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SF영화, 102분. 스콧 웨스터펠드의 원작 소설 어글리 3부작이 있다. 소설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성형, 획일적 아름다움 등을 주로 다루지만, 영화는 소설이 말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잘 보여지지 않고, 액션도 폭발적이지 못해 두루두루 어정쩡하다. 5점/10점 만점(별 2개 반)


2. 과거의 일류는 각자 다른 개성과 생각, 욕망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 멸망의 길을 걸었다. 이들을 러스티라 부른다. 현재는 이런 차이들을 없애는 방식으로 16세가 되면 모두 성형수술을 받아 최고의 외모를 지닌다. 이들을 프리티라 부르고, 아작 성형수술을 받지 않은 아이들을 어글리라 칭한다. 모두 도시에 모여 산다. 하지만 이런 생활방식을 거부하고 자연과 접해 자급자족하는 무리들이 있다. 이들이 사는 곳을 모스크라 부른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참신한 설정이지만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3. 도시인의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16세에 받는 성형수술은 단지 외모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에도 수술을 가해 주체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름답지만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 

그 반대편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연과 벗 삼아 자급자족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외모보다는 내면의 모습이 중요하다. 이들 사이에는 자연을 죽여가며 동력을 만들어가는 꽃들이 존재한다. 이 꽃은 자연을 없애며 자신의 지역을 확장해가고, 이들이 만든 동력으로 도시는 생활이 가능하다. 


4. 그래서 아름다움과 추함, 또는 외면과 내면의 대립으로 보기보다는 차라리 도시와 시골, 기생과 자립의 문제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처럼 세상을 싹둑 잘라서 내면의 아름다움과 시골의 자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영화는 힘을 잃고 어정쩡하게 진행된다. 액션의 재미라도 크다면 다행일텐데, 미래의 모습과 무기들이 그다지 눈길을 크게 사로잡지 못하다는 것도 감점.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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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시즌 2는 일제시대에서 2024년 현재에까지 이어지는 태상과 채옥의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사랑과 인연을 그리고 있다. 둘의 인연이 이토록 길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잔인한 생체실험 때문이다. 괴물같은 존재이지만 무시무시한 회복력으로 무한한 수명을 지닐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로의 탄생을 꿈꾸었던 일본군의 만행. 태상과 채옥은 이 실험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 번 끝이 났던 그들의 인연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일본의 패전으로 대한민국에서 쫓겨난 이들이 현재에도 제약 회사를 내걸고 서울 한복판에서 비밀리에 생체실험을 지속하고 있었다. 시리즈 중 아주 가끔 이런 일본의 모습을 비판하는 대사가 나오곤 하는데, 이 말에 날이 서 있는 이유는 실제 현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본의 편에 서 있는 것을 당연시하는 세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의 색깔은 태상과 채옥에 집중된 것으로 보여져 다소 힘이 빠져 보인다. 시리즈 내내 이 둘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하는데, 이게 종반부로 가면서 점점 지겨워지는 것이 아쉽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바라보는 감정이 메말라서였을까. 게다가 시리즈의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액션마저도 새로움이 없어 비슷한 액션을 계속 보는 것도 지겨워진다. 그나마 승조라는 캐릭터가 회색빛을 띠며 극의 긴장감을 불러온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아무튼 만약 시즌 3가 나온다면 과연 이야기의 재미를 다시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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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미스터리 -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하는가
에르난도 데 소토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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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이해하기 2탄으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에 이어 그와 정 반대의 견해로 빈부격차를 바라보는 책 <자본의 미스터리>를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에르난도 데 소토는 페루의 경제학자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경제 자문역을 맡아 경제 개혁에 참여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는 페루를 비롯해 제3세계 국가들이 왜 선진국처럼 부유하지 못한 지를 탐구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밝힌 책이 바로 <자본의 미스터리>이다. 그가 밝힌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장 지글러와는 정 반대다. 장 지글러는 소유권의 발생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빈부격차를 불러왔다고 하는 반면 에르난도 데 소토는 소유권 즉 재산권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나라들이 가난하다고 설명한다. 부유한 나라는 명확한 재산권을 바탕으로 신용이 발생함으로써 자본이 늘어나는 반면 가난한 나라는 재산권이 명확하지 않아 죽은 자본이 된다는 것이다. 즉 재산권과 신용을 바탕으로 자본이 증식 되는 살아있는 자본을 가져야 부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마디로 돈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돈이 돈을 벌 수 있는 살아있는 자본이 아니라 죽은 자본 탓에 부유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장 지글러가 그토록 반대하는 금융자본을 옹호하는 입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토대로 에르난도 데 소토는 디지털 소유권의 확립에 중요한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봤다고 알려졌다. 이 책이 20여 년전에 나온 것임에도 최근 다시 주목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지니고 있는 자산의 많은 부분이 부동산에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가난한 나라들 또한 부동산을 지니고 있음에도 부유하지 못한 이유가 에르난도 데 소토의 설명으로 이해가 가능해진다. 나라 간 빈부격차는 어찌보면 땅값의 차이로도 대체되어질 수 있지 않을까 확대해석도 해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나서 가난한 국가들이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를 바라지만, 그 방법이 각 개인의 소유권, 재산권의 정립에서 시작한다는 해법에는 조금 갸우뚱해진다. 과연 죽어 있던 자산이 살아나면 가난한 국가는 부유해지고, 그 안의 국민들 모두 그 부를 향유할 수 있을까. 


