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그리 넓지 않은 땅과

햇빛과 적당한 물이 있다면

넌 잘 자랄 테지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가지를 키워가는 네 모습은 씩씩해

 

비와 눈 바람 맞고

새와 벌레와 곰팡이와 함께

사는 너를 보고 배워야겠다

 

 

 

눈을 감고 생각해볼까(이렇게 말만 하고 눈 안 감았어). 어떤 생각이냐면 자신이 숲속에 있는 거지. 숲이라 했지만 산속 숲이야. 이 말 맞는 걸까. 산이 아닌 곳에도 숲이 있을 테지만, 내가 그런 곳에는 가 본 적 없어. 산에는 가 봤지만. 그것도 오래전이네. 가깝지 않지만 멀다고 할 수 없는 곳에 산이 있지만 볼 일이 없으면 가지 않아(이젠 볼 일도 없군). 이건 처음 말하는 건 아닌데 몇해 전까지 다닌 도서관이 거의 산에 가까운 곳에 있었어. 산속은 아니고 산으로 이어지는 곳이야. 몇해 동안 그곳에 다니면서 산길을 걸었는데. 지금은 평평한 길만 걸어. 산길을 걸을 때 만나는 나무와 길을 걸을 때 만나는 나무는 달라. 산에는 나무뿐 아니라 풀이랑 새 벌레 작은 동물(우리나라 동물 아닌 청솔모)도 있군. 길에는 차와 사람이 있지. 사람은 산에도 있군. 그때 다닌 도서관을 중심으로 보면 산길이 여기저기로 이어져 있어. 지금은 길이 걷기에 좋아서 운동하는 사람 많이 다녀. 어느 때는 유치원생을 보기도 했어. 내가 가 본 곳은 공원뿐이야. 도서관에서 공원까지 가는 길은 좀 먼데 한번이라도 걸어봐서 이렇게 말하는군. 공원이 산에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겠는데, 맞아. 산으로 가는 거 말고 길을 걸어서 갈 수도 있어. 도서관이 있는 곳 산 이름은 모르고 공원이 있는 산 이름은 알아. 산이 이어져 있어서 산에서 산으로 갈 수 있는 거군. 혹시 산이 하날까. 나도 잘 모르지만 도서관과 공원 다른 산에 있을 거야. 이것은 두 곳 거리가 꽤 멀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

 

옛날에는 산 다니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산 다니는 거 그렇게 어렵지 않지. 산에는 사람이 많이 다녀서 만들어진 길도 있고 사람이 편하게 다니기 위해 만든 길도 있잖아. 내가 간 산은 사람이 많이 다녀서 만들어진 길도 있고 사람이 편하게 다니려고 만든 길도 있어. 도서관에서 공원까지 산길을 걸어갈 수도 있고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어. 큰 차는 어렵고 작은 차로. 산길 다니다 보면 사람뿐 아니라 가끔 차도 지나갔어. 앞에서 산길에는 차 없다고 했는데. 가끔 봐서 잊어버린 거였군. 거기 차는 다니면 안 될지도 모르는데. 어떤 산은 차로 어느 높이쯤 올라가는 길을 닦기도 했지. 사람은 높은 산에도 편하게 가려고 하는군. 아니 몸이 편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라도 산에 갈 수 있겠군. 움직이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면 산은 자기 다리로 걸어서 오르는 게 좋다고 봐. 차나 다른 것을 타면 놓치는 게 많으니까. 산을 오르고 내리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좋지.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산에 오르는 거 좋아하는 것 같군. 도서관이 있는 산은 그리 높지 않고 거기에서 더 오른 적은 없어(집에 와서 책을 볼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그곳이 아닌 다른 산은 오래전에 오른 적 있어. 아주 높지 않았지만 끝까지 오르니 기분 좋더군. 지금 생각하니 그때 둘레를 보기보다 산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만 한 것 같아. 좀더 둘레를 봤다면 좋았을 텐데(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잘 본대. 그런 시도 있지). 도서관으로 가는 산길에서는 둘레를 둘러봤어. 몇해 동안 가지 않았는데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라. 차이는 뭘까. 산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한번 오르고, 산길은 나 혼자 여러번 걸었군. 여러번이어서 기억에 남았나봐. 추억은 그렇게도 생기는 건지도.

 

 

                         

 

                         

 

 

 

책 제목이 《다시, 나무를 보다》인데 산 이야기를 늘어놓았군. 산과 걷기라고 해야 할까. 몇달 전에 걷기가 나온 책을 보고 나도 자주 걸으면 좀더 자유로울까 했어. 책을 본 다음에 그전보다 자주 오래 걸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다지 자주 걷지 못했어. 걷기도 볼 일이 없으면 안 해서 말이야. 한 백년 전만 해도 사람은 거의 걸어다녔는데. 일백년 좀 오래전인가. 기분이 안 좋을 때 걸으면 기분이 괜찮아지기도 하지. 내가 기분을 푸는 방법은 걷기보다 책 보기야. 책 보기보다 삼십분이나 한시간 걷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텐데. 어떤 책이든 보면 안 좋은 기분이 풀리는데, 다 보고 나면 다시 안 좋아. 그때는 ‘뭐라고 쓰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 늘 해도 어떻게든 쓰기 시작하면 끝이 나. 가끔 내 안 좋은 마음을 드러내는 말을 해서 그런 말 왜 썼을까 하고, 다음부터는 그런 건 안 써야지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또 쓰더군. 안 좋은 걸 되풀이하다니. 이번에도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 어쩌면 안 좋은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데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해. 생각하려면 좀 좋은 걸 해야 할 텐데. 요즘 사람은 휴대전화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구. 나는 컴퓨터는 써도 휴대전화기는 없어서 생각할 시간 아주 많아. 휴대전화기 처음부터 아예 안 썼다면 모를까 한번 쓰기 시작하면 없애기 힘들겠지. 거기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애쓸 수밖에 없겠어. 휴대전화기 써도 생각 안 하는 건 아니겠네. 다른 때는 쓸데없는 생각하고 책 읽을 때 좀 나은 생각을 하더라구. 휴대전화기로 좋은 걸 보면 좋은 생각하겠지.

 

휴대전화기 인터넷(컴퓨터)은 없애기 좀 어려워도 텔레비전은 안 보고 살 수 있어. 예전에는 나도 텔레비전 좀 봤는데 지금은 안 봐.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보는 건 아니지만. 나무는 서로 의존하고 산다는 말을 보니, 얼마전에 본 <원피스>에서 루피가 한 말이 떠올랐어. 나미가 사는 마을에서 사람을 지배한 어인 아론이 루피한테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하니, 자신은 아무것도 못해서 다른 사람한테 도움받는다고 했어. 루피는 자신이 검도 못 쓰고, 항해술도 모르고, 요리고 못하고, 거짓말도 못해서 도움받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고 아주 크게 말했어. 이런 말을 예전에 했다니. 루피는 누군가한테 도움받는 걸 그리 부끄럽게(미안하게) 여기지 않는군. 자신이 못하는 건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일이야. 나무는 여러가지와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가더군. 그게 서로한테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 사람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 어려워. 내가 어렵게 여겨서 이런 말을 했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건 알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 없을지도. 이건 잘못 생각할 수도 있겠군. 자신이 그 사람이 되기보다 자신한테 어떤 일이 있으면 어떨까 하니까. 이런 생각이 안 좋은 건 아니겠지. 남을 생각하는 거니까. 사람은 남이 될 수 없다는 말도 있더군. 다른 사람 마음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이런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나무가 있는 산에 가면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데.

 

맨 처음에 숲속에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했는데, 그 말은 하나도 안 했군. 산속 조용한 듯하지만 나무와 풀 새와 벌레가 활발하게 움직이겠지. 귀 기울이면 잘 들릴지도. 새가 노래하는 건 잘 들리겠군. 나무도 조용히 둘레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는대. 나무는 말하지 않고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 같군. 나도 그러고 싶어. 말은 잘 안 하지만, 아니 거의 안 해. 생각의 가지를 뻗기보다 가지치기를 하면 훨씬 편안할 텐데. 나무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나무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것 가운데 하나야. 진짜 나무도 있고, 책과 종이와 책장. 나는 나무가 모인 숲보다 책숲을 더 거닐어. 산에는 가지 못해도 길을 걸으면서 나무를 만나야겠어.

