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를 보고나서 중국 애니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무너졌다.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를 비롯한 이야기의 힘과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수준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지난해 중국 애니를 대표하는 또다른 작품 [백사;연기]를 보았다. 이 작품은 중국 4대 민간 전설-<백사전> <양산백여축영대()> <맹강녀()> <우랑직녀()>모두 사랑에 빠진 남녀가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 하나인 백사전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2. 예로부터 내려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야기라면 재미와 감동은 보장됐다고 믿어도 될 것이다. 전설 [백사전]은 30여 년전 '절대최강의 미녀' 왕조현이 주연한 영화 [청사](1994년 개봉)를 비롯해 이연걸이 나왔던 [백사대전](2011년)의 원전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1980년대 말 홍콩액션(무협)영화의 두 흐름의 거두격인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중 천녀유혼의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한 전설로도 보여진다.

 

3. 중국 애니 [백사;연기]는 그림의 매력도 크다. 특히 인물의 배경이 되는 풍경들은 마치 채색수묵화를 보는듯한 동양적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다만 [나타지마동강세]도 그렇지만 [파이널 판타지](2001년)류의 입체적 모습의 주인공들 그림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표정을 담아내는데는 역부족인듯 보이기 때문이다.(밀랍인형같은 느낌이 든다)

 

4.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그 시대의 차별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춘향전의 경우 신분제가 그렇듯, 최근의 드라마에선 빈부의 격차가 사랑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격되는 것이다. 사람과 요괴의 사랑은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금기시된다. [백사;연기]는 전설 [백사전]과는 다르게 뱀을 원기로 삼아 불로장생을 꿈꾸는 국사와 뱀들간의 대결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관계인 것이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이 만났을 때, 적대감은 언제든 친밀감으로 바뀔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렇듯.

 

5. 사랑은 겉모습에 있지 않다. 도덕적 교훈처럼 느껴지는 고리타분한 말 같지만, 실제 살다보면 그런 깨우침을 얻게 된다. 사랑은 믿음과 배려, 희생 등등 다양한 감정을 양분으로 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남녀간의 사랑은 겉모습에 취하기 마련이다. 만약 소백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아선이 사랑에 빠졌을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소백이 뱀의 모습을 하더라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6. [백사;연기]의 또다른 매력포인트는 보청방이라는 여우가 운영하는 무기제작고다. 요괴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만들어주는 곳인데, 수백년을 산 여우가 주인이다. 보청방의 무기는 사람의 정기를 원료로 그 힘이 더 커진다. 사람의 정기를 얻기 위해서는 대신 그 욕망을 채워주어야 한다. 그러니 요괴의 무기는 사람의 욕망과 깊은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기한 보청방의 무기제조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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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건즈 아킴보]를 보고 있자면 정신이 산만해진다. 할리우드식 액션과는 다른 느낌이다. 몰입감이나 압도감보다는 자유분방함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피가 튀고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잔혹함마저도 게임하듯 가볍게 다룬다. 그야말로 B급 정서가 한가득이다. 이런 정서를 좋아한다면 강추. 하지만 정공법이나 정통 액션을 좋아한다면 글쎄...

 

2. 제목 [건즈 아킴보]에서 아킴보는 두 손으로 권총을 쏘는 자세를 말한다고 한다. 주인공은 어느날 술에 취해 실제 생명을 건 전투장면을 생방송으로 보내는 온라인 채널 '스키즘'에 욕 한바가지를 퍼붓는다. 이탓에 스키즘 무리가 찾아와 두 손에 권총을 박고 다음 대결의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3. [건즈 아킴보]라는 영화가 생사를 건 전투만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그저 게임을 영화로 옮겨온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죽거나 죽이거나의 선택을 뛰어넘는 계략과 등장인물들의 뜻하지 않은 관계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준다. 게다가 두 손이 총과 붙어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곳곳에서 웃음을 폭발시킨다. 

 

4. [건즈 아킴보]를 이끌어가는 핵심은 스키즘이라는 온라인 채널이다. 죽고 죽이는 싸움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열광한다. 사업은 규모를 키워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프랜차이즈를 만들 계획이다. 잔인한 살상 게임을 응원하는 사람들. 이들이 없다면 스키즘은 오직 그들만의 리그로 끝났을 것이다. n번방 사건도 스키즘과 다를바 없다. 제작하고 만든 이들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만, 그것을 소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또한 주동자인 것이다.

 

