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힘입은 영향은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 주소가 검찰을 중심으로 하는 법의 적용이 과연 정의로운지를 시험하는 형국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법을 다루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법이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불의 앞에선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 꼴통 검사의 활약 <진검승부>, 법을 통해 돈의 하수인이 되었다가 진실을 파헤치게 되는 변호사<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조직의 일원이 아닌 법의 차별없는 적용을 위해 뛰었던 검사가 개인적 사건으로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파헤치는 <천원짜리 변호사>. 


<디 엠파이어>는 시종일관 진중하지만, 나머지 세 드라마는 묵직한 사건과 함께 가벼운 웃음을 버무리며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주는 통렬함은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질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집단이 생겨나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줄대기와 서열이 일상이 되어버리면서, 이 질서가 정의로운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이때 이 물음표를 끝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선 '꼴통'이 되는 수밖에 없다. 꼴통이 되어 조직으로부터 튕겨나오지 않는 한, 조직의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 꼴통들은 영웅이 되고, 정의는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꼴통은 어떤 신세가 될까? 세상 모든 꼴통들을 응원하는 지금의 드라마가 재미있으면서 서글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현대인의 삶의 단편을 잘 보여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가 끝났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과 밀착해 그림으로써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새롭게 시작된 드라마들은 대부분 현실 속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물론 그런 배경과 사건들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상의 감동에 취했던 시기가 지나자 이번엔 극적 재미가 그리웠나 보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중 [인사이더]와 [환혼]이 눈길을 끈다. 이 두 드라마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던 플롯을 가져왔다. 



[인사이더]는 사법연수원생이 교도소로 잠입해 수사하던 중 일이 어긋나면서 할머니를 잃고 신분이 잊혀지는 신세가 된 후, 이 난관을 극복하면서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서스펜스극이다. 이 이야기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 한다. 억울한 감옥살이, 감옥 안에서 만나게 된 스승, 탈출 후 복수라는 플롯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환혼]은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린 살수와 기문이 막혀 무술을 익힐 수 없었던 주인공이 사제가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20세기 무협소설의 대명사인 김용 작가의 플롯을 연상시킨다. [사조영웅전]을 비롯한 김용의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무협 드라마에 반할 듯하다.  


장마와 이후 이어질 무더위를 두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 주말엔 두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jtbc에서는 <나의 해방일지>가 tvN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가 기다려진다. 



<나의 해방일지>는 단어가 머리 속에서 맴돈다. 

도대체 평상시에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써봤을까 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글로 표현됐을 때는 자연스럽지만 말로 드러날 때는 어색해지는 단어들이다. 소위 입말로 쓰지 않는 단어가 입말로 쓰이면서 뇌리에 박히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 첫 번째 단어는 '추앙'이다. 맨 처음 이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는 정말 검색사이트를 찾아서 추앙이라는 단어를 치고 그 뜻을 되새김질했을 정도였다. 사랑이 아니라 추앙! 이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추앙받고 싶어진다.

두 번째 단어는 '해방'이다. 일본 치하에서 해방됐을 때의 그 해방 말고 일상적인 말로써 해방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어딘가에 묶여져 있다는 것을. 그래서 해방을 꿈꾼다는 것을.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래가 입 안에서 흥얼거린다.

한수와 은희의 첫사랑과 돈에 얽힌 줄타기는 다소 힘이 약해 보였지만, 영주와 현의 임신으로 인한 인권과 호식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강렬하다. 사건으로 기억되는 <우리들의 블루스>의 이야기는 이 사건들 사이로 흐르는 노래가 감정을 출렁이게 만든다. 김연지의  '위스키 온 더 락' 부터 시작해 10센티의 '포 러브'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물결을 타고 흐르는 OST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는 슬로건이 노래를 통해 우리의 마음 속에 스며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전 정보없이 보게 된 jtbc주말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회를 보고 있자니, 왠지 [나의 아저씨]가 자꾸 연상이 됐다. 조금은 우울한 듯 보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동네친구>들이 등장하는 모습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나의 해방일지]의 작가를 찾아보니 [나의 아저씨]를 쓴 작가(박해영)였다. 



