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선

  삼인  2016년 05월 15일

 

 

 

 

 

 

 

 

 

 

 

 

 

시집 제목이 《시》여서 시란 뭘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소설보다 짧다예요. 소설을 생각하다니. 소설이라고 해서 시와 먼 건 아니기도 합니다. 아니 어떤 글이든 그렇군요. 시가 아니더라도 시처럼 쓸 수 있지요. 그래도 시는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요즘 글을 길게 쓰지 않아서 시를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도 하던데. 그런 곳에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사람도 있지요. 그게 쉬워 보이기는 해도 막상 쓰려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써야지 하고 쓸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찾아오기도 하는 듯해요. 오래 글을 쓰려면 찾아오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는 말도 하던데. 그 말 맞지요. 글은 자꾸 써야 쓸 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말도 하면 할수록 많이 하게 될까요. 저는 목소리를 내서 하는 말보다 쓰는 말을 더 합니다.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말하는 게 편하고 바로 말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습니다(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니군요). 말은 잘못하면 주워담기 어렵지요. 글로 말하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하잖아요.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적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시를 다시 본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예전에 많이 보고 잘 본 건 아닙니다. 그때도 지금도 잘 몰라도 봅니다. 시를 보고 그것을 말하기 어려우면 안 써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집을 보았다는 걸 남기려고 씁니다. 시와는 상관없는 말을. 이번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알듯 말듯한 시를 만났습니다. 하나 지금 한국에 절망한다는 건 알겠네요. 그런 세상일지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지. 아주 좋은 세상은 있을까요. 인류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는지, 위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살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건지.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는 돈이 없는 사람은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꼭 자본주의 사회만 그럴까요. 사냥하던 때는 힘없는 사람이 힘들었을 듯합니다. 아니 그때는 그 사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울까요. 저도 잘 못하는군요.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이 있어서 굴러가지 않나 싶습니다. 보이는 사람만 볼 게 아니고 보이지 않는 사람도 보려 해야겠지요.

 

 

 

차를 몰고 가는데 이제 열한 살 된 딸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돈이 중요해? 동물이 중요해?

 

둘 다 중요하지

 

아빠, 사람이 없으면 돈도 필요없잖아

 

……

 

바람이 불고 그렇게 새 하나 훨훨 날았습니다

 

-<철학>, 52쪽

 

 

 

어린이가 하는 말이야 말로 시다 말하는데 정말이네요. 이런 어린이가 많아야 하는데 어쩐지 요즘은 얼마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어떤 소설에 나온 아이는 시를 썼어요. 그 아이 보니 부럽더군요. 그 아이가 시를 쓴 건 아버지와 자연 때문이기는 했어요. 바람한테는 바람 아줌마라 하고, 여러 가지에 이름을 붙였어요. 사물에 이름 붙이는 거 하면 떠오르는 사람 있지요. 빨강머리 앤입니다. 앞에서 말한 소설에 나온 아이는 에밀리예요. 그 소설 쓴 사람은 《빨강머리 앤(풀색 지붕집 앤이라 해야 할까요)》을 쓴 루시 모드 몽고메리예요. 에밀리를 말한 건 에밀리한테는 늘 시가 찾아와서입니다. 에밀리가 둘레에 마음을 늘 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그런 에밀리한테 시가 찾아오지 않은 때도 있어요. 아니 바람 아줌마가 보이지 않았을 때던가. 그때 에밀리를 가르친 선생님이 에밀리한테 말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게 아니고 그건 네 안에 있다’ 고. 자신 안에 있는 건 쓸거리죠.

 

다시 시는 뭘까 생각하고 싶네요. 바로 떠오르지 않는데.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 흔한 말이군요. 한 줄 시가 자기 마음을 위로해주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시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낮은 곳 보이지 않는 곳을 보게 하는 시.

