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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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책 띠지의 강렬한 한 문장이 이 책을 읽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다. 처음엔 그의 신작 소식인 줄 알았는데 작가는 '티보어 로데'! -이런, 낚이고 말았어!- 댄 브라운의 소설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의 작품은 다 읽었는데 그와 비교할 만한 작품이라니, 꼭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 소설은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것의 연원을 추적하는 소설이다. 인간이 공통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그 '황금비율' 이란 것 말이다. 미인, 미남으로 느껴지는 얼굴에는 일정한 비율이 있고 예술작품이나 건축물에도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비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인간은 언제부터 이 비율을 아름답다고 느끼기 시작했을까? 여기에 어떤 생물학적인 즉 '뇌' 특성이 있는지 소설은 여러 가지 소재들로 이를 표현하고 있으며, 이 현상에 반기를 든 사람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유발한다.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납치당하고 전 세계 벌들이 집단 폐사한다.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이 폭파되고 세계 '이미지'와 '영상 데이터'를 괴상하게 변형시키는 일명 '모나리자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황금비율'만 찾아 파괴하고 변형시키는 바이러스. 누가 이런 것을 만들고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주인공인 '헬렌 모건'은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뇌의 특성을 연구하는 신경미학자로 사라져버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범인의 지시를 따르며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그렉 밀너'는 FBI에서 큰 잘못을 저지르고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수사하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연결고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연결 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르브루 박물관으로 모이게 되는데...범인이 계획한 가공할 만한 범죄는 무엇일까?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소설은 현재와 1500년경 피렌체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피렌체의 모습은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릴 때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곰곰이 생각하면 꽤나 섬뜩하다. 현실은 외모지상주의에 경도된 인간들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범인은 이런 현실에서 끔찍한 내, 외상을 입고 생각마저 비뚤어져 버린 사람이다. 그리고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이런 인간들의 탐욕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평가에 대한 내 감상은 글쎄? 정도. 댄 브라운 작품의 특징이라면 놀랄 만큼 빠른 전개, 크고 작은 반전, 지적 유희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은 소재의 참신함이나 독창성은 좋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거 같다. 댄 브라운의 소설엔 예술 작품 속에 숨어있는 기호와 상징들이 아찔할 만큼 서술되고 이 모든 것들이 문제를 푸는 암호로 작용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모나리자에 쌍둥이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 이 외엔.


여러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엔 동기도 부족하고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걸 못 알아차린단 말야?' 생각이 드는 곳도 군데군데 있었고. 헬렌 모건의 공감각적 능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소설 속 배경이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등 여러 곳인데 소설이라 이런 장치가 크게 돋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영화라면 장면 전환에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몇 주 간 댄 브라운 소설을 연달아 읽다가 이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내게는 댄 브라운과 비교했던 것이 아쉬움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선입견 없이 읽었다면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 '미지의 인물' 말이다. 대체 이 쪽인지 저 쪽인지 알 수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 그 인물. 이 소설에서 그 인물이 주인공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만 그 인물이 소설을 좀 애매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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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우 -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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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우》




세 살 배기 아이 '벨라 엘리엇'의 유괴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남편 '글렌'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벨라 유괴 사건'이 일어난 2006년 당시 그는 강력한 용의자였지만 경찰의 함정 수사 때문에 사건이 기각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경찰과 언론은 여전히 그가 벨라를 유괴 살인한 범인이라고 단정 짓고 그의 아내인 '진'이 이제 진실을 밝혀 주기를 독촉하고 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건은 사람들에게 잊히고 있었을 테지만 용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글렌의 아내인 미망인 '진'과 그녀를 단독 취재해 특종을 잡기위해 접근한 베테랑 기자 '케이트', 벨라 사건의 책임자였던 경찰 '스파크스' 다. 소설의 현재 시점은 2010년,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2006년. 소설은 이 두 시점을 오가며 등장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소설을 구성하는 큰 틀은 '과연 글렌이 범인인가', '아내 진은 비밀을 알고 있나' 의 미스터리와 이 사건이 언론과 대중을 통해 소모되고 부풀려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부조리와 천박함이다. 소설은 정말 독자의 판단을 교란하는 '밑밥' 천지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 '진'은 남편이 죽어버려 속이 시원하고 그의 '허튼짓거리'를 견디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 뒷부분에선 오히려 그녀가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며 이러다 혹시 작가한테 뒤통수 맞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글렌 부분도 마찬가지다. 소설 앞부분에선 강박증에 아내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드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뒷부분으로 가면 혹시 피해자가 아닌지, 진짜 범인은 따로 있거나 아내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니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가 범인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만들며 독자를 아슬아슬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이 '불안함'이 바로 소설을 끝까지 견인하는 힘이다.


