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예고편 속에서 웃음과 감동이 잘 버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본편은 재미는 있지만 감동은 글쎄...  

 

2. 영화 [시동]은 가출한 청소년의 성장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지만, 실은 성장은 꼭 아이들이나 청년만의 것은 아니다. 어른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시동이 아쉬운 것은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듯이 보여서다.

 

3. 그래서 어른은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가르친다. 안타깝게도 영화 [시동]은 어른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반항아' 택일(박정민)에게 스파이크를 날린다.전직 배구 선수였던 엄마(염정아)는 다행히(?) 주로 쓰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은 주먹대신 보자기로 말이다. 그것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슬랩스틱으로 넘기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자신의 말에 거역한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의 꼴이라니....

 

4. 실상 영화의 주인공은 거석이형처럼 보인다. 택일의 성장기지만 거석이형 없이는 영화가 진행될 수 없다. 예고편에서도 거석이형의 매력이 철철 넘쳐났다. 하지만 거석이형의 숨은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 매력은 뚝 떨어져버린다. 너무 상투적이어서다.거기다가 '소중한 것은 스스로 지켜야한다'는 훈장님 말씀까지.

 

5. 그래도 소소한 재미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온다. 잠깐 현실을 잊고 웃어보고 싶다면, 코미디프로가 짧아서 아쉽다면 찾아봐도 좋을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폭소가 터진다거나 미소 또는 실소를 자주 짓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루한 구석없이 이야기가 흘러간다.

 

 

2. 국도변의 남루한 카센타를 운영하는 재구와 순영 부부(박용우, 조은지 분). 읍내 카센타를 운영하는 청년회장의 텃세로 마을 사람들 자동차는 전혀 받지 못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빵꾸'가 난 차 한 대가 들어온다. 공사장을 오가는 덤프 트럭에서 떨어진듯한 금속조각이 박혀 있었던 것. 재구는 퍼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도로에 일부러 금속조각을 뿌려놓아 차들을 빵꾸내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생계형 범죄가 시작된 것이다.

 

 

3. 재구는 범죄로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금속조각을 뿌려놓는 것을 넘어 점차 범죄형태가 대담해진다. 처음엔 말렸던 순영도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한다. 빵꾸를 때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여전하다. 그렇지만 돈을 더 벌겠다고 내리막길에 못을 박지는 않는다. 대형사고가 우려되서다. 나름 한계는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정녕 아무도 이 생계형 범죄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4. 개인적으로 영화[카센타]는 마치 김동인의 소설 <감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가난(돈)이 우리를 어떻게 파괴해가는지를 지켜보게 만든다.

 

 

5. 오늘도 생활고를 이유로 온 가족이 목숨을 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차마 인간으로서의 자존감마저 버릴 수 없기에 선택했을지도 모를 이런 사건들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그래도 우린 사람이잖아" 라는 재구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메아리친다.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오직 개인만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정말 누가 그들을 <생계형> 범죄로 내몰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노는 말이 없다

감독 신 유쿤
출연 강무, 송양, 원문강
개봉 2019. 11. 28.

 

 

 

 

1.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강렬한 결말이었다. 개인적으론 영화 [기생충] 보다 더 충격적이다. [기생충]은 중간에 사건이 전환(지하 밀실의 등장)되면서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었다면, [분노는 말이 없다]는 '휴~ 다행이다'라며 지켜보던 관객을 다시금 슬픔에 빠지게 만드는 반전이 매력적이다. [기생충]이 빈부격차를 드러냈다면, [분노는 말이 없다]는 힘에 의해 가려진 진실을 말하고 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강추.

 

 

 

2. 양을 치던 아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광부 '장보민'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장보민은 고집도 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만큼 드세다. 어릴 적 사고로 혀를 잃어 말을 못하기에(이 사고도 아마 거칠게 반항하며 생길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들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아이의 행적을 찾다 우연히 납치되어 가는 아이를 본다.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구출해내지만, 그 아이는 다른 아이였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몇 개의 광산을 가지고, 불법적인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 창 사장의 변호사였다. 이제 이야기는 장보민과 창 사장, 변호사가 서로 얽히면서 장보민의 아들과 변호사의 딸을 어떻게 구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3. [분노는 말이 없다]에서는 싸우는 장면이 꽤 나온다. 흔히 말하는 액션신이다. 하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하다. 장보민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 폭력으로 맞선다. 날 것 그대로다.

 

 

4. 아들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할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인가 실마리가 있을듯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장보민은 분노가 치솟는다. 하지만 분노는 말이 없다. 그가 혀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터뜨려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분노의 대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노는 말이 없다]라는 영화가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이 치밀하다.

 

 

 

5. 창 사장의 활은 [분노는 말이 없다]라는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메타포다. 그가 들고 있는 활은 힘이다. 그 힘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활시위는 누구를 향해 당겨지고 있는가. 그리고 활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창 사장의 활이다.