 

 

 

 

 

 

도레미파솔라시, 도

 

노래해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귀 기울여요

 

이 세상에 가득한 노래에

 

노래는 늘 당신 가까이에 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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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아닌 밤과 낮이라니, 그거야 달을 어제 새벽에 담았으니 그렇죠. 그러면 새벽이라고 해야 하지만. 보름달을 제대로 못 봐서 15일에는 구름이 달을 가려서,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태풍 때문에 비 오고 흐린 날이 이어졌어요.  초저녁에는 달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높은 건물에 가려서 그랬을 거예요. 새벽에야 집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 가로등이 있어서 안 좋지만, 방에 불을 꺼도 저 가로등 때문에 어둡지 않아요. 저는 빛이나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자기도 합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이 무슨 상관일까 하겠지만. 그런 것을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고 더 늦게 자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핑계일지도. 빛 때문에 잘 일어나지 못하기도 하는군요. 잘 때 빛은 가로등이고 일어날 때 빛은 햇빛이네요. 이건 잘 때만 그렇습니다. 깨어 있을 때는 밝게 해둡니다. 아주 밝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두우면 눈 나빠지잖아요.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서늘해졌습니다. 남쪽은 태풍에 지진까지. 큰 일은 없기를 바랄 수밖에. 제가 사는 곳은 경주나 경주와 가까운 곳보다 많이 흔들린 것도 아닌데, 가끔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가봐요. 저만 그런 게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언제쯤 괜찮아질지. 생각을 안 해야 할 텐데. 어제는 하늘이 멋졌습니다. 구름이 움직이면서 바뀌는 모습이. 한 곳에서 그 모습을 죽 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고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지금 드는군요.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천천히 흐르는 구름

평화롭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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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의 책

  유진목

  삼인  2016년 05월 15일

 

 

 

 

 

 

 

 

 

 

 

 

 

책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제목입니다. 아는 작가거나 마음에 둔 작가 책은 제목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듯도 합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시집 제목 봤을 때는 ‘제목이 왜 저래’ 하고 ‘난 안 보는 게 낫겠다’ 했어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걸 볼 때도 있지만, 안 봐도 상관없다 하는 걸 볼 때도 있군요.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 이 시집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만난 거겠지요. 잘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무엇을 바란 건지, 바란 건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자신의 이야기일지 다른 사람 이야기일지. 시는 자기 안에 있는 걸 더 많이 끄집어 내지 않나 싶습니다. 늘 그런 건 아니기도 하네요. 자신 안이 아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로 쓰기도 하겠지요. 여기에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는 시인이 세상에 나오기 전 날짜가 적혀 있기도 해요. 그런 건 이야기를 듣거나 상상으로 지은 것일지도.

 

정말 누구나 할까요, 연애. 세상에는 그걸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안 하는 쪽보다 못하는 쪽일 때가 많겠네요. 그럴 수도 있는 거지요. 그걸 이상하게 보면 안 됩니다. 가끔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자기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걸지도. 그것보다 예전에 그런 일을 겪어서 다시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만. 못하는 체질도 있지 않을까요. 좀 별난 체질이군요.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네요. 시집 제목 때문이군요. 누군가를 사귀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그 사람을 사귀지 않아도 좋아해봤을 테니까요. 아니 그것도 모르는 사람 있을지도. 그건 자기 감정이 어떤지 잘 모르는 걸까요. 어쩐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마음이 들뜨겠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달콤쌉쌀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군요. 여기에는 시작했을 때보다 끝나가는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끝나지 않은 것도 있네요. 그런 것도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간 일을 말해서일지도. 밝은 시도 있고 어두운 시도 있는 거지요. 그렇다고 어둡다고만 말할 수도 없어요.