 

 

 

 

산길

 

 

 

산길을 걷다보면

바람소리 새소리 들린다

 

산길을 걷다보면

나무랑 꽃이 인사한다

 

산길을 걷다보면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산길을 걷다보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산길을 걷다보면

너에게 이를지도

 

산길을 걷다보면……

 

 

 

희선

 

 

 

 

☆―

 

책이란 남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내면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글자는 없지만 사람들은 숲을 보고 하늘이 만든 책無子天書이라고 한다. 숲을 읽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22쪽)

 

 

숲에서는 아는 체하지 말자. 내가 모르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숲이다.  (171쪽)

 

 

나무는 오래될수록 자기 속을 비운다. (……)

 

속은 비우지만 뜻을 비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목은 영험하다. 숲속 큰 고목에는 전설에 나옴직한 곰도 겨울잠 잔다. 마을 어귀 커다란 고목 속이 빈 곳에는 마을 아이들도 와서 놀았다. 아무런 실속이 없고 덧없을 때는 오래된 나무를 보자. 나는 누구한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지? 나는 누구한테 내 속을 내어줄 수 있는지? 그런 지혜를 키울 수 없는지? 덧없다고 생각할 때는 고목이 구멍을 키우듯 지혜를 길러보자.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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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7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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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0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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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2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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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3 0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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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김점선 그림

  샘터  2014년 04월 30일

 

 

 

 

 

 

 

 

 

 

 

 

 

하루는 스물네 시간, 한주는 이레 다음은 한달이라고 해야겠지만, 크게 뛰어서 한해는 열두 달이야. 열두 달 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해서 겨울에서 끝나는데 사람은 봄을 가장 먼저 말해(북반구는 반대쪽은 여름에서 시작해서 여름에서 끝나겠군).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기 때문일까. 봄은 시작을 나타내기도 해. 겨울잠을 잔 동물과 식물이 깨어나고, 새학년 새학기를 맞이하니까. 봄은 희망도 가득한 때고, ‘찬란’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때야. 아름답기에 슬프다고 하는데, 봄을 청춘에 비유하기도 하지. 청춘은 뜨거운 여름일 것 같기도 한데. 아름다움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 것처럼 청춘도 길지 않아서일지도. 봄만 아름다울까.

 

여름은 햇빛이 뜨거워. 이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다니. 나도 잘 아는 건 아닌데 여름에도 꽃 많이 핀대. 부드럽고 따스한 봄바람 속을 걷는건 기분 좋지만 뜨거운 햇빛 속을 걷는 건 좀 힘들기는 해. 여름에 꽃을 잘 못 보는 건 뜨거운 햇빛 때문일지도. 여름에는 바람도 뜨겁지. 그래도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부는 게 나아. 땀 흘리고 맞는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지. 무엇을 하고 땀을 흘릴까. 나는 걸어서 땀을 흘려. 여름에는 장마도 찾아와. 큰 바람(태풍)도 부는군. 비가 많이 내려서 사람이 해를 입기도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어. 자연에 도움이 되는 일일 테니까. 큰 바람은 바닷속을 깨끗하게 만들기도 하지. 바다가 숨을 쉬게 해주는 거군. 예전에는 여름 좋아했는데. 지금은 좋지도 싫지도 않아. 어느 철이든 좋아하면 좋을지도 모를 텐데. 언젠가부터 여름이 오면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됐어. 이 생각은 예전에도 했구나. 해마다 장맛비 때문에 해를 입은 소식을 듣기도 했으니까. 어쩐지 여름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만 말한 것 같아. 뜨거운 여름 햇빛 때문에 식물은 자라고 열매를 맺기도 하지.

 

어디에나 사철이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사철이 뚜렷한 온대기후라고 배웠어. 사철이 뚜렷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지.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을 해쳐서 지구는 병이 들었지. 지구 온도는 자꾸 올라가고 북극과 남극 빙하는 녹고.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높고 파래. 봄과 가을은 많이 짧아졌어. 봄 가을 비슷하기는 해도 가을에 지내기 좀더 나은 듯해. 가을은 짙은 색으로 가득해. 벼와 과일이 익고 거둘 때가 되지. 봄에 벚꽃이 흩날리는 것처럼, 가을에는 빨갛고 노란 나뭇잎이 흩날려. 아니 나뭇잎은 흩날리기보다 땅을 뒹구는군. 그런 모습은 어쩐지 쓸쓸하네. 땅을 뒤덮은 가랑잎은 멋지기도 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진 것을 버리는 나무를 볼 수 있으니까. 가을은 다가올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때지(나무는 여름부터 겨울 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어). 사람도 겨울잠 자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잠으로 겨울을 나면 안 좋을 듯해. 눈을 볼 수 없을 테니까.

 

이제 겨울을 이야기해야 해. 겨울 바람은 맵고 차갑지. 어떤 철이든 그 나름대로 냄새가 나는데 겨울 냄새를 가장 잘 맡는 것 같기도 해. 여름 가을은 잘 모르겠어. 봄은 무엇인가 타는 것 같은 냄새가 나는데,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겨울은 추워서 좀 안 좋지만 눈이 내려서 좋아. 여전히 눈 좋아해. 눈이 많이 내린 날 눈사람 만들어본 적 없지만. 냇물이 꽁꽁 얼어서 미끄럼을 탄 적 있어. 지금은 그렇게 냇물이 꽁꽁 어는 겨울은 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해. 오래전 우리나라 사람은 한강이 얼면 그 얼음을 잘라서 빙고에 넣어두고 여름에 쓰기도 했다지. 지금은 냉장고가 있군. 차가운 물과 얼음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군. 나무가 가을에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겨울에는 어떨까. 그저 서 있을까.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바쁘게 움직일거야. 그건 새봄을 맞기 위해서지. 이렇게 말하니 나무는 언제나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것 같네. 사람도 다르지 않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준비하잖아.

 

멋지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텐데 떠오르는 게 얼마 없군. 제목은 ‘열두 달 노래’라고 했는데 사철 이야기가 되었네. 열두 달 안에 사철이 있으니까.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한해를 모두 좋아하면 좋을 텐데. 지금, 오늘을 좋아하면 그렇게 되겠군. ‘날마다 좋은 날’이라 해도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야. 살다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닌데. 늘 좋기만 한 것도 안 좋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야.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돌고 도는군. 철은 돌아오지만 같은 때는 아니야. 오늘도 그래. 시간이 흐르는 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어서 안타깝지만, 아쉬워하기보다 하루가 갈수록 조금씩 자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건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건 아닐지도. 늘 자라도록 애써야겠군. 언젠가 지금까지 잘 살았다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새해 일월

 

 

 

새해 새날 새마음

시작은 희망으로 가득하네

늘 그 마음이길

 

 

 

 

 

이월

 

 

 

부드러운 바람속에서

살짝 얼굴 내민 봄냄새

 

 

 

 

 

설레는 봄 삼월

 

 

 

봄바람은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추운 겨울이 가고 조금 따듯해졌으니까 많은 게 깨어나는 때 나도 깨어나길

 

 

 

 

 

벚꽃 사월

 

 

 

그거 아세요

벚꽃 속에는 별이 숨어 있어요

 

 

 

 

 

푸른 오월

 

 

 

연두연두연두연두연두

풀빛풀빛풀빛풀빛풀빛

맑아지는 눈

편안해지는 마음

 

 

 

 

 

여름으로 유월

 

 

 

봄 지나 여름,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은 너를 생각하는 마음

너무 싫어하지 마.

 

 

 

 

 

눈물 나는 칠월

 

 

 

너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울고 싶을 때는 너를 보면 될까

 

 

 

 

 

뜨거운 팔월

 

 

 

매미처럼

온힘을 다해

노래하지 않았네

 

 

 

 

 

가을 구월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은 가을

선선한 바람과 풀벌레 소리,

단풍은 아직이지만 새파란 가을 하늘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시월

 

 

 

깊어가는 가을 많이 느낄 수 있기를

너도 나도

 

 

 

 

 

십일월이야

 

 

 

겨울로 가는 길목

감기 조심하세요

 

 

 

 

 

십이월

 

 

 

매운 바람속에 숨어 있는

당신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

 

 

 

희선

 

 

 

 

☆―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웃음과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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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오랜만에 보다

 

 

원피스 70

오다 에이치로 (2013년 06월 04일)

 

 

 

루피 형 에이스가 죽고 두해가 지나고 루피와 동료들은 다시 만났다. 두해 전에 가려고 한 어인섬에서 만난 공주 시라호시를 루피와 동료들이 도와주었다(어인섬을 구한 거였다). 그 뒤에 간 곳은 정부연구소가 있던 펑크해저드였다. 지난 69권은 2013년에 보았다. 다음 70권을 두해가 훨씬 지나서 보다니. 이번 거 보니 69권 본 거 맞나 싶었다. 이야기가 많이 나아가서. 70권에서 펑크해저드 편 끝날 것 같기는 했는데. 그때 멈추지 않고 이어서 봤다면 좋았을 텐데 왜 못 봤을까. 지난 시간 아쉬워해도 어쩔 수 없구나. 펑크해저드에 루피와 동료가 가고, 그곳에는 어떤 연구를 하는 시저(카이사르)와 시저를 돕는 사람이 있었다. 실험체가 된 사람과 끌려가서 실험당한 아이들도. 해적이면서 해군에 있었던 사람이 있어서 스모커가 있는 해군 G-5(파이브)가 펑크해저드에 나타난다. 해적으로 칠무해가 된 트라팔가 로는 루피한테 동맹을 맺자고 한다. 로는 ‘죽음의 외과의사’라고도 한다. 의산데 죽음이라는 말이 붙다니.

