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소년 창비아동문고 232
유은실 지음, 정성화 그림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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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인 신현림씨가 "어떻게 시를 읽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알수있을까? 과연 시를 안읽는 사람과 연애 할수 있을까" 라는 말을 했었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똑같은 시가 어느날은 내게 위로가 되고 어느날은 슬픔을 가득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시를 좋아한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라고 이해할 수 없는 시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시를 사랑한다.

만국기 소년에 실린 이야기 중에 [내 이름은 백석] 이라는 동화가 있다. 일단 첫 장을 넘기면서 내가 백석 시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했고,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는 이건 동화가 아니라 한편의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작가가 시를 참 사랑하는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올해 4학년이 된 백석은 [대거리 닭집]의 아들이다.  백석의 아버지는 간판 덕분에 [닭대가리] 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 백석의 이름이 외자인 까닭은 [백]이라는 한자가 너무 복잡해서 고생할 생각을 하니까 이름을 두글자로 지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던 백석의 이름이 4학년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특별한 이름이 된다. 선생님은 자신이 시인 백석의 시를 좋아한다며 시인 백석이 천재 시인 이라를 말을 해준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중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새로운 의미가 붙는 날. 아버지와 아들은 백석 시인의 시집을 한권 사서 시 연구에 들어간다.

사온 책은 아마 이 책인듯 싶다. 시를 읽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는 시를 읽어 내려간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탸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알응알 울을 것이다

시를 읽는데 자꾸 [나린다] 가 걸린다. 나린다가 아니라 내린다가 아니냐고 묻고  무슨 시인이 내린다도 모르냐며 [나린다]가 나오는 부분마다 [내린다]로 고쳐 읽는다. 나타샤.... 이 여자는 미국여자인지 소련여자인지 러시아 여자인지... 대체 이 시는 뭐 어쩌자고 지은 시인지.... 이러는 사이 건어물 아저씨의 비웃음 섞인 말이 들려오고 아버지는 화가 난다. 그리고 백석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

시는  [의미]를 알 때 그 맛이 더한다. 그저 보이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내용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낼 때 그 오묘하고 담백한 맛에 젖어든다. 첫번째 동화  [내 이름은 백석]은 그 의미를 찾는  작업처럼  보인다.  백석이라는 이름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새로운 의미를 정립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가고, 연구 과정중에 자기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첫번째 동화가 시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동화라면 두번째 동화 [만국기 소년]은 시의 운율에 대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한켠에서는 나라와 수도가 계속해서 읊여지고 다른 한켠에서는 그 소년에 대한 나의 생각과 일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병렬적으로 나열된다. 내가 말하고 네가 말하고 내가 말하고 네가 말하고... 노래하듯 펼쳐지는 [나라와  수도]는 노래가 되고 눈물이 된다.

