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를 가나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씨엠립에 위치한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에서 엄마와 함께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물장난에 한창이다. 바다까지는 겨우 200km도 안되지만 도로가 발달되지 않아 13시간 가량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들에겐 이곳이 바다요 모래사장일테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나 또한 어느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웃음은 강력한 행복 전염체다.  



학교앞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섭섭하이(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니 아이들이 함박웃음이다. 고무줄 놀이가 우리와 비슷해 눈길을 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학교의 전경. 멀리서 보면 참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 문명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안 풍경. 마치 우리의 60년대를 연상시킨다.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엔 구김살이 없다.  



 주택가의 아이들 또한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멀찌감치 도망갔지만 기어코 한 컷 잡아냈다.^^ 물론 이 다음 장면은 휙 뒤돌아서서 도망가는 모습이지만. 



앙코르 와트에서 오수를 즐기는 아이. 엄마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올려 놓고 자는 모습이 평온하다. 이 아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엄마와 함께 시장에 나온 아이의 뒷모습. 달콤한 열대 과일을 한 입 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가 보다.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는 것이 참 순박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적지 입구와 출구마다 아이들이 "원달러"를 외치며 관광객들에게 다가온다. 아무리 사양해도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거나, 탈 것에 오르기 전까진 끈덕지게 따라 붙는다. 아이들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면 도저히 지폐를 꺼내지 않을 순 없지만 그래도 꾹꾹 참는다. 그래도 이런 아이들은 물건을 팔고서 원달러를 요구하지만 가끔 생짜로 구걸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이들이 커서 자활의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국가 또는 사회라는 이름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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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2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사진, 참 좋아요.
정말 구김 없어뵈는 얼굴들이에요.

잉크냄새 2009-06-2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네요. 아이들 웃음도 해맑고.
동남아든 인도든, 박시시를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대처하기 난처한건 마찬가지군요.

2009-06-24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9-06-2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얼굴처럼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를 비롯한 유적지를 보기 위해 캄보디아 씨엠립을 찾았다. 이곳은 고개를 돌리는 곳곳마다 역사와 신화와 전설이 묻어난다. 한편으론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풍경은 우리의 1960~70년대를 연상시킨다.  

이곳을 둘러보는 중에 여러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그들 모두 타지에서 살아가는 만큼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겠지만, 특히 삶을 생각토록 만든 두 명이 기억에 남는다. 

-희망을 간직한 가이드 

40대 여성 가이드의 유적지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신화와 전설, 역사 속 사건들을 현재에 빗대 말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알고보니 원래 한국에서 학원 강사를 했다고 한다. 역시나~~~. 

그런데 어쩐 일로 캄보디아로 와 정착했을까.  

6년 전 남편이 하던 사업이 망했다고 한다(어째 우리네 인생의 파란만장함은 실패한 사업부터 꼭 시작하게 되는지...) 남편은 당시 친구가 있던 태국을 찾았다. 그리고 자살을 결심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곳 캄보디아로 와서 음독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목숨을 건졌다. 소식을 들은 가이드 여성은 즉시 이곳으로 달려왔고, 막막했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을 결심했다. 나중엔 10살 전후의 아이들도 함께였다.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건 승려들을 만나면서 욕심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부터였다.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돼지 아빠 사장님 

캄보디아에선 상황버섯이 유명하다. 뽕나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밀림 속에서 100년 넘게 자란 상황버섯도 꽤 있다. 이런 상황버섯을 모아 판매하면서 부자가 된 한국인 사장이 있다. 그는 이렇게 번 돈으로 돼지 새끼를 사서 현지인들에게 기부하면서 돼지 아빠라 불린다. 그런데 이 사장님의 인생도 결코 만만치 않다. 

사장님이 캄보디아에 온건 20여년전. 당시 가구회사 직원으로 원목 수입과 관련해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내전이 일어나면서 2년간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게다가 그 와중에 가구회사가 부도로 망하면서 실직상태로 내몰렸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밀림 속에서 버섯을 따 팔던 일본인들이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상황버섯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대박이 났다. 절망의 연속이 오히려 인생역전의 기회가 된 것이다.   

 

인생의 길 위엔 희망의 씨앗이 언제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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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6-2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코르와트. 실물로 다시 보고 싶네요.
다녀온지 3년가까이 되는데, 올해 한번 가볼까 합니다...

프레이야 2009-06-24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님, 앙코르와트,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아직 못 가보고 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될지...
두사람의 한국인 이야기, 그게 희망이군요.

하루살이 2009-06-2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가봐야 할 곳 같아요. ^^;
제대로 둘러보려면 꽤나 발품을 팔아야 하니까요.
희망을 가지세요. 기회는 만드는 거라고 하니...
 
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마더>에 대한 초점은 대부분 '지독한' 모성애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극한으로 치달으면 얼마나 이기적인 모습을 띨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김혜자가 원빈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부분이 섬뜩하게 다가오듯이 말이다.  