또 하나. 뒤뜰에서 놀던 세 살배기 아이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순식간에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 당연한 수순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려는 엉뚱한 제보들이 넘쳐나고 경찰은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한 체 헛걸음만 치고 있다. 이를 틈타 특종을 낚으려는 기자들은 자극적인 기사들로 피해자든 제보자든 가리지 않고 소비하기 시작한다. 사건이후 강력한 용의자인 남편 글렌이 사망할 때까지 4년간 그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경찰의 무리한 함정 수사로 아예 기소가 취소되는 지경에 이르고 진짜 가해자인지도 확정 되지 않은 시간동안 글렌과 진은 사회와 언론에 까발려져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아이의 엄마는 이제 피해자인지 언론의 꼭두각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사건이 어느 정도 잊힐 만 하게 되자 남편이 사망하고 이 사건은 또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내에게 접근한 베테랑 기자 케이트. 과연 그녀는 미망인 '진'에게서 진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리저리 줄타기를 하듯 소설은 독자를 놀리고 있는 듯 했다. '어때, 얘가 범인일까?', '가해자,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 것 같아?' '워 워, 아직 속단하긴 일러' 약 올리듯 타이르듯 작가는 독자를 어느 샌가 결말로 데려다 놓는다. 정말 조마조마하게 읽었던 얼마 안 되는 소설이었다. 재미도 있었고 긴장감도 있었다. 결말이 충격적이라기보다 결말로 향해가는 그 과정이, 그 아슬아슬함이 참 좋았다. 심리 스릴러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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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7-1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요약을 잘해 주셔서 더 기대가
됩니다.
구매 리스트에 올려봅니다 ^^

어릿광대의노래 2016-07-20 00:12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와의 밀당 즐기시길요~~~
 
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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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작가 '도진기' <나를 아는 남자>로 알게 되어 <유다의 별>로 팬이 된 이후 그의 작품을 찾아 읽고 있는데 바로 전엔 <붉은 집 살인사건>을 읽었고 이번에 읽은 책이 바로 <가족의 탄생>. 이 작품엔 <나를 아는 남자>의 주인공 '백수 탐정 진구'와 <유다의 별>과 <붉은 집 살인사건>의 주인공인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대결하는 구도를 담고 있다. -도진기'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이 두 사람인데 각자의 시리즈를 갖고 있으면서 서로 만나기도 하는 재미난 작품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대결이라고 하기보단 좀 상부상조하는 관계에 가까웠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단은 '진구'다. 한 일식집 사장이 진구에게 자기 아내를 죽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처형 2명인 것 같다며 찾아오는데 중요한 것은 그 범인을 잡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의 상속권을 박탈시켜 달라는 것.


자신의 장인어른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돌아가시게 되면 얼마 전에 재혼한 젊은 장모, 큰딸과 사위, 둘째 딸, 그리고 막내딸이 상속을 받게 되는데 막내딸인 자신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해서 자신과 아내 사이의 딸이 상속대상자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 바로 아내의 언니들이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둘이 상속을 받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진구는 여자 친구인 해미와 함께 의뢰인이 살고 있는 부산 집에 함께 기거하게 되는데 나가살던 처형 둘도 이 집에 들어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두 사람의 법률 대리인이 바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다. 이렇게 진구와 고진은 다른 편에 서서 의뢰인을 위해 일하게 되는데 처형들은 죽은 동생의 남편을 살인자로 의심하며 역시 그의 상속권을 박탈시켜 달라는 의뢰를 한 것이다.