 

시저한테 펑크해저드에서 연구하게 한 사람은 조커로 진짜는 왕 부하 칠무해 한 사람인 돈키호테 도플라밍고였다. 도플라밍고는 왜 뒷세계에서 거래를 할까. 신세계에서 편하게 지내기 위해선지 다른 까닭이 있는 건지. 신세계에는 사황이 있어서 저마다 맡은 영역이 있다. 로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걸까. 도플라밍고가 인조 악마의 열매 ‘스마일’을 만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로는 그것을 없애고 도플라밍고한테서 인조 악마의 열매를 사는 사황 가운데 한사람인 백수 카이도를 쓰러뜨리려 생각하고, 그것을 루피한테 함께 하자고 한다.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신세계를 다니기 위해설까. 바다뿐 아니라 땅은 한사람 것이 아니기는 하다. 해적이고 힘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 자유를 빼앗는 건 안 되겠지.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69권 써둔 거 다시 봤다면 좀 생각났을지도 모르는데. 사황이 다 제멋대로는 아닐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루피와 잘 아는 샹크스도 있다. 사황은 해적왕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까. 자기 영역입네 하고 누가 쉽게 오지 못하게 하고 그 자리를 지키다니. 신세계 바다를 다니는 건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좀더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펑크해저드에 독가스 시노쿠니(죽음의 나라)가 차게 되어서 루피와 동료 그리고 해군과 아이들은 모두 한곳에 모이기로 하고, 로는 SAD(스마일을 만드는 원료던가)라는 것을 부수고 루피는 시저를 잡기로 했다. 그 일이 지난번에 거의 끝났나보다. 루피와 시저 싸우고 로는 스모커와 거기 있던 사람(베르고)과 싸워서 이겼다. 시저도 루피가 쓰러뜨렸다. 잡기로 했는데 잡아두지 않고 날려버렸다. 곧 다른 동료와 해군과 아이들이 다 모여서 모두 함께 그곳에서 나갔다. 커다란 밀차 같은 것에 모두 타고. 해군하고도 힘을 합치다니, 이게 처음은 아니기는 하다. 도플라밍고 부하가 시저를 데리러 왔는데 그곳에 프랑키가 있어서 시간을 끌었다. 도플라밍고 부하와 시저를 제대로 잡은 건 나미와 우솝이다. 전보다 잘 싸우게 됐다 해도 둘 다 여전히 겁내고 피해다녔다. 그래도 할 때는 해서, 이번에는 적이 등을 보여서 할 수 있다 했다. 왕 부하 칠무해는 정부가 인정하는 해적이다. 해군은 칠무해는 잡지 않는다. 그런 힘이 없어야 일이 조금 쉬울 테지. 사황 한사람인 백수 카이도를 쓰러뜨리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아직 가 본 적 없는 나라에 가는 건 나중에 나올까. 거인 나라에 가야 할 텐데. 신세계에서는 젊은 해적이 살아남기 어려운지도. 다른 해적단도 동맹을 맺었다.

 

시저가 거짓말 하고 데리고 와서 마약 같은 것을 먹이고 실험한 아이들은 해군이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루피들과 가고 싶어했지만. 아이들이 루피와 동료한테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려고 하니 해군들이 막았다. 해적은 나쁘다면서. 타시기가 그 모습을 보고 그만두라고 하니, 나쁜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적은 모두 나쁠까. 나쁜 해적도 있지만 루피와 동료들은 나쁘지 않다. 남을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도와준다. 루피와 나미, 조로, 상디, 우솝, 쵸파, 로빈, 프랑키, 브룩은 나쁜 짓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해적이 되었다(다른 사람 이름 말 안 해서 한번 썼다). 꿈을 가진 해적은 더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무사 긴에몬과 아들 모모노스케는 루피와 함께 갔다. 이 사람은 아직 더 나오는가보다.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을 못했나보다. 그것은 어떤 일일까. 다른 일이라 해도 쓰러뜨려야 하는 사람은 같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여러번 있어서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진짜 그럴지 모르는데 이런 생각을 먼저 했구나. 나중에 다른 일이면 어쩌려고. 그러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는 거다(로와 도플라밍고 사이에 있었던 일도. 긴에몬은 본래 드레스로자가 아닌 다음 섬 조에 가려고 했다. 이게 나중에 생각나다니).

 

먼저 도플라밍고와 싸우게 될까. 로는 루피한테 긴장하라고 하지만, 루피가 그런 말을 들으려나. 루피는 모든 일을 모험으로 여긴다. 사황은 자신이 다 쓰러뜨리겠다는 말도 했으니. 상디는 로한테 로가 생각하는 동맹과 루피가 생각하는 동맹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진지한 로도 루피와 함께 있다보니 거기에 조금 영향을 받았다. 루피가 상디한테 아침이 뭐냐고 하고 상디가 샌드위치라고 하자, 쵸파는 솜사탕 샌드, 로빈은 홍차만 했다. 그 말을 듣고 로는 ‘나는 빵은 싫어’하고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거지 했다. 루피는 뭐든 즐겁게 하는구나. 그런 거 부럽다.

 

 

 

 

 

 

 

드레스로자에서

 

 

원피스 71

오다 에이치로 (2013년 08월 02일)

 

 

 

얼마전에 70권 봤지만 앞에 이야기 잊어버려서 조금 안 좋았다. 그러면 앞에 것을 다시 보기도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러지 않았다. 다른 만화보다 원피스는 보는 데 시간 많이 걸린다. 시간 오래 걸리지 않아도 두번 볼 때 별로 없지만. 쓰지 않아도 괜찮을 때는 다시 볼지도 모르겠다. 쓰기 전에 더 보는 게 나을 텐데 반대로 하는구나. <원피스> 만화책 본 건 얼마나 됐는지. 이것도 시간이 좀 흘렀구나. 아직 십년은 안 됐을지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오랜만에 봐서 재미있으면서도 이거 이랬지 했다. 어떤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끝날 때는 좀 나을지도 모를 텐데. 다른 곳에 가면 이야기가 다시 시작한다. 예전(원피스 본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잘 몰랐다. 무엇을 몰랐느냐 하면 이런 만화에 공식 같은 게 있다는 거. 원피스는 루피와 동료가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싸운다. 다시 생각하니 싸우지 않는 소년만화는 별로 없구나. 운동경기도 있지만, 몸으로 싸우기도 한다. 하나하나를 넘을수록 힘이 붙는다. 루피와 동료도 그렇다. 루피와 동료가 두해 동안 떨어져 있기도 했는데, 나는 원피스를 두해쯤 안 봤구나. 두해가 지나도록 나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이런 생각하니 우울하구나 만화 보고도 잘 쓰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니 말이다.

 

앞에서 말한 ‘이거 이랬지’ 하는 건 이 만화 장면이 엄청 빨리 바뀐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오래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워낙 많이 나와서 그럴 수밖에 없는 건지도. 루피와 트라팔가 로는 펑크해저드에서 해적 동맹을 맺었다. 신세계의 사황 가운데서 하나인 카이도를 쓰러뜨리려고. 그전에 칠무해 한사람인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끌어냈다(어둠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조커로서). 로는 도플라밍고한테 중요한 과학자 시저(악마의 열매를 만들었다)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칠무해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 일이 신문에 실려서 루피와 동료 그리고 로는 도플라밍고가 왕인 곳 드레스로자에 간다(칠무해를 그만두어서 왕도 그만두었다고 한다). 보고 있는 나도 잘못하면 이야기 흐름을 놓칠 수 있는데, 이 책 자체를 모르면 뭔가 하겠다. 루피와 동료가 싸우게 되는 사람은 거의 나쁜 사람이다. 부잣집에서 집사로 위장하고 지내면서 그 집 돈을 가로채려는 해적, 위대한 항로에서 다른 해적한테 지고 남의 배를 빼앗으려는 해적, 한 마을 지배하는 해적, 한 나라를 가지려는 해적. 이렇게 말하니 루피와 동료가 싸운 게 해적뿐인 듯한데, 해적은 루피가 만난 사람을 괴롭힐 때고 해군하고 싸우기도 했다. 로빈을 구할 때는 세계정부에 싸움을 걸었다는 말을 했다. 에이스를 구하러 간 임펠다운과 해군본부에서도 해군과 싸웠다.

