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 1
슈호 사토 지음 / 세주문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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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인생엔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참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 한담을 나눌 때다. 고등학교때는 대학을 이야기하고 대학교때는 자신의 인생과 사랑에 대해 또는 사회에 대해 열정을 갖고 해답을 찾아 헤매다 30대가 되면 결혼과 아이, 돈이라는 화두에 얽매이게 된다. 해원이라는 만화는 성장만화로 분류되어질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의 나이 또한 20대 초반으로서 사랑과 인생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해상구조원으로서의 직업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 그리고 어찌해 볼 수 없는 사랑의 소용돌이가 드라마틱하게 진행된다. 이미 인생의 뜨거운 열정의 시기를 지나 점차 식어가는 30대로서 만화를 접하게 됐지만 왠지 젊음에 대한 동경이 화산처럼 타오르는 것은 그래도 아직은 나름대로 젊기 때문이지 않나 자위해본다.

자신이 구해내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꾸만 떠오르는 질문들. 왜 사냐고?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산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비록 지금 내 앞에 닥친 것이 고통일 뿐이라도 그 고통을 느낀다는 그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음을 만화는 잔잔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 그래서 나는 행동한다는 것이다. 뜻대로 이루어지는 삶이라면 누가 행동하겠는가? 그저 뜻만을 세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행동들이 계속 후회를 가져온다면 그것 또한 안 될 일이다. 후회만 할 일이란 도대체가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남과 다른 삶이란 후회없는 삶을 살기위한 전진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앞으로 내딛는 인생 속에서 힘이 되어주는 것은 나의 목숨마저도 바칠 수 있는 믿음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 나는 아직 참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음을 이 부분에서 느낀다. 죽음을 무릎쓰고서라도 나를 살리기 위해 불속으로 달려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반대로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죽음을 무릎쓰고서라도 살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주인공처럼 낯선 사람들에게마저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헌신. 그래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뿌리도 내리지 못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언제쯤인가는 분명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새삼 다짐한다. 내 인생의 봄날은 아마 그때쯤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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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2010-01-1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만화책들의 후기를 보면 반갑네요!
해상구조대를 보다가 알게된 만화 <해원>이었어요.
 

이성복 시인의 시중에 <날마다 상여도 없이>라는 것이 있다.

전략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는 꽃들

 

벚꽃이 만발하다. 바람이 불면 흩날리는 꽃잎이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움이란 이내 이렇게 사라지기에 더더욱 애타게 다가오는가 보다. 천년 만년을 버텨온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미륵을 찾는 것은 그가 우리가 사는 현세에 지금 당장 찾아올 것이 아님을 알기에 찾는 것이요, 사랑을 부르는 것은 그것이 쉽게 우리를 떠나버릴 것임을 알기에, 또 그냥 우리 곁을 알게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임을 알기에 부르고 또 부르는 것이리라.

삶은 이렇게 한시적이고 한낱 꿈과 같은 것임에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악다구박치게 살고 있단 말인가? 꽃처럼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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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백양, 가을 내장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봄이 갖는 산의 매력은 눈에 쉬이 들어오지 않기에 너무 큰 기대를 갖어서는 안될듯 싶다. 그럼에도 백양이 주는 봄의 기운은 활기차다.

백양사를 죽 휘둘러보고 그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절벽같은 바위를 보며 정말 저 곳으로 오르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백학봉. 그곳으로 가는 길은 다행히도 사람의 손이 많이 탄 계단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간간히 길을 가로지르는 우리 토산 다람쥐들의 귀여움에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청설모를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은...)또 하늘을 쳐다보면 어느새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새들. 그리고 단풍나무들의 연두색 새잎들을 보고 있으면 봄은 어느새 마음까지 들어와 있었다. 깔딱고개라 불리는 많은 산들을 올라보았지만 정말 힘든 오르막이다. 잠 한숨 못자고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힘든 것은 아닐거라고 자위해보지만 자꾸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간중간에 쉬어가라고 만들어 놓은 나무 의자들. 잠깐 앉아 되돌아보니 저 아래 절간마저도 세상사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진정 피안의 세상이 그곳에서 찾아질 지 궁금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피안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아, 꿀맛 같은 약수. 약사암의 물은 치료에 효험이 있다 한다. 약수물이 모여 있는 바위 속에 약사불이 놓여있다. 합장. 제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질병없이 살아 갈 수 있기를...

백학봉을 넘어 백암산의 최고봉인 상왕봉(741m)으로.  상왕봉은 이곳 백암산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곳이란다. 15분쯤 휴식. 그곳에서 사람을 만난다. 인사를 나누고 잠깐 한마디씩. 사람을 피해 올라온 산이지만 사람이 반갑다.

