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시 한편 쓰고 싶다

  나태주

  리오북스  2016년 03월 29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행복>, 나태주, 2001  (291쪽)

 

 

 

가끔 어떻게 하면 글을 쓸까 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지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시나 소설이 쓰고 싶기도 합니다. 그건 대체 어떻게 하면 쓸까 해요. 그럴 때 글쓰기 책이 도움이 될지. 그런 책이 보이면 읽고 싶기도 합니다. 저걸 보면 뭔가 쓸 수 있을까 하는 거지요. 이 책도 그런 마음으로 봤다고 해야겠네요. 이런 책이 나온 걸 봤을 때는 보고 싶다 했는데,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닙니다. 시 쓰기는 스스로 알아내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알아내기보다 써 봐야 하는 거네요. 나태주 시는 거의 모릅니다. 시인 이름은 아는데 시는 잘 알려진 <풀꽃>밖에 모릅니다. 왜 지금까지 나태주 시집은 한권도 만나지 못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책 속에 나온 시는 처음 본 것 같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지나면서 보았나 봅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쳤다는 것도 알아요. 아는 건 그 정도뿐입니다.

 

제가 앞에서 시나 소설이 쓰고 싶다 했잖아요. 아쉽게도 그런 생각을 늘 하는 건 아니예요. 쓰고 싶은 사람은 자나깨나 그것만 생각한다고 하던데, 저는 어느 순간 그런 생각에 빠지고 시간이 흐르면 덜합니다. 그건 책 읽고 쓰기를 해서일 듯합니다. 시와 소설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게 아니어서 열병이 오래 가지 않는가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쓸 게 없어’예요. 가끔 무언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것을 차근차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게 문제군요. 떠오르는 걸 놓치지 않고 잡아서 글로 나타내야 하는데 그걸 할 때는 아주 가끔이니. 시는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시라고 하는 말은 글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글감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지요. 행복(파랑새)도 마찬가지네요. 행복이라는 게 요즘들어 많이 말한 건 아니군요. 저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생각한 적은 거의 없어요(이 말 몇번째 하는 건지). 불행이라는 것도 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하고 싶은 걸 하자 할 수 있는 걸 하자일지도.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걸 시로 쓰면 좋겠지요. 저도 잘 못하는 거네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2002

 

 

 

풀꽃, 은 아이들한테 한 말이 시가 되었답니다. 저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도 말은 잘 안 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들으면 기분이 안 좋기도 했습니다. 좋은 말보다 안 좋은 말할 때가 많아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안 좋은 말도 하더군요. 다른 사람과 어울렸다기보다 그 자리에 있어서 그런 말을 들은 거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제가 없는 곳에서는 제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만나면 남의 뒷이야기 하는 건 아니겠지요. 좋은 이야기도 하겠지요. 그런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사람이 하는 말만 있는 건 아니예요. 자연도 말을 합니다. 아니 자신이 자연한테 말을 걸어야지요. 귀 기울여 듣기도 해야겠네요. 그러면 다른 사람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 마음 알기도 어려운데 남의 마음을 어떻게 아나 싶지만, 알려고 애쓰면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알 수 있겠지요. 시(글) 쓰기는 마음 공부 같기도 하네요.

 

시인이나 글쓰는 사람은 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시나 글을 쓰는 걸까요. 그런 사람이 많지만 김용택은 조금 달랐네요. 나태주는 만 열다섯에 시에 빠졌답니다. 그걸 보고 저는 그 나이에 뭐 했나 생각해보니, 늦은 밤에 라디오 듣고 좋아하는 노래는 외웠더군요. 시하고는 좀 다르지만 아주 다른 건 아닙니다(제가 그때 좋아한 노래는 세상이나 삶을 말하는 거였어요. 가끔 사랑 노래도 좋아했네요).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마음을 글로 써 본 적도 없군요. 아주 없는 건 아닌가. 저는 늘 조금 좋아하다 말았습니다. 시와 소설 쓰기를 생각하는 것과 같다니. 푹 빠진 적이 없어서 글쓰기도 어중간한 걸까요. 시는 삶의 발견, 세상의 발견이라 하는데 글도 마찬가지네요. 엄청난 것을 안 것은 아니지만, 작은 거라도 새롭게 보면 재미있지요. 흔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네요. 날마다 같은 날보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라 하면 설레겠습니다. 저도 그날이 그날이다 여기고 삽니다. 가끔 걷다가 나무와 꽃을 만나면 기분이 괜찮습니다. 나무나 꽃은 자기 할 일을 말없이 하잖아요.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배우는군요.