 

이번에 드레스로자에 간 건 악마의 열매(스마일)를 만드는 공장을 부수기 위해서다. 시저를 넘겨주는 일과 긴에몬 동료를 구하는 일도 있다. 시저를 넘겨주는 사람, 스마일 공장을 찾고 부수고 무사를 구하러 가는 사람, 서니호를 지키는 사람 셋으로 나뉘었다. 거기에서 스마일 공장을 찾으러 간 루피, 프랑키, 조로, 상디, 긴에몬은 밥 먹고 나서 넷으로 나뉘었다. 루피와 프랑키는 에이스 힘인 악마의 열매가 상품으로 나온 싸움이 열린 곳으로, 조로는 식당에서 도둑맞은 검을 찾으러 가고, 상디는 그런 조로를 따라가다 헤어지고, 긴에몬도 검 때문에 조로를 따라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드레스로자에는 잘 알려진 게 있다. 그것은 향기로운 꽃밭, 요리, 정열의 춤을 추는 여자, 사람과 함께 사는 스스로 움직이는 장난감이다. 어쩐지 이어지지 않는 말을 한 것 같다. 지난번에 도플라밍고가 에이스 힘인 악마의 열매를 루피가 갖고 싶어할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러다니. 악마의 열매 종류는 많지만 힘은 하나밖에 없다.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이 죽으면 그 열매가 다시 난다고 한다. 루피는 에이스 힘을 다른 사람이 갖는 게 싫어서 싸움에 나가기로 했다. 거기에서 예전에 자야(모크타운에서 먼저 만났던가)에서 만난 베라미를 만났다. 베라미도 죽은 게 아니었다니. 베라미도 하늘섬에 갔다왔다고 한다. 귀공자라는 해적은 루피를 만나면 없애겠다고 말했다. 루피는 다른 이름으로 싸움에 나갔는데, 할아버지 거프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이 루피를 알아보았다.

 

콜로세움에 들어가기 전에 루피와 프랑키는 장난감 병정을 만났다. 장난감 병정은 프랑키와 함께 있었다. 루피가 만난 사람 가운데는 여자 검투사 레베카도 있다. 레베카는 싸움에서 이기고 악마의 열매를 손에 넣어 도플라밍고를 없애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는 듯하다. 장난감 병정을 보고 울기도 했다. 활활(이글이글이 나을까) 열매를 노리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 조로와 헤어진 상디는 춤추는 여자를 도와주었다. 여자는 상디한테 자신을 옆마을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거기에 죽여주길 바라는 남자가 있다고. 그건 누굴까(도플라밍고 같은데 어떤 일 때문일까). 시저를 도플라밍고한테 넘겨주러 간 로와 우솝 로빈도 떨어졌다. 로와 시저가 있는 곳에 도플라밍고가 아닌 해군이 나타나고(조금 뒤에 도플라밍고도 나타났다), 로빈과 우솝은 작은 사람한테 잡혔다. 로빈이 그 사람들 본 것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하니 묶었던 것을 풀어주었다. 꿰맨 것이라고 해야겠다. 우솝은 자신이 그 사람들을 도와주러 나타난 전설의 전사라고 했나보다. 조로 검과 사람들 물건을 훔쳐간 것도 아주 작은 사람이었다. 거기 사는 사람은 요정이 물건을 가져간다고 여겼다. 조로가 만나 위카는 도플라밍고 부하가 밀짚모자 일당 배에 쳐들어갔다고 했다. 서니호에 나미, 모모노스케, 쵸파, 브룩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잠깐 나왔다.

 

신문에 도플라밍고가 칠무해를 그만뒀다고 나왔는데, 그건 거짓말이었나보다. 해군은 해적을 잡으려고 나타난 건지, 도플라밍고 때문에 나타난 건지. 나중에는 도플라밍고가 악마의 열매를 만든다는 것을 알겠지. 이곳에도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루피가 만난 레베카, 상디가 만난 춤추는 여자 바이올렛. 장난감 병정은 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로빈과 우솝, 조로가 만난 아주 작은 사람도 있구나.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지난번에 보면서 로 낯빛이 왜 그렇게 안 좋가 했는데, 악마의 열매 힘을 쓰는 데 힘이 많이 들어서였다는 걸 알았다. 그것 때문이라기보다 본래 안 좋은 건지도.

 

 

 

*더하는 말

 

쓸 때는 썼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왜 이렇게 쓴 거지 싶다. 이런 말을 하다니. 잘 모르고 생각한 것도 있다. 나중에 그게 맞으면 괜찮지만 가끔 틀릴 때도 있다. 앞에는 안 썼는데 아주 작은 사람은 톤타타 족이다. 톤타타 족은 어떤 말이든 믿는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속는다 해도 뭐든 믿는 본성은 바뀌지 않을 것 같지만. 드레스로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대하길. 그걸 잘 쓰고 이런 말을 해야 하는데.

 

 

 

 

 

 

 

도플라밍고와 싸우려는 사람들

 

 

원피스 72

오다 에이치로 (2013년 11월 01일)

 

 

 

이번 72권을 보고 지난번에 어떻게 끝났더라 했다. 71권 본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러다니. 드레스로자 일은 얼마나 걸려서 끝날까. 지난번에 시작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77권 살 때 보니 로와 도플라밍고가 싸우는 것 같았다. 그전까지 안 싸우고 뭐 했나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차례대로 보다보면 알 텐데). 칠무해는 모두 다스리는 나라가 있는가 했다. 여자만 사는 아마존 릴리를 다스리는 보아 핸콕이 있어서. 그다음은 잘 모르는구나. 광대 버기가 칠무해에 들어간 건 좀 웃긴다.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는 로와 루피와 동료가 찾아간 드레스로자 왕이다. 늘 그랬던 건 아니고 십년 전부터 왕이 되었나보다. 그전에 다른 왕이 있었다. 어쩐지 도플라밍고가 예전 왕을 덫에 빠뜨렸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그 이야기 안 나왔는데 이런 생각을 했구나. 지금까지 그런 게 좀 있어서. 71권 어떻게 끝났는지 생각났다. 시저를 도플라밍고한테 넘겨주러 로와 로빈과 우솝이 그린비트에 갔는데, 로빈과 우솝은 섬 땅속에 사는 작은 사람한테 끌려가고 로와 시저는 도플라밍고를 기다렸다. 거기에 나타난 건 해군이었다.

 

이번 시작이 지난번과 이어지지 않아서 지난번에 어떻게 끝났는지 생각한 거다. 맨 처음 나온 건 상디가 춤추는 여자 바이올렛한테 맞은 듯한 모습이다. 바이올렛은 돈키호테 패밀리였다. 상디는 아무리 적이라 해도 여자하고는 싸우지 않는다. 에니에스 로비 때처럼 되는 건가 했는데, 다행하게도 바이올렛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도플라밍고를 따랐다. 왜인지 나중에 나오겠지. 도플라밍고는 칠무해를 그만두지 않고 밀짚모자 일당과 로를 감시하고 덫에 빠뜨렸다. 루피는 에이스 힘 악마의 열매가 상품으로 나온 싸움에 나가게 하고, 로는 해군한테 잡히게 하려 했다(이건 좀 다른가). 서니호에는 도플라밍고 부하가 갔다. 말하는 게 천룡인 같았는데. 도플라밍고와 천룡인이 무슨 관계가 있는 듯하다. 해군 대장이 된 후지토라와 루피는 한번 만났는데, 그런 식으로 만나게 하다니. 이건 지난번에 있었던 일이다. 후지토라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 루피가 그 사람한테 세 보인다고 했다. 루피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얼마나 센지 아는구나. 두해 동안 이런저런 것을 배우고 익혀서 그런 거겠지.

