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여전히 낭만적인 이들을 위한 서사시

디즈니+ 의 16부작 <삼식이 삼촌>은 5.16 쿠데타라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극 중 주인공 삼식이는 국민 모두가 하루 세 끼 모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그리고 이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만한 인물인 김삼을 만나서 그를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다. 과연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1. 피자와 시루떡

<삼식이 삼촌>에서 나오는 음식 중에는 피자와 시루떡이 있다. 피자는 국민 대다수가 들어보지도 또는 먹어보지도 못했지만,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꿈의 메뉴로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론 삼식이(송강호)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사람으로 지원하게 되는 김삼(변요한)을 시루떡으로 표현한다. 시루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지만, 보기엔 탐스럽지 않아도 먹으면 맛있는 메뉴다.

피자와 시루떡은 혼자 먹는 메뉴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는 메뉴다. 드라마 속에서는 같이 잘 살고 싶은 염원을 담은 소재라 할 수 있다. 이는 삼식이 삼촌이 꿈꾸는 세상과 닮아 있다. 그것이 피자가 되었든 시루떡이 되었든 배부르게 먹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2. 지구의 자전과 공전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에게 감각되지 않는다. 역사를 움직이는 힘도 마찬가지다. 삼식이 삼촌은 역사를 움직이는 것이 리더가 아니라 감추어진 힘, 즉 모략가들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는 스스로 역사의 뒤편에서 작용하는 숨겨진 힘이라 생각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일반 대중들은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할지라도, 삼식이 삼촌은 이러한 배후의 움직임이 결국 역사를 바꾼다고 믿었다. 이는 우리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역사의 흐름도 그렇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리더나 반대로 대중이 역사의 주체라는 시점과는 궤를 달리한다. 

3. 목적을 위한 수단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강구해도 괜찮은 걸까. 삼식이 삼촌은 하루 세 끼 배부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불법과 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식이 삼촌의 방식은 목적 달성에 있어서 수단의 도덕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이었다. 

배부른 나라를 위해 인권이 유린되고, 자유가 억압되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목적을 이루었기에 그 과정도 모두 용인될 수 있을까. 


삼식이 삼촌의 재미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에 있다. 군부에 의해 잡혀가 심문을 받는 삼식이와 김삼, 그리고 그의 동지들. 그들의 진술 중 엇갈리는 부분들이 나오고,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또한 이들은 왜 심문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하고, 심문 후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알고 싶어진다. 처음엔 이 시간을 왔다갔다 하는 편집이 상투적으로 느껴졌지만, 점점 진술이 엇갈려가면서 편집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종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과연 삼식이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희생되어진 것들이 그냥 잊혀지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묻게 만든다.  


<삼식이 삼촌>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희생되어진 것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희생시킬 것인지를 곰곰히 묻게 만든다. 정치가 권력을 다투는 싸움이지만, 결국 <원대한 꿈>을 이루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삼식이 삼촌>은 정치가 여전히 낭만적인 이들에게 다시 불리워질 이름일 듯하다. 이제 삼 시 세 끼 배부른 대한민국의 원대한 꿈은 무엇일지, 소위 이 시대의 삼식이 삼촌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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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사고들은 모두 우연히 발생한 것일까. 어떤 사고로 인해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면, 그 사고는 의도되고 계획된 사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사고 속에 파묻혀 범죄라는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다면 그야말로 완전범죄가 되지 않을까. 


<설계자>는 이런 음모론(?)적 사고(思考)로 세상의 사고(事故)를 바라보는 영화다. 사고로 위장된 조작된 범죄를 설계하는 팀의 대장으로 강동원이 주연을 맡고,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이 팀원으로 연기한다. 그런데 이전 팀원이었던 짝눈(이종석)이 1년 전 사고로 죽고, 지금 또다시 점만(탕준상)이 사고로 죽게 된다. 하지만 탕준상의 죽음은 자신을 타깃으로 했던 사고라는 것을 강동원은 안다. 자신들보다 더 거대한 사고의 설계팀, 즉 '청소부'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청소부는 강동원을 타깃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화의 재미는 1. 어떻게 사람들을 속일 정도로 사고를 완벽하게 우연처럼 보이도록 설계할까 2. 강동원을 노리는 청소부의 정체는 누구일까 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설계자>는 첫번째 재미는 그럭저럭 달성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두번째 재미가 아리송하다. 강동원의 추리를 쫓아가면서 청소부의 정체가 드러날까 싶지만, 결국 정체를 보여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물론 진짜 청소부에 대한 암시를 주지만, 확신을 하지는 못한다. 진짜 청소부를 찾기 위해 강동원이 경찰에 자수를 하지만, 오히려 그의 진술은 피해망상쯤으로 여겨진다. 이런 간극이 주는 재미가 돋보였다면 좋을 텐데, <설계자>에선 그 간극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듯하다. 


