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황우석 교수팀의 일원이었던 김선종 연구원이 MBC 〈PD수첩〉에 했던 '중대 증언'의 내용이 확인됐다.
김 연구원은 지난 10월 20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PD수첩〉 팀과 만나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수록될 사진을 준비한 과정을 설명하는 가운데 △줄기세포 2개만을 넘겨받은 뒤 △황우석 교수의 직접 지시에 따라 △〈사이언스〉에 제출할 11개 줄기세포의 사진을 만들었으며 △이같은 사진 제작 과정은 연구팀 안에서도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서울대 수의대) 외에는 잘 모를 수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내용은 〈프레시안〉이 10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단독 입수한 김 연구원의 〈PD수첩〉인터뷰 녹취록에서 확인된 것으로 황 교수팀의 연구가 2개 정도의 줄기세포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11개로 조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당시 황 교수 연구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에 대한 사진을 촬영하는 일을 담당한 연구원은 당시 미즈메디 병원 소속이던 김 연구원 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이 이미 지난 5일 "소장 생명과학자들 '줄기세포 사진들 놀랍게 흡사'" 제하의 기사에서 황 교수팀의 논문에 소개된 사진들의 문제점을 최초로 지적했었다. 이 보도 직후 황 교수 논문의 사진들에 대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황 교수 측은 '실수'였다며 〈사이언스〉 측에 정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고, 최근엔 섀튼 교수가 〈사이언스〉 측에 사진을 전달하며 실수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섀튼 교수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황우석 교수가 지시" "줄기세포 2개 받아 사진은 10여장 찍어"
〈프레시안〉이 입수한 인터뷰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문제의 논문을 한창 준비 중이던 지난 4월경 황 교수 연구실로부터 2~3번 줄기세포만을 넘겨받아 이 2개를 모두 스테이닝(staining : 사진 촬영을 위한 염색)해 줄기세포 11개의 사진을 만들었다. 이 2개 세포의 테라토마(Teratoma : 아래 설명 참조)를 만든 김 연구원은 이를 이용해 4번 줄기세포의 테라토마 사진도 찍었다.
이같은 사진 제작 과정에 대해 김 연구원은 "(사진을) 불려서 찍었다"고 증언하면서 세포를 2개만 갖고 세포 11개 모두의 사진을 찍게 된 것은 "황 교수가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가 당시 "사진을 많이 만들라"며 "한 10장 정도 만들자"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10여 장의 사진'은 '세포 10여 개의 사진'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사이언스〉 논문에는 10개 세포에 대해 개당 2장 또는 8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김 연구원은 황 교수가 이런 지시를 할 때 그 자리에는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만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연구팀 내에서 황, 강 교수 외에 안규리, 이병천 교수 등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테라토마(Teratoma)란? 줄기세포를 면역력이 결핍된 생쥐(SCID mouse)에 이식해 암과 같은 종양으로 자란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줄기세포가 생체 내에서 다분화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증거로 활용된다.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는 줄기세포의 염색 사진과 2~3번 줄기세포의 테라토마 사진이 첨부돼 있다. 김선종 연구원은 이 논문 준비 과정에서 테라토마를 만들고 줄기세포를 염색을 하는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힘이 없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김선종 연구원은 황우석 교수가 3개의 줄기세포로 11개의 사진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뒤 큰 인간적 갈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이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김 연구원은 비록 황우석 교수가 이 10여 장의 사진이 바로 〈사이언스〉 논문에서 11개 줄기세포의 사진으로 쓰일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연구팀에서 줄기세포의 현미경 사진을 촬영하는 일은 김 연구원의 업무였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이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는 그레이드(지위)가 아직 안 되었기 때문에 (조작이라는) 말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PD수첩〉측에 증언을 하는 중에도 계속 신원 보호를 요청하는 등 극도로 불안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3장의) 사진을 (11장으로) 불렸다"는 증언을 하기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신원 보장을 요구했고, 인터뷰 후반부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연구원은 황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25명의 공저자 가운데 7번째로 이름이 등재됐다.
"줄기세포 자체가 '가짜'인지는 몰라…" 김선종 연구원은 이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자체의 '진위 논란'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증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2번 줄기세포도 제대로 추출된 게 아니지 않은가', '줄기세포도 2개를 11개로 부풀린 것 아닌가'라는 등의 질문에는 "그 쪽(황우석 교수) 실험실(의 사정)은 알 수 없다. 키우고 있던 줄기세포가 여러 개 있었다"며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지난 4일 보도된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이 녹취록에 나온 것처럼 '황우석 교수가 지시했다'는 등의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PD수첩〉측이 이와 유사한 진술을 강요했다고만 주장했었다.
사실로 드러나면 큰 파문…사실확인 시급히 필요 이 〈PD수첩 〉녹취록에 나타난 김 연구원의 증언은 황우석 교수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기 직전 줄기세포 2개로 전체 줄기세포 11개의 증빙 자료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 같은 사진 준비 과정에 황우석, 강성근 교수가 직접 개입한 정황도 나타나 있어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 교수팀은 당초 줄기세포 11개(세포주 2~12번)를 추출해 그 분화 능력을 모두 확인했다고 〈사이언스〉 측에 보고했으나, 〈사이언스〉는 지난 11월 29일 황 교수 측의 요청에 따라 이 11개의 세포 가운데 4개(5~8번)의 경우 생체 내에서 분화할 수 있는 능력(테라토마 분화)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정정한 바 있다. 또 〈사이언스〉 는 12번 세포의 경우 줄기세포로 인정될 수 있는 분화 능력이 생체 내는 물론이고 배양 접시에서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이에 따라 황 교수팀이 추출했다는 줄기세포는 배양 접시 위의 배아체 수준 10개(2~10번), 테라토마 분화 상태 3개(2~4번)로 줄었다.
계속 되는 내용은 아래로 가보시길 ...
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