 

두해 전에도 잘 싸운던 사람은 여전하고, 싸우는 일을 겁내던 우솝, 나미, 쵸파도 비슷해 보인다. 어인섬에서는 달랐던 것 같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힘이 붙어도 싸우는 상대도 힘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건지도. 나도 이젠 괜찮아 하면서 시간이 가면 다시 같은 생각을 한다. 할 때 한다 해도 두려움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어디 이야기부터 하면 좋을까. 로는 루피와 동맹을 맺어서 이제 칠무해가 아니게 되었다(확실히 정해진 건 아닐지도). 칠무해가 뭔가 할 텐데, 이건 해적과 해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만든 것으로 칠무해는 해군이 잡지 않고 일을 시킨다. 해적과 싸우는 일이다. 해군은 아직 도플라밍고가 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일을 확실히 모르는가보다. 그저 어떤 소문만 들었나보다. 루피와 동료가 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공장을 찾으면 알게 될지도. 루피와 로와 동료가 드레스로자에 온 건 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공장을 찾아서 부수기 위해서였다. 어쩌다 보니 따로따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그러다 한곳으로 모이겠지. 우솝은 아주 작은 사람한테 자신이 몽블랑 놀랜드 자손이다 하고 이름을 우소랜드라고 했다(몽블란 놀랜드가 누구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이 사람은 오래전 사람으로 하늘섬 편에 잠깐 나온다). 아주 작은 사람은 도플라밍고와 싸움을 벌이려 할 때 우솝이 나타나서 기뻐했다. 프랑키와 함께 있던 장난감 병정은 아주 작은 사람과 함께 싸우기로 했나보다. 조로는 서니호에 돌아가다가 아주 작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루피가 콜로세움에서 싸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거기에 프랑키와 장난감 병정이 오고, 우솝과 로빈은 아주 작은 사람과 그곳에 오고 있었다.

 

서니호를 지키던 나미, 쵸파, 브룩, 모모노스케는 모습이 이상해졌다. 사람뿐 아니라 서니호도 장난감처럼 되었다. 별난 힘이 다 있다. 이쪽은 어떻게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지(장난감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아트아트 열매 힘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만든 걸로 달리나 피카소가 생각나게 한다). 장난감처럼 됐는데 로가 연락해서 시저를 데려가라는 말만 하고 그쪽 일은 듣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이런 것까지 말하다니. 서니호를 그쪽(그린비트)으로 몰고 오라고 했구나. 루피는 콜로세움에서 싸우고 이겼다. 루피가 들어간 조에서 이긴 거다. 결승전은 아직이다. 루피가 싸운 사람 가운데는 루피 할아버지 거프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도 있었는데, 루피와 싸우다 예전 모습이 돌아와서 이제 원망하지 않는다 했다. 지난번에 위험해 보이는 사람을 봤는데, 이름은 바르톨로메오로 두번째 조에서 이겼다. 그 사람하고 루피가 싸우게 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바르톨로메오가 바다로 나온 건 루피 때문이었다. 루피와 동료가 위대한 항로게 가기 전에 들른 로그타운에서 루피는 버기한테 잡혀서 죽을 뻔했는데 그때 번개가 쳐서 살았다. 바르톨로메오는 그 모습을 인상 깊게 보고 루피와 동료를 다 좋아하게 되고 선배라고 한다. 도플라밍고는 베라미한테 루피를 죽이라고 시켰다. 그런 일을. 베라미는 어떻게 할까. 루피가 만난 어떤 이야기가 있어 보이는 여자 검투사 레베카는 루피를 도와주는 것처럼 하고는 루피를 죽이려고 했다. 레베카도 도플라밍고와 싸우기 위해 악마의 열매(활활 열매)를 바랐다. 레베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루피한테 손을 대려고 해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은 도움을 받았다 해도 자신을 죽이려 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까.

 

전체 이야기가 다 보인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누군가 한사람(도플라밍고) 때문에 살기 힘든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다고 해야겠다. 아주 작은 사람들과 장난감 병정. 거기에 루피와 동료 그리고 로도 끼어들게 되었구나. 드레스로자에서 장난감이 사람과 어울려서 살지만 장난감은 본래 사람이었나보다. 장난감 병정과 톤타타 족은 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와 장난감이 된 사람들을 구하려 한다. 예전 왕도 관계있다 해야겠다. 앞으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고 밝혀지는 일도 있겠지. 도플라밍고한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미처하지못한말

 

그림은 드레스로자 편이라고 할까, 드레스로자에서 사는 중요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건 72권 맨 앞 그림에 있다. 레베카와 외다리 장난감 병정, 아주 작은 사람 톤타타 족. 그림에서 맨 위 네 사람이 나쁜 쪽이다. 도플라밍고를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피카, 디아만테, 트레볼. 이 넷은 돈키호테 패밀리 최고간부로 이름(별명)은 다 스페인말이다. 무슨 뜻인지 찾아본 건 아니지만. 도플라밍고 밑에 사람은 코라손(이것도 스페인말이다. 그렇게 길게 나오지 않지만 인상 깊다), 오른쪽 모자 쓴 두 사람은 반가운 사람이다. 여자 쪽은 언젠가 나올까 잠깐 생각한 사람이고, 남자 쪽은 언젠가 나오겠지 한 사람이다. 한가운데는 루피고 왼쪽은 루피와 동맹 맺은 로, 나머지는 동료다(동료를 나머지라고 하다니).

 

왼쪽 밑에 네 사람은 드레스로자에 들어가고 그린비트까지만 나오고 안 나온다. 다음 섬에서 만나겠지.

 

어쩐지 이번 편은 펑크해저드에서 시작한 듯하다. 그때는 나중에 여러가지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그때 어둠의 세계 중계자 조커가 도플라밍고라는 게 나오고 사황 가운데 한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루피와 로가 동맹을 맺었지만, 로한테는 다른 마음이 있었다. 그건 나중에. 한권 한권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내가 멋대로 생각하고 쓴 것도 있지만 그냥 둘까 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예전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다. 감동도 주고, 생각도 하게 하고 만화 보고 생각하다니. 책 보고 쓰면서 그런 버릇이 들어서 만화 보고도 그렇게 한다. 원피스 그냥 재미있기만 한 건 아니다. 역사나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이걸 보는 첫번째 까닭은 재미있기 때문이고, 다른 건 다음이다.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하면서 보는 거다.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쓰기도 해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재미있게, 이 책이 보고 싶게 쓰지 못해서 아쉽지만. 책 나왔을 때 봤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지만, 늦게 봐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볼 때 안 좋은 일도 있고 기분도 안 좋았는데 보니 나아졌다. 그저 그것을 잊어서 그런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구월에는 원피스 많이 쓰겠다. 쓴다기보다 올린다고 해야 할까, 예고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게 더 재미있기는 하다. 이건 만화일 때고, 책보다 재미있는 글도 있다. 내가 그렇게 못 쓸 뿐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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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스위트 홈 12

코나미 카나타

講談社  2015년 06월 23일

 

 

 

                 

 

 

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일까. 2009년인가보다. 만화책 거의 안 보던 내가 하나 보던 게 있었다. 그것은 살던 곳에서 바다에 나온 루피가 동료를 만나 위대한 항로에서 모험하는 이야기 <원피스>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몇달 먼저 책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일본말 못 읽었다. 시간이 지나고 일본말 좀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원피스> 일본에서 나온 것을 샀다. 일본말로 나온 만화책 가장 처음 본 게 <원피스>인지 알았는데, <치즈 스위트 홈>이었다. 말이 어렵지 않아서 시험으로 먼저 보았던가보다. 이건 다른 만화와 다르게 모두 칼라고 비싸서 그만 볼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다시 보기로 했다. 이 책 처음 샀을 때는 비쌌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싸다. 이건 엔환율 때문이지만. 벌서 사 버린 책은 어쩔 수 없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고양이 제대로 키워본 적 없다. 어릴 때 고양이가 집에 있었는데 내가 밥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 고양이가 오래 살았다면 추억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 아쉽다. 그때는 애완동물,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거의 없었다. 개나 고양이 그냥 풀어놓고 키웠다. 개는 크면 묶어두겠다. 길을 다니면 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새끼고양이는 어미와 떨어지고 힘이 빠져 공원 잔디밭에 엎어져서 울먹울먹했는데, 그 앞에 어린아이가 넘어져서 울려고 했다. 치와 요헤이는 그렇게 만났다. 새끼고양이가 자라는 건 빠를 텐데 2009년(더 발리 첫째권이 나왔겠지만)부터 지금까지 치는 여전히 귀여운 새끼고양이다. 어미와 떨어지고 요헤이 집에서 살게 되고 치는 가끔 따듯하고 부드러운 어미 품을 기억하다 조금씩 잊었다. 느낌까지 다 잊은 건 아니다. 치는 ‘요헤이’ ‘엄마’ ‘아빠’ 하면서 한식구처럼 살았다. 요헤이 엄마 아빠는 치와 함께 살기 위해 동물을 기를 수 있는 집으로 이사도 했다. 처음 살았던 집에서 치는 커다란 검정고양이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도움을 받았다. 검정고양이가 다른 사람한테 들켜서 검정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요헤이 식구와 치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얼마 뒤에 치는 검정고양이와 다시 만났다. 그때 참 놀라웠다. 멀리 간 게 아니고 가까운 곳으로 옮겼던가보다. 치는 새집에서는 마음대로 바깥에 다니게 되고 이웃에 사는 고양이나 개를 만나기도 하고 검정고양이를 따라 밤공원에도 갔다. 공원에서는 새 친구 코치를 만났다. 치와 코치가 노는 게 많이 나왔는데, 집에서는 여전히 요헤이와 많이 놀았다.

