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18도~21도 흐리고 가끔 비  


오늘 비가 조금 내리고 내일 본격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지난주 참깨를 베고 난 자리에 퇴비를 듬뿍 뿌려둔 곳에 배추를 심기 좋은 날이다. 배추는 흐린 날 오후에 심으면 뿌리 활착이 빨라져 생육이 좋다고 한다. 


배추는 씨를 구해서 파종하지는 않았다. 시중에 파는 배추씨앗은 보통 1,000립 단위이거나 적어도 200립 정도인지라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더군다나 이런 씨앗들은 묵히면 묵힐 수록 발아율이 떨어지니, 사다놓고 두고 두고 쓸 수도 없다. 그래서 올해는 모종을 구입했다. 품종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심는 불암 플러스다. 



16주에 2,000원. 씨앗 한 립에 10~20원 안팎인데 모종값은 한 주에 100~200원 가량이니 거의 10배 정도 가격이 뛴다고 볼 수 있겠다. 아주심기 즉 정식은 본잎이 6장 정도일 때가 좋다고 하는데, 모종의 본 잎이 6장 정도로 커서 괜찮은 시기로 보인다. 



모종을 모판에서 꺼내다 1주가 그만 목이 뎅강 부러져버렸다. 조심조심 꺼냈지만, 모가 워낙 연약해서 죽고 만 셈이다. (아이고, 아까워라~~)



총 15주를 40센티미터 간격으로 띄어서 심었다. 그런데 모종을 심다보니 귀뚜라미가 보인다. 이런.... 귀뚜라미가 배추잎을 엄청 갉아먹을텐데.... 일단 오늘 내일 사이로는 비가 계속 온다고 했으니 귀뚜라미가 잎을 먹을 일은 없을 것 같고, 당장 대책은 세워야 할 터다. 읍내 나갈 일이 있을 때 한랭사를 구입해야 할 듯 싶다. 벌레들을 내쫓고 한랭사를 씌어 놓으면 벌레 피해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정식 후 물을 따로 주지는 않았다. 


배추는 양분을 꽤 많이 필요로 하는데, 특히 초기 생육이 왕성해야 결구가 잘 된다고 한다. 중간 중간 추비를 자주 주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론 밑거름을 충분히 준다면 해결될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배추는 오랫동안 키우는 것이 아니라 90일 안쪽으로 키우는 것이기에 가능할 것이라 추측해본다. 균배양체 유기질 퇴비와 유박을 충분히 주었기에 추비 없이 키워볼 심산이다. 


배추를 심고 나서 퇴비를 준 자리가 조금 남았다. 이곳엔 올해 쪽파와 양파, 또는 마늘을 한 번 조금 심어볼까 궁리 중이다. 텃밭이 있으니 자꾸 일을 만든다. 그래도 내가 심어서 기른 것으로 먹을거리를 장만할 수 있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자꾸 실패는 하고 있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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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26일 맑음 


아침에 이동하기 위해 차로 가다 깜짝 놀랐다. 운전석 쪽 유리가 반짝반짝한 것이다. 뭐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유리창이 깨져서 금이 가 있었다. 



깨진 모양새를 보니 아마도 뾰족한 돌 같은 것이 유리 가장 밑에 쪽 가운데 부분을 강타한 듯하다. 문을 열고 닫으면서 그 충격으로 유리는 점점 더 작게 깨져 갔다. 

도대체 어디서 깨진 거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하겠다. 다만 심증이 가는 부분은 있다. 어제 자동차 근처에서 예초기를 돌렸는데 그 때 돌이 튄 것은 아닐까 의심이 간다. 하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 또한 물증이 있다고 해도 그 책임을 물어 유리 교체비를 청구하기에는 껄끄럽다. 하지만 예초기 일 것이라는 심증이 일자 마음에 화가 치밀기 시작한다. '돌이 깔린 주차장 주위에서 예초기를 돌리려면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해야지'하는 원망이 튀어 나온다. 물증이 없고 심증만으로 화가 치민다는 것은 실제 어리석은 일이다. 화가 나서 일이 해결될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다. 잠깐 씩씩거리다 내가 어리석어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라앉혔다. 얼른 유리를 교체하고 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시골에 살다보니 자동차 유리를 교체해주는 곳도 거의 없다. 그나마 꽤 큰 카센터에 갔는데도 유리 교체는 하지 않았다. 자동차 유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소개받고 가봤지만 가게 문은 닫혀있고, 주인에게 연락은 되지 않는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30여 분 정도 기다리다 가장 가까운 다른 읍내의 유리 전문점을 알아봤다. 그나마 스마트폰 덕분에 이곳 저곳 검색해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런데 다른 읍내 영업 중인 두 곳 중 한 곳에서는 내 차종의 유리를 교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주위 30여 분 거리 안에 유리를 교체할 수 있는 영업장은 오직 한 곳 뿐인 셈이다. 다행히 이 영업장 사장님이 친절하기도 할 뿐더러 세심하게 유리를 갈아 주었다. 오전에 연락을 해서 물건을 주문하고 오후에 바로 고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행운이다. 조금 먼 곳으로 가서 유리를 교체하는 것이 번거롭긴 했지만 다행인 셈이다. 