 

어린이는 정말 놀라운 말을 할까요. 가까운 곳에 어린이는 없으니,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놀라운 말을 할 때가 있었을지.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는 말을 해서. 무엇이든 알고 싶어하고 순수하게 보면 어린이 마음을 조금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린이는 순수하기에 잔인하기도 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어린이한테 목숨이 소중하다는 걸 가르쳐주어야겠지요. 시가 아픈 마음에 붙이는 반창고가 될까요. 그럴 수 있겠네요. 저는 그런 경험 안 해 본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있었지만 잊어버린 건지도. 저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시를 보기보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났습니다. 마음 아프고 지친 사람은 마음을 쉬게 하려고 시를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 마음을 생각하고 시를 쓰면 좋겠지요. 사람한테 도움을 주고 사람을 살리는 시가 좋겠습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시>, 나태주, 1989

 

 

 

시는 타고나야 쓸 수 있고 소설은 애쓰면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시심은 누구한테나 있습니다(시도 재능이 있어야 쓰는 건 아닐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네요). 많은 사람이 보고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쓴 시를 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면 괜찮은 거죠. 자기 자신이 가장 좋아하겠습니다. 저도 제가 쓴 거 유치해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책을 봤으니 시 한편이라도 써야 하는데, 바로 쓰려니 떠오르지 않네요. 시를 더 만나고 시가 찾아오면 그것을 놓치지 않아야겠습니다. 말만 하지 않아야 할 텐데. 중학생한테 시를 만나게 하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국어시간에도 시를 배우지만 그건 재미없지요. 시가 마음을 조용하게 해주기도 하겠지요. 이 말하니 조용하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이건 시를 쓰려고 할 때예요. 시를 읽는 것도 좋지만, 써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편지

 

 

 

깊은 밤 그대가 생각나

편지를 썼습니다

 

이른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빨간 우체통에 넣었죠

 

낮에는 비 오고

바람도 세게 불었어요

 

그대에게 가기 전에

젖지 않을지

날아가지 않을지

괜한 걱정을 했어요

 

그대여

제 편지 잘 받으셨어요

 

 

 

희선

 

 

 

 

☆―

 

시는 노래와 같은 글입니다. 그림과 같은 글입니다. 노래와 그림을 한 번만 듣고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듣고 보는 것처럼, 시도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읽고 또 읽으면서 느끼고 또 느껴야 합니다. 이럴 때 시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글이 될 것입니다.  (44쪽)

 

 

‘시는 우리 둘레에 셀 수 없이 많다. 그것을 찾는 것이 시 쓰기다. 그러려면 밝은 귀와 눈이 있어야 한다. 아직도 시인들은 그것을 다 찾지 못했다. 그것을 찾기만 하면 그 사람이 주인이 된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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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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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식구가 죄를 짓고 그것도 사람을 죽였다면 어떨까. 그런 건 아예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남들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아갈까 하겠다. 그때 생각해야 하는 건 죽임 당한 사람과 그 사람을 잃은 식구일지도 모를 텐데, 어쩐지 죄를 지은 식구 때문에 자신이 받을 손가락질을 더 걱정할 것 같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겠지. 다른 사람은 그다음일 거다. 난 그런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를까. 이 책을 쓴 마이클 길모어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형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고 죽임 당한 게 자기 자신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형인 게리 길모어는 왜 그렇게 됐을까. 범죄소설을 보면 사람을 죽인 사람이 어렸을 때 어땠는지 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거의 부모한테 맞고 자란다. 학교에도 제대로 가지 않고 술 담배 여자 마약에 빠지고 도둑질을 하고 소년원에 들락거린다. 나이를 먹으면 감옥에 갇힌다. 게리 길모어도 그리 다르지 않다.

