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발견
홍경수 기획.구성 / 샘터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만인가? 책을 소리내어 읽어 본 것은.

TV에서 보았던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시를 나는 소리내어 읽어본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어색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낭독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의 목소리에도 감정이 배어져 있음을 알게된다. 억양이 변하고, 속도도 변하고, 톤도 변해간다. 그 시에 따라서. 

눈으로 보는 시와 입으로 읽는 시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실감한다. 소리가 갖는 매력을 나의 목을 통해 얻는다는 것이 행복하다. 버벅거려도 좋다. 다시 읽으면 된다. 숨쉴 곳을 찾지 못해 뜻이 변해도 좋다. 또 다시 읽으면 된다. 소리낸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지만 기쁘다는 것을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가끔씩 시 한수 소리내 읽어보는 재미에 빠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TV로 보지 못한 시의 낭독들을 책으로 통해서 만나니 그것 또한 새삼스럽다. 평상시 시를 잘 접하지 않는 나로서는 귀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소중한 만남이었다. 김혜자, 안성기, 도종환, 황지우 등등 낭독한 사람들의 억눌려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성을 접한것도 행운이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이 낭독을 관심있게 지벼보고 싶다.

이번 책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여러번 읽게 만들며 꼭 기억하고 싶은 시가 있다. 바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여기 전문을 싣는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길을 걷다 담쟁이를 마주칠 때면 이제 이 시가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말없이 오르는 담쟁이. 혼자서 오르지 않고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담을 넘어서는 그 모습. 그저 벽을 파먹고 오른다고 생각한 나에게 있어 담쟁이는 도둑이었다. 하지만 시인의 눈엔 그는 영웅이다. 혼자 잘난 척하는 영웅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하는 민중의 영웅. 시인의 눈을 갖는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으로 해야하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도둑과 영웅이라~ 내 마음 속 애정의 결핍을 느끼며, 가끔씩 걸음을 조금씩 늦춰봐야겠다. 내가 바라보는 사물에게 사랑의 시선을 뺏겨 시간을 잊어버리도록 가끔은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바삐 책을 읽지않고 가끔은 천천히 천천히 낭독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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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2005-04-2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 낭독해봅니다...좋은시에, 제 목소리에, 혼자 취하네요..^^

하루살이 2005-04-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해야 산다고 보들레르가 말했던것 같네요. ^^

2005-04-28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착각하며 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수시로 착시현상에 시달리고, 잘못듣고, 착각하기 마련이지 않던가?  錯이란 뒤섞는다는 뜻이다. 원래의 순수한 것이 아닌 이것 저것이 뒤섞여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착이다.  경사진 도로에서 물을 떨어뜨렸더니 물이 위로 흐른다는 도깨비 도로도 실은 착시때문에 발생하는 착각일뿐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이런 사물들을 바라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가리는 여러가지 착시현상들로 인하여 엉뚱한 평가를 내리곤한다. 특히 그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때는 그 착각의 정도도 심해진다. 왕자병이니 공주병이니 하는 것도 일종의 착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무의식같은 심층심리를 알아봄으로써 착에서 벗어나 사람의 진짜 모습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전편의 남자vs남자를 이어서 이 책 사람vs사람을 쓴 것도 바로 그런 희망하에 이루어진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호와 불호가 뚜렷하다. 무척 다행인것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의 호, 불호와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돋보기가 착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장담할순 없다. 그리고 그 해석의 과정에서 호와 불호로 인한 오해의 여지 또한 가볍게 넘길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얻어온 정보들과 상충되는 이야기들이 간혹 눈에 띠기때문에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삼기엔 조금 마음 한구석이 걸린다 . 더군다나 그렇게 상충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석적 결론은 비슷하다는 점에서 호와 불호라는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평가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을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아무튼 이런 저런 착을 넘어 진을 찾는 여행으로서 책이 갖는 장점은 크다. 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떠나 진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물론 자신의 진면목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진면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진면목이 성장할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책 속의 이명박처럼 '나도 다 경험해봤어'하며 상대방의 구체적 조건과 상관없이 의지의 나약함만을 탓한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만들고, 또한 의지만을 내세워 나의 삶을 강박관념안에 갖혀 지내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기도 한다. 시대를 희망하는 정치가 김근태씨가 현실의 정치풍토 속에서 그 희망의 끈을 얼마나 꽉 쥐고 살아갈 수 있을련지 계속 관심을 갖게 만들고, 품어안는 개성의 손석희가 정말로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나에게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김훈의 문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사색하게 만들며, 그렇다면 나의 문체는 어떤 특색을 지니고 있을 것인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한다.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지난 대선 당시의 정몽준을 떠올리며, 그것이 그의 개성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돌이켜생각해보고, 현재의 인터뷰 기사들을 대하는 태도도 새로워진다.