유리를 교체한 김에 썬팅도 마저 했다. 그런데 살고 있는 근처 읍내에서 썬팅을 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한 군데에서는 가다(차 문 형태에 맞는 주형)가 없다면서 퇴짜. 다른 곳을 찾았다. 이곳 사장님도 무척이나 친절하기 했지만, 썬팅 필름을 두 번이나 말아먹고 세번째 겨우 성공, 한 숨 돌리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필름값도 나오지 않을 작업이었다. 그래도 주문받은 것이라며, 기어코 해내겠다는 장인정신(?)을 발휘해 썬팅을 마무리해 주었다. 


차 유리 한 장으로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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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0-2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그래도 유리라도 교체해 다행이네요 식겁하셨네요
저도 반(?)시골살이 중이라 이해가 되고도 남네요 도시보단 없는게 많은데..적응중입니다^^
 

22년 8월 26일 맑음 17도~28도


한 묶음 밖에 되지 않는 참깨이긴 하지만 줄기를 베어서 묶은 후 말리기 위해 데크 한쪽에 세워 두었다. 그런데 지난 밤 비바람에 그만 참깨 묶어둔 것이 날아가버려 참깨가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아, 아까운 참깨. 한 알 한 알 줍는 건 포기하고 그냥 탄식만....



오늘은 참깨보다 수량은 적지만 자라기는 더 잘 자란 검정깨를 베어냈다. 그리고 한 데 묶어서 세워 두었다. 



처음엔 비닐과 함께 줄기를 묶어두었는데, 비닐에 습기가 차면서 물방울이 생기는 바람에 줄기를 따로 묶고 비닐만 덮어두었다. 그리고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기둥에 다시 묶는 일까지. 참깨를 말리면서 발생한 실수를 통해 배웠다고나 할까. 양이 얼마되지 않아 내년 종자용으로나 쓰면 될 듯 싶다. 조금 남는다면 양념용으로 두어 번 쓸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시험삼아 심어보긴 했지만,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돼, 놀고 있는 땅만 있다면 심어볼 만 할 것 같다. 물론 거두고 말리고 타작하고 선별하는 등의 작업이 꽤 번거롭긴 하지만 말이다. 기름을 짤 정도는 아니지만 깨소금용 정도만이라도 자급해서 쓸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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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23일 가끔 비 23도~26도


하루 만에 직박구리에 대한 미안함이 싹 가셔 버렸다.  


사과나무에서 새 피해를 톡톡히 막아주었던 끈끈이였지만, 배나무에는 통하지 않았다. 



탄저병에 걸려 썩어가는 배를 다 치우고,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유황을 치면서 관리했던 배나무다. 한 그루 당 30여 개 달렸던 배 열매가 겨우 10여 개 남게 됐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멀쩡한 배가 새들이 다 쪼아 먹어 버린 것이다. 나무 당 대여섯개 씩 쪼아 먹었으니, 남은 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어제 끈끈이에 달라붙어 죽게 된 직박구리를 보며 미안했던 마음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괘씸한 마음만이 남았다. 

끈끈이를 믿고 그냥 놔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새 피해 방지 그물을 사서 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가득하다. 하루 만에 미안함에서 괘씸함으로 바뀌는 마음을 보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 것인지를 새삼 알게 된다. 그러니, 마음에 너무 휘둘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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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0-2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우째 이런일이..
직박구리가 저렇게 배를 쪼아먹는군요? 배는 종이를 씌워키우는거 아닌가요? 바로 옆에 배 과수원을 하는집이라 매일 구경하거든요
우째요.. 식구들 먹을건 건지신거예요?
 

22년 8월 22일 맑음 20도~30도


노란색 끈끈이를 붙여 놓은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벌레들로 시커멓게 된 것들이 있다. 이 정도 효과면 천연농약을 뿌리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갈색날개매미충이 잘 잡힌다. 미국선녀벌레가 개체수는 훨씬 많음에도 끈끈이에 붙어있는 것은 별로 없는걸 보니, 미국선녀벌레에는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은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끈끈이를 나무 주위에 빙 둘러치고 싶다. 하지만 끈끈이 한 장 가격이 350원 정도이니, 이것도 만만치 않다. 나무 한 그루 당 10개 정도씩 달아놓으면 꽤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만약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사과를 50여개 이상 수확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10개도 채 수확하지 못하니.... 그래도 어찌보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끈끈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끈끈이에 덩치 큰 녀석이 붙으면서 떨어져버린 듯하다. 자세히 보니 직박구리다. 사과나무에 매달아 놓은 것에 직박구리의 깃털이 달라붙으면서 잡힌 듯하다. 

지난해 사과는 직박구리가 다 먹는 바람에 수확을 한 개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새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한랭사를 쳐 놓을지, 새 피해 방지를 위한 그물을 사서 쳐 놓을지 말이다. 그런데 끈끈이에 직박구리가 달라붙으면서 지난해 떼로 몰려다니던 직박구리들이 눈에 잘 보이질 않는다. 위험을 감지하고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말이다. 한 두 마리가 끈끈이에 붙었다고 해서 다른 직박구리가 도망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 직박구리의 행태는 어쩔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끈끈이에 직박구리가 붙어 죽어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농작물에 피해를 가하고 있지만, 막상 죽음까지 내몰린 것을 보니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 벌레를 잡을 때는 전혀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새가 잡혔을 때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아이러니다. 똑같이 해를 끼치는데, 벌레를 죽이는 것은 괜찮고, 새를 죽이는 것은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튼 한랭사나 그물을 치려 한 것은 새를 잡기 보다는 새가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끈끈이는 새를 잡아버리니, 그 목적이 다소 다르게 되어 버렸다. 

끈끈이에 잡힌 직박구리를 보며 한편으론 고소하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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