유은실의 동화집은 책 뒷편에 써있는 말 그대로 [어른들이 말들어 놓은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슬프고도 환한 이야기] 이다. 슬프지만 환하다. 내이름은 백석의 그 꼬마 백석은 시를 아는 멋진 청년이 될것이고, 만국기 소년의 진수는 세계를 여행하는 멋진 여행가가 될것이고, 맘대로 천원의 나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선아의 쟁반에 선아는 고집쟁이나 편파적인 사람이 아닌 융통성 있는 아이로 자랄 것이고, 어떤 이모부의 명우는 남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꺼라는...... 웬지 이런 저런 환함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나는 실제로 이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 만큼이나 슬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슬픈 일들 때문에 잘 못된 길을 선택하거나 마음을 나쁘게 먹었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슬픔이 환함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길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신의 삶에 늘 재미있고 즐거운 의미를 부여하며 행복하게 노래하며 사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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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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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미쟝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은 강혜연 감독의 [착한 아이]였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가면서 엄마가 10살 난 기정이에게 마지막 날 밤에 한 말이 [우리 기정이는 착하니까 울지 않을꺼야 그치~] 이것이였다.  기정이는 동생도 돌봐야했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에게 지 애미와 똑같다는 이유로 매를 맞아야 했다. 그때마다 기정이는 착한아이는 울지 않는거야 라고 마음을 다잡으렴 꾹꾹 눈물을 참아왔다.  동네에서 고물과 재활용품을 모아다가 파는 할아버지가 학교 운동장회에서 엄마 대신 달리기를 뛰어주시고 안아주시면서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을 한다. 기정이는 지금껏 울지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울어댄다. 그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학교 대표로 용인 읍내로 웅변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전날까지도 대회에 함께 가주시겠다던 엄마가 아침이 되니 보이지 않는다. 뭘 입고 가야 할지, 혼자서 40분정도의 버스를 타고 나가야하는  용인 읍내까지 잘 갈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했다. 사정을 들은 학교 교장선생님은 먼저 가셔서 용인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릴테니 용인까지만 잘 나오라고 말씀하셨다. 버스에 올랐다. 멀미가 났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교장선생님이  꼭 안아주시며 얼굴이 새하얗네 라고 하시며 세수를 시켜주시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게 하셨다. 웅변대회는 무사히 치루어졌고 우수상을 받아 트로피를 안고 집으로 왔다. 그러나 함께 기뻐해줄 엄마는 없었다. 또 집을 나간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엄마는 자주 집을 비웠고 그때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우리집에 와서 밥을해주시고 빨래를 해주시곤 했다.  이제 엄마가 없는 것 따위 창피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위의 영화는 단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착한아이]이고 아래 이야기는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울어도 괜찮아]를 읽으면서 저 영화도 생각났고 나의 어린시절도 생각났다. 그래서 중간 중간 찔끔 꺼리며 코를 풀어야 했다. 서른이 넘었어도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나의 어린시절... 그것이 준서의 삶과 오버랩되어서 자꾸 마음이 무겁고 아파왔다. 동네 똥개 도돌이는 어쩌면 준서 자신이였는지도 모른다. 한쪽눈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엄마와 함께 쉼터로 따라나서던 준서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에 맺혔다.

요즘은 두 가정 중 한 가정이 이혼을 할정도로 이혼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 부모도 끝내 이혼을 했고 나는 내가 원치 않아도 이혼 가정의 아이가 된 것이다. 지금은 드라마도 현실도 이혼 가정이 흔하다지만 남의 말하기 좋아하던 손바닥 만한 시골 동네에 살던 우리집의 이혼 소식은 동네의 큰 이슈였다. 이혼을 하면 집안이 망한것과 진배 없는 분위기였다. 도망치듯 그 동네를 떠나 조금 큰 도시로 갔다. 전학을 갔던 날도 엄마가 아닌 삼촌과 함께 갔고 엄마 없는 아이들은 이상하게 티가 나도 났다... 옷차림..무엇보다 행동이... 시골학교에서 유일한 여자반장이였을 정도로 씩씩했던 나였지만 웬지 주눅이 들고 도시락도 싸가지 못해 50분의 점심 시간 동안 열심히 뛰어 집에서 밥을 먹고 다시 학교로 가야했다. 이런 나의 모습과 준서의 모습.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후 읽은 교화일기의 민주...의 모습 모든게 겹쳐져서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것이 동화라는 사실에 또 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아이들에게 현실을 가르쳐 주는 것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 큰 희망을 품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 때문이였다. 이때 큰 희망을 꿈꾸지 못하면 언제 꿔보겠는가! 자라면서 작은 꿈도 점점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는것이 없는데... 현실을 회피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밝고 건강한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에 많이 자라잡고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난 어릴적 나의 힘듦을 말괄량이 삐삐와 함께 날려버렸던 것 같다 ^^ 그리고 참! 얘들아~~ 울어도 괜찮아! 울면 속은 시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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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님...이렇게 멋진 리뷰를 제 리뷰땜에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참으로,,,,,부끄럽사와요~~~~
그래도,,제가,,,읽게해드렸다는,,마음,,,ㅎㅎㅎㅎ

이쁜하루 2006-10-2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씩씩하니님께 감사할 따름입죠 ^^
 
달려라 바퀴! - 제1회 바람단편집 높새바람 11
최정금 외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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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 단편집을 읽으면서 동화란 무엇인가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동화 : [명사]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작품. 대체로 공상적, 서정적, 교훈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 출처 네이버 사전

내게 있어 동화라는 개념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공상부분이 가장 두드러진 특성처럼 여겨졌었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들이 호랑이가 담배도 피고, 까치가 은혜도 갚 듯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 같은 일들이 많았고, 이솝우화, 안데르센 동화집, 로알드 달의 책 등 여러 이야기들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단편집은 달랐다. 이걸 동화라고 불러도 되나? 라는 의구심이 들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인권위원회에서 펴냈음직한 이야기들도 꽤 많았다. 난 이 단편집을 동화와 소설의 중간 즈음으로 바라보기로 하였다.  