 

 

 

불행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엄중히 처벌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같은 것 말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말을 공연히 내뱉은 겁니다 사회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밝은 미래>에서, 33쪽)

 

 

 

제목과 다른 말이 담겨 있네요. 이건 시인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 여기고 쓴 듯합니다. 힘든 사람한테는 아무 말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말해도 듣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건 아니예요. 가만히 옆에 있기. 아무 말하지 않아도 누가 옆에 있으면 조금 나을지도. 이 시는 연애와 상관없지 않나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네요. 제가 앞에서 한 말은 없지만, 그런 생각을 이끌어내서. 저도 잘 모르는 말을 했습니다. 아는 게 별로 없기도 하네요, 연애. 사람이 다 알고 시를 보고 소설을 보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걸 보고 이런 것도 있구나 할 수 있지요. 이야기는 여러 일을 말해서 조금 알기도 하지만, 시는 말이 적어서 어렵기도 하네요. 시이기에 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겠습니다. 그런 걸 잘 알아듣는다면 좋을 텐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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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한테 기억은 뭘까. 언젠가도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사람한테 기억은 그 사람을 이루는 한 부분이어서, 어떠한 일일지라도 억지로 잊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잊고 싶은 일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더 단단해지겠지. 자신은 잊고 싶지 않은데 기억을 빼앗긴다면. 그런 일은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 있을 법하다. 이 책을 보는데 <원피스>가 생각나는 건 왜인지. 거기에서 기억을 두번 다뤘다. 한번은 어느 섬에서 해마가 천년용을 보고는 자신도 그게 되고 싶어서 사람들 기억을 빼앗았다. 그곳에 루피와 동료도 갔다. 하룻밤이 지나고 잠을 안 잔 한사람만 빼고 모두 동료를 만난 뒤부터 일을 잊어버렸다. 그때는 자신이 누구고 어디에 살았는지 알았다. 그다음에는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거였다. 다른 사람은 당황했는데 루피만은 기억이 없어도 그대로였다. 살면서 겪은 일이 그 사람을 만드는 것도 같은데 루피는 그것과 멀어 보인다. 성격은 엄마 배 속에 생겼을 때 다 정해진 건지도 모르지만, 살면서 조금씩 바뀌기도 하겠지. 루피는 기억을 모두 찾고 천년용이 되고 싶어하는 해마한테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스스로 기억을 만들라고 한다(<원피스>에 나오는 천년용은 새와 비슷하다).

 

두번째는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드레스로자 편에서다. 악마의 열매 힘을 가진 슈가가 손을 대는 사람은 장난감이 되었다. 슈가 때문에 장난감이 되면,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잊었다. 이것은 저주와 가깝지 않은가. 장난감이 된 것도 억울한데 소중한 사람한테 잊히다니. 장난감이 된 사람을 잊게 하는 건 지배자가 생각할 만한 일이다. 실제 그 힘을 자기 마음대로 쓴 건 드레스로자를 자기 것으로 만든 도플라밍고다. 그런 힘도 좋게 쓸 수 있을까. 장난감이 된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자신이 누군지 말하면 될 텐데 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일은 할 수 없었다.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계약 때문에. 다행하게도 가장 처음 장난감이 된 퀴로스는 슈가와 계약을 맺지 않아서 다른 장난감보다 자유롭게 말하고 움직였다. 드레스로자를 되찾으려고 십년이나 애썼다. 기억은 아니지만 <원피스>에는 어떤 일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건 작가가 말하는 게 아니고 만화에 나오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작가는 그러면 안 된다 말하고 싶은 거겠지. 어인섬에서는 신태양해적단 선장 호디 존스가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호디 존스는 사람한테 나쁜 일을 당한 적이 없다. 어인에는 사람과 잘 지내려는 사람도 많았다. 호디는 그런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거겠지. 이 소설에서는 색슨족 전사 위스턴이 그렇다. 위스턴은 어렸을 때 브리튼족한테 끌려가서 그곳에서 싸우는 방법을 배우고 브리튼족을 형제처럼 여기기도 했는데,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리튼족이 색슨족한테 한 일을 잊지 않고 미워해야 한다고 하고, 괴물한테 물린 에드윈한테 브리튼족을 미워하는 마음을 늘 간직하라고 말한다.

