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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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연금술사의 원형이라고 보여진다. 천 년 동안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걸었던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며,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을 적고 있다. 그 과정이 연금술사의 양치기 소년으로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작가는 처음엔 어떤 비범한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종교집단에서 수행을 한듯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에서 비참하게 깨진다. 바로 탐욕과 오만으로 인해.

그래서 떠나게 되는 순례의 길. 자신을 인도할  안내자와 우여곡절끝에 만나고,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난다. 중간중간 람의 수행법인 씨앗훈련이나 사자의 의식, 호흡법 등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이 수행법들은 명상법과 닮아 있다. 일상적인 것 하나하나에 또렷이 정신을 집중할 때 얻어지는 것들. 바로 일상의 명상. 소리나 색, 움직임, 이름 등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볼때 얻어지는 색다름은 그것의 진짜 본성을 찾을 수 있게 만든다. 다소 영적인 장면이 나와, 이성적 판단으로 볼때 주저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개개인의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다.

아무튼 그가 순례의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비범함을 벗어난  평범함 속에서 새로운 도전의 길이 열려있다는 것. 그리고 머물러 있지 말고 끝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때만이 행복은 찾아온다는 것이다. 배가 항구에 있는 것만큼 안전한 곳은 없지만, 절대 목적지에 도달할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영혼이 성장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날마다 꿈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 또한 순례의 길에서 얻은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 비범한 능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모험을 즐기고자 할때 행복은 성큼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길을 떠나자.고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아니, 최면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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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8-2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코엘료...
저에게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작가중의 한 명이지요.
오 자히르! 읽고서 맥이 빠진 후 코엘료에게 등을 보였습니다.
뭐, 이건 취향의 문제라 다른 분들은 코엘료를 겁나게 좋아하기도 하더군요.
근데 제목인 '순례자'가 제 마음을 흔듭니다.
제가 마음 약해지는 단어중 하나잖아요. 길....무수히 많은 내 속의 길....
하루살이님은 처마밑의 가로등 불빛 있는 길을 주로 따라 다니시고
여우는 한적한 딸기덩쿨길을 주로 다닌답니다.
가을인데, 예쁜 길 안내 리본이 또롱또롱 매달린 산에 또 가시겠죠?

하루살이 2006-08-2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리본을 못찾아 헤매기도 한답니다. ^^
그러고 보니 산에서 길을 잃어도 또 산에 찾아가듯 인생의 길에서도 용기를 내어야 할 것 같아요. 딸기덩쿨 사이로 여우를 볼 날도 있겠죠...
 



절에 사는 아리라는 여자아이. 자기 몸에 손 댄 사람은 모두 저주에 걸린다며 겁을 준다. 하지만 조강은 겁이 나지만 도망치지 않는다. 아리와 조강은 점차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아리와 손을 잡은 날 심한 열병에 걸려 학교를 못 나가게 된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간 날, 아리는 없다.

10년 후 고2. 조강은 아리가 있는 절에서 공부를 한다. 둘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계속 만나온듯 정겹다. 아리에 대한 감정이 어느덧 사랑으로 자리잡은 조강은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맛있는 초밥을 가져온다. 그리고 한번의 키스. 조강은 또 다시 독감에 걸린다. 아리는 사라졌다.

8년 후, 아리가 10년전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은행원이 된 조강. 아리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미국으로 떠난다는 아리.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다.

진실이야 어떻게 보면 뻔한 것이다. 흔히 로맨틱한 영화에 나오는, 또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 (밝히면 스포일러라...) 조강은 그런 아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아리는 자꾸 미안하다고 한다.

영화는 아리의 비밀이 갖고 있는 충격보다도 조강의 믿음에 시선이 꽂힌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수 없는 아리의 이야기들을 평생 믿어온 조강.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로부터 거짓을 걷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조강은 아리의 이야기를 반신반의 하는 듯 보인다. 자신이 어른이 됐다며. 하지만 아리를 위해서 조강은 다시 온전하게 아리의 이야기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위해 당치도 않은 일을 벌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게 당치도 않은 일이 아니라고 암시한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영화가 종반부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화>라는 단어였다. 동화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 자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그냥 하념없이 아름다운 이야기, 불가능하지만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들이 동화 속에서는 펼쳐진다. 사람들은 동화는 동화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동화가 동화다워야 동화지일까?

얼핏 왜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들이지 못할까 생각해봤다. 한번이라도 동화같은 삶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에이,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야? 라고 지레짐작해버리고, 아무런 시도도 않은채 포기한 삶.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는 불가능한 것인가? 현실 속에 동화를 그려낼 수는 없는 것인가? 또 다시 먹고 살아야 하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삶의 틀에 갇혀 동화는 창살 밖에 두어야만 하는 걸까?

동화같은 삶을 위해 한번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벗어나 숲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딱 한발자국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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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8-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에 가시잖아요...

