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시리즈. 6부작, 25년 3월 26일 오픈. 아르헨티나. 스릴러, 미스터리. 청불. 할런 코벤 원작.(스페인, 프랑스, 영국,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에서 그의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할런 코벤 시리즈는 11개나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이라는 제목으로 출판.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접한 할런 코벤 원작 시리즈 중 연출적 측면이 아닌 이야기적 측면만으론 제일 흥미진진하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빼어난 풍경을 배경으로 그루밍의 위험성을 다룬다. ★★★★ 8점/10점

  

2.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바릴로체라는 도시에서 소녀들의 실종과 피살이 연이어 발생한다. 저널리스트인 에마 가라이는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범죄자들을 폭로하는 기사로 디지털 미디어 내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에마는 채팅을 통해 소녀들을 유혹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을 쫓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고 있는 레오 메르세르를 만나게 된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과연 레오일까? 에마는 혼돈에 빠진다. 


3. 넷플릭스 시리즈 <덫>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다. 짙푸른 호수와 만년설이 있는 높은 산, 빙하 등이 어우러져 휴양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보트타기와 트래킹, 등반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좋다고 한다. <덫>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풍경을 중간 중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어 큰 화면으로 본다면 꽤 볼만하다. 그렇다보니 시리즈 <덫>에 비쳐진 아르헨티나의 삶이 퍽 풍요로워 보인다. 


4.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인터넷 언론과 채팅 앱, 그루밍이라고 볼 수 있다. 그루밍이란 손질, 다듬기, 차림새라는 뜻이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길들이기를 통해 성적 학대, 착취 등의 성범죄를 일컫기도 한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 할 수 있다. 할런 코벤은 <미싱 유>에서는 데이팅 앱을 소재로 스릴러를 써나갔는데, 최신 미디어의 문제점을 파악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해 보인다.    


5. 이번 시리즈 <덫>에서는 뉴미디어라 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이 언론으로서 갖는 힘과 부작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유튜브가 갖고 있는 장점과 더불어 그 폐해로 인해 국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국가적 폭력 장치라 할 수 있는 경찰이 권력의 통제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측면도 드러난다. 어쨋든 <덫>의 주인공 에마는 그루밍 범죄자를 쫒다가 일종의 함정 수사로 범인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이 범인은 청소년은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망받는 존재다. 그리고 본인 또한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주장한다. 하지만 에마는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일종의 덫에 걸려든 범죄자 레오를 다그친다. 일종의 '선빵'이다. '아니면 말고' 식 보도라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에마는 이런 식의 보도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믿음이 배신당했다는 감정적 파도가 그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에마의 의도는 아니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이런 식의 보도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밑엔 유명세와 이를 통한 금전적 이득이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에마를 좇아가는 재미도 상당하다.


6. <덫>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거리를 준다. 아이들은 분명 부모에게 도와달라는, 또는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신호를 주지만, 부모는 이 신호를 쉽게 알아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겐 부모의 사정이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기대고 싶은 마음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마음이 쉽사리 그루밍의 타깃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그 신호를 알아챌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든 기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아이를 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세상의 수많은 유혹 속에서 어른은 이 믿음의 버팀목을 지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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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4-0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덫...할렌 코벤 원작이라니!!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하루살이 2025-04-08 09:51   좋아요 0 | URL
할렌 코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
 

현관문의 스마트 도어락이 저 혼자 삑삑거리기를 1년이 넘은 것 같다. 중문을 닫고 TV를 보고 있자면 삑삑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냥저냥 놔두었다. 그러던 것이 이젠 숫자 터치를 먹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카드키가 있어서 문을 열고 닫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언제 이 카드키마저 작동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교체를 결정했다. 직접 도어락을 교체하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주문 시 설치까지 해 주는 옵션도 있는데 설치비가 최저 3~4만원은 하는 듯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수리, 교체를 맡기기 시작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집이 아니라 관리비를 내고 위탁하는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직접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단 기존의 도어락을 해체하고,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부품이 그렇게 많지 않아 어려운 작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직접 교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그림 설명서나 동영상 안내가 없어서 아쉬웠다. 해체했던 기억을 떠올려 반대 순으로 하나 하나 결합을 해 가면서 도어락을 달았다. 