역시 가족들은 서로를 의심하는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소설 중간쯤엔 새로운 인물도 등장하고 생각지도 못한 관계가 드러나며 독자의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 전 작품 <붉은 집 살인사건>도 그랬지만 가족이라는 허울을 걷어내면 그 안에 얼마나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을 수 있는지 작가는 그 진실을 꿰뚫고 있다. 물론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누구나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린 이미 알지 않은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각만큼 견고하진 않다는 것을.


결국 진구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만다. 그럼 의뢰인의 요구도 들어줬을까? 후후. 결말이 꽤 재미있다. 물론 고진도 같은 결론을 얻지만 이 둘이 그 결론에 다다른 과정은 많이 달랐고. 이 둘의 대결에 엄청 기대를 했지만 대립이라기 보단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더 큰 무게가 실려 있었다.


또 하나! 어둠의 변호사든 백수 탐정이든 추리 소설엔 공공의 적이 있어야 재미가 있지 않겠는가? 이 소설 도입부에 악당 '이탁오' 박사가 등장하여 진구와 만난다. 소설 말미를 보면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에서 이미 등장한 것 같은데 고진이 아닌 진구와도 만났으니 앞으로 이 두 사람과 악당 이탁오 박사의 대결이 사뭇 기대가 된다.


현직 판사인 작가이다 보니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을 테고 우리나라의 작가이다 보니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배경이 되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작가가 창조해낸 주인공들은 이미 스스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 내가 스릴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젠 <라 트라 비아타의 초상><순서의 문제>와 신간<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읽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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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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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죽'어'가 아니고 죽'여' 라는 제목에 조금 놀랐다. '죽어'라고 하면 막연하게, 정말 죽어도 될 만한 나쁜 사람이 떠오르기에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죽여'라고 하면 얘기가 다르다. 이 말에는 내가 죽이던 다른 사람이 죽이던 '죽인다'는 것에 능동성과 적극성이 떠오르기에 불편함이 느껴진다. 결국 이 말의 의미는 '살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죽여도 되는 사람. 누가 들어도 잘 죽였다고 생각하게 될 사람, 그 대상, 누가 있을까. 아니 아니잖아. 살인은 안 되는 거지. 사형도 집행되지 않는 이 시대에 살인이라니. 물론 법적, 도덕적으론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솔직히 죽이고 싶은 사람, 죽여 마땅한 사람, 마음 속에 한두 명쯤 있지 않아?

책을 읽다보면 살인자를(범인) 응원하게 될 거라는 책 소개에서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내심 '진짜 그럴까?' 하며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로 그렇게 되고야 말았다. 내가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었단 말이다. 범행이 성공하기를, 들키지 않기를 응원하고야 말았다니!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1인칭 시점으로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스릴러가 그렇듯 그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관계로 얽혀 있다는 것이 밝혀짐은 물론이고 그 과거의 관계와 행동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음도 당연하다. 한 여자와 남자가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둘은 공항만 떠나면 다시 보지 않을 사이이기에 은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여자는 남자가 외도를 한 아내를 '죽이고 싶다' 에서 '죽일 것이다'로 생각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어째서? 알고 보니 여자는 이미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그렇다. 주인공은 바로 이여자다. 여자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때문에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 살아서는 안 될 암적인 존재를 죽이는 것이 자신과 사회를 위해 정당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설득당한 남자는(독자도 설득 당한 듯) 자신의 돈을 보고 결혼한 후 다른 남자와 외도한 아내를 죽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렇게 소설은 주인공 여자와 남자, 외도한 남자 아내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안에서 여자가 과거에 죽였던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자는 남자를 도와 완벽하게 살인을 계획하지만 계획은 일그러지고 만다. 과연 여자는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 같은 못된(?) 인간은 범인을 응원했지만 도덕성이 강한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이유가 정당하다면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있는가? 혹은 꼭 살인이 아니더라도 법을 통하지 않는 개인적인 응징행위가 정당한가? 혹은 이 여자는 심리는 뭘까, 싸이코 패스 혹은 소시오 패스 범죄인가? 등등의 질문들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더 좋을 것 같은 사람을 떠올리며 이 주인공 여자의 행위에 대리 만족을 느꼈고 제발 들키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랐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미저리' 같은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가 될 수도 어쩌면 마누라 죽이기' 같은 블랙코미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난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은 같다.


