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4
로알드 달 지음, 김연수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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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내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할머니가 배추잎을 먹으면 키가 안자란다는 둥, 초콜렛을 먹으면 위로만 자란다는 둥..뭐 이런 이야기를 할 즈음까지 할머니까 일부러 야채를 손주에게 먹이려고 저러는가부다 실제로는 그렇게 나쁜 할머니는 아니네..라고 생각 할 즈음...배추벌레, 딱정벌레..이야기가 막 나오는데 어..이게 아닌데 생각이 들면서 조지가 만드는 저 약..정말 할머니 먹일려고?? 하는 궁금함이 더해지면서.... 끝내 엔딩은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로 끝나버렸다.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할머니 어떻게?? 난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자손인가보다. 아무리 못돼도 내 어머니이고 내 할머니인데 어떻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화책을 너무 신나게 읽어버렸다. 욕실용품부터 시작해서 엔진오일등 차고에 있는 것까지 모조리 넣고 휘휘 저어 끓인..아차! 마지막에 갈색을 내기위해 페인트도 넣었지! 이런 마법의 약!! 이 마법의 약을 먹고 위로 길게 길게~~~ 커지는 할머니!! 욕심을 조금만 부리면 나을껄! 더 커지고 싶으셔서 약을 좀 더 달라 하시네. 빼빼 말라 위로만 잔뜩 커져버린 할머니!! 로알드 달의 짝꿍 퀸틴 블레이크씨가 또 그림을 그리셨네. 할머니 너무 말랐다. 그냥 이건 막대기 같기만 하다.  자신의 마법으로 이렇게 커진거라고 우기시는 할머니, 그래서 닭에게 먹인 결과 닭이 수퍼닭이 되었다. 그것을 본 아빠는 이 동물 저동물에게 마구 먹여보고 이 약을 만들어 팔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약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오히려 작아지는 약을 만드는 지경까지 오게 되고 할머니는 한 스푼만 먹어야하는 작아지는 약을 병째 들이켜 사라지고 만다. 처음에는 슬퍼하던 엄마는 어쩔수  없지 하고 체념해버린다.

약 만드는 제조 과정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라진 할머니를 찾지 않는 대목에서는 살짝 무서운 생각까지 들면서 이건 다분히 컬트적이군! 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동화에 관하여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눈에 띄게 잔인하고 독단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상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지극히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죽여없애기'(killing off)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교육적으로 볼 때 오히려 유익하다] 20세기의 심리학자들이 주장했다고 하니 그냥 믿고 읽힐 수 밖에! 뭐 모험심 하나는 제대로 길러주지 않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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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씨 부부 이야기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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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삐삐를 제외하고 동화책이라고는 월트디즈니에서 나온 동화가 전부였다. 집에 북유럽 동화집, 서유럽 동화집 뭐 이런책이 있긴 했었지만 그림도 없이 글씨만 빽빽한 책이였던 터라 읽기를 거부(?)했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상상세계는 언제나 이쁜것들이 공주가 되고 못생긴 것들은 하녀가 되는곳에 머물러 버렸다. 또 착하게 살면 복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 받고, 뭐 그렇다할 신나는 세계가 없었다! 그런데 난 이 멍청씨부부 이야기를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어버렸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도 없이 혼자서 온 아줌마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웃음을 주체 못해 깔깔거리며 미친듯이 웃어버린 것이다 ^^;; 음..주위 사람들은 살짝 맛이 간 사람으로 평가내렸을 수도 있으나 재미있는걸 어쩌랴!!!

