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4월 10일 7~27도 맑음


작은 텃밭과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면서 생긴 욕심이 하나 있다. 씨앗이다. 꼭 씨앗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무엇인가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재미있다. 씨앗을 심어서 새싹이 나든, 삽목을 해서 새 뿌리를 내리든, 무엇인가 새로운 삶이 꿈틀대는 신비로움이 마음을 채워준다. 



우연찮게 아라비카 커피 열매를 하나 얻었다. 과육을 벗겨내고 안의 콩을 덖어서 커피를 추출하고픈 욕망보다는 이 열매를 심어서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배양토를 구입해 화분에 심어보기로 했다. 보통 작물을 키울 씨앗들은 상토라는 모종을 키우는 흙에 심는다. 상토에서 싹을 틔우고 모종을 어느 정도 키운 후 본 밭에 이식(정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정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씨앗을 심은 것에서 싹이 난다면 그 자리에서 계속 키우고 싶은 마음에, 즉 직파를 하기 위해 상토 대신 배양토를 화분에 넣고 열매를 집어넣었다. 거의 한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커피열매가 싹을 틔우는데는 좋을 성 싶다. 과연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그 마법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 그런데 커피열매 과육을 벗기고 심어야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전 정보없이 보게 된 jtbc주말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회를 보고 있자니, 왠지 [나의 아저씨]가 자꾸 연상이 됐다. 조금은 우울한 듯 보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동네친구>들이 등장하는 모습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나의 해방일지]의 작가를 찾아보니 [나의 아저씨]를 쓴 작가(박해영)였다. 



[나의 아저씨]가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동네친구들의 찐한 우정 덕분이었다. 아이유가 분한 여주인공이 낭떠러지 앞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힘을 얻은 것이 이 우정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따듯한 감성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드라마였다. 최근 [나의 아저씨] 드라마 대본이 책으로 나오면서 또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의 해방일지]는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경기도 외곽의 산포시에 살고 있는 세 남매를 주요 인물로 그리고 있다. 청춘의 많은 시간을 출퇴근에 사용하고 있는 이 세 남매의 외로움과 우울함이 또 어떤 모습으로 치유가 될지 궁금해지는 드라마다. 특히 막내 염기정은 [나의 아저씨]의 아이유와 닮은 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이유의 대담함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보자면 I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기정은 "인간관계가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정이 집에서 아버지 일을 봐주고 있는 외지인 구씨에게 자신을 추앙하라고 명령한다. <추앙>이라니.... 구 씨는 추앙의 말뜻을 찾아본다. 과연 추앙은 기정이 생각하는 노동의 인간관계를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2년 4월 8일 맑음


하루 건너 뛰다 보니 달리기에 부담감이 없어 좋다. ^^; 의무적으로 하기 보다는 즐기며 한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 수준은 아니다. 물론 즐기는 것도 하루 이틀일 것이니, 습관이 된다면 더 나을 것이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 뛰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런데 100미터 쯤 지나면 만나게 되는 짧은 급경사를 지나고 급격하게 발이 무거워졌다. 어라? 이 정도면 지난주 뛰던 것하고 비슷한 모양새인데... 경쾌하게 뛰던 이번 주 달리기와 사뭇 달랐다. 주 후반으로 오면서 피곤이 쌓여가서일까? 아무튼 오늘은 다소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통증은 예전처럼 극심하지 않다. 어깨 부위가 살짝 아픈 정도. 당기는 느낌도 없다. 


하지만 2키로미터를 지나자 페이스를 잃는 듯하다. 몸이 지쳐가면서 그만 달리고싶다는 마음이 솟아난다. 속도도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키로미터 당 5분 10초대 초반이던 것이 20초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그만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나' 하면서 그냥 달렸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결과치보다는 컨디션 따라 생기는 듯하다. 오늘 목표한 4키로미터를 다 뛰고나니 '해냈다'는 성취감이 든다. 물론 약간의 성취감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떨쳐내고 해냈다는. 속도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 


다만 이제 날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달리는데 지장을 주는 것이 우려된다. 보안경이라도 써야 할 판이다. 혹시나 이걸 핑계로 달리는 것을 그만두진 않겠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2년 4월 5일 0도~18도 맑음


언덕마다 개나리가 피어나고 머지않아 진달래도 피어날 것이다. 따뜻한 남쪽은 벌써 진달래가 피었을 테지만. 진정 봄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간혹 가을에 이런 꽃들이 핀 것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보통 우리는 그 꽃들을 철부지라 부른다. 철을 모르고 피어났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이 꽃들이 철을 모르고 핀 것은 아니다. 꽃이 필 조건이 형성되었기에 피어난 것이다. 기후변화가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기후 조건을 바꾸어 놓고선 개나리나 진달래 보고 철부지라 부르는 것이다. 개나리나 진달래 입장에서는 분통을 터뜨릴 일이다. 