 

여러 일이 있었는데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니. 치와 요헤이 마음이 엇갈리는 때도 있었는데 금세 마음을 풀었다. 아빠가 치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왔을 때는 치가 아빠 곁에 가지 않았다. 먹을 것을 줬을 때 다시 아빠를 따랐던가. 빗 같은 걸로 털을 빗겨줬을 때일지도.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엄마보다 아빠까 치를 더 좋아한 듯하다. 동물 기를 수 없는 집인데 같이 살고 싶어하고 고양이한테 필요한 것도 이것저것 사왔으니까. 치와 요헤이가 노는 모습은 형제 같다(남매라고 해야 할까). 함께 잠든 모습도 무척 귀엽다. 고양이가 그렇게 사람을 잘 따를까 싶지만. 치가 나고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을지도. 처음에는 요헤이와 아빠 엄마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 이사하고는 치가 다른 고양이를 만나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집에 있을 때 치는 언제나 요헤이와 엄마 아빠한테 놀자고 했다. 같이 놀지 않고 다른 일하면 잠시 삐치기도. 이것을 보다가 고양이가 정말 이럴까 할 때 많은 듯하다. 치같은 귀여운 고양이라면 함께 살아도 즐거울 듯하다. 늘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발톱으로 소파나 아빠 바지를 긁기도 했다. 발톱 가는 것을 사다줬지만 치는 그게 뭔지 몰랐다(지금은 알지도). 가끔 아빠가 치 발톱을 깎아주는 것 같다. 고양이가 사람과 살아서 고생한다.

 

지난 일들을 왜 말할까 싶겠다. 이번 책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치를 찾는다는 벽보를 본 뒤, 아빠가 프랑스에서 일하게 돼서 식구가 모두 프랑스에 간다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했다. 치는 공원에서 어미와 형제들을 만났다. 아빠 엄마는 치를 본래 주인한테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요헤이도 그 일을 알고 치 어미를 보기도 했다. 치 어미가 요헤이네 집으로 찾아오고, 공원에서 치가 어미를 만나는 모습도 보았다. 치 본래 주인한테 연락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났다. 차에 치일 뻔한 치를 어미가 구하고 쓰러졌다. 치는 검정고양이와 함께 요헤이와 엄마 아빠를 불렀다. 그날은 치와 어미가 함께 보냈다. 요헤이는 치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슬퍼서 치와 함께 자려고 치와 어미가 자는 상자에서 치를 꺼냈다. 요헤이와 치가 함께 있는 모습을 어미가 보았다. 다음날 아빠가 치 본래 주인한테 치를 기를 수 없을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본래 주인이 치를 보고 반가워해서 말하지 못했다. 치를 그대로 그 집에 두고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요헤이 엄마 아빠가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치는 형제들과 즐겁게 놀았다. 그렇게 논 다음에 요헤이 엄마 아빠 했는데 세 사람 모습은 그곳에 없었다.

 

아빠 엄마는 프랑스에 갈 준비를 했다. 요헤이가 치와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 셋이 치를 만나러 갔다. 요헤이가 치를 안으니 치가 ‘무슨 일이야’ 했다. 치는 요헤이가 자신한테 ‘잘 있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요헤이가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다. 검정고양이가 치한테 요헤이가 이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어미는 치한테 어떻게 할지 네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는 요헤이와 엄마 아빠와 살기로 마음먹었다. 치가 요헤이 집에 가니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없었다. 치와 요헤이는 만났을까. 다행하게도 요헤이가 치 소리를 알아채서 차를 멈추게 했다. 치는 요헤이와 엄마 아빠와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 치는 프랑스 고양이와 말할 수 있을까. 검정고양이랑 코치랑 헤어져서 내가 더 아쉬웠다. 치한테는 함께 사는 요헤이 엄마 아빠가 더 중요하구나. 코치는 치 어미와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냈다. 검정고양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요헤이랑 치가 헤어질 것 같았을 때는 조금 슬펐는데, 치가 요헤이와 살게 되어서 다행이다. 치와 요헤이는 프랑스에서도 잘 지내겠지.

 

내가 보는 만화 가운데서 끝나는 게 나오다니(그런 게 있기를 바랐지만) 신기하다. 말한 적 있는데 내가 보는 만화 얼마 안 된다. 만화는 길어서 많이 보기 어렵다. 무엇인가 끝을 맺으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내 기분도 그렇다. 요헤이 아빠가 프랑스로 간다고 했을 때 알아채야 했다. 그때는 치가 본래 주인한테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구나. 요헤이네가 프랑스로 가면 그곳에서 사는 모습 보여줄까 하기도. 작가는 요헤이 식구와 치가 함께 프랑스로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구나. 이런 끝 마음 따듯하다. 치가 형제와 놀면서도 요헤이를 생각하고, 요헤이도 그때 치를 생각했다. 사람이 그렇게 그린 거지만 그런 고양이 없으란 법 없지 않은가. 이 만화를 보고 새끼고양이가 무척 귀엽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처음부터 다시 치를 만날까보다. 만화는 끝났지만 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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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사라지지 않기를

 

  세상의 나무 : 겨울눈에서 스트라디바리까지, 나무의 모든 것

  라인하르트 오스테로트   모이디 크레치만 그림   이수영 옮김

  돌베개  2015년 01월 26일

 

 

 

 

 

 

 

 

 

 

 

 

우리가 생활하는 데 나무는 아주 많이 쓰인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책을 보다보니 그렇구나 했다. 가장 많이 쓰인 건 가구다. 집 안을 한번 둘러보라 나무로 만든 가구가 많이 보일 거다. 책이 된 종이도 나무로 만들었다. 나무로 만든 책장에 나무로 만든 종이책을 꽂는다니 재미있다. 책 제목이 《세상의 나무》여서 조금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것보다 이 책 볼 때 졸려서 제대로 못 보기도 했다(이런 변명을). 어쩌면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 본 것보다 본 게 좀 낫겠지. 집중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책이 두껍지 않아서 많은 게 실리지 않았으리하고 짐작했다. 책을 보기로 한 건 제목에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서다. 평소에 나무를 알고 싶다 생각했지만 책은 거의 못 봤다. 어떤 책을 보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앞으로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는 책을 볼까 잠시 생각했는데 정말 볼지, 생각으로만 그칠지. 이것도 기회가 와야 볼 것 같다. 며칠전에 다른 쪽 책을 가끔 봐야겠다 생각해서. 그것도 잘 모르는 거여서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은 언제부터 나무로 집을 지었을까. 불을 피우고 땔감으로 쓴 게 먼저일까 비 바람 동물을 피하기 위해 집을 지은 게 먼저일까. 우리나라는 흙집, 나무집 두가지를 지었을까. 흙집이라고 해도 짚 같은 것을 넣고 기둥은 나무였을 것 같다. 우리나라 옛날에는 나무로만 집을 지었을까. 모든 것을 다 나무로 짓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앞에서도 말했는데). 바닥은 흙, 벽도 흙으로 발랐을지도. 조선시대에 큰불이 난 적이 있는 걸 보면 나무가 많이 쓰인 것 같기도 하다. 알프스에서는 통나무집을 지었다. 이런 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할지도. 나무집은 숨을 쉬어서 곰팡이를 막는다. 젖었다 마를 때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런 소리 밤에 들으면 좀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장마가 가고 더운 여름이 오자 소리가 났다는 말을 소설에서 봤는데. 그 소설 속 나무집은 겨울에는 춥고 장마철에는 곰팡이도 피었다. 통나무집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집을 나무로 지으면 좋겠지만 그런 집 비싸지 않을까. 이런 생각부터 하다니.

