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과 중국의 합작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연상시킨다. 귀를 사로잡는 주제가와 주인공 페이페이, 토끼 번지와 벌레 고비 등등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중국의 도교 경전 <포박자>에 나오는 유명한 항아 전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달에 사는 방아찧는 옥토끼도 이 전설의 조연이다. 항아의 이야기는 비극이지만 [오버 더 문]은 이 비극을 이겨내고 삶과 사랑을 찬미한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적극 추천.


2. 페이페이는 어렸을 적 어머니를 잃는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달에 사는 선인 항아 이야기를 줄곧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친이라는 개구쟁이 아들을 둔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되고, 한 가족이 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페이페이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던 중 중추절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고모가 항아의 전설은 모두 지어낸 것이라 말하자,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로켓을 만들어 달로 향한다. 달에는 실제 항아가 실존했고, 다양한 생물체들이 그들만의 달나라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3. 하지만 달나라는 기대만큼 행복한 곳이 아니었다. 항아가 자신의 연인 예와 헤어져 홀로 달나라에 남겨진 탓이다. 항아는 불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예는 이미 죽은 존재. 하지만 옥토끼가 만든 선약과 항아와 예가 반으로 나누었던 옥가락지를 다시 합하면 예를 만날 수 있다. 항아는 예를 만날 날만 고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버 더 문]은 페이페이가 달나라에 와서 선약과 옥가락지를 한데 합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4. [포박자]에서는 활의 신 예가 12개의 달의 정령 중 11 정령을 활로 쏴 죽인 탓에 인간이 되는 형벌을 받는다. 그통에 선인이었던 부인 항아도 인간이 되었다. 그러던 차 예가 곤륜산의 서왕모에게 불사의 약을 받아온다. 이 약은 혼자 다 먹으면 신으로 돌아가고, 둘이 반씩 나눠먹으면 불로장생한다고 한다. 예는 항아에게 이 약을 전부 주고, 항아는 다시 신이 된다. 하지만 옥황상제는 혼자 신이 된 항아가 괘씸해서 달나라에 가두어버린다. 홀로 달에 남아 살게된 항아의 비극으로 전설은 끝이 난다. 


5.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하림의 노래 제목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세상이 꺼져버린듯하다. 하지만 암흑같은 세상 속에서 줄곧 살아갈 순 없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도 이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남은 자는 죽은 이 또는 헤어진 이를 가슴에 품고서 또다른 사랑을 품으며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그에겐 남겨진 생애가 있기에. [오버 더 문]은 죽음과 이별이라는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길은 역시나 사랑 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남은 생애가 어둠 속에 홀로 외로이 남겨져서는 안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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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가족영화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가이드]는 초등생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수준의 영화다. 할로윈데이, 엄마 직장 상사의 아이를 돌보다 잃어버리게 된 주인공의 아이찾기 활약상이 그려진다. 마치 아동용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킨다. [다빈치 코드]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역사 속 인물들이 하나의 비밀결사단체 소속이었다는 가정처럼, 헬렌켈러, 나이팅게일 등 역사 속의 뛰어난 여성들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베이비시터 비밀결사조직의 일원이었다는 상상이 재미있다. 


2. 아마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가이드]는 시리즈물로 이어질 듯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이를 납치하는 요괴 <부기맨>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 말미엔 새로운 빌런을 예고하고, 영화 속에서 7인의 괴수를 언급하는 것이 흥행에 따라 시리즈물을 만들어갈 모양새다. 


3. <부기맨>은 서양의 요괴로 벽장 속에 숨어있다 아이를 납치한다고 알려졌다. 마치 한국의 망태기 할아버지처럼. 넷플릭스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가이드]는 서양의 전통적인 요괴를 현재의 모습 속에서 어떻게 등장할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부기맨은 한 아이의 악몽 속 요괴를 현실로 등장시키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4. 최근 한국 드라마 [구미호뎐]에서는 이무기, 어둑시니, 장승, 불가시리 등등 한국의 전통적인 요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요괴들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넷플릭스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가이드]를 보면서 부러웠던 점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자신들의 전통 요괴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구미호뎐]의 인기가 말해주듯 우리의 전통 요괴들도 아이들 눈높이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주인공 도깨비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만들었음에도 우리만의 독특한 특색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물론 이런 특성이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 전통 속 요괴들이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 등장요인은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을련지,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가이드]처럼 우리의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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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7회로 구성된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 체스 1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성장 드라마. 대결 구도의 재미와 성장의 감동이 잘 버무러져 있다. 청불이지만, 왜 청불 등급이 매겨졌느지 의문이 갈 정도로 자극적인 표현은 거의 없다.


2. 베스 하몬은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자살로 고아가 된다. 부모의 사랑을 알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다 지하실에서 혼자 체스를 두는 관리인을 만나 체스를 알게된다. 이때부터 체스에 천재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편으론 보육원 아이들에게 주었다 후에 금지가 된 초록색 알약 진정제에 중독되어간다.


3. 하몬은 그녀를 실수로 여겼던 어머니 탓인지 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더군다나 입양된 집에서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가고, 어머니는 패배자의 의식에 젖어 굴레에 갖혀있는듯 살고 있다. 그녀에겐 오로지 체스만이 삶의 이유다. 점차 주 챔피언이 되고 미국 챔피언으로 성장해간다. 반면 새어머니의 영향으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에 중독되어 간다. 