어찌됐든 내가 가지고 있는 착각들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민해보고, 진짜를 찾을 수 있을지 잘모르겠으나 하나 둘씩 그 錯한 껍질을 벗겨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책 속 인물들에 대한 잘 몰랐던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 또한 흥밋거리로도 훌륭했다.

錯하게 살지말고 眞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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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면목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진면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진면목이 성장할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
깨달음의 과정은 그래서 아픈 걸까요...
당장 책을 읽고 싶게 할 만큼 멋지고 책에 대한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리뷰네요~
게다가 작가의 호와 불호가 하루살이 님과 많이 일치했다 하니.... 하루살이 님의 생각들을 더 알고픈 사람이라면...읽을만 하겠습니다. 커커... !

하루살이 2005-04-2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 속내를 들키다가 투명인간 되는건 아니겠죠?
 
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느끼는건대 유독 심리학은 발달단계에 대한 분류가 많은 것 같다. 에릭슨 피아제 프로이드 등등 잘 알지도 못하지만 또 무수히 많기에 접근하기도 겁나는 많은 심리학자들이, 우리앞에 내세우는건 일정한 분류기준이며 그것에 따른 발달과정인 것같다. 정혜신의 이 책 남자 대 남자는 21명의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데, 마지막 이회창을 제외하면 모두 두명씩 짝을 이루고 있다.

그 짝의 앞 뒤로 나오는 인물들은 비슷한듯 보이지만 그 내부심리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대조를 통해 보여준다. 앞과 뒤는 말 그대로 앞과 뒤의 관계로 뒤에 나오는 인물들이 앞에 나온 인물에 비해 좀더 성숙된 심리상태에 있음을 주장한듯 여겨진다. 이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미성숙과 성숙의 문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겉모습이 성인이라 하더라도 유아기적 성향을 띠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옆에서 발견할수 있듯이, 그 심리적 경향까지도 성숙된 모습으로 비쳐지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아직 미성숙한 모습들을 훔쳐볼 수 있다는데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저자가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과 개인적 접촉을 갖지 못한채(또는 않은채) 객관적이라고 표현되어지는 대중매체를 통해 밝혀진 모습과 그 인물들의 저작물 등만으로 심리를 해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인터뷰라는 것이 인터뷰어라는 필터를 통해서 드러난것이 또한번 언론매체를 거쳐서 드러나는 것이고, 또한 솔직한 개인고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책과 같은 대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을때는 뭔가 치장이 섞여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까지 겹쳐지면 책 속의 인물들이 과연 진짜 그네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책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겉모습의 그네들을 전달하면서 호기심의 대상인 속마음을 추적하는 것이 매우 그럴싸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이론을 내세우기보다 흔히 뒷다마라고 말하는 얘깃거리마냥 그네들의 속내를 친구들에게 과감히 뱉어내듯이 토해내는 글들 덕택에 마치 찻집에 앉아있는 마냥 편안하며 즐거운 기분을 갖게 해준다.

그 여유로운 기분의 뒷면에는 책 속 인물들의 유명세에 묻혀진 평범함을 찾을수 있는 쾌락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나에게로 돌아오는 화살이라 아련한 통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의 심리적 경향성이 이건희나 장세동과 닮은 듯 보이다가 유시민 강준만의 그것과도 닮아 있는듯 하면 순간순간 내가 이런 면도 있었구나라고 자각하게 된다. 내가 유명인과 닮아있다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도 평범한 사람의 심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통감하는 것과 함께, 책을 덮으면서 앞쪽의 인물군에 속한 것이 더 많았는지 뒤쪽의 인물군에 속한 것이 더 많았는지 셈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내가 뒤쪽 인물군에 속한 심리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내 또 한번 깨닫는 것은 대중가요 '가시나무새'의 가사마냥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앞과 뒤쪽의 경향성이 모두 섞여 있는 혼합체 바로 그 모습이 나인 것이다.