 

나무는 집을 짓는 재료로 쓰기도 하고, 의자와 책상 같은 가구, 배, 악기도 만든다. 조각과 판화도 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연료일까. 마루로 연료를 만들려면 거기에 높은 열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으로 얻지. 나무 연료를 얻기 위해 다른 것으로 열을 내다니. 어쩌면 더는 쓰지 않는 나무를 태웠을지도. 자연에서 나는 나무를 써서 가구를 만들기도 하지만, 나무 판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을 파티클보드라고 한다. 버리는 나무 찌꺼기를 쓸 방법을 찾아낸 건 좋은데, 이제는 찌꺼기보다 멀쩡한 나무를 갈아서 만드는 것 같다. 다시 보니 통나무, 톱밥과 대팻밥, 나무 부스러기와 나뭇조각들로 만든다. 나무는 물에 뜬다. 사람은 나무로 배를 만들어서 바다를 건넜다. 나무로 배 만드는 이야기를 보니 <원피스>가 생각났다. 거기에 나오는 배는 거의 나무로 만들었다. 루피와 동료들이 처음 탄 배는 더는 탈 수 없게 되고, 프랑키가 새로운 배를 만들었다. 나무는 전설의 나무 아담이던가. 그러고 보니 혼자 바다에 나가려고(해적이 되기 위해) 배를 만드는 사람도 나왔는데. 배는 바닷가 가까운 곳이 아닌 산에 있었다. 그 배를 만든 사람은 배를 바다에 띄워 루피와 동료들을 도왔다. 그 뒤에 바다에 나가지 못한 것 같지만, 바다에 배를 띄운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나무로 만든 악기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건 바이올린이라고 한다. 악기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굴까. 갑자기 이런 생각을. 처음에는 그저 두드리지 않았을까. 악기라는 것을 만들어낸 사람 대단하다 생각한다. 그게 없었다면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이올린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비싼 건 스트라디바리다. 첼로와 비올라도 있다. 그것과 같은 것을 만들려고 하고 곰팡이로 더 나은 소리가 나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것 가운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진 것은 종이(책)일 듯하다. 컴퓨터를 쓰게 돼서 종이를 별로 쓰지 않으리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더 많이 쓸지도 모르겠다. 종이는 한번만 쓰고 그냥 버릴 게 아니고 다시 살려 써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 데도 열이 많아야겠구나. 지금도 어느 정도는 다시 살려 쓰겠지. 세계 숲은 많이 죽었다. 나무를 베고 그 땅에 동물한테 먹일 것을 키운다. 나무를 베면 다시 그곳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나무도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를 심어야 한다. 숲이 없어지면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겠지. 그것 때문에 사라지는 나무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나무는 불법으로 거래 되기도 한단다. 사람이 살기 위해 숲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한테 좋을 거다.

 

나무가 어디에 쓰이는지, 나무로 알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길에서 주운 오래된 수납장을 고치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책장 만드는 거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고치는 거하고 만드는 건 조금 다르구나. 오래된 가구 버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으로 고치는 것도 괜찮겠다. 오래돼서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도 있고, 오래 쓰면 버려야 하는 것도 있다. 뭐든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는 게 많으면 좋을 텐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는 나무

 

  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목수책방  2015년 05월 10일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았을 때 나무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까. 산에는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나무와 동물이 많이 살았겠지. 사람이 늘어나고 산에 사는 동물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때 나무도 많이 베었겠지. 나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한테도 이것저것 준다. 이것저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다. 먹이나 살 곳을 주지 않을까. 사람은 나무로 여러가지를 만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있지 않은가. 나무가 잘리고 남은 밑둥은 사람이 쉬게 해주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나무가 어느 정도나 있고 얼마나 사라졌을까. 우리나라 전체를 말하면 다 알기 어려울까. 《한국의 나무》(김진석 · 김태영, 돌베개)도 있던데 그 책을 보면 조금 알 수 있을까. 한번 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못 보았다. 알았을 때 봐야 하는데 그러기보다 미뤄서. ‘한국의 나무’에는 훨씬 더 많은 나무가 나올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도 많지만 나무도 많을 듯하다. 나무가 있어서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건 좀 지나친 생각일까. 나무가 많으면 공기가 좋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나무가 많은 산은 평지보다 온도가 낮다. 도시에 나무가 많으면 여름에 아주 덥지 않겠지. 도시는 나무 심을 곳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언제가부터 건물 지붕을 뜰처럼 꾸미기도 했다. 말만 들었지 본 적은 없다. 서울에 그런 곳 많이 있을까.

 

서울 하면 어쩐지 나무와 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겠지. 서울에도 사람이 살고 나무 같은 식물이 살 테니까. 길가나 산, 공원, 궁궐에 말이다. 세 곳에 사는 나무를 이야기한다. 종류는 더 있겠지만 서른두가지를 말한다. 아는 나무도 있고 모르는 나무도 있다. 서울에 산다면 이 책에 나온 나무를 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겠다. 칡은 없으려나. 옛날 사람이 칡뿌리를 캐먹기도 해서 보통 나무처럼 생긴 건지 알았는데 칡은 덩굴식물이다. 담을 다 덮은 사진속 칡덩굴은 얼마 뒤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뿌리까지 없애기는 어렵다고 한다. 산에서는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햇빛을 가린다. 이런 칡 안 좋게 생각해야 할까. 어느 건물에는 벽을 덮은 담쟁이가 있다. 담쟁이는 괜찮은가. 무엇인가를 감고 올라 여름에 햇빛을 막아주는 것도 있다. 그것은 등나무다. 무주에는 등나무로 만든 운동장도 있다. 식물에 따라 보기에 좋은 것도 있고 사람한테 도움을 주기도 하겠지. 칡은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어렵게 하지만 사람한테는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다. 먹을 게 없던 때 뿌리를 캐먹고 지금은 냉면이나 차와 엿을 만든다. 서울 사람들은 벚꽃을 보러 여의도로 많이 가겠지. 벚꽃은 여의도에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정독도서관에는 멋진 벗나무가 있다. 내가 가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구나.

 

나무는 그대로 자라게 하는 게 좋을까 정리해주는 게 좋을까. 이런 말을 했지만 그건 나도 잘 모른다.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는 멋대로 자라지만, 사람과 가까이에서 자라는 나무는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길가에 심은 나무는 더하다. 자른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어느 만큼 자라면 자른다. 잘랐을 때 모습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곳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게 동백나무로 바뀌었다. 왜 동백이 된 걸까. 언젠가 이것이 시 나무라고 한 말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건 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나는 지금까지 플라타너스라고 생각했는데 양버즘나무라고 한단다. 버즘나무라는 말은 알고 있었구나. 서울에 개나리가 핀 것을 말해주는 건, 서울기상관측소 앞마당에 있는 개나리다. 그런 것도 재미있구나. 다른 곳에 눈이 와도 서울기상관측소에 오지 않으면 첫눈이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은 뭐든 기준, 표준 이런 것을 정해둔다. 그것 때문에 놓치는 것도 많지 않을까 싶다. 아주 오래전 사람은 자연(하늘 바람 같은)을 보고 느낌으로 날씨를 알았을 것 같다(동물은 자연재해를 잘 감지하기도 한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과학 때문에 기준이 생긴 걸까.

 

서울에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데, 마로니에는 가시칠엽수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가시칠엽수보다 일본칠엽수가 더 많다고 한다. 가시칠엽수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칠엽수가 뭔지 몰랐는데, 이것은 작은 잎 일곱 장이 모여 한 잎이 되는 거다. 본 적 있을까. 산에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나무마다 어떻게 자라는지 알고 심어야 한다. 안산시와 안산(산 이름)은 다른 곳이겠지.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서울에 살지 않고 아는 게 없어서. 예전에 안산에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그냥 심었다. 그런 일 다시는 없어야 할 텐데.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는 나무를 그냥 심은 것 같은데. 나무가 아니고 씨앗이구나. 나무에도 씨앗이 생기는데 씨앗이 싹을 틔우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땅에 떨어진 씨앗은 새나 작은 동물 먹이가 되고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싹이 하나도 나지 않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떤 나무는 열두그루가 한그루처럼 자랐다(경희궁 느티나무). 그런 나무를 연리지라고 한다. 그것은 같은 나무여야 한다. 종류가 다른 나무가 한 곳에서 자라는 것은 혼인목이다(창경궁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연리지는 한 나무가 되지만 혼인목은 한 나무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것도 있다니 신기하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았다. 지금도 소나무 많겠지만 많이 죽기도 했다. 일본에서 수입한 나무에 있던 재선충이 소나무를 죽였다. 재선충 없애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없애서 우리나라 소나무가 없어지는 걸 막았으면 좋겠다. 구상나무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라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없어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들었다. 지리산에도 있는가보다. 그런 나무가 서울에서 산다니. 나무가 환경에 적응해서 다른 곳에서도 산다면 좋을 텐데(이 생각은 이 책을 쓴 사람도 했다). 구상나무를 개량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나무로 쓴다. 그것을 우리는 다시 산다. 그런 일이 나무에 한한 건 아니다. 도시인 서울에서도 이런저런 나무가 사람과 함께 산다. 사람이 나무를 아끼고 살면 좋겠다. 아무 말 안 한다고 함부로 다루지 않기를.