 

자신이나 형제가 왜 이상하게 됐을까를 알아보려면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그런 것도 정말 영향을 미칠까. 마이클 길모어는 어머니 조상이 모르몬 교였다는 말을 한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영국에서 모르몬 교에 빠진 사람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모르몬 교가 어떤지 난 잘 모른다. 다른 종교도 아는 게 별로 없다. 모르몬 교리에서 어떤 건 괜찮지만 어떤 건 안 좋았다. 교리를 잘못 해석하면 안 되는데, 모르몬 교가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사람이 많이 죽었나보다. 왕국을 지으려 했다는 말을 보니 이스라엘이 생각났다. 외할아버지는 마이클 길모어 어머니와 어머니 오빠를 심하게 대했다. 어머니는 늘 집을 떠나고 싶어했다. 집을 떠나고 만난 사람은 어머니보다 나이가 두배나 많은 프랭크 길모어였다. 어머니 눈에는 아버지가 멋지게 보였나보다. 나중에 아버지가 여기저기에서 다른 이름을 쓰고 결혼도 여러 번 하고 아이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이라면 그런 걸 알면 바로 헤어질 텐데,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벌써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이때라도 다르게 했다면 끝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리 길모어는 사람을 죽이고 유타 주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사형이 없어졌는데 게리 때문에 되살아났다. 게리 자신은 사형 받기를 바랐다. 마이클 길모어는 그것을 모르몬 교에서 하는 피의 속죄의식과 상관있다 여겼다. 앞부분을 말하다 이렇게 뛰어버리다니. 마이클 어머니 아버지는 십년 정도 미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무언가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일은 어머니와 게일렌(셋째형)만 알았다. 아버지는 예전에 무슨 짓을 한 걸까. 많은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아내와 아이를 때리는데, 마이클 아버지는 술을 끊은 다음에 그랬다. 술을 끊은 건 건강이 안 좋아서였다. 아버지가 그동안 사기 치는 일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갇혔다. 감옥에서 아버지가 나오고 어머니는 이제 떠돌아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버지 일은 잘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뿐 아니라 프랭크와 게리를 많이 때렸다. 게리가 잘못하면 프랭크까지 맞았다. 마이클이 태어난 다음에 게일렌은 찬밥신세가 되었다. 다 같은 자식인데 손바닥 뒤집듯 바뀌다니. 마이클만은 세 형과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나이를 먹고 조금 달라진 거겠지. 아버지는 자기 부모한테서 사랑받지 못했다. 그게 아버지 삶을 안 좋게 했을지도.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다들 슬퍼했다.

 

아버지가 죽고 게리와 게일렌이 달라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리는 소년원에서 나쁜 짓을 배우고, 감옥에서도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게일렌은 집을 나가고 몸이 아주 안 좋아졌다. 네 형제에서 가장 먼저 죽는다. 게리는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러지 못했다. 감옥에서 오래 지내서 바깥에 적응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싶다. 게리가 자유를 얻는 방법은 죽는 거였다. 사형을 받으려고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걸까. 식구나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약을 먹은 탓도 있겠지. 미국은 약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술은 어린이도 마신다. 부모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든 그건 자식한테 영향을 미치겠지. 자기 자식만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안 좋은 집안 환경에서 자란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게리는 소년원에 갔다 오고 감옥에 자주 들어갔다 나온 것 때문에 더 나빠진 건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고 남을 괴롭혔을 거다. 남한테 상처를 입히는 건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어서기도 하단다. 게리나 게일한테는 그런 충동이 있었다. 아니 많은 사람은 그런 충동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삭이겠지. 첫째 프랭크는 그런 것 같다.

