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와 넓이 4막 16장 - 해리 포터에서 피버노바(FeverNova)까지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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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포함하는 인문학은 이 세상의 수많은 '경우의 수'속에서 인간적 '삶의 의미'를 포착하여 '삶의 재미'를 찾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P79)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현상에 대해 깊게 그리고 넓게 바라보기를 행한다. 그의 용어로는 또 다시 가로지르기와 세로지르기로 표현되어지는데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획일화된 관점을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즉 인생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인 것이다. 가로지르기는 그야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현재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것이요, 세로지르기는 통시적 관점에서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소환하는 작업이다.

그의 이런 작업에선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가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중소설로만 치부되어지는 것이 아니요, 한때 유행했던 느림이라는 것이 가진 자들의 자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또한 이미지 시대의 함정인 이미지에 딴죽을 걸고 한없이 가벼운 것에 대한 추구에 태클을 건다. 이것은 이미지나 가벼움이라는 것이 이성으로 대변되는 무거움이 해결된 상황에서 자유자재로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이 완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팽배했던 과거의 우리 모습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길을 걷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둘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된다. 그 뒷모습에 만족하며 상상으로 즐기거나 기어코 앞 모습을 확인해 보는것. 그러나 대부분 앞모습을 보면 실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망보단 상상속에서 즐기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여자의 진정한 모습은 앞의 추함과 뒤의 아름다움 모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그 뒷모습을 통해 상상해본 또 다른 여인은 희망으로서 우리에게 남겨진다. 따라서 우리네 삶은 바로 여인의 앞모습을 확인해보고자 <애쓰는 태도>를 지녀야 하며 이것은 깊게 생각하고 넓게 바라보았을 때 만이 가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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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 위대한 등반가에게 배우는 9가지 마케팅 원칙
카이 페르지히 & 슈테판 글로바츠 지음, 유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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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해보지 못하지만 그 기분만은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모험에 관한 책들을 들쳐보게 된다. 간접체험만으로도 풍부한 느낌을 선사받을 수 있는 행복감. 이번엔 남극탐험이다. 게다가 보너스로 이 탐험을 통한 마케팅적 요소를 배울 수 있다니.그런데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은 남극탐험의 스릴과 장쾌한 풍경묘사보다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존엄이다. 슈테판 글로바츠는 프로 클라이머로서 산에 대한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돈의 노예가 돼 버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무엇때문에 산을 오르는지 이해하는 순간 이 비난은 그저 질투심일 뿐이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가 좋아서 그저 기뻐서 하게 되는 일.그에겐 바로 산에 오르는 일이다. 누군가 상을 준다고 해서,또는 벌을 내린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일이 좋아 할 수 있다는 것. 흔히 우리가 말하는 당근과 채찍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것들이 얼마나 인간을 비하하는 것인지에 대해 깨닫게 만드는 순간이다.
비록 이것이 이상일련지 모르지만 인간행동의 원칙이 결과에 대한 어떤 기대로 인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그 행동자체로 인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만든다.

또 이책은 산과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서로 닮아 있는가도 보여준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그것에 대한 이해는 지독한 탐구, 공부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만든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그를 알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오만과 무관심이 끼어드는 순간 관계는 깨어지게 된다. 현실을 돌아보고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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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 산이 만든 책, 책 속에 펼쳐진 산
심산 지음 / 풀빛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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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나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절대고독을 의미한다. 언제 어느때 누구와 함께 산에 오르든 언제나 산은 나에게 수없이 많은 나를 마주치도록 강요함으로써 고독을 배우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그 고독은 결코 우리가 피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괴롭고 힘든 도시의 삶과 인간관계로부터 벗어나 고요함과 평화를 맛보게 하는 고독이기에 그 고독이 그리워 산을 찾아간다.

하지만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를 읽는 순간 산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섬을 느낀다. 10권이 넘는 산서에 대한 리뷰를 읽다보면 산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독한 산행을 즐기는 클라이머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산은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어 있다. 자일 파티라는 이름의 동반자는 자기희생과 믿음이 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산은 나보다도 더 소중한 그 누군가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깨우치는 순간 그 산은 또 다시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준다. 자신의 목숨마저도 바치는 자일파티의 반대편에 제발 나를 죽이지 마, 죽어도 같이 죽자라는 비열함이 떡 버티고 있다. 상대방만 없으면 난 살수 있는데, 저 놈이 날 버려두고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 살고자 하는 욕망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욕망에 갇힌 이기적인 모습의 인간 또한 산은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산은 또 다시 역사적 산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리산의 산사태는 역사적 희생양이 되어버린 빨치산들의 원혼이 내지르는 사자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산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시간에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산은 흔히 무상의 목적을 지닌 행위로 보여져 그 속에서 순수함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산을 오르는 행위가 돈과 직결되 있음을 알게 되고 또한 그것이 꼭 피해야만 할 그 무엇이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게 된다. 가난한 클라이머의 고된 산행이 가져다 주는 명예 또한 어찌보면 산이 주는 상일수도 있다.

산은 그렇게 그곳에 서 있는데 그것을 오르는 사람은 왜 이리도 다른 것일까? 오늘 또 다시 산에 오를 것을 계획하는 나는 이제 그 산에서 어떤 모습의 나를 만날지 궁금해진다. 산은 그렇게 지긋이 벌거벗은 나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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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헤드 1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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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불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하지만 마냥 불을 두려워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류의 문명은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두려움은 바로 그런 상대다.

이 만화는 인간이 느끼는 이런 원초적인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0권이나 되는 긴 분량을 오직 인간의 한 감정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이 두려움에 대한 밑바탕엔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진이나 화산과 같은 섬나라 사람의 불안감이 깔려있다.

두려움이 이토록 사람을 괴롭힌다면 두려움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아니면 차라리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면 어떨까?

만화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은 인간의 조건임을 강조하지만 또한 그것을 직시하고 이겨내기를 바란다. 두려움속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 깊숙히 숨겨논 악마에 휘둘리는 상태로서 인간으로서의 사회가 지탱해온 모든 도덕이 무너져버린다. 또한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처음에 말한 것처럼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나방과 같은 신세가 될 뿐이다.

인간의 문명은 분명 잘못된 길로 접어든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인간성이라는 본성 이외의 성상을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도덕은 분명 문명의 산실이며 이 도덕은 끝내 우리 인간의 그릇된 나침반을 고치는 희망의 불빛임을 이 만화는 두려움이라는 어둠, 암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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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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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에게도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은 인간이라는 필터가 씌여져 우리의 감정을 표현해내고 있다. 더군다나 그 각양각색의 동물들 표정은 카메라라는 매체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그 옆에 문자의 보조를 받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즉, 사진에 찍힌 동물들의 진짜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사진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이 나름대로의 해석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무리들 속에서 미끄러져 버린 펭귄에게서 부끄러움을 읽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해석은 저자의 의도대로 구성되어진 사진과 해설때문에 빛을 더 발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우울한 날. 그런 날의 우울감은 마치 그림자 마냥 떨쳐낼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버려야 하듯이 우울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우울한 동물들 사진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우울하고 위태위태한 동물들 사진을 죽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표정엔 웃음이 나타나있고 그것은 마치 읽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미소지을수 있도록 마법을 건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우울한 날, 우린 이젠 웃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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