어찌됐든 현재 우리 사회를 봤을 때 나처럼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꽤 많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결혼한 남성들이라면 옆에 있는 아내를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연인들 사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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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칼 - 소설 동성왕
김현빈 지음 / 주류성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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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칼》




백제는 스스로 황제를 칭할 만큼 강성했지만 그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중원을 호령하던 고구려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사료가 많지 않아서 인 것 같다. 김운회 교수의 '대쥬신을 찾아서'에 따르면 백제는 고구려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가 아니라 부여를 이은 나라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고 멸망이 아니라 축소될 지언 정 그 명맥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 책과 일명 재야사학자들의 고대사 관련 책들을 읽으며 우리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역사에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안에 '백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중에 ‘대륙 백제 설' 이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백제는 현재 황해를 가운데 두고 왼쪽 중국 영토에 대륙백제가 있었다고 하며 이 소설에서도 백제의 요서 진출을 가정하고 있다. 본국인 한강 유역의 백제는 ‘담로’들을 두어 많은 지역을 백제의 영향권아래 두었다고 하는데 소설에서도 요서 백제를 돕기 위해 왕이 친히 출정해 중원의 북위와 일대결전을 치루고 돌아온 동성왕이 그 여세를 몰아 당시 정권을 휘두르던 귀족 '진씨' 일가를 쳐내고 다른 귀족들에게 왕과 후의 작위를 하사한다. 바로 이 과정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다.


소설의 배경은 고구려 장수왕에 의해 백제 개로왕이 죽고 한성을 빼앗겨 멸망의 위기에 선 백제다. 백제는 외부의 문제도 그랬지만 진씨와 해씨를 중심으로 사, 백, 연, 백, 목 씨 등의 귀족 세력과 왕가 부여 씨의 내부 세력다툼 또한 큰 문제였다. 소설 속에서는 왕의 힘이 커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고구려라는 외부의 적까지 동원하는 진씨 귀족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다. 이런 이유로 주인공인 모대가 왕이 되기 전 두 왕이 내부 권력다툼에 의해 목숨이 날아갔고 이 틈바구니에서 모대의 아비인 곤지 또한 목숨을 잃었다. 권력을 차지한 진씨의 수장 '진남'이 친히 왜로 넘어가 모대를 왕으로 추대한다.


모대에게는 사마라는 형이 있다. 이 둘은 '모대는 불, 사마는 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랐다. 모대의 어미는 왜의 여자 사마의 어미는 백제 인으로 출신 성분부터 달랐고 성정 또한 모대는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문보다 무에 강한 사람이나 사마는 물처럼 차분하며 경서에 능한 인물이었다. 진남은 다루기 쉬울 것 같은 어린 모대를 왕으로 만들어 백제에 오지만 모대는 내부에 준동하는 무리들과 북위의 전쟁에서까지 승리를 거머쥐고 나중에는 권력의 정점에 선 진 씨 일가까지 응징하며 왕권을 강화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왜에서 부터 오랜 벗이던 백가와 등을 지게 되고 주변에 자신의 사람을 두고 싶어 본국으로 소환한 형 사마의 세력은 날로 커진다. 게다가 그가 사랑한 왜의 여인 '이요' 화친을 위해 혼인한 신라 촐신의 비, 역적으로 몰락한 진 씨 가문의 여인인 어륙(왕비)까지 결국엔 그의 치세를 끝내기 위한 구실이 되어 그의 목을 겨눈다.


소설은 백제 내, 외의 권력의 향방과 정세, 수 싸움이 실감나게 묘사 되어 있고 이는 소설 전반에 퍼지는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전쟁이 일상이던 시대이니 이 속에서 누구는 영웅이 되고 누구는 어제의 일이 씨앗이 되어 오늘 죽음을 맞는다. 어제의 동맹은 오늘 원수가 되는 일이 허다했으니 권력이란 이렇듯 피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멸망을 재건의 기회로 만든 동성왕. 그 외롭고 하룻밤 잠들기조차 어려운 자리, 금관의 무거움에 몸서리치던 왕과 후기 백제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가의 노련함과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관심밖에 있던 백제가 또 한 번 내게 훅하고 다가왔다. 결말을 알면서도 달려가야 하는 역사소설의 숙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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