그런데 두 개의 잠금장치가 꼼짝을 않는다. 위에 것은 수동으로 작동시켜 보려 단추를 누르지만 '윙' 소리만 나고 움직이지를 않는다. 아래 것은 손잡이가 움직이지조차 않는다. 구멍을 잘 맞추어서 나사를 풀었다 다시 조립해 보지만, 위 잠금장치만 움직이던가, 아래 잠금장치만 작동하던가 할 뿐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이리 허술하게 만들진 않았을텐데 생각하면서도 점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풀었다 잠그기를 몇 번 하다 문득 틀의 앞 뒷면을 바꿔 보기로 생각했다. 맞았다. 앞 뒷면이 바뀌어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참, 어떻게 앞 뒷면을 바꾸었다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도 신기했다. 구멍의 위치나 크기는 똑같은데 왜 앞 뒤를 바꾼 것 만으로 열리고 닫히는 게 달라질까. 아무래도 구멍 밖의 좌우가 완전히 대칭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아주 조금의 차이로 걸쇠가 틀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제 잠금쇠가 잘 움직이니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생각했다. 모든 부품들을 다 조립하고 비밀번호와 카드키를 등록하고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문이 잠긴 후에 밖에서 여는데 그냥 열리는 것이다. 이게 뭐야? 왜 안 잠기는 거지? 어라? 이번엔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꼼짝을 않는다. 이런! 안과 밖이 바뀐 것이다. 도대체 이번엔 뭐가 잘못된 거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다시 분해를 하고 조립을 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안과 밖이 바뀌었다. 잘못된 제품인가 싶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휴일이라 통화를 할 수가 없다. 천천히 다시 분해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조립을 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미더운 부분이 보였다. 손잡이 뭉치에 IN과 OUT이 써 있는데, 아무리 해도 인을 안쪽으로 아웃을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조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립이 가능하도록 인과 아웃을 바꾼 채로 조립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고민 하다 도어락 뭉치 전체를 거꾸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손잡이와 숫자 위치가 위아래 뒤바뀌고, 문의 타공이 보이게 된다. 설마 이렇게 조립하도록 만들었을까? 


문제는 알 것 같은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그렇게 다시 분해와 조립만 두어 번 더 했다. 그러다 문득 손잡이 뭉치를 왜 꼭 안에서 집어 넣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 뭉치를 밖에서 안으로 집어 넣으면 인과 아웃도 제대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맞았다. 그게 정답이었다. 손잡이 뭉치를 밖에서 집어넣어 인과 아웃을 제대로 위치에 놓으니 도어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30분 이면 끝날 작업을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사고의 경직성. 한 번 떠올린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벌어진 고생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한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정말 '한' 생각에 사로잡혀 고통을 당한 느낌이다.

도어락을 교체하면서 경직된 사고가 얼마나 고생스러운지를 체감했다. 언제든 열려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가장 근거가 되는 전제조차도 의심해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논리의 도약으로 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불교의 '중도'에 대해서도 고찰해본다. 제법무아, 제행무상.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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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5년 4월 3일) 자동차 사고를 제법 크게 당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내 차를 들이받아버린 것이다. 중앙선을 넘는 것이 보여 경적을 울리고 급하게 피해보려 했지만,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속도가 시속 40~50키로미터 정도로 빠르지 않았고, 자동차 앞 부분을 피하면서 뒷 부분이 받쳤다는 것. 그럼에도 차 뒷바퀴 쪽 축이 완전히 나가버려 거의 반파수준이다. 상대차량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운전자분이 꽤 많이 놀란듯하다. 다행히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타박상이라고 한다. 나 또한 조금 놀란 마음에 어디 아픈 곳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왜 중앙선을 넘어왔는지 물어보니,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기 위해 차 안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주우려다 상체를 숙이는 통에 핸들이 꺾여버렸다고 한다.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쾅' 부딪첬다고 한다. 그랬으니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었던 것이다. (제발 운전 중엔 휴대폰을 만지지 맙시다!)


이 전 과정에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을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과 함께, 어떻게 정확히 이 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차를 탄 지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차를 조금 일찍 탔거나, 조금 늦게 탔더라면, 또는 차를 운전했던 5분 사이 속도가 조금 빨랐거나 반대로 늦었다면 등등 갖은 생각이 떠올랐다. 흔히들 이런 경우 어떤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사고는 말 그대로 그냥 사고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우연일 뿐이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운명이라 함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텐데, 이런 사고가 필연적일 수는 없다. 하필 그 때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으려 했고, 운전대의 중심을 잡지 못했고... 상대방에게 닥친 이 모든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사고를 당하고 렉카차를 타고 공업사에 들르고, 차를 렌트하고 등등. 이후 일처리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자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가 쓴 것으로 알려진 <평온을 비는 기도>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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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시리즈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25년 3월 13일 개봉. 영국. 4부작. 범죄, 스릴러. 각 회 마다 원 테이크로 진행된다. 우리는 왜 혐오와 분노에 쉽게 빠지는가. 만약 이 학교에 학생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선생을 맡는다고 상상하면 두려움이 먼저 든다. ★★★★☆ 9점/10점


2.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다. 놀랍게도 동급생 소녀인 케이티 살해 혐의다. 제이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범행장면이 담긴 CCTV가 있다. 제이미는 진짜 범인이며, 만약 그렇다면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3. 이 시리즈는 4회인데 각 회 마다 원 테이크로 촬영과 편집이 이루어져 있다. 1회는 경찰서, 2회는 학교, 3회는 보호관찰소, 4회는 제이미의 집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 2회의 경우엔 공공건물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데, 이것을 원 테이크로 담고 있는 것에 놀랍다. 연기나 기술적 측면에서의 놀라움과 함께 원 테이크로 표현된 여러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몰입되는 장점도 있다. 굳이 어렵게 원 테이크로 가야만 할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들었지만, 컷의 구분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에 현장감이 살아나고, 감정 몰입도 커진다.


