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어서야 움직인다. 2월의 늦은 한파를 핑계로 꼼지락댔다. 지난 가을부터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블루베리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겨울동안 나고 자란 새 가지를 정리하는 가지치기와 함께.



뒤엉킨 마른 풀을 뽑아내고 블루베리 주위를 치운다. 머지않아 퇴비와 유기질 비료를 주기 위해서다. 수없이 뻗친 가지들도 툭툭 잘라낸다. 이렇게 자르는 과정은 꼭 명상을 닮았다. 자르는 행위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가지를 자를 수 있고, 간혹 손을 다치기도 한다. 금방 끝날 듯 하지만 끝나지 않는다. 나무 1그루 당 20분은 족히 걸린다. 




새로 자란 가지를 잘라낸 것은 제법 굵은 것을 골라서 삽목으로 쓴다. 흙에 묻힐 부분은 경사지게 자르고, 눈이 나오는 곳이 4~5개 정도 되는 부분을 잘라낸다. 


아직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해서 하우스나 터널 같은 보온 시설을 해주어야만 하는 날씨임에도 곧 날이 풀릴 것이라며 그냥 외부에 놓아 두었다.


 블루베리 삽목 조건

온도는 20~25도 습도는 80~90%가 뿌리내리기 좋은 조건.

직사광선은 피하고 밝은 그늘에서 자라는 것이 좋음.

삽목 후 뿌리내리기까지 석달 전후가 걸린다.


3월 1일 삽목 첫날


3월 2일 둘째날


3월 3일- 밤새 내린 눈으로 쌓였다. 이런 날씨에도 그냥 밖에 두는 것은 당최 실험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3월 4일 -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눈이 여전히 녹지 않고 쌓여 있다.


3월 5일


3월 6일 - 아침이면 흙이 꽁꽁 얼어 있다.


3월 7일 - 일주일이 지났지만 변화가 보이질 않는다.


3월 8일


삽목한 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는데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특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온도와 습도다. 지난 1주일 간 온도 조건을 전혀 맞추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키워내는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움을 틔우지 못한다. 


자신의 온 생명을 발산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추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모두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어디가 가혹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살펴보고, 그 환경을 변화시켜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정치이지 않을까.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삽목한 가지를 흔들어대서야 되겠나?


풀릴 줄 알았던 날씨는 되려 다음 주에도 여전히 새벽에 영하로 떨어진다고 예보되었다. 삽목한 가지들을 실내 베란다로 옮겼다. 당분간은 실내에서 관리해야겠다. 


3월 10일


3월 11일


3월 12일 - 삽목을 더 늘리고 실내 베란다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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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사피엔스 - 움직이기 싫어하도록 진화한 몸을 어떻게 운동하게 할 것인가
대니얼 리버먼 지음, 왕수민 옮김 / 프시케의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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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운동 좀 해야지' 하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 계획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운동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의지가 필요한 일이며, 의지란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러다보니 건강을 위해 운동이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기꺼이 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되지 못한다. 


그때 드는 생각 하나. 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의 본성과는 어긋난 일이라는 것인데, 왜 우리 본성과 어긋나는 것이 건강에는 좋은 것일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해 <운동하는 사피엔스>라는 책은 진화와 인류학적 관점에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수렵 채집과 사냥으로 먹을 것을 구하던 우리 인류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현재 우리 인류가 접하고 있는 환경에 부적응함으로써 발생되는 것이 바로 '운동이 싫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운동이 싫어'는 우리 조상들도 갖고 있었던 본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도 틈만 나면 쉬려 하고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 틈이라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고, 틈이 나지 않은 시간에는 부단히 움직였다는 것이 현대인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 꾸준히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누워 있는 경우가 많다. 꿈틀꿈틀 이리저리 움직이기 보다는 한 자리에 앉아서, 또는 서서 일하는 것이 태반이다.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누워서 뒹굴뒹굴 하기도 한다. 애초에 쉬는 시간엔 움직이기 싫어한 본성은 일이 끝나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문제는 일하는 시간에도 꼼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건강을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일할 때 틈틈이 자세를 변화시키고 이리저리 움직이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워낙 움직임이 없는 생활이기에 따로 '운동'이라는 것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어느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다. 각자의 형편에 맞추어, 또 자신의 몸에 맞추어 해 나가는 수밖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략 지금까지의 의학적 연구를 종합해보면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간간히 웨이트를 섞어, 1주일에 중강도로 150분 이상의 운동을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운동하는 사피엔스>를 읽다 보면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 진화된 몸과 현대의 환경이 얼마나 부적응 상태인지를 깨닫는 재미가 묻어 난다. 오늘도 꼼지락꼼지락거리며 움직이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또는 반대로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이들에게, <운동하는 사피엔스>는 건강을 위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훌륭한 자극제가 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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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가 어렵다 보니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숫자도 늘어나 코로나19 시절만큼 자영업자의 수가 줄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행위를 미국에서는 노바이(No Buy) 현상으로 말하고, 우리는 요노라고 표현하고 있다. 요노는 You Only Need One 이라는 영문 단어의 첫 글자를 따 온 말이다. 즉 꼭 필요한 것만 사고, 필요치 않는 것은 구매하지 않는 행동을 일컫는다. 노바이 또한 어떤 물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며 새로운 것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면서 소비가 침체되어지면, 당연히 경기도 침체된다. 자본주의란 소비가 지탱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소비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우리가 '발전'이라고 칭하는 일이 벌어진다. 소비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생산 또한 많아지고, 이렇게 생산된 것은 또 새로운 소비를 욕망하게 만들어 생산과 소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경제발전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경제발전이 진짜 우리 인류에게 필요한 발전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국경은 폐쇄되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끊어지면서 경제 행위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공장 굴뚝에서 나오던 연기도, 자동차의 배기가스도 줄어들면서 지구의 공기가 깨끗해졌다. 평상시 보이지도 않던 먼 곳의 설산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서 발전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이번 소비침체를 통해 인류가 꼭 소비 지향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면 좋겠다. 욕망을 끝없이 자극해 소비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것조차 힘들었던 자본의 세상 속에서, 편의를 찾되 절제할 수 있는 삶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렇지 않다면 지구에서의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할 것처럼 보여지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 이런 삶의 방식이 침체가 아니라 발전으로 인식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더 많이 갖고 소비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갖고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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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12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하게도 저도 코로나 기간 자연이 살아나는 현상을 바라보며 경제발전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소비지향은 많은 측면중 경제학적인 측면에만 해당된다는 거죠. 삶의 많은 다양한 시선중 유독 경제적 측면에만 귀속되는 삶을 하나의 정답으로 지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 같습니다. 조금만 비껴서면 다른 많은 삶이 보일 것 같습니다.