5. 스키즘을 소비하는 이들에겐 오직 자극만이 최고의 가치다.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목숨마저도 재미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들에겐 후회나 반성도 없다. 오직 새로운 자극만을 쫓을 뿐이다. 좀더 큰 자극만 얻을 수 있다면 누가 됐든 무엇이 됐든 상관없다.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욕과 비판마저도 자극의 소재가 된다. 감각만을 쫓는 인권과 생명에 대한 무감각의 소치. 이들에게 '아킴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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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1917]은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새로운 촬영, 편집 기법으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마치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영화 전체를 찍은듯하여, 관객은 주인공들과 함께 영화속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중간에 딱 한 번 암전을 제외하곤 컷팅된 흔적없이 화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현장에 함께 있는듯한 몰입감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 컨티뉴어스 숏은 영화 촬영과 편집 기술의 과도기적 출연으로 보아야 할듯하다. 돔 형태의 거대한 세트장을 짓고 천장에 수십대에서 수백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후 촬영을 하는 볼류메트릭 기법이 곧 도입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볼류메트릭 기법이 일반화된다면 3D 영상은 물론 주인공 각각의 시선이나 심지어 말이나 자동차 등의 관점에서 끊기지 않는 화면을 얻을 수 있게된다. 초점은 연기자들이 어떻게 연기할 것이냐와, 수많은 정보데이터를 어떻게 편집하느냐로 옮겨갈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이런 촬영에 동영상정보데이터를 수집할 슈퍼컴퓨터 등 비용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카메라 1대와 컴퓨터 1대로도 이런 촬영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고 한다. 머지않아 영화 [1917]은 원 컨티뉴어스 숏의 고전이 되거나, 또는 원시인의 돌도끼 정도의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2. 영화는 1917년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을 배경으로 한다. 독일군의 함정을 알아채고 멀리 떨어진 부대의 공격명령을 취소하도록 두 병사를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이 두 병사의 동선을 따라가며 일어나는 사건과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전투 중에도 목숨을 잃을 뻔한 적군을 살리려는 양심과, 두려움이 그 양심의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호의를 살의로 되갚는 모습 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비치고 있다. 또 함정 속으로 들어가는 작전을 말류하는 상관의 명령조차 무시하고, 오직 적군을 없애겠다는 맹목적 목표아래 전진을 외칠 지 모르는 장교가 등장한다. 반대로 지금이 절호의 기회임을 모르고 후퇴를 외쳤다가, 불리한 조건 속에서 죽음으로 내몰지 모르는 공격을 외치는 지휘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은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를 죽이는 행위인 것이다.

 

3. 영화 [1917]은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스코필드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또한 나무에 기대어 쉬는 스코필드의 모습으로 끝난다. 영화 중간에선 폐허가 된 마을 언덕에 체리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열매를 수확할 수는 없지만 내년엔 더 크고 튼튼하게 자라나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한자 휴休는 나무에 기대어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휴식이란 스코필드처럼 나무에 기대어 숨을 내쉬는 것이다. 휴식 속에서 평화를 느낀다. 생명이 자신의 생명력을 온전하게 쏟아붓고 나서의 평온한 휴식. 우리가 바라는 것은 더 이상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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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각처럼 생긴 미인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 매력이 없다. 간혹이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각본이 잘 짜여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재미가 없다. 

 

2. 5만원권 지폐가 수둑한 돈가방이 문제다. 사우나실 보관함에 넣어진 돈가방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는, 시간을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이 돈가방이 어떻게 보관함까지 흘러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돈가방을 놓고 벌어지는 일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꽉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돈가방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돈가방을 손에 쥘련지 흥미진진할 만도 하겠지만, 정말 이상하리만치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그저 멍하니, 영화가 흘러가는대로 지켜보기만 한다. 빈틈없는 각본의 부작용인 것일까.

 

3. 모든 것은 빚으로부터 시작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빚. 하지만 꼭 필요해서 짊어져야만 했던 빚. 도대체 그 빚을 갚을 수 있을까. 한숨만 나온다. 해결책은? 단 하나. 횡재다. 횡재를 얻기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서슴치 않는다. 도대체 왜 우리는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는 전혀 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횡재를 얻기 위해 뛰어든 물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군상들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쩐지 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영화 속 짐승들과 내가 디디고 사는 곳의 물이 애당초 다르기 때문일까. 영화가 재미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듯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그 심정은 같을지 모르나, 노는 물이 달랐던 것이다. 물론 한 탕을 바라고 한 탕을 용인하는 세상은 닮았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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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거' '시부' 라는 단어를 들으면 주먹을 불끈 쥐고, 울분과 기대에 차는, 홍콩 무술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더군다나 이소룡의 소환이라니.... 엽문의 제자로서 이소룡을 만나는 재미가 신박하다. 도장깨기 같은 흥미도 넘친다. 

 

2. 영화 [엽문]에서 엽문이라는 캐릭터로 11년간 자리를 지켜온 견자단. 그의 일생을 전부 맡은 셈이다. 이번 더 파이널 편은 죽기 직전 미국의 차이나타운 초창기에, 인종편견에 맞서는 그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진다. 엽문의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3. 영화 [엽문]은 결국 영춘권 vs 공수도 의 대결로 압축된다. 영춘권 이외 당랑권을 비롯해 차이나타운을 책임지는 만종화의 태극권까지 다양한 권법을 볼 수 있는 것도 덤. 엽문과 만종화의 막상막하 대결, 엽문과 공수도에 뛰어난 미국 해병대 훈련관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4. '중국 전통무술은 실전에 쓸모없다'는 미 해병대 교관의 콧대를 쓰러뜨림으로써 중국 전통무술의 자존심을 지키는 엽문. 특히 영춘권의 실전태세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엽문에 대한 이야기이자 영춘권에 대한 찬미에 가깝다. 이소룡을 불러내 그의 활약상을 잠깐 보여주는 것도 찬미의 일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비쳐지는 허풍꾼 이소룡에 화가 났다면, 이번 엽문에서의 이소룡 활약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5. 그렇다고 [엽문4 더 파이널]이 영춘권에 대한 찬미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가 빛나는 부분은 '중화주의'라거나, '영춘권 최고'로 오해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누가 최고인가 겨루어 이기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강해지기 위해 서로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하다는 것. 세상은 경쟁으로 승패를 내는 곳이 아니라, 서로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곳이라는 것. 영화 [엽문4 더 파이널] 속 엽문은 죽음에 이르기 전 우리에게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지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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