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5월 31일 하루종일 쨍쨍 하우스 최고 38도

 

오늘 한 일 - 토마토 곁순 지르기 및 유인 작업, 고추 곁순 지르기

 

드디어 오늘 토마토 하우스 5동의 곁순을 모두 지르고 유인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마지막 동에서 잎굴파리의 흔적을 발견했다. 애벌레가 잎을 파먹는 모양새가 굴을 파들어가는듯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땅한 천적도 방제약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놓은 처방이 찐득이다. ^^;

아직 큰 피해는 없고 달랑 잎 한장에서 발견된 것이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그래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어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슬슬 모내기 준비도 다 되어가고 있다. 논의 배수관도 정비하고 생태연못과 덤벙도 자리를 잡았다.

모레쯤 물을 대고 로타리를 치고 나면 손으로 모내기를 시작할 듯싶다. 토종모 25종을 1000평에 나누어 심어야 한다. 아~ 생각만 해도 허리가 지끈지끈하다.

 

흙살림 농장 근처에 있는 논들은 모두 천수답이다. 예전엔 축복받은 땅이었다. 그런데 농지정리 이후 물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또 논이 밭으로 전환이 많이 되면서 천수답은 애물단지 비슷하게 처지가 바뀌었다. 과거엔 천수답 1평 가격으로 마른 논 대여섯평까지 구입이 가능할 정도였다지만 이젠 그 반대 신세가 된 것이다. 배수처리를 잘 하지 못하면 작물 키우는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가 뒤바뀌는 또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세월의 변화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같이 하는 삶이 언제나 가치 있는 삶일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점점 보리가 익어간다. 아침 햇살을 받은 누런 보리들이 너무 아름답다.

 

감자밭은 고랑에 풀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비온 뒤라 자라는 속도가 엄청나다. 한창 양분을 흡수해야 할 감자를 위해 예초작업을 해야 할 듯싶다. 이곳 감자밭엔 수미감자와 자주감자가 심겨 있는데 자주감자의 꽃은 분홍색을 넘어 자주색으로 선명하다.

이곳의 6월은 수확의 시기다. 감자와 고추, 토마토를 수확할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 비록 몸이 고생스럽더라도 그 몸의 수고를 통해 수확의 기쁨을 온몸으로 맞이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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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5월 30일 오전 안개 짙음 오후 햇빛 쨍쨍

 

오늘 한 일 - 토마토 곁순 지르기 및 유인

 

오늘도 그제처럼 하루 종일 토마토의 곁순을 지르고 유인 작업을 했다. 이제는 나도 슬슬 농부가 되어 가는 것일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과 반대로 날마다 보고 어루만지다 보니 토마토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사람의 변하기 쉬운 마음보다는 애정의 정도만큼 보답하는 동식물에게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그 심정을 이제야 조금 느낄 수 있을듯하다. 토마토가 쑥쑥 자라는 만큼 고추도 점점 그 몸집을 키워가기 시작한다.

 

오후에는 작업을 하면서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아 그냥 한 채널로 쭉이다. 허리가 아파와 일이 더디게 진행될 즈음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귀에는 익지만 잘 알고 있는 노래는 아니었다. 조항조의 '거짓말'이라는 곡. 사람보다 토마토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오늘, 그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구슬프게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려온다.

 

사랑했다는 그말도 거짓말

돌아온다는 말도 거짓말

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마음도 다칠까

너의 자리를 난 또 비워둔다

이젠 더 이상 속아선 않되지

이젠 더 이상 믿어선 않되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다시 한번만 더 나 너를 다시 한번만 더 너에게

나를 사랑할 기횔 주어본다

어떤 사랑으로 나의 용서를 답하런지

또 잠시 날 사랑하다 떠날 건지

마치 처음날 사랑하듯 가슴 뜨겁게 와있지만

난 왠지 그사랑이 두려워

오직 나만을 위한 그약속과

내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않길

 

거짓말 없는 사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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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귀농일지 날씨 하루종일 비 오락가락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1200평에 유박 뿌림. 제월리 블루베리 밭 제초 및 부직포 걷기

 

모내기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일반 농가에선 대부분 모내기가 끝났지만 흙살림 농장은 조금 늦은 편이다. 일찍 모내기를 하면 물이 차가워 병충해에 잘 걸린다고 한다. 삼방리에 있는 농장의 논은 물대기를 시작했고, 제월리의 논은 시비를 했다. 6마지기 논에 유박 28포대를 골고루 뿌렸다. 이후엔 로타리를 친 후 물대기를 할 것이다.

