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이]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다. [정이]를 비판하는 목소리 중 '신파'라는 부분이 가장 커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오히려 이런 신파적 요소를 SF장르에 녹인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정확히는 "눈물 흘릴  수 있는 고전적 멜로에 SF를 가미")를 한 것으로 안다. 신파적 요소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파가 꼭 비판받아야 하는지는 좀 더 많은 대화가 오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할리우드의 많은 작품들이 가족애를 다루지만 '신파라 별로다'라는 비판은 이제 벗어난 듯 보인다. 즉 신파라 하더라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해 보이긴 하다. 최근 한국영화 [비상선언]의 경우에도 결말 부분이 신파적이라며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다. 신파적 감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영화의 성공과도 꽤나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가족애 중 하나라 할 수도 있는 모성애에 대한 천착이 유난히 크다할 수 있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이는 사람들도 많다. 엄마의 자기 희생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엄마에 대한 요구가 예전과 조금씩 달라져 꼭 엄마와 자기 희생이 완벽하게 동의어이진 않지만 말이다. 물론 [82년생 김지영]은 이런 희생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튼 [정이] 또한 이런 경향을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엄마, 이젠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지 말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요."라고 응원하는 영화처럼 읽힌다. 


[정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엄마를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일종의 오마주일련지, 짜깁기 일련지 혼란스럽다. 영화 초반부 액션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정이가 전투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것은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중후반 로봇들과 싸우는 장면은 윌 스미스의 [아이, 로봇]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이런 액션신의 CG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낸다. 반면 오히려 연구소장 김상훈(류경수)의 오버스러움과, 박사 윤서현(고 강수연)의 고풍스러움이 영화와 잘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런 부조화 속에서 김현주의 감정 묘사(로봇 얼굴을 통한 눈동자 만으로도)와 액션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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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극, 123분, 22년 12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감독 김경원 출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


범죄영화를 보면 크게 [범죄도시]처럼 액션의 짜릿함을 주는 류의 영화가 있는가 하면 [도둑들]처럼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류의 영화가 있는 듯하다. 


최근 본 [자백]을 비롯해 반전을 주는 영화들은 한 번의 반전에 그치지 않고, 최소 두 번의 반전을 노리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말이다. 


영화 [젠틀맨] 또한 두 번의 반전을 통해 극적 재미를 더하고자 한다. 이 반전은 보통 등장인물의 시선에 따른 반전인 경우가 많다. [자백]의 경우에도 소지섭과 김윤진의 관점에 따라 사건은 다른 양상을 띠고, 결국 진실이 밝혀지는 모양새다. [젠틀맨]도 주지훈과 최성은의 관점에 따라서 사건의 모습이 달리 보이고, 마지막에 이르러 실상이 밝혀진다. 


문제는 이 반전의 짜임새다.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처음의 시선과 마지막 시선과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가 재미를 좌우한다고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젠틀맨]은 나름 시선의 격차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설득력을 얻기 위한 설정이 과도한 경우가 있다.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그 예측에 맞추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면, 오히려 그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이런 철저한 계산을 보여주는 시리즈 물로 [종이의 집]을 들 수 있겠는데, 시리즈가 거듭 되면서 너무나 잘 짜여진 각본이 말 그대로 각본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론 오히려 재미가 줄어들었다. 영화 [젠틀맨]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 균형을 맞추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그 균형점이란 것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젠틀맨]이 재미있으면서도 개운한 맛을 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인건 아닐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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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드라마 112분 12세 관람가

감독 임진순 출연 마동석, 정경호, 오나라....


1. 마동석의 주먹 한 방!이 아니라 입담 한 방!으로 관객의 웃음을 잡으려 했지만, 글쎄....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말 장난은 술자리 친구도 자주 하는걸. "뭔 말인지 알지?"(이 대사는 영화 속 마동석이 줄기차게 하는 말임)


2. 영화의 배경은 2007년 압구정.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들어서던 시기, 압구정 토박이인 대국(마동석 역)은 최고 실력의 성형외과 의사지만 면허가 정지된 지우(정경호 역)를 만나, 사업수완을 발휘,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원스톱 서비스 성형병원 빌딩을 꿈꾼다. 이를 위해 압구정 정보통인 미정(오나라 역)과 큰 손 태천(최병모 역), 인맥 규옥(오연서 역)을 한데 엮는다. 