거의 열흘 전 쯤 심었던 토종검은찰옥수수가 싹을 내밀었다. 같은 날 심었던 케일, 청경채, 호박은 감감 무소식이지만, 옥수수만 먼저 싹을 틔운 것이다. 옥수수싹이 날 만큼의 조건이 맞아서일 것이다. 물론 케일과 청경채의 경우 씨앗이 묵어서 발아율이 떨어진 탓도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발아에 필요한 조건이 맞았냐는 것이다. 

 

발아에 필요한 것은 물과 햇빛, 온도라 할 수 있다. 어떤 씨앗들은 해를 보지 않았을때 싹을 더 잘 내미는 것도 있다. 호박을 심어보면 항상 다른 식물에 비해 늦게 싹을 틔웠는데, 호박의 특성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궁금했다. 자료를 조금 찾아보니, 오이나 호박의 경우엔 그늘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 보다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일단 늦었지만 호박씨를 뿌린 곳에는 그늘막을 쳤다. 씨앗을 심고 나서 싹을 틔우는 기간은 식물별로 차이가 크다. 어떤 것은 하루이틀 만에 싹을 내밀고, 어떤 것들은 수 년이 걸린다. 또 어떤 씨앗들은 몇 천 년을 묵혀 있다가도 조건이 맞으면 싹을 내밀기도 한다. 특히 연의 경우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화제가 되곤 한다. 


아무튼 생명이 나고 자라는 데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이 조건을 잘 갖추어 주면 생명은 춤추듯 자라난다. 최상의 농부란 이런 조건을 잘 알고서 식물에게 그 조건을 형성 시켜주는 농부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사회도 사람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회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 최상의 조건을 갖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적용해왔을 것이며, 이런 과정이 역사를 이루었다 할 것이다. 인류의 발전이란 다름아닌 이런 조건의 발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최상의 행복은 조건과 무관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것' 즉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산다면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이 세상 누구든지 꽃 피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을 향해 조건 없이 나아갈 수 있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 행복은 나 혼자 만의 것이 아닐 뿐더러, 나 혼자서만 행복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수줍게 고개를 내민 옥수수싹을 보며 생명의 조건을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2년 4월 6일 맑음


하루를 건너 뛰고 달리기로 계획을 바꾸었더니 마음이 편안하다. 매일 뛸 때는 괜스레 부담감이 있었다. 하루를 쉬고 달리니 부담감은 덜하다. 다만 하루 쉬는 것이 이틀 사흘을 넘어 계속 쉬고 싶어하는 욕망을 불러올까 걱정되기는 한다. 뭐, 그건 그때 생각해보고.... 일단 마음을 다잡고 뛴다.



오늘 컨디션은 최상은 아니어도 나름 괜찮다. 그저께 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지난주 달리기 할 때 만큼 무거운 것도 아니다. 살짝 무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루 쉬는 것이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500미터까지는 약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호흡의 리듬을 찾으면서 익숙하게 달렸다. 오늘은 통증도 그다지 없다. 거의 대부분 아파왔던 어깨 쪽 통증도 약한 수준이다. 가슴이나 배 쪽 통증은 없다. 다리도 당기는 부분이 없다. 땀이 많이 나서 조금 불편할 정도 뿐. 중간 중간 속도도 괜찮다. 달리기를 멈추고 기록을 보니 50미터만 더 뛸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4키로미터를 꽉 채우게 말이다. 속도는 최고 기록이다. 키로미터 당 5분 11초. 지난 번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이 정도 수준으로 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무튼 달리기는, 물론 달리기 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이나 일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여겨진다. 항상 최상은 아니더라도 차상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몸과 정신을 관리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100세를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형석 교수의 본인이 생각하는 장수 비결은 '100%를 다 쓰지않고 80% 정도만 쓴다'는데 있다고 한다. 온힘을 다해버리면 이후 컨디션은 나빠지고, 회복하는데도 긴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여분을 남긴다는 것.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비결이지 않을까. 날마다 뛰지 않고 하루 걸러 뛰기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