하루살이 2025-03-12 09:48   좋아요 0 | URL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자원이 무한할 것이라는 전제 속에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시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노와 같은 삶의 방식이 꽤나 긍정적으로 느껴져요. ^^;; 쓰지도 않는 여분을 갖가지 미사여구로 비축해 놓고 사는 것은 아닌지 둘러보게 됩니다. ㅎ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역습>. 멕시코. 85분. 청불. 25년 2월 28일 공개. 마약 카르텔을 깨부수는 특수부대원들의 활약상을 그림. 액션이 영화의 매력이 될 터인데, 전술적 고려는 없이 전투만 맛빼기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 감소. ★★☆ 5점/10점


2. 주인공인 특수부대원 대위는 도심 경찰서 앞에서 모녀를 납치하려하는 갱단을 마주친다. 다들 못본 척 하는 와중에도 정의감이 발동, 모녀를 구해낸다. 하지만 이 사건이 악연이 되어 휴가를 받고 외출 중인 대위와 부대원들을 갱단이 기습한다. 특수부대원 4명은 전투 능력을 발휘, 갱단을 물리치지만 이로써 끝난 것이 아니다. 마약카르텔 집단은 대규모로 특수부대원들을 쫓기 시작한다. 특수부대원들은 이 갱단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동료들과 만나는 지점까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3. 밀리터리 액션이 핵심인 영화. 그런데 이 4명의 특수부대원들은 갱단과의 전투에서 전술적 유리한 위치임에도 자꾸 도망을 간다. 숫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도망을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전술을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 봤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처럼 보여진다. <존 윅> 처럼 1대 1 또는 1대 다수의 개인 중심의 싸움이 아니라 집단 대 집단의 전투에서는 전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는 전술적 묘미를 찾아볼 수가 없어서 아쉽다. 다만 화끈한 화력으로 전투는 살짝 볼 만 하다. 그냥 총과 다른 무기 등이 동원된 화력 싸움에 만족한다면 볼 만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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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사라진 그녀>(소실적타) / 중국 / 121분 / 미스터리 / 2023년 6월 개봉 / 중국에서 8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그해 중국 흥행 순위 4위).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 진실을 밝히는 거짓?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할 수도 있지만, 전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의 재미가 가득하다. ★ 8점/10점


2. 원작은 1960년 프랑스 연극 <Trap for a Lonely Man>. 이후 수많은 연극과 영화로 다시 만들어 졌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1990년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 여기에 더해 2019년에 태국에서 발생한 임신한 여자가 절벽에서 떨어진 사건도 영화 <사라진 그녀>의 모티브가 됐다고도 한다. 잘 짜여진 이야기는 장소와 시대를 초월한다.   


3. 허페이와 리무쯔는 결혼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동남아로 여행을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리무쯔가 사라졌다. 남편인 허페이는 경찰서로 찾아가 실종된 아내를 찾아달라고 애걸한다. 사라진지 보름이 지났고, 자신의 비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절규한다. 하지만 경찰은 도대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때 정청이라는 형사가 나타나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허페이가 무엇인가에 취해 잠에 빠지고 이튿날 아침 일어나보니 옆에는 생전 보지도 못한 여인이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리무쯔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허페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국제 변호사 천마이를 찾아간다. 리무쯔는 진짜 부인일까, 가짜 부인일까. 리무쯔는 허페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간혹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리무쯔와 허페이의 휴대폰 사진은 물론, 그들이 들렀던 서점의 CCTV에도 허페이가 가짜라고 말한 리무쯔의 사진이 가득하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4. 영화는 진실찾기가 주된 테마다. 진짜 리무쯔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과 함께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중으로 짜여진 진실찾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진실에 가까이 다가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과연 그것이 정말 진실일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줄거리다. 반전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영화다. 


5. 중국 SF <삼체>에선 외계인이 인간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거짓말'이라는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봉준호 감독은 <미키17>에서 외계인도 뻥을 친다고 풍자한다.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서 거짓은 때로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랑마저도 거짓으로 행할 수 있는 존재처럼 보여진다. 일종의 속임수인데, 동물의 위장술도 이런 속임수 중의 하나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거짓을 일삼는다면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그 존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우리가 거짓을 '사기'라는 이름으로 단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거짓을 사기로 치부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거짓에도 색을 부여하는 이유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은 용납될 수 있겠지만, 해를 끼치는 거짓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극악무도한 거짓은 밝혀지고, 단죄되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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