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 - 생각하는 글들 12
말콤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 이끌리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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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성인 남자들이 예비군 훈련에 가면 개가 된다고들 한다. 평소에 그렇게 얌전하고 내성적인 사람도 군복을 입으면 입이 거칠어지고 행동이 난폭해진다. 왜 그럴까? 군복에 마술이라도 걸린 것일까? 올해 초 유난히 금연바람이 거세다. 연초만 되면 많은 사람들의 계획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거지만 왠지 올해는 그 기세가 사뭇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그 열기가 이리도 지속되는 것일까?

작년 <친구>라는 영화가 관객800만명을 동원했다.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가져온 이 작품의 무엇이 사람을 극장으로 끌고 간 것일까? 이 책은 어떤 현상이 갑자기 돌변해 미풍이 태풍으로 변해가는 그 찰나를 티핑포인트로 지정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묘사하며 그 이유를 세세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금연의 성공적 캠페인의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수의 법칙, 고착성, 상황의 힘이라는 세가지 요소중 어떤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따라서 어떤 방법이 가장 신통하게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태풍의 시초는 미풍에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요, 따라서 우리가 찾는 거창한 운동보다는 보다 작은 생활상의 미소한 태도변화- 거시적 관점에서 이것은 그야말로 미봉책이 될 수 있다-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밝힌점에 있다 하겠다.

미봉책은 값싸고 편리하며 놀랄 만큼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다용도 해결책이 된다. 미봉책의 내력을 살펴보면 이런 전략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계속 유지시켜주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만두고 말았을 테니스,요리, 산택 등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미봉책은 사실상 최사의 해결책이다. 왜냐하면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과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P310)

어떻게 보면 이것은 나비이론과도 비슷하다. 홍콩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갰짓을 한 것이 미국에선 거대한 태풍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 티핑 포인트는 바로 그 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가 태풍을 만났을 때, 또는 태풍을 만들고 싶을 때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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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봤다 - 작가정신 소설향 8 작가정신 소설향 23
성석제 지음 / 작가정신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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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가 주창한 <하수도 문화>는 경건주의 엄숙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일수 있다. 문학이라는 것이 꼭 교훈을 준다거나 지식을 전달할 필요는 없으며 그저 억눌려진 감정의 찌꺼기를 배설하면 그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지녀온 문학의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직된 그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문학에게도 일종의 자유를 심어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성석제의 이번 <호랑이를 봤다>라는 소설은 하수도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갑자기 드는 생각, '그래서?'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난 소설을 잘못 읽었음을 알았다. 도대체 이 소설이 뭘 이야기하려 한 것일까 생각한 순간 나는 벌써 소설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마실나가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감정, 성석제의 소설은 바로 그 감정을 가져다준다. 해학가득한 농짓거리를 한바탕 듣고나서 실컷 웃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책 표지의 그림처럼 호랑이의 실체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 그저 꼬리만 보이면 그것만 쳐다보고 오면 된다. 꼬리의 실체를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책으로 행하는 즐겁고 유쾌한 마실을 또 한번 떠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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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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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영원히 나방을 이해할 수 없다. 정상적인 인간들은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가능한 것은 궤도를 이탈한, 비정상적인 인간들끼리다.(P220)

이상은 나에게 신비로운 존재로 다가온다. 신비스럽다는 것은 자신의 이해범주를 뛰어넘은 곳에 거처하고 있어 다가설 수 없이 그저 바라만 보아야만 한다. <꾿빠이 이상>은 이 신비한 세계를 한꺼풀이라도 벗겨보고 싶은 요량에 집어들게 됐다. 그리고 책이 말하고자 했던 진짜와 가짜(책은 이상의 데드 마스크와 오감도 제 16편의 진위여부와 맞물려 이야기가 진행된다)의 사이를 넘어 과연 존재란 무엇인가를 되새김질 하게 됐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김태익은 이상의 전집에서 드러나는 단어의 빈도를 통해 독보적인 위치에 선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의 빈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책 중간중간 마치 주인에게 잊혀지지 않으려고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처럼 쪼르르 나타나는 '변형'이라는 개념에 눈길이 갔다.