 

전쟁을 겪은 사람은 그 전쟁을 일으킨 사람을 늘 미워할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언제까지고 미워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미워하다보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쉽게 끊이지 않고 이어질 거다. 그건 누구를 위한 걸까. 브리튼족이 색슨족을 많이 죽였나보다. 그 뒤에 색슨족이 브린튼족을 공격할 것을 걱정한 아서 왕은 사람들이 그 일을 잊게 했다. 마법사가 용한테 마법을 걸고 용이 내뿜는 입김 때문에 사람들은 여러가지를 잊었다. 모든 것을 한번에 다 잊는 건 아니고 걱정스럽고 안 좋은 일을 쉽게 잊어버렸다. 다른 기억까지 잊으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테니까. 무엇인가를 잊는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두려운 일은 바로 잊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괴물한테 끌려갔을 때는 걱정하더니, 아이가 괴물한테 물린 걸 알고는 그 아이가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지금도 거기 있어요, 액슬?”

 

“지금도 여기 있어요, 공주.”  (책 속에서)

 

 

이야기는 나이 많은 부부 비어트리스와 액슬이 어느 날 아들을 만나러 길을 떠나는 일로 시작한다. 이건 시작하고 조금 지나선가.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아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액슬은 자신의 기억이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비어트리스한테 아들이 사는 마을에 가자고 한다. 비어트리스는 액슬이 아들을 만나러 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다. 액슬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액슬과 배어트리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옛일을 잊었다. 길을 떠난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서로를 잊지 않으려 애쓴다. 서로 잊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걸 잊었으니 걱정스럽겠지.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색슨족 전사 위스턴과 괴물한테 물린 아이 에드윈과 아서 왕 조카 가웨인 경을 만난다. 길을 떠나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아들을 만나려고 길을 나섰는데, 기억을 찾으려는 일로 바뀐 듯하다.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자신들이 왜 기억을 잊는지 알게 된다. 가웨인은 아서 왕이 암컷용 케리그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말로 지금까지 용을 지키고, 위스턴은 색슨족 왕이 시킨 일을 하려 했다(용을 죽이려는 일). 가웨인과 위스턴 그리고 에드윈은 지난날과 오늘 그리고 앞날 같기도 하다. 거기에 영향받은 일반 사람 액슬과 비어트리스. 제대로 설명 못하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잊지 않아야 하는 역사가 생각난다. 개인이 살아온 시간도 역사와 다르지 않겠지.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오랜 시간 함께 살았다.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좋지만 좋은 일뿐 아니라 안 좋은 일도 있었다. 모두 다 잊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용이 내뿜는 입김 때문에 잊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잊었다. 그럴 때 기억을 찾고 싶을지, 기억을 찾고도 전과 같을지. 두 사람은 기억을 찾기를 바랐다.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용기가 있구나. 잊어버린 기억에 엄청난 일이 있으면 어쩌려고. 부부한테 일어난 엄청난 일은 그때는 힘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잊지 않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잊지 않아야 하는 걸 쉽게 잊어버리는 일을 말하고 싶은 거기도 하겠지. 어떤 일을 잊지 않고 사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시간이 가면 잊는다. 잊지 않으려 하면 언제까지고 기억하겠지. 안 좋은 기억에 매여서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구나. 이렇게 말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하기는 어렵다. 말이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

 

 

 

희선

 

 

 

 

☆―

 

“에드윈! 우리 둘 다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를 기억해줘. 네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느낀 이 우정과 우리를 기억해줘.”  (450쪽)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오랜 세월 속에서 점점 마음을 돌리게 되었을 거예요. 아마 그게 다일 겁니다. 더디게 낫는 상처도 결국 다 낫기 마련이지요.”  (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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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보고 피는 산딸나무꽃

열매도 하늘 보고 열렸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를 보니 장석주 시가 생각났다

대추가 열렸을 때부터

언제 빨갛게 익을까 지나다니면서 보았다

다는 아니지만 빨갛게 익은 게 있어서 사진으로 담았다

 

대추만 말했지만

세상을 사는 모든 게 저 시와 같지 않을까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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