에르난도 데 소토는 지금의 부유한 나라를 목표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고, 장 지글로는 현재 부유하다고 여겨지는 나라의 불공평함을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왜 이 둘의 주장이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지를 이해할 수 있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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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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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와서 갖게 된 화두는 빈부격차였다. 한쪽에선 사무실 직원들이 일을 끝내고 공짜로 맥주 한 잔을 즐기고, 다른 한쪽에선 픽업 트럭에 몸을 싣고 무더위 속에서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살짝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개인 간의 빈부차와 국가 간의 빈부 차가 발생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다소 가볍고 쉽게 입문하기 위해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였다. 전 UN 인권위 식량특별조사관이자 현 UN인권위 자문위원이기도 한 저자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된 이유와 그 해결책을 손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책의 핵심은 간단하다.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그 차이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갖는 속성이라 본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 수십 여개와 금융자본 몇 개가 세계 자본의 절반 가까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자본주의가 갖는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를 추적하고,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위한 자본의 축적이 제국주의적 약탈 경제와 노예제로부터 비롯됐음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해결책도 뚜렷하다. 바로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이다. 하지만 해방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나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봉건제에서 공화제로, 노예가 사라지고 아동과 여성의 권리가 획득되어지는 과정은 모두 그런 결과를 예측하고 이루어진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현재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봉기가 가져온 결과였음을 이야기한다. 즉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것의 수정이 아니라 폐기이며, 이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운동이 결국 자본주의를 넘어선 그 무엇인가를 달성해내리라는 생각이다.   


자본주의가 가져 온 빈부격차에 대한 근거가 자세하지 못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책이다. 또한 그의 바람처럼 더 이상 혜택을 주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폐기하기 위한 연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든다. 소수가 가져 간 절반에 가까운 자본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도 그 소유에 꽤 큰 격차가 있는데, 많은 이들이 소수가 아닌 나머지 절반의 격차 속에서 위를 차지하고픈 욕망을 결코 거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면 과연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질 수는 있을까.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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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다문화 국가이다. 중국계가 74%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말레이계 14%, 인도계가 9% 정도를 차지한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서 이런 다문화를 드러내는 풍경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절이, 인도인들의 거리에선 힌두 사원이, 말레이계 거리에선 이슬람 사원을 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 들어왔던 초기 중국인들은 막노동에 종사하며, 싱가포르를 일구는데 큰 공헌을 한 듯하다. 이들의 힘들었던 노동을 기리는 조각상을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인도계 거리에선 싸우지 말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표지판이다. 


또하나, 거리를 다니는 트럭의 짐 칸에는 노동자들이 타고 있다. 트럭 뒤에 동그라미 안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사람이 몇 명까지 탈 수 있는지를 알리는 숫자다.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 정도인데, 외국인 근로자가 200만을 넘는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1/3 수준의 인구가 외국에서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를 넘는 곳이기에 비싼 인건비를 대체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필요로 하는 듯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해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지급한다고 알려졌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이 소식을 굉장히 놀라워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도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데, 월급이 60~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홍콩도 이와 비슷하다. 과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정의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어지는 것이 옳은 일인지 혼란스럽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해피아워라는 제도가 있다. 일을 끝낸 직장인이 바나 커피숍에서 차나 맥주 한 잔 정도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무직장인이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아래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있는 동안, 그 가게 옆 도로 위에선 외국인 노동자를 태운 트럭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이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런 부의 격차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소중한 경험 중의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부처의 사문유관도 어찌보면 여행의 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싯다르타가 성 안에 꼭꼭 틀어박혀 살고 지내다, 어느날 성 밖의 모습을 보고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지 않았던가. 


싱가포르가 안겨 준 고민이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론 보이지 않지만, 빈부격차에 대한 화두가 쉽사리 잊혀지진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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