데포르마숀(변형)은 원래의 성질이 바뀐다는 것을 말한다. 물이 얼음이 되고 아이가 아버지가 되고 김해경이 이상이 되듯이 (P147)

데리다가 얘기했듯이 우리가 어떤 뜻을 찾기 위해 사전을 찾았을 때 우리는 해설된 말 중 또다른 단어를 사전으로 계속해서 찾아야 하고 그것은 미끄러지듯 유영하다가 결국 처음의 단어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즉 처음 단어의 원래 뜻은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마치 등반에서의 링반델룸과 같다. 귀신에 홀린듯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현상.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몇번의 변주를 거치는 동안, 애초의 주제 프레이즈는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형됐다. 바벨탑을 쌓아올리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처럼 애당초 무엇때문에 벽돌을 쌓는지는 잊어버리고 단순히 거기 벽돌이 있기 때문에 벽돌을 쌓는 것처럼(P220)

그렇다. 우리는 지금 무엇때문에 살고 있는지를 잊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생각마저 갖지 못하고 살고 있을지도. 우리가 그나마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선 그 첫자리를 기억해야만 한다.

거대한 설계도가 있고 그 설계도의 일부분을 조금씩 변형시킨 것이 <오감도>를 비롯한 이상의 시 작품인 셈이다. (P181)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의 설계도를 기억해내야만 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는 설계도를 쳐다보았을 때야 비로소 알아낼 수 있다. 얼마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는지를. 그 궤적을 이탈해서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이제 새로운 설계도를 구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 설계도의 변형에 갇혀 같은 자리에 서 있을지라도 말이다. 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설계도를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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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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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초등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라고 한다. 김치와는 담을 쌓고 콩이나 야채는 젖가락 한번 대지 않는다.(그게 건강에 최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한 결과로 비만에 제 살마저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그만 아이들이 성인병으로 고생한다. 그러면 병원으로 찾아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며 해결하려 한다. 자신의 병이 이런 음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패스트푸드는 절대적으로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관점에서 햄버거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고 해도, 온갖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해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 흡연자처럼 우리에게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바로 이 부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가 단순히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드러나는 동물학대, 노동자 착취, 환경오염등도 가져온다는 것을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그들은 이익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대한 기업체일 뿐이다. 이 책은 패스트푸드의 발생부터 그것이 현재와 같이 다국적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기까지의과정을 과거로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분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치권과의 온갖 비리는 왜 그들이 제국이라는 이름을 갖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 쎄계 많은 국가들이 대면하고 있는 심각한 도전은 시장의 효율성과 비도덕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시장의 편협한 명령이 그보다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에 우선하자 자유를 약속하는 경제 체계는 너무 자주 그 자유를 부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349)

자본주의 세상이라 해서 현실의 모든 것이 이윤추구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경제적 이익만이 최상의 선이 된다면 굳이 마약을 단속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독성이 가져오는 끝없는 이익에 모든 사람들이 군침을 삼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약을 금지한다. 아직 도덕은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희망을 바라보아야 한다.

난 모든 것을 싸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356)

자신의 건강과 아이의 행복을 넘어 노동자를 생각하고 동물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정신이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천의 첫걸음은 유기농축제품의 구입에 있다. 제국은 화학품으로부터 격리된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이 사실 앞에서 여전히 두려운 것은 패스트푸드가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라는 것이다. 담배를 쉬 놓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우리의 손에서도 햄버거는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 두렵다. 그러나 천사가 악마를 이기는 해피엔딩을 꿈꾸는 자유마저도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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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호흡 3
이승헌 지음 / 한문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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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면 집안이 깨끗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직접 청소를 하지 않는 한 집안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지식이라는 것이 실천으로 행해지지 않는 한 그것이 이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몸을 비롯해 주위의 환경, 자연, 지구, 우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다 라고 알고 있더라도 모든 것들을 사랑함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하다. 지식의 풍요속에 실천의 가난이 문제인 것이다.

행동한다는 것은 강요되어져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신의 의지가 발현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선택과 의지는 바로 깨달음을 통해 실천의 길로 통하게 만든다. 즉 앎보다는 깨달음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은 또 어떻게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책은 깨달음은 배워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저 느낄 뿐이다. 이미 깨달음은 우리 안에 있으니 그것을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이루는 방법으로 뇌호흡을 제시하고 있다.

몸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그대도 지켜내며 진동하는 것, 살아있는 것을 포함, 세상의 모든 것은 진동한다는 전제하에 생명의 진동에 몸을 맡기라고 한다. 그랬을 때 바로 세상의 천지 기운이 바로 나의 천지기운이며 천지마음이 바로 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이런 깨달음으로 가는 준비자세, 즉 자율진동을 행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향한 진정한 소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왜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고 그것에 대한 소망이 간절했을 때 우리는 진정 하나된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 깨달음의 첫발로 가는 간절한 소망을 가슴 속에 품고 매일 매일 나에게 하늘에게 우주에게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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