자, 이제 나의 실체를 알았으니 다음엔? 아마 책 속 인물들도 자신의 실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심리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해낼 도리밖에 찾아내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일련지 모른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그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못마땅한 나를 밀어낼 수 있기를 거울 속의 나를 보며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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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거 같네요... 사실.....설령 뒷다마같은 것일지언정...우리가 아는(뭐, 이름밖에 아는 것이 없다해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귀를 간질이게 만드는 마력이...있는거 같고요...

2005-04-28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04-2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황송할수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13
요시다 타로 지음, 안철환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게 된 동기는 <굶주리는 세계>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북한은 지금도 기아에 허덕이고,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경제적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쿠바는 비슷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해결을 부의 집중화로 풀이한 이 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다른 해답을 찾고자 하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먼저 쿠바라고 하면 우린(우리인지 나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떤 정보도 없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들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꺼라고 생각된다)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 체제가 다른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국가라는 점,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장기독재 상황(카스트로 집권은 40년을 넘기고 있다)이라는 것, 그리고 영화나 그 밖의 모습을 통해서 바라본 아바나의 혼란스러운 모습과 난민들 등등. (최근엔 체 게바라와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영향으로 긍정적 이미지도 많이 갖을 수 있게되기도 했지만...)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대부분 미국을 통해서였다는 것을 기억하고서 다시 쿠바를 들여다보면 놀라운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특히 라틴 아메리카 내에서는 거의 모든 경제 복지 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보아온 난민이라는 현상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90년대 초반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권의 지원이 줄어들고(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으로 인해 급격한 경제적 혼란을 겪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상황에서도 의료부문과 교육부문에 대한 복지정책엔 큰 변함이 없을 정도로 사회주의적 평등이념은 굳건했다. 현재 미국의 국민총생산량의 14분의 1임에도 불구하고 평균나이나 유아사망률, 대학의 수나 교수비율, 박사의 수 등 에선 미국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형편이라는 사실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다. 쿠바라는 나라가 북한과는 달리 이렇게 굳건히 어려움을 견뎌내고 점차 진정한 복지국가의 틀을 갖추어 나가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도시생태농업을 들고 있다. 비료지원도 끊기고, 석유와 같은 에너지의 수입도 힘들고, 심지어 지금의 북한보다 더욱 가혹하게도 약품과 같은 의료지원도 이뤄지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그들은 배고픔을 탈출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빈터에 무조건 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비료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유기농이라는 방법으로 나아갈수밖에 없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국가도 도시농업에 대한 플랜을 세워서 적극 지원하기 시작한다. 도시농업은 시민의 자발적 농민단체와 정부의 지원, 대학의 연구단체가 하나가 되어 점차 그 생산력을 높여가고, 그것은 석유의 부족으로 인한 유통이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그 지역에서 난 생산품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생태적 건강성을 갖게되는 이유가 된다. 또 석유부족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교통수단이 바뀌게 되고, 에너지 또한 태양열과 같은 지속가능한 수단으로 모습을 바꾼다. 의료정책 또한 허브와 같은 자연의학과 침 뜸과 같은 전통의학 동양의학 등을 접목해서 건강을 회복한다. 또한 유기농 야채 중심의 식단으로의 변경은 자연스레 현대병이라 일컫는 비만과 당뇨, 암의 발생률을 떨어뜨려 의료비가 30~40% 줄어드는 부가적인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즉 도시의 빈터에 과실수와 채소를 심는다는 행위 하나가 국가 전체의 모습을 건강하게 탈바꿈시킨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정부의 헌신과 시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지만 가능하다. 아바나 시민이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바에야 이런 변화에 모두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 사회주의의 실패요인중 하나인 노력과 결실의 불평등함이 가져다주는 나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점이 사회제반 곳곳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야채나 과실을 훔치거나, 일하지 않으면서도 복지혜택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 등) 하지만 이들은 풍부한 사회자본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해나간다. 또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장하는 자본주의적인 요소도 부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고취시키기도 했다. (이기주의에 기초한 시장과 권위주의에 기초한 하향식 관료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제 3의 대안으로 서구학자들이 제안한 사회학적 개념이 사회자본이다. 제임스 콜먼이 제창한 것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의 유형을 말한다) 시민사이의 네트워크가 충실해서 시민활동이 활발해짐으로써 무임승차자가 되게끔하는 동기가 희박해져 사람들의 태도도 협력적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신뢰는 개인적 도덕적 문제보다는 오히려 시스템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것도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쿠바를 바라볼때 동의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며, 진정 유토피아라는 것이 물질적 소유의 확대인지 행복의 확장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한다고 본다.