4. <소년의 시간>에서는 사건과 인물의 묘사 이외에도 장소에 대한 설명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피의자에 대한 권리보호에 매뉴얼 등으로 정립하는 등 꽤 신경을 쓰는 경찰서의 풍경, 선생님의 목소리가 수시로 드세지는 모습과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제멋대로인 학생들로 가득찬 학교, 자신의 일을 마냥 하고 있지만 만족하고 있는 직원은 없을 것 같은 보호소 모습, 이웃의 따가운 또는 조롱이나 비난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2회 학교를 배경으로 한 전개는 과연 이 학교에 학생으로 또는 선생으로 다닐 수 있을까 싶은 두려운 마음이 일 정도다. 공포물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학교라지만, 정말 학교는 언제 이렇게까지 끔찍한 곳으로 변했을까.    


5. <소년의 시간> 시리즈의 핵심 단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인셀'이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라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시리즈를 보면서 인셀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되고, 이것이 SNS와 연결되면서 어떤 부작용을 불러오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인셀이란 비자발적 독신주의를 일컫는 말로 1990년대 말 캐나다의 한 여학생이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엔 이성에게 매력적이지 못해 생겨나는 좌절감이나 고립감을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극단적인 여성 혐오나 폭력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 인셀은 SNS를 통해 점점 더 과격해졌으며, 결국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여러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6. SNS의 '좋아요'는 마법의 클릭이다. SNS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사람들의 본능에 가까운 인정욕구를 자극하기에,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의 낭패감 또한 이루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바라본 <소년의 시간>이 갖는 시사점은 바로 인정욕구라고 생각한다. 인셀이라는 것도 결국 이성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의 발로요, 사이버 불링과 같은 온라인 상의 왕따와 같은 폭력 또한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픈 집단성의 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SNS로 인해 이런 경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경쟁을 거름 삼아 성장하는 자본주의 세례 속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패배와 낙오로 직결된다. <소년의 시간> 속 제이미는 자본과 경쟁, 무리짓기와 SNS라는 조건이 건재한 현실 속에서 과연 상상 속의 인물로만 남겨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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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16부작. 드라마. (판타지).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주연.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그려냄. 매 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오열이 아니라 어느새 주루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 9점/10점


2. 1950년대 제주도에서 태어난 새침데기 문학소녀 오애순과 무쇠 일편단심 양관식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후 1960~70년대 태어난 자식 세대까지를 아우르고, 1950년대 이전과 2000년대 이후까지 총 4세대가 그려지는 일대기다.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새마을 운동 시대와 망할 것 같지 않던 대기업마저 분해되었던 IMF시대, 배달 음식이 꽃을 피웠던 2002 월드컵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대박을 낳았던 인터넷 시대가 개인의 인생사와 연결되어 희노애락이 펼쳐진다.      



3.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절대 악인이 없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판타지다. 물리쳐야 할 대상도, 앙갚음을 치를 존재도 등장하지 않는다. 허세 가득 차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부상길 마저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는 말이 위로나 속임수가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진다. 역시 판타지다. 그럼에도 이 판타지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은 판타지가 판타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의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갈망 때문일 것이다.     


4. <폭싹 속았수다>는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우리 부모 세대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모양새다. 소위 2세대가 모여 사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 늘어난 지금,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안부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더해서 반대로 자식들을 향해 한 번 더 포옹해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마음도 갖게 한다. 이뿐 아니라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에 대해서도 다정하게 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이라면, 다정이야말로 그 밑거름이지 않을까 싶다. 


5. 애순이에게 힘이 되어 준 이는 이모라고 부르는 해녀 3인방이다. 우리 조상들이 힘든 농사일을 할 때 두레나 품앗이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듯 해녀들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끈끈함이 있다. 애순이 엄마가 일찍 죽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버린 애순이를 이모들은 자신의 딸인 양 '물심양면' 도와준다. 그들의 관계는 평생을 간다. 흔히 우리가 연대라고 부르는 삶의 버팀목이다.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다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해녀와 꼭 닮은 동네친구들이 등장한다. 함께 하면 힘이 되는 사람들. <폭싹 속았수다>도 이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6. 험한 말이 오가고,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세상이 살만할 것이라 여겨지는 요즈음. <폭싹 속았수다>라는 판타지의 위로가 더불어 살아갈 힘을 주기를 희망해 본다. 판타지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고 있자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서로가 죽이고 죽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비록 생각은 다르더라도 다정함으로 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 공상(판타지)의 나래를 펼쳐 본다. <폭싹 속았수다>가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실함을 도구로 사용한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혐오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정함 같은) 새로운 무기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애순과 관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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