소설 : [명사]  <문학>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 출처 네이버 사전

나는 사실 읽으면서 참 좋았다. 개죽음, 고물성을 지켜라, 기도하는 시간, 명랑한 블루, 분홍빛 가출, 작은집 이야기 이 특히 좋았는데 읽고 나서 생각할꺼리를 참 많이 만들어준 이야기들이였기 때문이다. 개죽음은 작은 생명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고, 고물성을 지켜라는 NIMBY 라고 해야하나, 동네에 고물상, 고아원, 장애우시설 등을 꺼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기도하는 시간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르쳐주었고, 명랑한 블루는 살짝 패미니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분홍빛 가출은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작은집 이야기는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읽으면서 참 좋았지만 이런걸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되었다. 엄마가 되면  아이들의 책 읽기의 수준을 나이에 맞춰 높여가는것에 많은 고민을 하는것 같다. 난 아직 아이가 없지만 언니의 경우만 봐도 4-6세 추천도서 라든가.. 이런식으로 수준을 높여 가면서 보여주는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느 나이즈음에 보여주는것이 가장 좋을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갈 때?? 아님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 때? 잘 모르겠다. 항상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재미가 있어야해! 라고 생각해왔던 내게 이 책은 살짝의 충격을 던져주었다고나 할까.  재미도 있지만  깊은 사고의 세계로 건널 수 있는 다리, 뭐 그런 책이라고 여겨진다. 좀 더 많은 이런 책들이 나와서 동화의 한 장르로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고, 아이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책 읽은 뒤 한번즈음 토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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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8-1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 동화에서 너무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드라구요.
근대..아이들은 나름의 이해를 한다네요...
밝은 것,,,가벼운 것만 주고 싶은 것도 우리의 과보호일까요??

이쁜하루 2006-08-22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어제 미술 수업을 듣는데 현각스님이 세상은 혼돈과 갈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은 혼돈과 갈등이..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대요..그래서 그럼 아이들에게 세상은 혼돈과 갈등으로 되어있다..라고 말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의 언어로 가르쳐야 한다면서 희망과 빛으로만 되어있는건
아니라고..말해줘야 한다고 하대요...
아이들이 희망, 빛으로 이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라는데..그건 또 아닌가봐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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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르슬랭은 얼굴이 빨개지는 이상한 병이 있는 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정작 빨개져야 할 타이밍에서는 빨개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그때에 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재채기를 하는 르네라토 였다. 서로의 단점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 단점마저도 덮어줄 만큼 장점을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더이상 마르슬랭은 외톨이가 아니였다. 그런데 어느날 르네라토가 말도 없이 이사를 갔다. 르네가 편지와 주소를 남기고 떠났는데 부모님들(어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르슬랭은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점 점 더 흘러...마르슬랭은 어른이 되고 대도시에서 바쁘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르네를 만나게 되고 다시 만난 그들의 우정은 더욱더 단단해진다.

나는 아토피의 피부를 가지고 있고, 살갗이 얇아서 실핏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드러나 있다. 그리하여 작은 외부의 변화에도 심하게 얼굴이 빨개지고, 거칠기로 따지면 어릴때부터 별명이 할머니였을 정도이다. 내 손을 잡은 친구들이 한결같이 "와~ 우리 할머니 손 같아!" 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참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었던 나인데 언제나 자신감 넘치게 생활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래서 왕따도 모르고 즐거운 시간들로만 채워진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선생님이였다. 사실 유년시절 뿐 아니라 청소년기가 되어서도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는 선생님이였다. 선생님들이 먼저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니 친구들도 나를 따돌리거나 흉보지 못했던것 같다. 정말 흉볼꺼로 따지만 무궁 무진 했던 나였는데...