[나의 아저씨]가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동네친구들의 찐한 우정 덕분이었다. 아이유가 분한 여주인공이 낭떠러지 앞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힘을 얻은 것이 이 우정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따듯한 감성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드라마였다. 최근 [나의 아저씨] 드라마 대본이 책으로 나오면서 또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의 해방일지]는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경기도 외곽의 산포시에 살고 있는 세 남매를 주요 인물로 그리고 있다. 청춘의 많은 시간을 출퇴근에 사용하고 있는 이 세 남매의 외로움과 우울함이 또 어떤 모습으로 치유가 될지 궁금해지는 드라마다. 특히 막내 염기정은 [나의 아저씨]의 아이유와 닮은 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이유의 대담함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보자면 I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기정은 "인간관계가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정이 집에서 아버지 일을 봐주고 있는 외지인 구씨에게 자신을 추앙하라고 명령한다. <추앙>이라니.... 구 씨는 추앙의 말뜻을 찾아본다. 과연 추앙은 기정이 생각하는 노동의 인간관계를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게임만 잘 하면 456억원을 벌 수 있다고? 누가 참가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패배는 죽음이라.... 머뭇거려지는가. 목숨을 걸기엔 부족한 액수라서? 아니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으니까? 그런데 이승이 지옥같다면 게임에 참가할 마음이 생길까.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몰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보았다. 1화를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일본 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의 한국판 게임 버전이었다. 물론 카이지는 게임이 도박이라는 것이고,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전통(?) 놀이라는 것이 다르다. 여기에 더해 아주 큰 차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공정성이다. 



카이지에서는 도박 게임의 결과가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되어진 상태로 게임이 진행된다. 주인공인 카이지는 이런 조작을 간파하고, 오히려 불리함을 이로움으로 바꾸는 통쾌한 반전을 펼친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게임의 주최자가 게임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한다. 미리 다음 게임을 알고서 유리한 선택을 취했던 참가자를 공개처형할 만큼 신경을 쓴다. 소위 말하는 부정부패나 비리는 없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뛰고 있는 운동장만큼은 현실과는 달리 기울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로또는 1,000원을 투자해 수십억원을 벌 수 있는 도박이다. 결과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운이 적용된다. 1,000원의 가치는 동등한 1등 확률을 보장한다. 너무나 희박해서 그렇지... 그런데 화천대유 사건은 어떤가. 로또와 다름없는 대박을 얻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힘의 커넥션이 작용했을 것이다. 화천대유가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그 불공정성에 있다. 한편으론 내가 그 불공정의 특혜를 입을 수 없다는 좌절과 분노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확천금을 목표로 살고 있는가는 논외로 치고 말이다. 


주인공인 이정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의 각종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참가자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연대였다. 물론 죽음 앞에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이기기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았다. 그런 마음을 갖고서 게임에 임했는데 우승을 차지하다니... 정말 용케도 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선한 마음의 선한 결과는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징어 게임 속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얼핏 보면 공정한듯 보인다.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 중의 하나가 운이기 때문이다. 달고나의 모양이라든가, 건너뛰기의 순서 등은 그야말로 운발이다. 하지만 달리기가 빠른 이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유리 전문가의 건너뛰기, 힘이 강한 자의 줄다리기 처럼 필시 누군가에겐 유리한 게임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참가자들이 모두 똑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처럼 공격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암행어사를 외치기 전까지는 한 발로 뛰어다니도록 핸디캡을 만드는 등의 보완요소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게임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공정성에 대한 의견통일은 지난하다) 그 결과가 몰아주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승자독식! 공정과 함께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이 승자독식의 결과가 아닐까.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456명 중 오직 1명 만이 456억원을 차지하는 게임이 정말 공정할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