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3>: 죽음 앞 선택의 딜레마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3》는
생존을 위한 잔혹한 게임 속에서 인간에게 끊임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삶과 죽음,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 심지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까지. 마치 밸런스 게임처럼 양 극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삶'이라는 본능을 거스르고 '양심'이라는
허구의 가치를 좇아 기꺼이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존재만이 진정 '인간'이라
불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드라마는 삶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타인을 위한 희생, 혹은 자기희생을 선택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성의 숭고함을 역설한다. 이러한
선택은 분명 강렬한 감동을 유발하며, 시청자에게 '인간이란
그래야만 한다'는 정해진 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삶의
벼랑 끝에서 양심을 지키는 행위, 그것이 곧 인간다운 선택이라는 메시지는 강력한 울림을 준다.
인간적인 선택의 경계: 누구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오징어 게임 3》의 가장 큰 갈등과 동시에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한다. 과연 모든 사람이 삶이라는 가장 강력한 본능을 거부하고 양심을 따라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드라마가 보여주는 희생과 순교에 가까운 '인간적인' 선택은 현실 속 대다수 사람에게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냉정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우리는 《오징어 게임 3》
속에서 생존을 위해 타인을 해치거나,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인물들을 보며 때로는 분노하고 욕을 퍼붓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내면에는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불편한 질문이 떠오른다. 삶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 즉 생존 본능을 거부할 수 있는 의지는 타고나거나, 혹은 극한의 상황과 고통스러운 성찰을 통해서만 발현될 수 있는 특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에게는 그러한 삶에 대한 본능을 거부할 수 있는 의지가 기본적으로 주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징어 게임 3》에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다 죽어간 이들을 쉽게 '악마화'하거나 '악당화'하기 어렵다. 그들은
단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충실했던 존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택은 비난받을지언정, 우리 또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희생'과 '순교', 그리고 '인간적이라는 미명'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본성과는 너무나 큰 간극이 존재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그럼에도
던지는 질문
결국 《오징어 게임 3》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숭고한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극적인 재미를 선사하지만, '인간다운
선택'이라는 정의를 너무나도 극단적인 희생으로 몰아세우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가 되어버린
측면이 있다. 모든 사람이 양심을 위해 삶마저 내던질 수 있다는 전제는,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함을 단순화시킨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3》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이 당신을 어떤 '인간'으로 규정할 것이라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