하루살이 2006-08-29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흑, 그렇게라도 위로를...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10쪽

탐욕으로 인해, 그대는 또다시 자신의 검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할 것이야. 오만으로 인해, 그대는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검을 찾아야 하네. 비범한 것에 대한 미혹으로 인해, 그대에게 이미 풍성히 주어졌던 것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투쟁해야 할 것이야.-16쪽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5쪽

모든 것이 새롭기 대문에, 사물의 아름다운 면만 보게 되고 살아 있음을 더 행복하게 느끼게 됩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격렬한 지진이나 태풍과 폭우 역시 자연의 여정 중에 있는 순환이라는 것을.-51쪽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77쪽

우리는 언제라도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에게 익숙한 길만을 따라가는 것이죠-82쪽

인간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찾아낸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사랑입니다.-84쪽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거절당할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187쪽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제라도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비옥한 토지로 변화한 내면에 창조적인 상상력이 그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28쪽

패배를 통해서는 무엇이든지 배울 게 있지만, 도망을 간다면 적의 승리를 선언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으니까요-252쪽

내 검의 비밀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는 모든 성취의 비밀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것이었다.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의 모든 에너지는 보상만을 생각하는 데 소진되었다.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 욕망의 대상에 아주 확실한 목적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보상에 대한 유일한 동기였다. 그것이 내 검의 비밀이었다. -311쪽

행복해지는 것은 죄악이 아닙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지극히 개인에 속하는 일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행복의 원형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이 힘을 지닐 수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승리의 무거운 짐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마침내 실현되려는 꿈을 그냥 놓아버립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복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선한 싸움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세상의 것들에 갇혀 있는 포로들입니다. 무엇을 할지도 모른 채 검을 찾기만을 바랐던 저 자신처럼...-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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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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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란 수조 속에서 키울 물고기들의 가장 알맞은 생태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먼저 키웠다가 치워버리는 물고기를 말한다.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사용되는 실험대상물인 마루타를 닮았다.

소설은 주인공인 나(야마자키)에게 19년만에 걸려온 옛 애인 유키코의 전화로부터 시작한다. 한번 만나서 스티커 사진 한번 찍어보자는 엉뚱한 제안. 소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둘이 만나는 과정부터 현재까지를 이야기한다. 야마자키가 에로잡지의 편집자 일을 맡게 되면서 알게 된 사와이 씨와 풍속 아가씨 가나 짱, 그리고 사고로 숨진 와타나베와 그 가족들, 현재 야마자키의 애인인 나나미, 그리고 유키코의 남편과 그의 내연녀 등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져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만남과 이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예상치 못한 시간에 다가온다. (인연은 억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조차 회의한다. 지금의 행복이 타당한 거지, 내가 자격이 있는건지, 이것이 행복인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그래서 끝끝내 행복은 행복 그 자체로 행복하지 못하게 된다. 행복은 바로 그 감성 자체임을 깨달을 때는 이미 감성은 메말라있고, 오직 나는 기억만으로 살아간다. 지금 현재라는 것도 그 기억으로 유지되고, 그 기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누군가 행복을 가르쳐준 파일럿 피쉬의 역할을 해준다 해도 시간은 점차 그 완벽했던 환경마저 무너뜨린다. 그러나 또한 기억은 과거로의 복귀를 가능케함으로써 감성조차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그것은 감성이 아니라 기억일뿐...

소설은 애달프다. 옛 애인과의 재회와 이별이 애타고, 에로잡지 편집인이었던 사와이씨가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회추하는 장면이 서글프며, 가나 짱의 존재는 설움이다. 그래도 소설이 따스한 것은 지금 현재의 나가 새로운 일을 계획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인연이 만들어준 사람과의 끈이 때론 압박하듯 조여오고, 때론 부드럽게 애무한다. 내가 누군가의 파일럿 피쉬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며, 누군가의 파일럿 피쉬 역할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깨끗한 수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조 속에서 헤엄쳐야 한다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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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8-2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조 청소는 번거롭더군요. 그렇다고 안하면 물고기가 죽죠.
헤엄 잘치는 요령도 중요하지만 수조 청소도 잘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은유리뷰에 팩트 숨긴 댓글을 답니다.
마치 하루살이님과 제가 선문답을 주고 받는 것 같군요^^

하루살이 2006-08-2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일럿 피쉬가 헤엄치는 것만으로도 깨끗한 수조가 탄생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 때 개도 열심히 키웠는데 도저히 이별을 감당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함께 있는 것을 피하는 버릇 했더니... 기억이 삶을 지배하는가 봅니다.라고 쓰려했던 글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무언가를 기르고 싶습니다.가 아니고 함께이고 싶습니다.ㅠㅠ
 
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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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집합체였을 자신이 언젠가부터 기억의 집합체가 되고 말았어. 그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분 나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거야. 지금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감성도 실은 과거의 감성적 기억의 집합체가 아닐까 생각하니 무서워지고 말야-77~78쪽

음식점의 좋고 나쁨은 얼마나 맛있는 물을 제공하느냐에 있다고 나는 생각해. 아주 단순한 물이지만 깨끗한 잔에 적당히 차게 해서 내놓는다. 물조차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요리나 술 뭐든 맛있게 느껴지는 것. 그런게 아닐까 싶어.
아주 단순히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거야.-127~128쪽

행복한 시간이야말로 사실 마음의 평안을 혼란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런 끝없는 모순이 마음 한 구석에서 돋아났다. -187쪽

조금이라도 물이 부족하면 잎사귀가 쪼글쪼글해져서 순식간에 그게 전체로 번져버린다고. 그 현상을 아디안텀 블루라고 부른대. -198쪽

야마자키, 뭐든 좋아. 뭐든 좋으니까 아무튼 자신을 믿어. 네 생각대로 살아.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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