멍청씨와 그 부인! 참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퀸틴 블레이크는 지저분함을 또 그림으로까지 상세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씻지않는 멍청씨의 덥수룩한 수염에 달라붙은 여러가지 음식 찌꺼기들. 게다가 배고플때 혀로 한번 쭈욱~ 수염을 훑으면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는 설명까지..정말 우엑..넘어올 지경이다. 멍청씨의 부인은 엄청 못생겼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못된 마음을 가지니까 못생겨졌다고 한다. 이 두 부부의 복수혈전이 정말 가관이다. 난 그런데 그게 왜이렇게 재미있던지 ㅋㅋㅋ

유리로 만든 의안을 빼서 멍청씨의 술 잔에 넣어두는 부인!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는 멍청씨! 신나서 배꼽을 잡고 웃는 부인! 이번엔 멍청씨의 복수!! 침대속에다가 개구리 넣기! 또 이번엔 부인의 복수 지렁이 스파게티 만들어 먹이기, 다시 멍청씨의 복수... ^^ 두 사람의 복수 혈전이 끔찍하면서도 마냥 재미있기 느껴짐은 내안에 남들이 괴로울때 희열을 느낀다는 그것이? ...... 설마? ^^;; 여튼!! 신나게 두 사람의 복수혈전이 끝나면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 멍청씨 부부가 기르는 원숭이 발라당쿵의 네식구와 외국에서 날라온 새 알록달록이의 멍청씨부부 골탕먹이기 대작전!!  참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발라당쿵 과 새 친구들이 대단해 보인다.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쳐져서 멍청씨부부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동화들을 보면 마음씨 착한 주인공들이 마음씨 나쁜 사람들을 용서하고 화해하고 뭐 이런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이 동화는 그냥 싹! 사라져버린다. 참 마음 한구석이 싸~ 하면서도 재미있으면 됐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 음.... 착한 사람은 칭찬받고 나쁜 사람은 벌 받고 더 착한 사람은 나쁜 사람 용서하고 뭐 이런 이야기는 어른들의 세계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진짜 세상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로알드 달! 린드그렌 선생님 이후로 이렇게 신나는 모험의 이야기는 처음 접해본다. 앞으로도 로알드 달의 작품을 계속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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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 컬러판
생떽쥐베리 /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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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살던 집은 양쪽이 대칭구조를 이룬집이였다. 부엌이 있고 마루 딸린 방이 있고 사이에 광이 있고, 그리고 마루 딸린 방이 있고 부엌이 있고. 연탄보일러였는데 연탄 많이 들어간다고 겨울에는 오른쪽 방만 난방을 해서 봄, 여름은 왼쪽 방이 언니와 나 그리고 오빠 이렇게 삼남매의 방이되지만 늦가을부터 겨울이 되면 다섯 식구가 오른쪽 방 한칸에서 옹기종기 살았다. 방과 방사이의 광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다. 입지않는 옷, 농사지어서 가져다 놓은 쌀, 이런 저런 농산물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책들.. 그 책들 사이에서 어린 왕자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이라고 해봤자 책장사 아저씨의 말빨에 넘어가 사놓은 학생대백과 사전과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명작동화가 다 였기에 저렇게 이쁜표지에 귀여운 그림이 있는 책은 너무나 반가웠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책장을 덮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내게 어린왕자는 가장 어려운 책중에 하나가 되었다.

중학교때 참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아니 실제로 친하게 지냈는지도 모른다. 음..뭐랄까 뭔가 해결되지 못한 짐으로 남은 친구가 있다. 동성애(?)까지는 아니였어도 웬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말한마디 걸기가 힘들었고, 똑같은 선물을 받아도 그친구가 주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 친구도 나도 그냥 편안하게 대했으면 좋았을껄 뭐가  그리 걸리는것이 많았던지.. 나중에 어른이 되어 그 친구에게 받은 편지속에는 어릴적 나를 많이 닮고 싶어했다는 글이 들어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오바를 떨었던것 같다. ^^;; 그 친구는 지금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결혼해서 임신중이라고 했다. 선 머슴아 같아서 시집이나 갈까..했는데 신기하다 여튼..그 친구는 중학교때 어린왕자를 읽고 울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 내가 이 친구를 더 멀리했는지모르겠다. 나는 이해하기도 힘든 책을 읽고 감동을 먹다니... (내가 쫌..나보다 잘난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 좀 있었지..^^;;) 그래서 다시 집어 들었다. 이제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눈물 흘릴만한 대목은 잘 모르겠더군 억지로 울어볼려고 했는데 영 눈물이 안나오데. 그렇게 나의 어린시절의 어린왕자는 결코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다.

