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1~7일 때때로 장맛비


1주일 정도 더 딸 수 있었던 블루베리는 새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실컷 블루베리를 다 먹어치운 새들은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먹을 것을 다 먹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머지않아 사과가 익어갈 시기가 오면 또다시 찾아올텐데 대책을 세워야 한다. 


블루베리 맛에 비해 복분자는 덜 맛있는가 보다. 새들의 취향이 아닌가? ^^;



복분자는 송이송이 달린 것 중 끄트머리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익어가고 있다. 




볕이 좋아서일까. 익어가는가 싶다 생각했는데 하루 하루 금방 수확할 것이 생겨난다. 



몇일 째 아침마다 작은 바구니 한 개 분량을 따고 있다. 생으로 먹어보는데 당도가 그리 높지 않아 살짝 단 맛을 풍긴다. 하지만 씨앗이 씹히면서 자꾸 이 사이에 끼어 먹는 게 불편하다. 생으로 먹기보다는 갈아먹는게 더 낫지 싶지만, 갈아도 여전히 씨앗은 식감을 나쁘게 만든다. 그래서 사흘 정도 딴 분량을 모아서 청을 담갔다. 그러고도 계속 딸 것이 생기는데 일부는 술을 담갔다. 앞으로 따는 것들은 청을 더 담그고 나머지는 잼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하지만 워낙 날이 뜨겁다 보니, 집안에서 불을 쓰는 일은 주저하게 된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냥 청으로 다 담가버릴까 고민 중이다. 


복분자를 먹으면서는 식자재의 식감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됐다. 하기야 요즘 아침마다 빵을 먹고 있는데, 다양한 빵을 먹으면서 맛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식감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을 떠올린다. 딱딱한 정도와 쫄깃한 정도 등도 빵의 맛에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과일도 식감이 중요할 터다. 개인적으로 배를 좋아하는데, 시원한 청량감과 함께 배의 석세포가 주는 식감을 좋아한다. 만약 식가공을 하게 된다면 이런 식감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하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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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30일 비 


밤새 비가 엄청 쏟아졌다. 새벽에 문을 쾅쾅 두두리는 소리가 난다. 이웃 복숭아 주인이시다. 집과 과수원으로 올라오는 길이 토사로 막혔다고 한다. 



길 한쪽 사면에 방수천(갑바)으로 처리해둔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천이 삭아 이번 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대략 트랙터 바가지로 2 바가지 분량이다. 많다면 많은 양이지만, 이만큼 내린 비에 쓸려 내린 것이 이 정도라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왕래하는 차라고 해봐야 이웃집 과수원과 내가 다니면 되니 큰 지장은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아침에 일을 보아야 하고, 복숭아 과수원도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 시기인지라 길을 터놓아야 했다. 과수원집 주인과 힘을 합쳐 1시간 정도 삽질을 하니 길이 트였다. 오가는데는 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일단 길만 터 놓은 상태인지라 다시 큰 비가 내린다면 흙이 또 밀려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큰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기를 빈다. 물론 비가 내리고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가 난감하다. 장마가 끝나면 다시 방수천을 대야 하나 고민해보지만, 방수천을 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흙이 쓸러내려가지 않고 물이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에게도 길이 필요하다. 길이 없을 때 물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그 길이 토사를 쓸어내려가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길은 바로 잡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오기 전 길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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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6일 맑음 24도~31도