 

 

 

논에 유박을 뿌린 후엔 근처 블루베리 밭으로 향했다. 풀을 억제하기 위해 부직포를 깔아두었는데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부직포를 깔고 블루베리를 키우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곳에 심겨진 블루베리는 올해 4년생이다. 올해부턴 다소 수확이 가능하다.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 보기좋다.

 

 

 

부직포를 뜯어내기 위해 밭을 살펴보니 온통 풀천지다. 부직포를 뜯기전 제초작업부터 해야 했다.

 

 

항상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시는 작업반장님.

 

뿌리를 내린 풀들이 부직포를 뚫고 자란 탓에 부직포를 걷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부직포를 재활용하기 위해 일일이 풀뿌리를 제거해야 하니 일은 더디게 진행됐다. 팔, 다리, 허리,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든 작업이었다. 이렇게 힘이 든 것은 풀의 지독한 생명력 때문이다. 풀이 잘 자라야 좋은 땅이라고는 하지만 제초작업을 하는 입장에선 여간 곤혹이 아니다. 풀을 제거하지 않고 작물과 같이 키우는 자연농법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다보니 자연농법의 비경제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힘을 줄인다는 경제적 편의성 이외에도 작물과 풀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도 자연농법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작물을 수확하는데 실패한다면 자연농법은 그저 자연이지 농법이라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곳 괴산 주변에서도 자연 농법을 시도한 농부들이 있는데 대부분 쓴 맛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라고 할 수 있겠다. 차라리 우리나라가 겨울에도 풀이 잘 자라 소들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롭다면 진정한 순환농법을 완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친농부의 순전한 기쁨>이라는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풀이 주는 딜레마다. 풀에 대한 고민을 좀더 해봐야겠다.

 

아무튼 온종일 풀과 씨름을 하다보니 허리 피는게 힘들 정도다. 1톤 트럭 가득 부직포를 실었다. 그리고 부직포와 꼭 붙어버린 풀과 흙들도.

 

 

풀은 자기를 죽이려하는 부직포마저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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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5월 28일 날씨 하루종일 비 오락가락

 

인터넷 광회선이 세번째로 끊겼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오늘은 토마토 유인과 곁순 제거를 하루종일 했다.

오후 1시 반에서 3시 사이엔 증평에 있는 양관직 씨의 토마토 농장을 방문했다.

 

흙살림 농장에서 방울토마토 500평을 키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모종을 옮겨 심고 물을 주고 유인줄을 매고, 곁순을 제거하고, 3화방과 4화방이 필 무렵 토마토 유인을 하고, 구아노와 황산가리를 주는 작업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허리가 부서지는 듯한 아픔은 있다. 그러나 일의 난이도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증평에 있는 토마토 농장을 방문했다. 한 수 배우기 위해서다. 약 3000평의 이중하우스로 지어진 값비싼 시설이었다. 1년에 2작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7,8년 간의 연작으로 올해 병충해가 발생했다. 뿌리썩이 선충으로 추측된다. 연작이 문제였다. 윤작을 하거나 흙을 삶아 주어 선충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반면 토마토는 무척 달다고 한다. 그덕에 직거래로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토마토를 사러 직접 농장을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토마토 당도를 올리기 위해선 물을 조금 줘야 한다. 그런데 물이 너무 부족하면 배꼽썩음병이 찾아온다.

 

배꼽썩음병은 물 부족만이 아니라 칼슘이 부족할 때도 찾아온다. 그래서 칼슘을 적절히 넣어주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10년 가까이 토마토를 키우신 농부의 농장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니 조금의 자신감을 가졌던 마음이 건방지게 느껴졌다. 아직도 배울게 산더미라는 것을 깨우친다. 애시당초 문제를 겪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요함을 배운다. 토마토의 당도와 크기, 물과 칼슘의 양이 어떻게 맞물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경험만이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란 그저 한 해 한 해 농사지으면서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꼼꼼한 기록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 남겨진 기록이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개선책을 찾는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내 삶에 있어서도 이런 기록들을 남기면 좋을 성싶다. 꼭 기록이 아니라 하더라도 하루하루를 곱씹어 보는 시간을 통해 일신우일신 할 수 있으리라.

