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126분, 전쟁, 액션영화. 서걱서걱 모가지를 베는 칼날에 드리워진 날 선 감정. 별 넷.(8점/10점)
2. 양민이었지만 빚으로 인해 노비가 된 어미로 인해 자신마저 노비가 되어버린 천영(강동원)은 조선의 최고 무신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 집안에서 같은 또래의 종려(박정민)를 대신해 매를 맞는 몸종이 된다. 천영은 매를 피하기 위해 종려의 검술을 지도하고, 둘은 신분을 넘어 친분을 다진다. 성인이 되어 무과에 매번 떨어지는 종려를 대신해 천영이 시험을 치르고 장원급제를 한다. 하지만 면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종려는 천영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하다. 이즈음 왜란이 일어나고 종려는 선조를 지키는 호위무사가 된다. 천영은 종려 집안을 뒤집어 엎은 노비들의 사태를 뒤집어 쓰고, 의병이 되어 맹활약을 펼친다. 호위무사와 의병으로 맞부딪히게 된 천영과 종려는 서로에 대한 앙금을 품은 채 서로에게 칼날을 겨눈다.
3. 천영의 꿈은 면천이다. 원래 노비가 아니었기에, 노비가 아니고 싶었다. 대리시험을 치른 것도, 종려의 집에서 도망을 친 것도, 의병활동을 한 것도 모두 면천이라는 목표가 있어서다. 천영의 이런 개인적 욕망은 의병활동을 함께 했던 의장군 김자령이 그의 공을 보답받지 못하고 역적으로 몰리는 것을 보며, 개인적 욕망의 울타리를 깨고 나온다. 당시 정여립의 대동계처럼 모두가 동등한 사회를 꿈꾸며 범동계를 꿈꾼다.
4. 종려는 자신의 가족, 집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신의 칼날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는 크게 상관없다. 선조의 울화통 터지는 명령에도 서슴없이 백성들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종려가 백성을 향해 칼을 휘두를 때 천영은 의병으로 왜군을 향해 칼날을 드리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영화를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아간다.
5. 하지만 <전, 란>의 백미는 선조에 있다. 어디 감히 '임금과 백성이 같다'라고 할 수 있냐?는 신분제 사회의 한계에 사로잡힌 선조는 오로지 왕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 이를 위해서 백성의 목숨은 헌신짝 처럼 버려진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백성이 피폐해도 오직 왕권을 드러내기 위한 궁궐 복원에만 혈안이다. 철저하게 세상의 중심은 왕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선조의 만행은 울분을 토하게 만든다. 이 선조의 너무나도 얄미운 말투와 행적을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멋드러지게 해낸다. 개인적으로 <전, 란>의 주인공은 선조였다. 그리고 이 선조의 행위를 통해 지도자가 어떠해야 되는지를 자꾸만 생각하게 만든다. 백성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며, 우리를 분통 터뜨리게 만드는 지도자는 결국 대동단결한 백성의 힘으로 끝끝내 내쳐질 것임을.
6. 전(쟁)은 우리를 황폐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난이 되느냐의 여부는 그 황폐한 현실을 추스리는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 있을지도, 또는 황폐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백성들의 염원에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