비가 오고 나서 풀이 쑥쑥 자란다. 정말 기세가 무섭다. 지금 한 번 쳐주지 않으면 풀을 베는데 훨씬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풀을 베는 속도가 풀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블루베리밭에도 풀이 무성하다. 열매를 따느라 풀 정리를 하지 못하면서 점점 풀의 키가 블루베리 높이만큼 자라려 한다. 열매 따는 것이 분명 먼저일 테지만, 하루 이틀 늦게 딴다 해서 과숙성 될만큼 뒤쳐진 것은 없어 보인다. 일단 하루 이틀 정도는 풀 베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블루베리 나무 주위의 풀은 뽑아냈다. 베어주는 작업이 너무 번거로워서다. 풀뿌리와 블루베리 뿌리 주위에 형성된 미생물 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 타협을 보아야만 할 성 싶다. 그래서 풀을 뽑다 보니 뿌리와 함께 속 흙도 드러난다. 문제는 간혹 굼벵이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 밑에서는 굼벵이 숫자가 50마리를 넘었다. 아직 어린 것들이 많은 것을 보니 굼벵이가 이곳에 새끼를 친 것이 얼마 안 된 모양이다. 굼벵이가 뿌리를 해치지만 않는다면야 궂이 처리를 하지 않고 놔두어도 될테지만, 블루베리 뿌리를 갉아먹는 등의 피해가 막심하다. 블루베리 나무마다 다 뒤져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풀을 뽑으면서 굼벵이가 나타나는 나무들만 흙을 뒤집어 살펴본다. 톱밥 등의 유기질이 많다보니 굼벵이가 살기에도 좋은 터인 모양이다. 


농사는 결국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데, 양분의 균형과 함께 뭇 벌레와의 균형을 찾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노린재, 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각종 나방류 및 개미 등등. 화학농약 없이 이들과 건강한 균형을 찾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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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6일 맑음 24도~31도


욕심은 그냥 두면 커지기 마련이다.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선 마음가짐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에는 힘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기에 욕심을 줄이는 일에 힘을 쓰다보면 지치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욕망을 억누른 상태로 있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실제 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분노든 욕망이든 억제나 자제하는데는 힘이 들기에 억제나 자제해야 하는 순간을 하루에 여러 번 마주하게 되면, 점차 억제나 자제가 어렵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억제한다거나 자제하는데 힘을 쓰지 않기 위해선 그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즉 욕망에 따르지 않기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를 인지, 또는 인식하고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다. 또는 욕망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거나 순리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블루베리는 알의 굵기가 다소 작다. 올해 열린 것 중 절반 정도만이 지난해 수준의 크기다. 나머지는 지난해에 비해 작게 느껴진다. 가뭄 탓도 있겠지만, 작은 것들을 보니 덜 솎아준 것들이 많다. 즉 한 가지에 2~3화방 정도만 남겨둬야 하는데, 몇 몇 그루는 4~5화방이 남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열매는 송이송이 많이 맺혔지만 그 크기가 굵지 않은 것이다. 


올 봄 한 가지마다 화방이 많은 것은 8~9개 까지 달렸다. 그러다 보니 절반을 쳐내도 4~5화방이 남은 것이다. 무려 절반을 솎아냈으니 많이 솎아냈다는 착각을 한 것이다. 얼마나 솎아냈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개를 남겨두었냐가 중요한 데 말이다. 필요한 것만 남겨 두고 나머지를 모두 덜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집 정리를 하기 위해 물건을 버릴 때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꼭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 덜어내기, 비워내기. 알차게 살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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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3일 장마 시작 20도~30도



오미자가 열매를 맺지 못한 가지들로 북적인다. 이래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 같아 정리를 해줘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열매를 맺은 가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냈다. 



잘라낸 가지가 산더미다. 하지만 자르지 않고 남은 가지가 너무 앙상한 것이 아무래도 무엇인가 잘못한 듯한 느낌이다. 가지치기를 하기 전에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잠깐 오미자에 대해 검색해봤다. 


역시나.... 오미자가 열매를 맺는 가지는 2년차 이상부터라고 한다. 올해 새로 난 가지에서는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이다. 어찌보면 대부분의 과수처럼 어린 나무는 열매를 맺는 대신 성장에 집중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어지러운 것을 정리한다는 마음이 앞서, 실수를 한 것이다. 열매를 맺고 무르익는데는 항상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 시간을 무시했으니, 올 1년을 그냥 흘려버린 셈이다. 대신 잘라낸 가지 중 삽목을 위해 튼실한 것을 골라 가지를 정리했다. 어디에 심을지 아직 정하진 못했지만, 일단 묘목부터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는 잃어버린 1년에 대한 조그마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열매를 맺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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