 

 

 

 

☆―

 

내 것만이 옳고 내 것만이 더 낫다고 그것을 내세우는 순간, 상대는 상처를 입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언행은 결국 칼이 되는 법이니까요. 그게 되풀이 되면 어느 날엔가는 텅 빈 옆자리를 보게 될지도 모를 테고도. 부딪히면 비껴가고, 비껴가지 못하면 아예 내 가지를 꺾어야 합니다. 그것이 다른 종 두 사람이 한데서 살아갈 수 있는 길 아닐런지요. 하니 명심하십시오. “내 가지를 꺾어라!”  (333쪽)

 

 

 

 

 

 

 

소설 잘 읽어내고 그 느낌을 쓰고 싶다

 

 

 

 

지난달에 친구님이 쓴 글을 보고 이 소설잡지 <악스트>를 알았어. 나는 한글로 썼지만 책 제목에 쓰인 건 ‘Axt’였어. 이 말은 영어가 아니고 독일말인가봐. 카프카가 쓴 말로 도끼를 나타내. 난 카프카가 한 말 안 지 얼마 안 됐어.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말을 했더군. 카프카를 잘 알고 소설 많이 본 사람은 이 말 벌써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카프카 학교 다닐 때 잠깐 들어봤지만 소설은 본 적 없어. 몇해 전에 평전을 보고 카프카가 어땠다는 걸 조금 알았어. 그 뒤에도 소설 못 봤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보지 못한 거야. 이것을 보다보면 언젠가 카프카 소설도 볼 날이 올지. 그건 나도 모르겠어. 카프카 소설뿐 아니라 어려운 소설은 잘 안 보기도 해. 내가 가장 많이 보는 게 소설이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예전에는 잘 몰라도 보기는 했는데, 책을 보고 뭔가 써야 한다고 생각한 뒤로는 어려운 건 피하게 됐어. 이런 말 처음 하는 건 아니군.

 

‘Axt’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읽는 걸까 하고, 영어라고 생각한 듯해. 책소개를 보니 책값이 싸고 읽어볼 만한 글도 있는 것 같아서 한번 보기로 했어. 문예지 같은 건 소설책 만한 크기여서 이것도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받아보니 크더군. 잡지 크기야. 그러고 보니 이것을 소설잡지라고 하는군. 문예지에는 소설뿐 아니라 여러가지 글이 담겨있지만, 여기에는 오로지 소설과 소설 이야기만 담겨있어. 아니 소설이 아닌 것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이것을 봤다는 말이군. 내가 읽는 책 목록을 쓰는 수첩에 이것을 쓸까말까 하다가 썼어. 그렇게 쓰니까 처음부터 죽 읽어가더군. 쪽수가 얼마 안 되니 이틀 동안 죽 보면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 지금까지 나는 잡지 별로 안 봤는데, 예전에 PAPER만 좀 오래 봤군. PAPER는 그냥 보기만 했지만, 이것은 다 보고 뭔가 남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어. 값에 견주어 잘 만들어진 책이야. 이렇게 싸게 팔아서 남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러다 시간이 흘러서 비싸지는 거 아닐까. PAPER도 처음에는 그냥 주는 거였다가 값이 붙고 시간이 흘러서 값이 오르기도 했어. 그때 잡지 만드는 거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듣기도 했군. 많은 잡지가 나오지만 오래 가는 잡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이건 다른 건 없고 소설 이야기만 해서 사람들이 더 안 보는 거 아닐지. 이제 첫번째가 나왔는데 이런 말을 했군.

 

우리나라 소설 이야기만 있을까 했는데, 그게 그렇지도 않아. 우리나라 소설과 다른 나라 소설을 읽고 글을 썼더군. 나도 그런 것을 쓰니 작가는 그런 글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생각으로 봤어. 그것을 보니 내가 쓰는 걸 글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작가가 쓰는 것처럼 쓸 수 없을 듯해. 그것도 뭔가 알아야 그렇게 쓰지. 나는 비평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몰라. 비평 이론이라고 할까. 그런 거 말이야. 그런 것도 책이 있을 텐데 거의 못 봤어. 그런 거 몰라도 내 느낌을 좀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책을 잘 못 봐서 그런지 그렇게 못할 때가 더 많아.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책을 잘 읽어내야 뭔가 쓸 수 있겠다 싶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것도 괜찮지. 요즘 시를 많이 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시뿐 아니라 소설도 좋다고 봐. 이런 말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군. 소설도 고전을 보라고 하는군. 여기에도 고전을 보고 쓴 글이 있어. 《클레브 공작부인》(라파예트 부인)이야. 이 책을 보고 글을 쓴 사람은 이 소설을 프랑스말로 보면 더 좋다고 하더군. 영어도 잘 모르는데 프랑스말이라니. 고등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로 배웠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재미가 떨어졌어. 이건 영어도 마찬가지군. 난 아무래도 꼬부랑말은 잘 익히지 못하는가봐. 아니 자주 들으면 조금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일본말은 자주 듣지만 다른 나라 말은 자주 못 듣는군.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겠지.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말 잘 아는 사람이 우리말로 잘 옮겨주겠지.

 

작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 첫번째 작가는 천명관이야. 천명관 소설은 《고래》밖에 읽어보지 않았어. 이것을 본 지 오래돼서 거의 잊어버렸어. 재미있게 본 듯한데 다 알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이 사람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은 이 글을 보고 알았어. 예전에 그 말 많이 했을 텐데 나는 그런 것을 못 봤네. 어쩌면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사람들이 시나리오 많이 썼으니 소설 쓰기 좋겠다는 말을 한다고 하더군. 나도 예전에 알았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예전보다 지금 좀더 넓게 보려고 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아직 멀었지만. 나이를 먹어서 좋아진 건 이거 하난가. 아니 늘 그런 것도 아니야. 여전히 마음이 좁아서 말이야. 또 샛길로 빠졌군. 문단이라는 게 썩 좋은 건 아닌 듯해. 그것도 꼭 회사 같아. 소설가는 좀더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걸 써야 하지 않을까 싶거든. 선생님 눈치를 본다니.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겠지. 글만 써서 먹고 살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까. 나도 잘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군. 그래도 자기 책을 낸 사람은 다 부러워. 내가 그런 걸 부러워하다니. 나는 책 같은 거 내지 못해도 뭔가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더 많아서 말이야. 쓰지 않고 생각만 하는군.

 

책 이야기하다 내 이야기로 흘렀군. 여기에는 단편소설도 있고 장편소설도 있어. 단편에서 인상 깊은 건 김경욱의 <양들의 역사>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아니 슬픔이라기보다 미안함일까. 엄청난 일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은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언젠가 장기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두번째 삶을 받았으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면 부담스럽겠다고 여겼는데, 살아남은 사람도 비슷할 듯해. 자기 삶을 사는 게 좋겠지. 바라보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면 더 좋을 듯해.

 

소설을 재미있게 보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런 책을 만들었다고 해. 앞으로 소설 재미있게 보도록 해야겠어.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재미있게 보는 게 더 중요하겠어.

 

 

 

 

돌아온 그림자

 

 

 

1

 

내게는 그림자가 없다. 날 때부터 그림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발밑에서 그림자가 사라졌다. 언제 어디에서 없어진 건지 모르겠다. 아니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림자가 없다고 해도 사는 데 문제는 없다. 남들은 나한테 그림자가 있는지 없는지 별로 마음 쓰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늘에서 그늘로 옮겨다녔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만화에서는 누군가한테 그림자를 빼앗긴 사람이 햇빛을 쬐니 몸이 타서 사라졌다. 혹시 나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시험해봤는데 아무 일 없었다. 그건 만화여서 그랬겠지.

 

 

 

2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그림자가 내게 돌아왔다. 아니 내 발밑에 있는 게 정말 내 그림자인지, 내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어쩐지 예전에 내 발밑에 있던 그림자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한번은 달이 뜬 밤 밖에 나갔더니 그림자가 멋대로 움직였다. 그림자는 나를 따라와야 하는데 내가 가려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거기에 내가 이끌려 갈 뻔했는데 더 밝은 곳으로 가서 그림자가 보이지 않게 했더니 가만히 있었다. 그 뒤로 달이 뜬 밤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나도 남들처럼 햇빛을 쬐고 돌아다니고 싶으니 말이다. 아무리 남이 나한테 그림자가 있는지 없는지 마음 쓰지 않더라도 우연히 그림자 없는 사람을 보면 무서워할 거다. 내 그림자가 아니라 해도 낮에는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내 그림자가 될지도 모른다. 잘 달래서 내 발밑에 붙어 있게 해야겠다.

 

 

 

3

 

어쩐지 내 진짜 그림자도 다른 사람 그림자가 되었을 것 같다. 아니면 예전에 끌려간 나무밑에 그대로 있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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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8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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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9 0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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