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매운 바람속에 숨어 있는
당신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
알려는 마음과 알리는 것
왕과 서커스 王とサーカス (2015)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옮김
엘릭시르 2016년 06월 27일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그대로 제목으로 썼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을 많이 본 건 아닌데, 이건 고전부 시리즈하고 아주 다르네요. 제가 잘 모르는 거고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할까요.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은 지금까지 세권 읽고 이번이 네번째예요. 여러 권 읽는다고 그 작가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지 하는 작가는 아닙니다(작가한테 미안한 말이네요). 제가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하는 작가는 얼마나 될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네요. 볼 수 있으면 보고 못 보면 말지 할 때가 더 많습니다. 이런 말 처음 하는 거 아닌데, 예전에는 책이나 CD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제가 크게 바라지 않는 마음이어서 저 자신도 그런가봐요. 왜 저를 말했느냐 하면, 제가 어떤 글이든 쓰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인터넷에서 보니 어떤 분은 자주 글을 쓰기를 바라기도 하더군요. 지금은 아니지만 저도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별로 잘 알려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그랬네요. 저는 많은 사람이 아니고 조금이라도 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글을 잘 써야 하는데, 또 보고 싶게 쓰지 못하는군요. 다른 노래도 들어보고 싶게 하는 목소리가 생각나다니.
처음에 저는 여기 나오는 다치아라이 마치를 남자로 생각했습니다. 마치는 여자 이름일지도 모를 텐데 그랬습니다. 기자고 네팔에 혼자 가서 그랬나봐요. 여자라고 네팔에 혼자 못 갈 거 없고 여자 기자도 많은데. 마치는 본래는 신문기자였는데 그 일을 그만두고 자유기고가가 됐어요. 네팔에 간 건 새로 하는 일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는데, 왕궁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요. 황태자가 부모와 형제를 죽였다고 합니다. 마치는 왕궁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알려고 군인을 만나는데 그 사람이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습니다. 등에는 INFORMER(배신자)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마치는 그 사진을 찍고 그것이 왕궁에서 일어난 사건과 상관있을까 하고, 자신이 그 사람을 만나서 죽임 당한 걸까 합니다. 마치가 잘 생각하니 거기에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처음 생각한 대로 기사를 썼다면 마치는 많은 사람한테 비난을 들었겠지요. 아무 상관없다는 게 드러나도 마치는 안 좋았을 겁니다. 다시는 기자로 지낼 수 없었겠지요.
네팔이라는 나라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기자 같은 사람이 네팔이나 그쪽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알려서 세계 사람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거겠지요.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고 안 것을 다른 사람한테 알리려고 하는 건 기자만이 아닐 거예요. 이 책을 보니 어떤 것은 알려져서 좋아졌지만 어떤 것은 안 좋아지기도 했더군요. 알고 알리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기자한테는 부조리한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팔에서 갓난아기가 쉽게 죽는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갓난아기가 덜 죽게 되었지만, 안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알려지고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답니다. 이런 일 다른 데서도 본 적 있네요. 안 좋은 것을 세상에 알리면 거리로 나가야 하기에 그대로 두라고 하는 거. 사람들한테 알려진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한 다음에 알리면 어떨까 싶은데, 기자가 그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어린이가 일하는 곳도 많지요. 그것도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안다 해도 그것을 아주 못하게 할 수 없잖아요. 그 아이가 집안 식구를 먹여 살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곳을 없애는 것보다 일하는 환경을 바꾸는 게 더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밖에 못하다니. 어른이 일할 곳을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게 빠르게 알 수 있어요. 언젠가는 전쟁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더군요. 저는 텔레비전을 안 봐서 몰랐는데.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슬픈 일이 재밋거리가 되기도 한다니. 그런 것을 다룰 때는 좀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잘못된 것이 없는지 거듭 확인하고 알리면 좋겠습니다. 잘못 알리는 것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잖아요. 마치는 자신이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는 것과 알리는 것을 깊이 생각하더군요. 무엇인가를 알리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요. 제대로 알아보고 참된 것을 전하려 애써야죠. 자극이나 재미가 아닌. 이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만 그런 건 아니네요.