난 중3때까지 코를 흘렸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난 코를 흘리고 있다... 이건 감기로..^^;;) 교무실에 심부름을 가면 선생님들이 티슈 두장을 뽑아주시며 코부터 풀고와! 라고 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어쩌랴..이것이 나의 삶인걸.. 그래서 다음부터는 교무실 가기전에 코를 풀고 가게 되었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어느새 코가 말라버렸다. 난 그때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걸까? 헤헤..  고등학교때는 체육 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에 들어가면 선생님께서 "너 술 한잔 했냐?" 라고 물을 정도로 얼굴이 빨갰다. 더워도, 추워도 얼굴이 금방 빨개졌다. 참 촌스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늘 씩씩하다보니 얼굴 빨간 것이 늘 그 자신감에 묻혀버렸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동네 창피해서 살 수가 없다며 급하게 시골 고향을 뜨고 중,소도시로 전학을 갔다.  전학을 처음 갔을 때에도 시골에서 왔다며, 피부가 거칠다며, 얼굴이 빨갛다며 놀림을 받을 딱 좋은 시기였는데 다행히 담임 선생님이 나의 같은 고향 출신이셔서 따뜻하게 감싸주셨다. (이때부터 지연 혈연의 혜택을??) 덕분에 아이들도 나에게 오히려 잘 보이려고 애를 썼지 놀리거나 하지 않았다.

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같은 또래의 친구들 보다는 어른들이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선생님들, 학교앞 문방구 아줌마 아저씨, 스쿨버스 아저씨, 학교앞 분식점 아줌마, 학교앞 슈퍼 아저씨 등등... 졸업을 할 때면 그들과 헤어지는 게 더 아쉬워 눈물을 한바가지 흘리곤 하였다.

마르슬랭에게 르네가 있었다면 나에겐 정말 좋은 선생님들이 계셨다. 지금은 연락도 잘 못드리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좋은 가장 사랑스런 친구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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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붙임성이 굉장히 좋으셨나봐요^^
전 어릴 때 남들과 어울리는게 그렇게 어렵더라구요.
말도 없고 표정 변화 없이 무뚝뚝한 아이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ㅎㅎ
불만 있으면 혼자 뚱 해가지고 인상만 쓰고 있고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
학교 선생들은 꼭 부모님의 영향이 큰 아이들만 가려 이뻐하더라구요.
그래서 별루...

이쁜하루 2006-04-1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때만해도 안그랬는데 부모님의 영향이 아이들이 이쁨을 받느냐
못받느냐..많이 좌우하더군요. 글쎄요.. 저때는 집안은 참 안좋은데 넉살좋은 넘들
그런 넘이였던 제가 사랑받았던것 같아요.. 지금도 그분들 생각하면 가슴한구석이
뭉클 해온답니다. 헤헤..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0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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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에는 참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고아가 된 제임스와 그를 못살게 구는 두 고모들! 그런데 수퍼복숭아를 떨어뜨려 그들의 여행이 시작되면서 이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 되었다. 마당 한가운데 머물러 있는 복숭아가 아니라 복숭아 형상을 띤 자동차이고 잠수함이고 배이며 비행기였던것이다. 함께 탑승한 친구들을 둘러보면 발이 21개여서 42켤레의 신발을 신고 있는 지네, 새들의 먹잇감으로 딱인 뽀얀 살을 지닌 지렁이, 멋진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시는 메뚜기, 실을 뽑아주는 누에, 멋진 그물 침대를 만들어주신 거미양 (또 있나??) 정말 신나는 여행에 신나는 여행친구들이다. 여행 하는 도중 어렵고 힘겨운일도 만나지만 그럴때마다 머리와 능력과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에 아이들이 몰려 들어 복숭아를 먹어치우고 씨만 남게 되었을때에는 어째..살짝 허탈감도 남지만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제임스를 생각하니 나 또한 행복해진다. ^^

정말 엄청난 여행길이였다. 복숭아안에서 또는 위에서 펼쳐지는 여행이야기들이 너무 멋지고 행복해보여서 DVD를 구입했다 하하하하~~~  퀀틴 블레이크님의 그림과 로알드 달의 글이 정말 천생연분 찰떡 궁합이지만 웬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만들었다는 팀 버튼이 만든 복숭아 여행기도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로알드 달의 세계에 늦게 들어와서 너무 푹..빠져버릴까봐 살짝 겁이 나기도하지만 늦은 나이라도 만나게 되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내 아이만 태어나봐라!! 로알드 달의 동화책을 정말 실감나게 읽어주리라! 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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