 

자기 집안 이야기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그걸 알려 하지 않기도 한다. 마이클은 게리가 사람을 죽여서 알고 싶어한 거겠지. 맏형 프랭크가 가장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프랭크가 집에서 떠나려 한 적이 있는데 어머니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죽고 프랭크는 모습을 감추었다. 프랭크는 동생 마이클이 잘 살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동생한테 폐끼치지 않으려 했다. 한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며칠 보면 기분이 이상한데, 한 가정 역사를 보는 것도 다르지 않다. 바뀌지 않는 일을 바라보는 건 어쩐지 슬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겠지. 죽음을 맞기 전에 그동안 쌓인 응어리를 푸는 부모 형제가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들 때를 놓칠 거다. 프랭크와 마이클 둘은 형제로 살아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게리와 게이렌한테는 어떤 꿈이 있었을까. 젊은 어머니는 잘 살고 싶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겠지. 프랭크와 게리 그리고 게일렌은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은 게 상처가 됐을 거다. 사람 삶은 한번뿐이다. 남을 아프게 하고 미워하기보다 좋게 지내는 게 좋겠지. 그러려면 남보다 먼저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한테 사랑받은 자식은 자존감이 높고 자신을 좋아하겠지. 자란 다음에는 자신이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릴 때 겪은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남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희선

 

 

 

 

☆―

 

“나는 게리가 한 짓이 무척 싫었어.” 프랭크가 말했다. “그 애가 저지른 짓은 매우 끔찍하니까. 하지만 게리가 당한 일들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 만일 게리가 22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지 않았더라면, 게리가 한 사람 머리 뒤통수에 총을 쐈을까? 그것도 그 사람 임신한 아내와 어린 자식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야. 또 다른 사람한테는 어땠을 거 같아? 게리는 주유소에서 그를 쐈지.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았대. 그러니까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을 죽지도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 쳤다는 얘기야. 그렇게 괴롭게 천천히 죽어간 거야. 그 짐승 같은 감옥사회에서 받은 교육이 게리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난 확신해. 그 짐승 같은 사회가 게리가 그런 비극을 저지르게 만든 거야.”  (5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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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운 네 소식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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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つか、ふたりは二匹 (講談社文庫) (文庫)
西澤 保彦 / 講談社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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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둘은 두 마리

니시자와 야스히코

 

 

 

 

 

이 책을 어떻게 알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작가가 쓴 책을 찾아보다 이런 것도 있구나 한 것 같다. 제목을 보니 꼭 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 소개를 조금 읽어보고 재미있겠다 했다. 그때 내가 잘못 읽었다는 걸 알았다.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바뀌고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간노 도모키는 잠이 들면 정신(영혼)을 고양이한테 옮길 수 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그때 엄마가 새아빠와 결혼했다. 새아빠는 누나 구미코를 데리고 왔다. 도모키는 초등학생이고 누나 구미코는 대학생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와 동생이다. 식구가 되고 두해가 넘고 세해가 되어가는데 아주 친하게 보이지 않는다. 남동생과 누나여서 그럴지도.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도모키는 구미코가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면 다음날 구미코를 위해 된장국을 끓인다. 도모키는 초등학생인데 집안 일 잘한다. 음식도 잘 만든다. 텔레비전은 요리 방송과 뉴스를 즐겨 본다. 엄마와 살아서 그런 일을 하던 버릇이 있던 것이겠지. 구미코도 아빠와 살았으니 집안 일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구미코와 아빠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지금 모습을 보고 그랬을 거다 생각한 거다. 여자아이가 아빠하고만 산다고 해서 집안 일을 잘한다고 말할 수 없겠지.