 

 

6. 활과 함께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동굴이다. 동굴은 피신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안 깊숙한 곳은 비밀을 감추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동굴의 이 이중적 성격은 영화의 결말을 극적으로 만든다. 감추어진 비밀은 드러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강추! 다른 액션영화처럼 강약조절을 하지않고 쉴새 없이 몰아부친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모두 지우고 죽은 것처럼 위장한 억만장자가 세상의 악을 없애기 위해 정예요원으로 팀을 꾸린다. 이들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계획한다. 바로 독재자를 없애고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바꾸는 일. 하지만 이건 액션을 위한 밑밥정도로만 생각해도 될 듯. 관건은 액션!이다.

2,. 마이클 베이 감독의 이번 작품은 액션의 통쾌함을 기본으로 디테일까지 살렸다. 일반적인 차량추격신은 보도 위의 사람들을 다 피해가지만, 6언더그라운드는 다르다. 들이받는다. 물론 피하려고 애를 쓰지만 말이다. 그리고 쫓아오는 차량들이 산산조각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차 안에 타고 있던 추격자들의 말로를 보여준다. 즉 이번 6언더그라운드의 특징은 엑스트라의 죽음 또는 길거리나 건물 안에 있던 보통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세사하게 그려낸다는데 있다.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그들만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정말 지금까지 이런 액션신은 없었다!

3. 사건을 끌고 가는 편집 또한 정신없이 몰아댄다.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속도가 빠르다. 몇 개월 전으로 갔다가 현재로 왔다가 몇 년 전으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오는 식으로 말이다. 6언더그라운드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편집은 왜 넘버원이 이런 '고스트' 집단을 만들었고,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이 이 고스트에 들어오게 된 사정도 말해준다.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미처 머리에서 정리하기가 힘들 정도다. 에이, 그냥 즐기자!

 

4. 목적을 위해 팀원들이 희생되더라도 끄떡않던 넘버원이, 넘버 식스가 죽고나서 데려온 넘버 세븐으로 인해 바뀌어 가는 모습도 영화의 한 줄기를 이룬다. 그냥 목적을 위한 하나의 개개인이 영화가 끝나면서 한 가족이 된다. 숫자로만 불리던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피를 부르는 액션 속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이다.

 

5. 6언더그라운드의 또다른 매력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신. 그리고 선상위에서 신무기로 등장하는 자석으로 공격하는 장면이다. 피렌체에서 영화 촬영을 허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피렌체를 구경하며 신나는 액션을 즐겨보자. 강력한 자석으로 사람들이 붕붕 날아가고, 그와 함께 쇠로 된 것들이 함께 날아가며 무기가 되는 것도 또다른 볼거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신의 한수] 1편을 재미있게 봤다면 이번 귀수편도 괜찮을듯. 1편과 마찬가지로 바둑의 '바'자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영화다. 바둑은 그냥 배경일 뿐, 실제론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다.

 

 

2. [신의 한수]는 바둑이라는 소재만 가져왔을 뿐 정통무협영화로 보아도 좋을듯. 귀수(권상우 분)가 누나는 물론 자신의 스승인 허일도를 죽음으로 내 몬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바둑은 멋진 배경으로 쓰인다. 흑과 백이 없는 바둑알, 속기, 1대 100의 대결 등등.

 

 

3. 복수를 하는 과정은 마치 도장깨기를 닮았다. 이번 영화의 승부수는 뭐니뭐니해도 액션신일듯. 전편의 정우성과 이번 [신의 한수-귀수편]의 권상우를 비교하는 재미도 솔솔. 권상우의 액션도 아직 살아있다.

 

 

4. 귀수에게 진 상대방은 가차없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 팔을 자르고, 목을 건다. 스스로 말이다. 복수의 과정과 패배자의 말로는 무협영화의 전개와 꼭 닮았다. 절대 바둑영화가 아니다.

 

 

5. 하나 아쉬운 것은 오락영화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세(?)라고 해야할까. 감독은 궂이 왜 쓸데없는 쿠키영상을 집어넣었을까. 절간의 풍경이 왜 물고기인가를 설명하는 장면. 잠을 잘 때도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허일도의 충고는 그야말로 '꼰대'로 만들어버린다. '마음의 눈'이란 그저 미사여구일 뿐이다. 말 그대로 '항상 깨어있으라'는 것은 마음의 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슨 생각, 감정,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말고 살펴보라는 의미일텐데... 이게 영화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6. 아마 감독은 쿠키영상을 만들며 이병헌이 나왔던 영화 [달콤한 인생]을 떠올렸을까.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 뿐이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이병헌의 이 나레이션이 영화 전체의 맥락이나 흐름을 대변해주고 있다. 달콤한 인생이란 꿈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헛된 것이기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던 주인공의 마음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의 한수-귀수편]에서는 과연 항상 깨어있는 눈, 마음의 눈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을까.

그저 재미있는 액션영화가 뭐 어떻다고! 꼭 의미를 부여하려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