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청옥산 정상 부근엔 600마지기라 불리우는 곳이 있다.
해발 1250미터 부근에 비닐하우스가 지어져 있다.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고랭지 채소들을 키우는 밭도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배추나 무를 키우던 밭들은 놀고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게다가 이곳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선다고 해 그 예정지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이래저래 농사는 찬밥 신세다.
도대체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련지....

600마지기에 서 있자니 바람이 거세다.
풍력발전 할 만하긴 하다.
그런데 밭 자리에 들어서서 얻게 될 전기는 어디에 쓰일까.
바람맞은 마음이 심란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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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는 모든 책의 주제는 하나입니다. 제 평생의 화두, '인간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라는 물음이에요. 그 물음 앞에서 제가 유일하게 발견했던 것은, 낯선 존재, 모르는 존재, 두려운 존재, 즉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인간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정성입니다. 이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곁'을 만들어냈을 때에만, 이 망해버린 세상을 그나마 저버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단속사회> 엄기호 강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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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이 중국집에 배달시켜먹으려면
다 못먹더라도 2인분을 시킨다.
1인분 배달은 그야말로 배달값도 안나오는 장사이니
주문은 거절당하기 일쑤다.
손님이 왕 대접받으려면 돈 좀 있고 봐야 한다.
안먹을 음식까지 시켜야하니까.

 

딸내미와 밥을 먹으러 식당엘 가면
비슷한 처지가 된다.
궂이 딸내미 먹을 것까지 시킬 필요는 없다.
그냥 공기밥 한 그릇만 추가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뭔가 뒤통수가 간지럽다.
그래서 그냥 메뉴 두 가지를 시켜버린다.
2인분 값을 치르고 나오면 개운하다.
물론 배터지게 먹고 힘들어하고 돈도 좀 아깝기도 하지만...

 

한 식당엘 들어갔다.
부부가 운영하는 시골의 식당.
딸내미 귀엽다고 호들갑이다.
자연스레 주문을 받는데 당연스레 한그릇이란 말투다.
뒤통수 간지러운 느낌없이 1인분만 시켰다.
그런데 밥은 두 그릇이 나온다.
아이 먹으라고 반찬도 특별히 두 가지가 더 나왔다.
계산 할때 밥 한 그릇 값은 빠졌다.
아이 밥은 그냥 주는 거라며.

 

이런 온정이 그립고 감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
역시 부담스럽다.
먹은 만큼 제값 치르고 나오면 뒷 일은 없다.
그냥 가게에 들러서 돈 내고 밥 먹고 그 뿐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 부담이 얹어졌다.
그래서 찬찬히 생각해봤다.
이 부담이라는 감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그런데 이 부담이 실은 돈의 교환가치를 뒤엎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이 부담된다면 친절한 이 식당을 다시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친절을 친절로써 되갚는다면 돈의 교환관계를 떠나 인간적 교환관계가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딸기든 토마토든 아주 조금이라도 농장에서 생산된 것을 들고 식당을 찾아본다면 그야말로 단골이 될 것이다. 자주 찾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런 마음은 그야말로 자발적이다. 계산없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는걸 느낀다.

 

돈의 관계란 개운하다. 뒷끝이 없다.
인간 관계란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 부담이 행복감을 줄 수 있다. 실은 부담이라는 감정은 돈의 관계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부담되는 삶 좀 살아봐야겠다고 얼핏 생각하고 설핏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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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게 귀하던 시절에는 먹을 것과 먹지 못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지식이었을게다.
이 지식은 대부분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할머니에게, 다시 어머니에게 직접 몸으로 전달되어져 왔다.
하지만 이 전달된 지식은 점차 전달되어질 곳을 잃어가는듯하다.
봄철 주변에서 쉽게 캐어먹을 수 있는 쑥.
도시에서 살면서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먹을 수 있는 풀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여인들(또는 남정네들)은 쑥이라면 다 그냥 캔다.(물론 나 또한 쑥을 구별할 줄 모른다.) 집에 가서 떡으로, 전으로, 찌개로 먹어보지만 향도 없고 맛만 쓰다. 뺑쑥(사진 오른쪽)이기 때문이다. - 전달된 지식이 꼭 정확한 것은 아니다. 뺑쑥을 도감에서 찾아보면 다소 달라보인다.
부드럽고 향도 좋아 먹기 좋은 쑥은 참쑥(사진 왼쪽)이다.
그렇다고 뺑쑥이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깃불로 쓰인다. 또한 예전엔 이 쑥대를 모아 발처럼 엮어 음식을 말리는 소쿠리처럼 썼다 한다. 그러면 말린 음식에 쑥의 향이 은근히 배어 났을 것이다.
마트에서 사 먹는 쑥, 합성소재로 만들어진 소쿠리.
대대로 내려오던 지식이 지혜가 되지 못한 채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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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참 쏜살같이도 왔다.
사방엔 꽃이다.
꽃은 봄의 속도를 따라잡는다.
그런데 이 마음은 아직 봄이 아니다.
화려한 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봄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구나.... 생각 한 순간
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봄은 이미 마음 속에 있었다.
다만 내가 찾아내지 못했을 뿐.
마음 속에 감춰진 봄을 꺼냈다.
세상에 꽃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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