 

초등학교 4학년 때 도모키는 자신이 고양이 몸에 정신을 옮길 수 있다는 걸 알고 꿈이 아닐까 했다. 여러 번 해보고 꿈이 아니다는 걸 알았다. 도모키가 정신을 옮길 수 있는 고양이는 한마리뿐이다. 언젠가 구미코와 함께 주차장에서 만난 검정 고양이다. 잠 잘 때 자신도 모르게 옮기게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모키가 늦잠을 자도 되는 일요일 아침에만 고양이 몸에 정신을 옮긴다. 고양이 이름은 제니다. 이건 도모키가 지은 이름으로 제니는 폴 갤리코가 쓴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그 소설은 피터라는 아이가 어느 날 고양이가 돼서 수고양이 제니를 만나는 이야기다. 여기에도 피터가 나온다. 피터는 커다란 개로 종류는 세인트버나드다. 도모키가 고양이 이름을 제니라 한 것은 피터 때문이다. 도모키가 고양이 몸에 들어와서 헤매고 있을 때 커다란 개 피터가 나타났다. 피터는 도모키한테 자신이 사는 집에 가서 낮잠을 자는 게 좋겠다고 하고 집으로 데려갔다. 집에 가서 피터는 스스로 목줄을 채웠다. 피터는 스스로 목줄을 풀고 채우는 똑똑한 개다. 도모키는 제니가 되면 늘 피터를 찾아가서 피터 몸에 기대고 편하게 쉬었다. 실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할 테지만, 개와 고양이가 사이 좋게 지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어떤 고양이는 자신을 개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말 본 적 있구나.

 

제니와 피터가 함께 모험을 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는데,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도모키가 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셋이 수상한 남자 차에 치일 뻔한 일이 일어난다. 셋에서 둘은 차를 피했지만, 하나는 차를 피하다 넘어지고 머리를 땅에 부딪쳤다. 그 아이를 병원에 옮겼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다른 두 아이는 차를 운전한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하게 말하는데, 그 사람은 한해 전에 도모키보다 한 학년 위 여자아이를 억지로 끌고가려 한 남자 모습과 같았다. 모두 같은 사람이 또 사건을 일으켰다 생각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나 더 비슷하다고 할까 같은 점이 있다. 한해 전에 남자한테 끌려갈 뻔한 여자아이와 이번에 다친 여자아이는 도모키 누나 구미코가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로 가르치는 아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구미코는 한해 전에 그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이번에도 그랬다. 이 일은 도모키만 눈치챘다. 다른 사람도 알아챘다면 정말 같은 범인이다 생각할 듯하다. 도모키는 범인 남자를 본 두 여자아이를 걱정했다. 그런 걱정 때문에 도모키는 제니 몸을 빌려 두 여자아이를 살펴본다.

 

