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감자싹입니다.

감자싹은 독이 있어서 요리를 할 때 도려내야 합니다. 그 싹을 가만히 놔 둬보니 이렇게 자라는 군요.

색깔이 강렬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관상용 선인장의 느낌도 줍니다.

버섯도 독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화려하다고 하죠.

아름다움은 독약과 같은 것일까요.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것을 소유하려 하면 역시 해를 입게 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눈길이 가는건 무엇 때문일까요?

살아가면서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을 알면서도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그것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뒤늦게 알아챕니다. 때론 그 치명적 아름다움을 한발짝  뒤로 물러서봤을 때 진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잠깐 발걸음을 멈춘다는 것. 그게 살다보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잠깐 크게 심호흡 한번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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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4-3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싹, 이렇게 눈을 대고 보니 아름답군요.
저것도 목숨 있는 것이라서 그럴까요. 독이 있어 그럴까요.

하루살이 2008-05-1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치명적이기도 하다?

ㅇㅇ 2014-07-2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자싹은 70도 이상 가열하면 문제가 없고 항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 서 있는 곳으로부터 탈출. 모든게 바뀌는 상황의 즐거움. 그러나 그 즐거움은 조만간 사라진다. 바로 인간의 쾌락적응 능력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생리적인 변화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뛰어난 능력이 때론 행복의 지속을 방해한다.

살을 에이는 추운 날씨에서 따듯한 실내로 들어오면 천국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곧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공기가 답답해져 온다. 이런 생리적 감각적 적응은 쾌락의 변화라는 영역에서도 일어난다. 이사, 결혼, 직장과 같은 일상의 변화가 잠깐 동안만 행복감을 전해주는 것도 다 이런 쾌락적응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쾌락 또는 행복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행복에 관한 파이 도표 이론에서는 행복의 개인적 격차 중 50%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10%가 환경, 40%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10%라는 환경의 변화와 40%라는 행동과 사고의 변화에 있다고 하겠다.

행동과 사고의 변화가 주는 행복은 무엇일까. 그것은 목표를 세워 그것에 즐거운 마음으로 도달하는 자세에 있다. 결국 행복이란 행동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일상이 무료하고 또는 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내 인생에 있어서 목표가 무엇인가를 둘러보고, 혹 아무런 목표도 없이 살아왔다면, 당장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당장 배우고 싶었던 어떤 것을 목표로 세워볼 필요가 있다. 그 배움에 대한 열정이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고, 그 행동의 변화는 행복으로 향하는 승차권일 수 있다는 사실. 자꾸만 눈꺼풀이 감기는 나른한 봄날에 활기를 되찾아 줄 방편임을 알게 된다.

알고싶고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한발 한발 나아가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지금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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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 8848m의 에베레스트. 초모롱마. 인간이 갈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던 곳이 불과 몇 십년 사이 수많은 사람들을 허락했다. 물론 에베레스트는 절대 정복당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년이면 수십명에서 백여명까지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예전엔 겨우 한두명 성공할 뿐이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프로 산악인들의 도움으로 여행처럼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 지불해야할 비용이 200억원인 것에 비하면 껌값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기 위해선 입장료를 포함해 2000만원정도는 들여야 한다. 이런 상업적 산행으로 에베레스트도 시장처럼 분주하게 되버렸지만, 결코 지상과 같은 곳은 아니다.

7000m가 넘어서면 산소가 지표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모를 것이다. 뇌는 절대적으로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 산소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모든 신경의 중추인 뇌의 활동이 뚝 떨어진다. 그로 인해 판단력과 기억력도 그리고 손발의 움직임도 모두 둔해진다.

이 책은 누구보다 베테랑이었던 두 산악안내인이 사람들을 이끌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실종된 최악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에베레스트가 왜 신의 허락이 필요로 하는 곳인지를 실감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조합해 당시의 사건을 회상하는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자연에 대해서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든다. 극한 경험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서 왜 산에 오르려 하는지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평범한 산 조차도 왜 오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접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책은 흥미진진하다. 또한 다큐멘터리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감추어진 심리가 드러남으로써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사고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인간이 왜 겸허해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이 책은 또한 인간의 도전의 위대함에 눈뜨게도 만든다. 산을 좋아한다면 더욱, 산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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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아마 저자는 세월이 흐르면 인간은 성숙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할 정도의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세월이 주는 것은 성숙이라는 이름보다는 변화라는 말이 맞을 듯 싶다.