쿠바의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보여지는 것은 교육과 의료의 완전무료와 그것을 바탕으로한 자발적 시민단체에의 참여,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권적 자율적 지방정부, 그리고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들이 아직 물질적 풍요를 우리만큼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아직 배고픔으로 죽거나 범죄를 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병 하나 걸렸다고 집안이 망할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장애인 가족을 두었다고 소외되거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자살이나 살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이 못사는 나라인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분명 쿠바가 유토피아는 아닐지 몰라도 그들이 향해가고 있는 지점은 유토피아임을 이책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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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1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유토피아라는 것이 물질적 소유의 확대인지 행복의 확장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한다고 본다.

음~ 이 역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그나저나 체게바라 평전을 5개월에 걸쳐서 읽고 있는 저는...참...에휴...

클레어 2005-04-1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진 리뷰입니다. 책 꼭 읽고 싶게 만드시네. 일단 추천에다 퍼가기 합니다. 흐흐~

하루살이 2005-04-1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한숨쉬지 마세요. 저도 평전 읽는데 6개월 걸렸던 것 같네요. 이 책에선 게바라를 도덕적 공산주의라고 평가하더군요. 그리고 지향해야 할 것은 생 시몽과 같은 공상적 공산주의인것 같습니다. 소련과 같은 국가적 공산주의는 실패라고 보면서요. 솔직히 그 차이점을 잘 파악하고 있진 못합니다. 게바라와 도덕, 왠지 어울리지 않나요?
지안님, 고맙습니다. 근데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걱정인 것은 도대체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것이냐? 지금 당장 나는 뭘 해야 할 것이냐?인것 같습니다. 뭘 해야하죠? 흑흑.

클레어 2005-04-1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하긴요...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잖습니까?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거구요.. 물론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책을 읽은 사람중에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비젼을 아바나에서 찾고 정책을 만들어간다면 하루살이님은 이미 뭔가를 한 것일 겁니다. 흐흐~

하루살이 2005-04-1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데...^^
 

서울을 쳇바퀴 삼아 살아가는 아그들아.

봄은 벌써 돌아갈 채비를 하려 화려한 나들이옷을 챙겨 입었구나.

매화꽃이 피었나 싶었는데 어느새 개나리꽃이 만개하고, 진달래가 물이 한참 올랐다.

아마 2,3일 안으로 벚꽃이 피지 않을까 싶다.

내가 꽃구경하러 여러군데 돌아다녀봤지만 남산만한데도 찾기 힘들더라.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친구들은 새겨듣거라.

이번 주말이면 봄은 떠나간 겨울 여인을 찾아 서울을 비울것이니, 잠깐만 짬을 내어 배웅해주거라.

주말이 지나면 떠나간 빈자리의 쓸쓸함만 보일터이니 꼭 이번 주말안으로 봄여인을 만나라.

생애 봄날을 맞듯이 그 여인을 맞이하거라.

그리고 네가 발디디고 있는 그 곳에 그 떠나는 자의 향기를 전해주거라.

 

봄은 보아야 봄이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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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1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04-1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의 어원은 정말로 봄은 아닐까 상상해봅니다.ㅋㅋ

소리샘 2005-04-2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을 보는 눈에 봄이 깃들고 봄을 느끼는 마음에 봄이 온다죠?
보이는 것마다 봄이네요..^^
봄산을 지나 봄기운 잔뜩 품고 걸어 내려온 봄바람이 부드럽습니다.
남산의 봄도..지금은 여린잎들과 한창이겠죠?

하루살이 2005-04-22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옷 갈아입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