire du bruit', 직역하면 '소음을 만들 침묵'인데, 소음인 'bruit' 는 소문이라는 뜻도 있다. 소문이라는 의미를 넣어서 다시 번역해 보면 '소문을 만들 침묵'이 된다. 그 자동차는 디젤 승용차였으니, 디젤 승용차는 연료비가 저렴하지만 엔진 소음이 커서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것을 염두에 둔 선전이다. 즉 '우리 디젤 승용차는 어찌나 조용한지 장차 장안에 소문이 자자할 것입니다'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Sound of silence'라는 말처럼, 침묵과 소음이라는 단어의 절묘한 대조가 멋있는데, 소음은 다시 소문으로 둔갑하고 있다.
세 번째 기억에 남는 카피는, 남녀의 진한 키스 장면의 포스터에 다음과 같이 써놓았다. 'Une langue qui n'est pas si étrangere', 직역해 보면 '그렇게 낯설지 않은 혀'라는 말이다. 연인 한 쌍이 농도 짙은 키스를 하고 있는 장면이니 이해가 아주 쉽다. 그런데 그 밑에 엉뚱하게도 'Goethe Institut'라고 씌여져 있다. 'Goethe Institut'는 독일어를 배우는 곳이 아닌가? 아하! 혀(langue)라는 단어는 영어의 'tongue'와 같이 언어라는 뜻도 있다. 'Langue'에 언어라는 뜻을 넣어서 다시 번역해 보면, '(독일어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언어입니다'라는 뜻이 된다. (세련된 광고문화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