 

요 몇일 헤어리베치 꽃이 한창이다. 보통 녹비작물로 키울 때는 꽃이 필무렵 갈아엎기 때문에 꽃구경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흙살림 농장에선 야생화처럼 밭 주변으로 보라색 꽃을 자랑하고 있다. 꼭 현호색을 닮았다. 꽃이 피기 전 다른 식물의 자양분으로 쓰이는 헤어리베치여서일까. 아니면 오늘 비가 와서일까. 꽃이 처연하다. 내 마음엔 알 수 없는 외로움만 뚝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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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5월 23일 오전 12도 오후 30도

오늘 한 일 - 고추 지지대 세우기. 고추 곁순 따기, 진딧물 방제

 

오전엔 고추 지지대 세우기 작업을 했다. 2미터 10센티미터의 쇠막대를 두드려 땅 속에 40센티미터 정도 박는 일이다. 하우스에서 돌을 엄청나게 주웠던 데서 예감했듯이 지지대를 박으면서 자주 돌과 마주쳤다. 다시 지지대를 빼고 다른 곳을 찾아 박기도 어려워 그냥 힘껏 내리치다보면 어깨가 뻐근해진다. 고추 4주당 하나씩 박다보니 한 두둑 당 34개, 하우스 한 동 당 170개 정도를 박아야 한다. 지지대를 박는 장비로 힘껏 내리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말 그대로 비오듯 쏟아진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내심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국 지치고 만다. 고추 지지대를 박는 한쪽에선 상추 하우스에서 꾸러미 상품을 내보내기 위한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3키로그램 박스로 모두 70상자가 수확됐다. 꾸러미로 나가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 작물을 키운다는 것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한낮엔 하우스 안 온도가 40도를 육박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두세시까진 잠깐 쉬기로 했다. 세시 무렵에도 하우스는 36도를 가르킨다. 지지대 박기는 너무 힘이 들어 해가 지면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고추 곁순을 땄다. 그런데 곁순을 따다보니 진딧물이 발견됐다. 3개동 하우스 중에서 유독 한 개동에서 진딧물이 많이 발견됐다. 다른 하우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방제 작업을 했다. 유기농이다 보니 농약을 칠 순 없고 식물과 광물 추출물을 이용한 붕소가 들어간 약제를 물로 250배 희석해 엽면 시비했다. 독한 약이 아니다 보니 2~3일 후 또한번 시비해야만 한다.

 

 

진딧물을 발견한 사람은 다른 연수생이었다. 나는 곁순 따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못보고 지나쳤다. 작물을 키우는데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관찰력은 애정의 크기만큼 커진다고 본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난 작물을 키우는 것을 노동으로만 바라본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 관심을 가진다는 것, 애정을 지닌다는 것, 그것은 조그만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촉각을 가지게 된다는 뜻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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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2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딧물도 먹을 풀이 있어야 하는데, 오직 사람만 먹을 풀을 키워서
내다 팔려고 생각하니 자꾸자꾸 약을 쳐야 하고 말아요.

진딧물 잡는 벌레를 두기보다는
진딧물이 좋아하는 다른 풀이
'거두어 먹거나 내다파는 푸성귀' 곁에서 자라도록 하면
사람들도 일손이 한결 줄어들리라 생각해요.

하루살이 2013-05-2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추같은 경우엔 옥수수를 같이 심는답니다.
옥수수가 달아 그쪽으로 많이 가지요.
또 상추는 진딧물이 적을땐 그냥 놔두어요. 그냥 지금 먹고 있는 것만 실컷 먹으라고요.
하지만 고추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군요.
그 확장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사람의 욕심에 더해 진딧물의 욕심이 너무 커 화를 자초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적당하게 나눠먹으면 좋을텐데... 콩 세알의 정신처럼 말이죠.
아무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되겠죠.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