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4-12-15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윤대녕 산문집의 리뷰에 님이 올려주신 코멘트를 읽고서 찾아왔습니다. 그 아래에다가도 코멘트를 달 수도 있었지만, 괜히 여기에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별 것도 아니고, 그저 인사일 뿐이겠지만요.
'허망하고 또 몽환적이고, 무언가 부유하는 사람들의 정서' 라는 표현을 읽자, 갑자기 웃음이 나더군요. 제가 구구절절 '윤대녕식'이라고 중언부언하던 표현이 바로 그 문장 하나니까요. 생각이 미흡하니, 말은 많아지고, 뭐 그런가 봅니다. 여하튼.
저는 아직도 그 시절인가 봅니다. 아직 내공(그게 어디 '헛짓'이겠습니까)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그런거지, 그게 다 세상의 일이지'라고 저도 비죽 웃으며, 다소간은 심심한 마음으로 윤대녕의 글을 읽을 날이 오겠죠. 어쩌면 멀지 않은 일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직은, 그 '윤대녕식'이 좋습니다. 비단, 제가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과정이고, 그래서 우연을 가장한 등장을 때로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걸, 사실, 저는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공허하다,라고 생각이 들면 그 어떤 것도 충족되지 않더군요. 그저, 그것을 지켜보는 일, 그저 제 안의 그런 마음의 움직임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노려보는 일 외에는 말이지요. 그 시간이 이제는 익숙해져서 힘겹거나 혹독하게 여겨지지 않는 걸 보니, 이제 저도 얼추 벗어날 수 있는 내공이 슬쩍 쌓이기 시작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있는 이 도시에는 저녁나절부터 비가 옵니다. 윤대녕식이라면 이런 날 칼국수를 먹으러 나가야겠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그 식당에서 한 사내를 우연히 만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군요. 그 사내와 맥주를 마시게 될 지도 모르고요. 아마 그 사내는 여행 중일지도 모를 일이구요. 윤대녕식의 사고는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불안함을 내포하는군요. 갑자기 그 상상의 사내가 두려워, 저는 그냥 집에 있습니다. 이런 날은 얼큰한 국물이 그립구나,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지요.
코멘트,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려고 왔는데 말이 길어졌습니다. 비 때문이거나, 윤대녕 때문이겠죠.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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