영화 <설계자>는 조작된 사고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타인의 죽음마저도 가벼이 여기는 세상 속, 마무도 믿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가득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느끼는 절망감이 더 큰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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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6월 1일 비 16도~25도


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풀들의 자라는 속도도 빨라지고, 벌레들의 활동도 많아졌다. 과실나무에는 어김없이 벌레들이 찾아들었다. 



사과에만 유독 달려있는 벌레도 보인다. 이 벌레가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열매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결코 좋아 보이진 않는다.



흙 바닥엔 벌레 피해를 입은 사과가 떨어져 있다. 많이 달리지도 않았는데 벌레 피해까지 입고 보니, 정작 나무에 매달린 것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땅에 떨어지진 않았지만 흠집이 난 배들도 보인다. 이것도 벌레들의 짓이다. 



매실은 나무에 잔뜩 열리기도 했지만, 잔뜩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씨살이좀벌들이 피해를 입혔으리라 추측된다. 올해는 피해를 입은 매실을 확실히 처리해서 내년엔 피해 규모를 줄였으면 좋겠다. 땅에 떨어진 것만 10키로그램은 족히 될 듯 싶다. 



벌레 피해를 입은 과실들을 정리하고, 해가 저물 쯤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발랐다. 2년에 한 번 바르다가 2년 전부터 매년 바르고 있다. 2년에 한 번 바르다보니 방수 기능이 많이 떨어져서다. 1년에 한 번, 바를 때 두 번씩 발랐는데, 지난해 남은 오일스테인을 보니 양이 많지 않았다. 한 번 겨우 바를 정도다. 새로 주문하기도 번거로워서 올해는 그냥 덧칠 없이 한 번만 바르기로 했다. 매년 바르다 보니 제법 손에 익었는지 바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처음엔 3시간 걸리던 것이 이젠 2시간이 체 걸리지 않는다. 덧칠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올해는 이걸로 잘 넘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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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5월 30일 흐림 15도~26도


보리수 나무의 열매도 선홍빛으로 익었다. 



보리수 열매는 딱딱하지 않고 물렁물렁해서 힘을 주어 따기 보다는 가볍게 손에 쥐고 따야 한다. 



익은 것을 모아보니 제법 양이 된다. 생으로 먹어보았는데 신맛이 강하다. 그냥 먹기에는 살짝 부담스럽다. 



잼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체에 문질러서 과육만 따로 모았다. 보리수 씨앗이 제법 크다. 이걸 심으면 보리수 나무로 잘 자랄 것 같은 예감. ^^ 하지만 지금의 한 그루만으로도 즐기기에는 충분해 그냥 버리기로 했다. 



모여진 과육에 설탕을 같은 양보다 조금 적게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하고도 10여 분 이상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 주었다. 



제법 잼 모양을 띠어 간다. 불을 끄고 식힌 후에 소독을 한 병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남은 잼을 식빵에 발라 먹었다. 오호라! 열매의 신맛이 설탕의 단맛과 어우러지면서 새콤달콤 꽤 맛있다. 보리수잼! 별미로 좋구나 ^^ 색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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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 챗GPT의 실체부터 AI의 진화와 미래까지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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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발표된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 이 주장을 체감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다. 아니, 솔직히 말해 미디어가 콘텐츠보다도 더 중요하게 사회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엔 역량부족이었다고 고백한다. 지금도 K콘텐츠의 영향력에 대한 '국뽕'에 가까운 환호와 열광은 쉽게 접하지만, 그것이 가능케 한 넷플릭스라는 미디어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대체로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스마트폰을 접하면서 왜 미디어가 메시지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은 전적으로 스마트폰 덕분이다. 이제 우리의 삶 대부분은 플랫폼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즉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의 등장이 우리 삶의 양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AI가 등장했다. 챗GPT로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열광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다. 과연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는 것 만도 벅찰 지경이다. 박태웅의 AI강의라는 책은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고, 또 발전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삶에 어떤 선한 영향과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지를 개괄한다. AI라는 미디어가 가져올 메시지를 탐색케 하는 책인 것이다. 만약 AI가 가져올 메시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 훑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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