3. 코미디로서 영화<압꾸정>은 사회 풍자적인 그림자는 희미하고, 슬랩스틱도 아니고, 그저 말 장난에 주력한다. 가끔씩 허를 찌르는 말 장난에 피식 웃음을 흘리지만, 마동석의 주먹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피식, 피식 거리며 볼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드라마로서 <압꾸정>은 등장인물들 간의 권모술수와 배신 등이 큰 반전을 주지도, 잘 짜여져 있지도 않다. 약간 성긴 느낌이라 이야기로서의 몰입도가 크지는 않다. 


4. 그래서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선징악의 짜릿함도, 착한 악당에 대한 애정도 없고, 그렇다고 옆집 사람들만큼의 친근함도 없어 영화를 보고 나서의 감정이 애매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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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미국  139분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15세 관람가


전편 <나이브스 아웃>에 이어 다시 찾아온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역- 007 제임스 본드보다 촬영하면서 부상을 입지 않아 좋았다는 인터뷰가 화제). 이번에도 한 장소(그리스의 한 섬으로 관리인만 50명이 필요한 호화로운 사유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등장 인물은 모두 살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 블랑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단서 만으로는 절대 범인을 추측할 수 없다. 이 단서들은 등장 인물들이 모두 범인일 수 있다는 미끼일 뿐이다. 관객은 단서가 아닌 촉 또는 감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영화의 재미는 이 단서들이 전지적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전체 장면 중 일부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시 편집을 통해 전체 장면들을 보여 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이야기의 끝은 범인을 밝히는 것이다. 


이번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의 재미는 두 가지 이야기가 주는 추리적 재미와 함께 백만장자(에드워드 노튼 역)의 허상을 까발리는데에도 있다. 여기에 동원된 명화 [모나리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하면서, 허상이 무너지는 표상이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영화적 장치 또는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겹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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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의 황홀경. 

실내 의자에 앉아서 스킨스쿠버 하는 느낌. 모두가 진짜인 듯 생생한 디테일에 놀란다. 반면 이야기는 전편의 흐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황홀한 바다를 구경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


2. 생생한 디테일 

13년 전 3D 기술에서 얼마나 발전했을지가 궁금했다. 당시 느꼈던 시각적 충격만큼의 놀라움이 있을까. 생생한 묘사 능력이 발전했지만, 3D라는 공간적 시각 효과의 발전은 느끼지 못했다. 좌우로의 움직임이 주가 되고, 관객을 향하거나 관객으로부터 멀어지는 움직임을 통해 깜짝깜짝 놀라게 했던 장면 연출은 자제한 듯 느껴진다. 반면 배경이 되는 소품들을 앞 뒤로 배열해 공간감을 많이 주었다. 


3. 물의 감촉

전편 배경이 되었던 숲에서 이번엔 바다로 변화를 주었다. 물이 주는 감각이 훨씬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 점에서 9년 전 선보였던 [라이프 오브 파이]가 정말 대단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4. 자연 보호?

영화의 백미는 어찌보면 툴쿤을 사냥하는 장면일 듯. 현재의 고래 사냥을 떠올리게 만드는 툴쿤 사냥을 통해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500미리미터도 되지 않을듯한 툴쿤의 뇌수를 채취하기 위해 거대한 툴쿤 한 마리를 사냥하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인간 탐욕의 비도덕성을 깨우친다. 하지만 전쟁(전투) 속에서 적을 과감히 죽이는 모습은 생명 존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적의 소멸을 통한 통쾌함이 명확한 선악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5. 지독한 가족주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버지라는 존재일까. 가부장주의와 가족주의가 다소 마음에 걸린다. 다만 가족의 범위를 직계 가족아 아니라 부족으로, 다시 인간으로, 크게는 지구로, 그리고 마침내는 뭇 생명으로 확장시킨다면 다행일 터.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가족의 범위가 부족의 범위로 확장된다. 후편에서는 이 범위가 보다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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