집안 일 잘하는 남자아이라고 해서 다른 것도 잘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도모키는 세상 사람이 어떤지 다른 사람이 어떤지 잘 몰랐다. 아이는 그런 걸 배우고 자라는 거겠지. 도모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른 사람을 알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을 알기도 한다. 그걸 알게 해주는 게 피터다. 피터는 개인데 사람을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피터가 하는 말을 보고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나도 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 말을 따르게 하려고 정치가가 되려 한다는 말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런 사람 때문이다 한다.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으로 정치가나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만, 힘을 가지면 사람 마음은 바뀌기도 한다. 그 힘에 취한다고 할까.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해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사람도 그 일을 이루면,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지 잊고 그저 그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 정치가가 아니고 선생님이 되어 학생을 지배하기도 한단다. 이 말도 맞는 것 같다. 《악의 교전》(기시 유스케)에는 딱 맞는 사람이 나온다. 거기에서는 잘 안 되자 사람을 죽이지만. 거기 나온 사람은 사이코패스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까. 학교를 자신의 왕국이라 말하는 사람도 어디선가 봤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자기보다 힘없는 동물을 괴롭히고 죽인다. 그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으면 사람을 죽인다. 그때는 힘없는 여자아이를. 한해 전에 남자가 여자아이를 끌고 갔다면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피터가 사람을 잘 알아서 도모키처럼 사람 혼이 들어간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는 가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쓴다.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그것과 비슷하다. 한 아이는 아빠가 자기한테 마음을 써주기를 바라고, 한 아이는 가까운 곳에 사는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자신한테 마음 써주기를 바랐다. 그것 때문에 한 아이가 죽고 제니도 죽는다. 다른 두 아이에서 한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제니가 된 도모키와 피터 때문에 죽지 않았다. 나머지 한 아이는 한해 전에 여자아이를 끌고가려한 남자한테 끌려간다. 도모키는 그 아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생각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가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아서 구하려고 한다. 고양이 모습으로. 고양이가 아닌 사람 모습이었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곳에 피터가 나타나서 경찰한테 맡기라고 하는데 도모키는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제니가 죽고 도모키는 두 아이가 다른 한 아이를 이용한 것처럼 자신은 제니 몸을 이용했다 생각한다. 고양이는 가끔 자기 의식이 없어지는 걸 알았을까, 알았겠지. 깨어나보면 자기도 모르는 곳에 있을 테니. 고양이와 도모키가 이야기하는 게 나와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나오지 않은 걸 생각하다니. 도모키는 제니가 죽고 동물이든 사람이든 언젠가 죽는다는 걸 깨닫는다. 난 어릴 때 그런 건 알지 못했다. 내가 죽음이라는 걸 제대로 안 게 언젠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건 알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죽음이 아니더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이건 우주 법칙이구나. 사람은 그걸 알아도 시간이 흐르면 잊는다. 도모키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런 걸 알게 되다니. 이건 빠른 건지 늦은 건지. 누구나 그런 때를 맞이할까. 아마 그렇겠지. 실제 겪기도 하고 책이나 다른 걸 보고 알기도 하겠지. 난 만화영화나 책으로 알았을까. 어릴 때는 책을 거의 안 봤으니 만화영화로 알았겠다. 어릴 때는 내가 그런 걸 보고 울었는지 울지 않았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좀더 자라서는 슬퍼했는데.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을 한권 보는 것도 죽음을 경험하는 거다 하는데. 끝까지 보기가 아쉬운 책을 만난 적이 있을까.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 책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걸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 작가는 고양이와 개 이야기라고 했다. 제니와 피터, 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는 하다. 좀더 함께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둘이 만난 건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인데, 여기에서 조금만 봐서 이런 생각을 하는가보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둘은 언젠가 헤어져야 했겠지. 둘 가운데서 하나가 먼저 죽었을 테니까. 먼저 이런 걸 생각하면 슬프다. 고양이와 개를 기르는 사람도 그런 생각하겠지. 처음에는 생각 못해도 그런 일을 한번 겪으면 다시 동물을 기르고 싶지 않을 거다. 언젠가 헤어지는 일이 마음 아파서. 사랑이 끝나면 다른 사랑이 찾아오듯 시간이 흐르면 아픈 마음을 다른 동물이 낫게 해줄지도 모른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기는 하다. 고양이와 개도 하나고 사람도 하나니까. 잊지 않고 마음속에 살게 하면 괜찮을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겠다.

 

제니와 피터가 개와 고양이로 만났지만, 그 모습이 아니어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둘이 다른 모습으로 만나도 잘 지내면 좋겠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아니 그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 좋겠다.

 

 

 

희선

 

 

 

 

 

그림, 구니키 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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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색 도라지꽃을 보니 ‘하얀 꽃은 하얀 감자, 자주 꽃은 자주 감자’ 하는 시가 생각났다. 도라지꽃을 보면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신 삼천에 도라지/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로 반실만 되누나’ 하는 민요를 떠올려야 할 것 같지만. 혹시나 하고 인터넷에서 노랫말을 찾아보니 내가 기억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 감자는 하얀 것밖에 못 봤다. 고구마는 여러 색을 봤는데. 감자는 꽃 색에 따라 달라도 도라지는 꽃 색에 상관없이 다 희다.

 

 

 

감자꽃

 

권태응

 

 

 

자주 꽃 핀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동시다. 일제강점기 때 쓴 동시라고 한다. 그런 건 몰랐다. 시대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 지금은 다른 뜻을 생각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빈 집

 

 

 

여름 오고

능소화는 피었는데

반겨줄 이 하나 없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만이

잠시 멈추어설 뿐

 

당신은 언제 돌아오세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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