스물아홉이 되었다. 막 서른을 앞두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서른 쯤 되면 뭐가 되도 되있을줄 알았고 돈도 좀 어느정도 벌어서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게 될줄 알았다. 그러나 스물아홉의 나나 예전 열아홉의 나나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멋진 서른 만들기 위안으로 책을 읽기로 했다. 어릴적 못읽었던 책! 그런 책들을 위주로 읽기로 했다. 나도 감동먹고 눈물도 흘리고 싶은데 그렇게 안되었던 책 어린왕자를 제일 먼저 꺼내 들었다. 어린왕자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짐을 가르치는 여우가 보였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어린왕자의 장미가 보였다. 힘겹고  지친 어린왕자가 보였고 어린왕자와 함께 사라진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엉엉 울고 있었다. 이제 울고 싶어서  우는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서 우는것이 되었다. 오래도록 마음을 굳게 닫고 살아온 강퍅한 나의 마음에 한줄기 눈물이 쏴..하게 내리면서 꽃씨를 뿌려주는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꽃씨가 내눈물을 먹고 아름답게 자라나는것 같았다.

어릴때 그렇게 안읽히던 책중 하나인 만화책 [17세의 나레이션]을 두번째로 읽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연극을 하는데 연극제목이 [어린왕자]였다. 또 눈물이 나더라. 17세의 소녀 주인공이 이 연극에서 맡은 역할은 [여우] 였는데 어린왕자가 떠날것을 알면서도 길들여지기를 바라는 여우를 불쌍한 시선으로 보더군, 그리고 길들여짐으로써 다가오는 행복이 너무 짧다고 17세는 말하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한층 성숙해진 17세는 이제 10년 후를 생각한다. 10년후에도 우리는 함께 할까? 10년후에도 저 사람이 내 곁에 있을까.. 그러나 정말 중요한건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이겠지.

다들 하는 말이지만 나도 말하고 싶다. 이해하기 힘들어도 어릴때 읽고 또 시간이 날때마다 읽으라고. 그때 그때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이 너무나 다른 책이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어린왕자가 내 안에 작은 꽃을 튀우게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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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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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이희재 선생님의 만화로 처음 접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드디어 책으로 읽었습니다. 너무 늦게 읽었나요... 이희재 선생님께서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얼마나 잘 만화로 옮겼는지 알수 있게 되었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어떤것으로 읽어도 그 감동만은 어쩔수 없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의 안쪽 표지에 [어린 시절의 꿈을 꾸다] 라고 적어놓았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난 후에 또는 읽기 전에 이렇게 표지에 글을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거의 모든 책에 이렇게 글을 썼는데(어떤 의미에서의 내 책이다! 라는 표식같은 거였지요) 결혼 후에는 잘 안써지더군요. 아무래도 남편과 함께 하는 책이고 공동 소유이다 보니 그러한가 봅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꿈을 꾸다..라는 글을 쓴건 책을 읽기 전이였던거 같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악동이를 닮은 제제..그 제제가 보고싶단 의미가 컸던것 같습니다. 실제로 나의라임 오렌지 나무의 어린 시절은 꿈을 꿀만한 넉넉함이 없습니다. 글로리아 누나에게 맞고 또또가 형에게 맞고 아버지에게 허리띠로 맞고... 그에게 꿈이라면 꿈이랄까..그것을 가능케 하는건 오롯이 밍기뉴와 뽀르뚜가 아저씨뿐이였습니다. 그마저도 제제가 어른이 되기전에 아직 꿈을 더 크게 가지기도 전에 사라져 버립니다.

제제와 함께 있다보면 뒷목이 뻣뻣해오고 목구멍이 자주 매캐해집니다. 혼자 책상 머리에 앉아 제제 때문에 우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싶지 않아 참다보면 점점더 뒷목이 당겨옵니다. 그냥 소리내어 울고 맙니다. 사실 나의 어린시절도 그다지 꿈을 꾸기에는 버거운 날들이였습니다. 제제에 비해 짖궂은 장난은 하지 않았기에 야단 맞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너무나 가난했기에 단 한번도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본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면서 나이  서른이 된 이 나이에 산타클로스가 믿고 싶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단 한번도 성탄절에 찾아와주지 않았던 산타클로스를....