또한 이 영화는 추리소설과 비슷한 얼개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여고생의 죽음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은 우발적인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필연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면서 비극적 양상을 띤다. 가난이 가져다 준 여고생의 일탈과 어른으로서의 증명이 필요했던 원빈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살인사건이 터진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원빈이 지목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원빈은 왜 지능이 모자랄까. 범행 대상자로 왜 여고생이 선택됐을까. 범인은 무슨 목적으로 시체를 모든 사람이 다 잘 보일 수 있는 옥상으로 끌고 갔을까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이 천천히 드러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관광버스 안에서의 김혜자의 모습이라고 말하겠다. 괴롭고 힘든 일을 잊게 해주는 허벅지 안쪽에 침 한방을 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김혜자의 모습은 측은함을 넘어 오히려 숭고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순간 영화와 아무 상관이 없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김혜자의 그 침 한방을 노 전 대통령에게 놓아주기만 했어도 덩실덩실 춤을 추진 못했을 망정 스스로 목숨을 끊진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그렇기에 길게 이어지는 김혜자의 춤은 절대로 우스꽝스러울 순 없었으며, 삶에 대한 숭고미를 느끼게 만든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때로 망각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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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TV <남자 이야기>에서 김강우가 열연하고 있는 채도우의 실체가 드러났다. 바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을 때 개인적으론 우려하는 마음이 깊었다.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사이코패스로 규정하는 순간 살인범을 처벌할 마땅한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고난 천성이 그렇다면 그 천성을 올바르게 인도하지 못한 사회가 잘못이지 개인에게 잘못을 물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사이코패스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애시당초 사이코패스는 악마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작가 송지나는 <남자 이야기>를 통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감정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계나 재계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정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들키지 않고 사이코패스로서 성공한 정.재계 인물이 많을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은 일견 타당해 보이면서 소름끼치기도 하다. 한편으론 반대로 지금의 세상이 양심이나 감정을 묻고 맹목적으로 돈만을 좇아 살아가도록 만듬으로써 수많은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뉴스 속에 나타나는 수많은 게이트와 비리들이 그 증거이진 않을까.  

사이코패스로 정체가 드러난 채도우의 앞날이 어떻게 몰락(드라마 성격상 악인은 결국 몰락하지 않을까)의 길로 접어들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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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Thir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박쥐>는 중간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래서 코미디냐고? 아니다.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은 무겁다. 그래서 웃음은 툭 하고 터져나오면서 어느새 사그라진다.  

무거운 흐름 탓에 영화를 보고나서 왜 영화제목이 박쥐인지에 대한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된다. 흡혈귀라는 이미지가 박쥐와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박쥐가 주는 경계선상의 위치 때문으로 여겨진다. 송강호가 처한 상황. 인간이지도 그렇다고 뱀파이어이지도 못하는 그의 불안함이 박쥐라는 제목 속에 드러난다.  

송강호는 수혈받은 피 때문에 뱀파이어가 된다. 그는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피를 먹어야만 한다. 그리고 타인의 피를 먹음으로써 금욕의 성직자에서 벗어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 이것 또한 경계선상에서 흔들흔들 거린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 피를 먹지는 않는다. 다만 살아있는 사람들로부터 적선(?)을 받거나 훔칠 뿐이다. 자신의 동창생이자 김옥빈의 남편을 신하균을 죽이면서도 폭력으로부터 김옥빈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반면 김옥빈은 욕망에 충실하는 게 뭐 어떻냐는 식으로 접근한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 욕망만을 만족시키면 그만인 것이다. 이 욕망에 대한 강렬함은 눈을 떠 세상을 보고싶어하는 송강호의 스승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삶의 태도, 기적에 대한 접근 양식 등 다양한 생각거리를 주지만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건 인간에 대한 조건이라고 보여진다. 영화 속에서는 송강호의 눈물과 김옥빈의 핏물로 대비되는 장면이 그 조건에 대해 말해준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을 결정짓는 조건이다. 반면 여우가 닭을 잡아먹듯 뱀파이어가 사람을 죽여 그 피를 빨아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김옥빈의 태도는 짐승의 세계 그 자체로, 영화 속에서 핏물로 대변된다. 눈물 흘리는 송강호와 핏물을 흘리는 김옥빈이 안고 있는 모습이 바로 박쥐의 진면목은 아닐까 싶다.  

이 눈물로 대변되는 양심은 또한 사후세계의 유무와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 김옥빈이 "죽으면 끝"이라고 말하는 것과 송강호가 "지옥에서 만나자"고 하는 말은 핏물과 눈물의 또다른 표현이 된다.  

그래서 끝내 죽음을 택한 송강호는 과연 인간으로서의 길을 걸은 것일까. 기적을 통한 희망의 기도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레한 모습으로 추락해 현실을 깨닫도록 만들고 싶어한 송강호는 그 번뇌하는 모습 속에서 이미 인간이었음을...... 제 아무리 뱀파이어의 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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