4. 하몬은 체스를 하면서 많은 상대를 만난다. 그 중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자신을 전적으로 후원해주는 경쟁자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항상 텅 빈듯하다. 이런 외로움을 약과 알코올의 중독을 통해 달랜다. 하지만 이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하몬 자신도 잘 알고 있다. 


5. 하몬의 목표는 세계 최강의 체스 그랜드마스터 보르고프를 꺾는 것이다. [퀸즈 갬빗]은 보르고프를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하몬을 그리고 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은 물론, 자만과 좌절을 오가고, 용기와 주저함 속에서 우왕좌왕한다. 마지막 7화 전까진 이런 하몬의 행로가 오롯이 혼자로만 그려진다. 


6. 하지만 보육원 시절 자신에게 관심과 도움을 주던 친구가 찾아오고, 체스를 가르쳤던 관리인의 죽음을 통해서 자신이 줄곧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게다가 냉전시대 러시아로 건너가 최고 실력자 보르고프를 상대하면서, 미국에서 자신과 상대했던 경쟁자들의 도움을 전화기 너머로 받게된다. 체스란 결코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 아니었다는 것을, 자신 또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성장해왔음을 깨닫게 된다. '넌 결코 혼자가 아니야!' [퀸스 갬빗]의 매력은 바로 이부분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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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월화드라마는 작정하고 과장을 한다. SBS [펜트하우스]는 연기와 줄거리로, tvN [산후조리원]은 장르를 넘나드는 플롯으로 과장을 한다.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펜트하우스]의 과장은 채널을 돌리게 만들고, [산후조리원]의 과장은 채널을 고정시킨다. 


2. [산후조리원]은 격정 출산 느와르를 표방하고 있다. 실상은 드라마와 코미디, 스릴러 등을 자유롭게 오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연기의 과장이 필요해진다. 즉 [산후조리원]의 과장된 연기는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한다. 아마도 연출가가 SNL코리아를 통해 코미디를 잘 알고있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그저 웃는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 웃음과 함께 모성에 대한 고민과 공감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3. 모성이란 본능일까. 글쎄... 모성은 신화에 가까운지 모른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면서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이라는 거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폭행하고, 겁박하며, 함부로 대하는 엄마들을 뉴스에서 마주치게 되는 것을 보면 본능이 아닐 수도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국가가 그렇듯이 모성도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 신화가 지금 우리 사회를 버텨내게 하는 원동력의 하나일 수 있기에, 막강한 힘을 가진다. 


4. [산후조리원]은 신화가 된 모성을 갖추기 위해 성장해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본능이 아닌 신화이기에, 모성을 갖춘다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괴로움과 수고 속에서 체득되어지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은 이렇게 모성을 갖추어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고민과 갈등을 코미디 장르를 통해 발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오현진 역의 엄지원을 통해서 말이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보며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의 행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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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편을 영화화한 것이다. 성형수를 물에 희석해 얼굴과 몸을 20분간 담그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성형수를 둘러싼 사건과 표현이 대담해 자칫 구토를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성형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우려가 잘 녹아있다. 사건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지기에, 잔혹한 표현에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면 추천. 


2. 외모도 실력인 세상. 다이어트와 화장과 관련된 시장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외모 때문에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면, 외모를 바꾸고 싶은 열망에 들뜰 수밖에 없다. 예뻐지기만 하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 이에게 예뻐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는 광고문자가 날라온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기기괴괴 성형수]의 주인공도 어렸을 적 발레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자신의 외모 탓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도에 발레를 그만두고 지금은 연예인들의 메이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외모 때문에 자꾸만 업신여김을 당한다. 그러던차 '성형수'의 광고를 보게된다. 성형수를 통해 외모가 180도 바뀐 그녀는 연예계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하지만 더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과 자칫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그녀를 옥죄고, 잠깐의 방심으로 성형수의 부작용 피해를 입게 된다. 과연 그녀는 이 피해를 이겨내고 화려한 외모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3. <관종>의 시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의 관심을 받지않고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삶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면 사랑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도를 지나쳐 타인의 관심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된다. 

SNS의 발달로 '나 좀 봐주세요'라고 외칠 수 있는 공간이 넘쳐난다. 더군다나 다양한 앱을 통해 카메라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여러가지로 왜곡해서 표현할 수 있게됐다. 물론 더 예쁘고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앱으로 표현된 나와 실제 나와의 차이가 커질 수록, 그리고 그 차이를 느껴가는 정도가 심해질 수록 우울감은 커질 수 있다. 왜 진짜 나는 앱 속 나가 될 수 없는지 무력감이 커져가는 것이다.

'좋아요'에 대한 탐닉은 또 어떤가. '좋아요'는 SNS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도구로 발명되었지만, 자기애의 탐닉과 중독으로 이어졌다. 조회수가 낮고 '좋아요'가 없으면 나의 진짜 삶조차 불안해진다. 

더군다나 요즘은 '좋아요'를 넘어 '구독'이 경제적 힘까지 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날 좀 봐주세요'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나를 봐준다는 것은 힘(경제적인 것을 포함해 권력까지)을 얻을 수 있는 큰 비결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게다가 예전엔 정말 특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 여겨졌지만, 이젠 그 힘을 누구나 가질 수 있을것처럼 보인다. '날 좀 봐주세요'의 유혹은 더욱 큰 것이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그 욕망이 어떻게 비뚤어지고,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성형을 통해 예뻐지고 싶은 욕망으로 표현되었지만, 그것은 결국 관심의 다른 이름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살아가야 할지 SNS의 홍수 속에서 발버둥치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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