군에 입대하기 전,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어 퓨 굿맨>이라는 영화를 봤었다. 군부대의 구타와 관련된 재판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구타란 무조건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군 제대 후 다시 이 영화를 우연히 보게됐다. 그리고 구타란 무조건이 아니라 조건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누군가의 실수로 타인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한 구타는 용납되어져야 하는가, 또는 용납될 수 없는가. 이 질문에 군이라는 경험은 그 대답을 다르게 만들었다.

이런 극단적 예는 아니지만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도 보면 볼 수록 다른 느낌을 주었다. 무려 5번을 봤고, 5번의 다른 느낌을 얻었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린 왕자>나 <데미안>은 중고등학교 시절 때 읽었던 느낌과 대학교 시절, 그리고 직장에 다니면서 다시 읽게 되면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 책은 그대로인데 그 의미는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책들뿐만은 아니다. 밑줄을 그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들면 왜 그당시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까 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들도 있었다. 아마 세월이 흘러 다시 읽게 되면서 밑줄을 다른 색연필로 그으라고 한다면 책은 온통 무지갯빛 줄로 가득차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9편의 단편들이 책에 대한 소중함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책과의 인연을 통해 자신이 또는 타인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인생에 대한 통찰을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불행의 씨앗이라고 생각하는 책을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그 책이 친구에게 불행을 가져다 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는

불행이랄거 하나도 없었어. 나는 웃는 일도 우는 일도 없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담담한 매일이 되풀이되는게 불행이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이 내게 있었던 지난 몇 년동안 나는 행복했다고 생각해. (93쪽)

그래서 책을 빌려줬던 친구도 깨닫는다.

슬픈 생각이나 풀 길 없는 분노를 몇 번 맛본다고 해도, 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친구의 집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일, 갓 나온 꽁치를 먹고 맛있다는 탄성을 지르는 것, 영화를 보며 다른 사람을 의삭하지 않고 우는 것과 같은, 특별할 거 하나 없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이 책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95쪽)

이제 책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슬픈 사실 하나를 소설 속 주인공처럼 똑같이 깨닫느다. <서랍 속>이라는 단편에 나오는 책은 그 책안에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또는 최초의 기억을 써 놨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생각한다. 과연 그 책을 만나면 자신은 그 책에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그럼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면... 그런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만족스러웠을 때라는 기억에 다다르자 더 오리무중이다. 그 사실에 놀랐다. 찾지 못한 것이다. 소중한 시간도, 만족스러웠던 시간도. (111쪽)

과연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변함없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다 틀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일도. 그때마다 나는 늘 할머니의 말을 떠올린다. 벌어진 일보다 미리 생각하는 게 더 무섭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눈앞의 일을 하나씩 처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벌어진 일들이 다 끝나 사라지고, 기억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161쪽)

희. 노. 애. 락. 삶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 곁을 떠난다. 세월은 그 희노애락의 깊이와 색깔을 다르게 만들어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희노애락에 감사할 줄 알게 됐을 때 비로소 철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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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1948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에서 나오는 자전거는 생계수단이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주인공 안토니오가 자전거를 훔칠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삶의 비애를 느끼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리얼리즘의 힘을 보여준다.

이 자전거가 할리우드로 넘어가면 상상의 세계로 뻗어나간다.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에서는 자전거가 하늘을 난다. 정부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운반수단으로서 작동한다.

동양 3국으로 넘어온 자전거는 어떨까.

최근 주걸륜, 계륜미 주연의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이라는 홍콩영화는 환타지와 멜로를 넘나든다. 주요 소재는 피아노이지만, 이 두 남녀의 사랑을 쌓아주는 것은 자전거다. 자신의 자전거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운다는 행위 자체는 그냥 이동 수단의 의미를 넘어서 사랑이 깃들어감을 표현한다.

1995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라는 일본영화 속에서도 자전거가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이 피아노가 아니라 동명이인이 주고받는 편지다. 여자 주인공이 회상하는 장면에서 자전거가 등장하는데 이때는 장난의 도구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장난은 그들이 서로 좋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1996년 홍콩영화 첨밀밀에서도 자전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2002년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에서도 자전거는 등장한 듯싶다.

지금이야 자전거가 MTB라든가 사이클이라는 레포츠 또는 스포츠의 의미도 많이 갖지만 수십년 전엔 하나의 로망이었다. 자전거를 갖는다는 것은 낭만을 싣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런 감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었는가 보다. 문득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면서 자전거가 사랑을 싣고 다녔음을 깨닫는다. 내 청춘의 시간도 자전거처럼 천천히 흘렀으면 좋으련만 어느덧 고속열차처럼 지나가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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