사자봉을 올라서 다시 운문암을 거쳐 내려왔다. 그리고 잠깐 들른곳이 비구니들의 도량 천진암. 왼쪽엔 대나무 숲이요, 오른쪽엔 천연기념물인 비자나무 군락이 있어 고즈넉했다. 이제야 정말 숨통이 트인다. 환한 공기에 고즈넉함이 있어 나의 폐가 자신의 깊은 곳까지 어서어서 그곳의 분위기에 묻혀달라 한다. 심호흡 두세번에 만사형통.

욕심과 욕정의 찌꺼기를 털어버리고 하산한다. 벚꽃은 다시 춘정을 돋우지만 이내 마음은 이미 가라앉아 있다. 여름날씨같은 더위에 땀을 바가지로 흘렸지만 단지 땀뿐이랴. 몸 속의 다른 것들도 함께 흘렀으리라. 조금은 비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도시로 향한다. 난 이 도시에서 또 무엇을 채워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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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1 - 한국만화대표선
박흥용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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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조선 선조. 주인공 견자는 서자로 태어났다. 벼슬을 꿈꾸지도 못하는 삶. 신분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그래서 맹인 검객 황정학을 따라 길을 나선다. 이 길은 자신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길을 떠나는 와중에 만난 도포를 찬 검객, 이몽학. 견자는 검법을 익혀가면서 그를 질시한다. 자신 앞에 선 또 하나의 벽이다. 열반으로 태어났으니 그 열함으로 인해 무엇인가 우등한 것을 만들고픈 오기, 견자는 점차 검술의 최고 경지에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휘둘림없는 자유.

자유는 한계속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자유는 두가지 모습을 띤다. 견자는 한계에 다다랐을때 자신 속에서 자유를 찾고 이몽학은 세상을 뒤집어 엎어 자유를 꿈꾼다. 저자는 견자의 입을 통해 이몽학의 마음 속에 개인적 욕심이 하나도 없이 정말로 만인의 자유를 얻고자 혁명을 꾀하는지를 묻는다. 인간의 저 마음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판도라. 그러기에 자유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리라 한다. 그래도 난 세상을 바꾸는 자유 또한 목숨을 걸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몽학이 혁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역사는 끝내 이를 외면했다.

광대는 자유롭다. 얼굴에 탈을 쓰는 순간 그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단지 탈 하나만으로도, 얼굴을 가린 것 만으로도 그는 세상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난 어떤 탈을 갖을 수 있을까? 나를 자유롭게 해 줄 그 탈을 찾아 나도 길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그 탈 뒤에 숨어 끝없는 자유를 누릴 순 없을까? 영화 '마스크'의 짐 캐리처럼 괴력을 얻을 수는 없지만 자유는 그 괴력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이 부르고 있다. 나도 떠나련다. 나의 탈을 찾아서. 그리고 어디가 나의 한계임을 깨달아 그 안에서 그 한계를 뛰어넘는 자유를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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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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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3학년 입시생,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똑같음을 알아차린다. 학교에 가서 똑같은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 똑같은 텔레비젼이나 라디오 방송을 듣고 또 똑같은 시간에 학교를 향하는 쳇바퀴 같은 나날. 남들과 다른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돌아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에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결심하게 된 것이 엄마 몰래 학교를 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방 안을 모두 치워버리고 쓰레기 장에서 마치 쓸모 없어진 자신의 가구들 마냥 눕는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삶이란 그렇게 쓸모없는 삶이라 생각되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타난 초등학생 꼬마 녀석. 그 꼬마에게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고장난 컴퓨터를 줘 버린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으로 꼬마의 엄마를 찾아간 집에서 고장난 줄로만 알았던 컴퓨터가 인스톨만으로 생명을 얻어 작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도 그렇게 새 생명을 얻은 컴퓨터 마냥 인스톨 되어 새 삶을 살 수 있기를. 그래서 꼬마의 얼토당토 않은 채팅 알바를 허락한다. 남자들과 섹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역할. 아침엔 그녀가, 오후엔 꼬마가, 그리고 현실에선 술집의 실제 작부가. 세 사람이 모여 한 사람의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리고 채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그다지 색다른 사람들이 아님을 알게 된다.

세상 사람들, 정말 이런 세상도 있구나 생각하는 그런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그저 평범함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를 꿈꾸지만 실은 평상의 삶 속에서야 그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나가지 않는 생활이 남들과 다를지라도 그것은 그저 일탈일 뿐이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틀어져 존재할 뿐이다. 틀어졌을땐 인스톨시켜 다시 평상으로 복귀한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전진>이라고!

이크크! 열일곱에 삶의 비밀을 알아채버린 것은 너무하다. 열일곱엔 평상을 알아채기 보단 모험의 세상을 겪어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세상이 모험을 허락하지 않으니 쉽지 않으리라. 그렇다고 열일곱의 나이에 인스톨시킨 삶이라는 건 가혹하다. 서른, 마흔이 넘어도 모험이 가득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그래도 열일곱엔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많은 입시생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들에게 평상은 여전히 지옥일테니까. 인스톨이 아니라 딜리트해버리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꿀 수 있기를. 평상의 삶은 그 이후에도 늦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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