예전에 톰소여의 모험을 읽고 난 후 그의 어른된 모습이 많이 궁금했더랬죠. 제발 아주아주 잘 자랐기를 바라면서... 제제.. 잘 살고 있겠죠? 그는 작가가 된걸까요?  멋진 차를 끌고 뽀르뚜가 아저씨가 제제에게 했던 것처럼 또 다른 제제에게 꿈을 꾸게 도와주고 있을까요? 꼭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픈마음 다 치유되고 멋진 어른으로 자신의 어린 아들 딸에게 밍기뉴 한그루를 선물해주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네요. 이희재님이 그리신 만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보면 어른이 된 제제가 아빠에게 얻어 맞은 떼떼라는 아이에게 빵을 사주고 딱지를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아마 이희재님의 상상이 빚어낸거겠죠? 전 꼭 제제가 그런 삶을  살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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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2006-01-2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고 리뷰 썼는데 같은 책을 읽었네요.
멋진 책이죠.....

이쁜하루 2006-01-2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멋진 책이죠! ^^ 테스님 드뎌 쓰신거예요? 그럼 읽어봐야겠다.
 
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돌개바람 3
유은실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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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고 할미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린 삼남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실 분도 없었고 많은 책을 읽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밖에 안나오신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사다주신 동화책은 책 회판원에게 구입한 계몽사 전집뿐이였다. 8-9살의 내 나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동화책이였다. 나는 아빠가 화가이고 엄마가 우리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다. 그 집에서는 월드 디즈니에서 만든 동화책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멋진 성이 발딱 일어서고 용도 벌떡 일어나 왕자를 향해 불을 내뿜는 모양을 하고 서있곤 했었다. 내 어린시절은 우리집에 있던 세계여러나라의 동화책이 아닌 월드 디즈니의 여러공주들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대신 할머니가 우리를 돌봐주러 시골에서 올라오셨다.  추운 겨울 우물에서 나를 벌거 벗기고 목욕 시키는 할머니가 마귀할멈 처럼 무섭고 싫었다.  올라오면 늘 잔소리에 싫은소리만 잔뜩 하니 할머니 안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철이 없던 시절이였던거 같다.

나는 마고 할미가 누구인지 모른다. 이 책 [우리집에 온 마고할미]를 읽는 순간 내 할머니가 떠 올랐고 우리네 할머니는 모두가 마고 할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멀티플레이어 주부인 마고 할머니,  요리며 청소며 못하는게 없으신 분이시다. 이야기 보따리 마고 할머니, 견우 직녀 이야기며 선녀와 나뭇꾼의 이야기를 우리가 알고 있는것 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계신다. 마고할미는 참 무섭게 느껴진다. 싫은게 참 많으신 분이라 다가가기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분이라 여겨진다. 마고할미는 자신의 비밀이 알려지는 날 홀연히 떠나간다.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정정하고 우리를 위해 따뜻한 밥과 반찬, 그리고 깨끗한 집안을 만들어주셨던 우리 할머니가 나이 듦속으로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신 것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용이라 그런지 활자가 참 크다. 그래서 책을 펼친 순간 깜짝 놀랐다. 글씨가 너무 커서 ^^;;  하지만 이건 나를 위해서보다는 우리 자녀를 위해서 쓰여진 책이니까 그아이들에게는 큰 글씨가 좋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더군.. 책을 읽으면서 눈이 일자로 쭉 찢어진 윤이를 비롯한 등장인문들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어쩜 이리 못 생겼을까.. 하지만 문득 닥종이 작가의 김영희님의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두 작품의 인물들이 참 많이 닮아 있음을 느꼈다.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구나 바로 내 모습이구나... 생각했다. 디즈니 만화의 공주에 푹 빠진 나에게 이 모습들이 내 모습이 어느새 생소한 모습으로 되어버린것이다.

이제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나도 할머니가 되겠지. 울 할머니 우리 돌보실때 나이가 지금의 나와 10살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도 슬슬 준비를 해볼까...멋진 마고 할미가 될 준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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