☆―
“부디 명심하십시오. 고귀한 가치는 연약하고, 지옥은 가깝습니다.” (495쪽)
나
잘하는 게 없어도
모자란 게 많아도
내가,
나임을 좋아하고 싶다
다름과 같음을 받아들이고 함께 가기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반반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남자가 균형이 맞았을 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과학 의학이 발달하고 달라졌을 거다. 한국만 남자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을 거다. 중국은 땅이 넓지만 사람도 아주 많아서 나라에서 아이를 하나만 낳으라 한다. 그 말을 따르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다. 처음에 아들을 낳으면 아이를 더 낳지 않아도 딸을 낳으면 더 낳겠지. 딸은 호적에도 올리지 않고 부모가 버리기도 한다. 일본은 여성이 집안을 이을 때도 있었지만 무사시대부터는 많이 달라졌다. 그때부터가 맞던가. 신라에는 여왕이 있었던 적도 있는데 그때뿐이었을까. 어쩌다가 남자는 힘, 여자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하게 된 걸까. 남자라고 해도 힘없는 사람도 있고 여자보다 예쁜 사람도 있다. 남자와 여자 몸이 달라서 다른 점도 있지만 사람이라는 건 다르지 않다.
결혼을 하면 남자가 꼭 형광등을 갈까. 이런 말 가끔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형광등 가는 건 어렵지 않다. 의자만 놓으면 여자도 갈 수 있다. 실제 그러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본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엄마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 보는 아빠를 좋아하기도 한다. 이건 아이에 따라 다를까. 엄마가 엄하고 아빠가 조금 다정하고 용돈도 많이 주면 마음속으로는 아빠를 더 좋아할까. 좀 이상한 생각이구나. 아이라고 사람을 모르지 않겠지. 누가 더 나은지 생각하기보다 엄마 아빠 다르다 생각하면 될까. 여자와 남자는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를 기르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다. 집안 일을 여자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말 전에도 한번 했던가. 조선시대에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닐 거다. 허난설헌과 허균 아버지 허엽은 초당두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초당두부 먹어 본 적 없지만 이름은 들어본 것 같다. 허난설헌과 허균이 워낙 잘 알려져서 아버지는 묻혔구나. 그 반대일 때가 더 많은데.
조선은 여러 가지로 차별을 했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신분으로. 조선초기에는 여성도 조금 기를 펴고 살았다는데 어쩌다 갈수록 뒤로 밀려났을까. 조선시대에 여성이 좀더 목소리를 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남자라고 차별받지 않은 건 아니다. 조선은 양반 사회여서 서출은 대접받지 못하고 생각이 다르면 차별받기도 했다. 허난설헌과 허균은 시대 때문에 제대로 살지 못했다. 아버지 허엽은 허난설헌이 글공부하고 시를 쓰게 했는데, 허난설헌 시집에서는 그걸 못하게 했다. 허엽은 허난설헌이 잘살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을 것 같은데 왜 다른 집안에 보냈을까, 아쉽다. 허난설헌은 죽기 전에 자신이 쓴 시를 모두 태우라고 했다. 동생 허균은 허난설헌이 쓴 시를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허균이 있어서 허난설헌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는구나. 양반 집안 딸로 글을 쓴 여성이 허난설헌밖에 없었을까. 더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묻혔겠다.
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른다. 남자는 언제까지고 어린이라고 하는데 그건 남자만 해당하는 말일까. 여자가 어떻다고 하는 것에서 나와 맞는 건 별로 없다. 그런 걸 잘 본 건 아니지만. 여자 남자 조금은 다를 거다. 사람도 자라는 것에 따라 많이 다른데. 같은 것도 있을 거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걸 인정하고 누가 더 잘났는지 겨루기보다 서로 모자란 점을 채워주면 어떨까 싶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하는 거 조금 어려울까. 사람을 여자 남자로 나누고 싸잡아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통계가 아주 틀린 건 아닐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오른손잡이 중심이구나. 그밖에 이성애자, 비장애인. 그 반대쪽에 선 사람도 있는데.
지난번에는 서울 경기에 동네 책방이 많은 것 같다고 했는데 다른 지방에도 없지 않다. 이번에 제주도에 있는 동네 책방 두 곳을 소개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많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모임을 오래 하려면 그곳 사람이 많은 게 좋겠지. 요즘 영어를 진짜 많이 쓴다는 걸 깨달았다(이건 첫번째 책방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생각한 건데). 책방이 중심이니 책방 사진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책방 주인 사진도 함께 실었다면 더 좋았겠다. 땡스북 도우미가 먼저 읽은 책 열권도 빠지지 않았다. 소설이 아닌 다른 책도 보자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구나. 소설도 여러 가지 생각하고 보면 좀 낫겠지. 소설 읽기 쉽지 않기도 하니까. 책을 잘 읽으면 할 말이 많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책 읽기를 놀이처럼 재미있게 하라고 한다. 책 읽기는 한번 빠지면 그만두기 어렵겠지. 책을 읽고 쓰지 못해도 그것을 생각해보는 게 낫다. 예전에 난 쓰지 않고 읽기만 했다. 책을 읽고 쓰다 보니 조금 힘들지만 잠시라도 생각해서 좋다. 그게 다 내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생각해봐야 하겠구나.
여기에는 열쇠말로 보는 책 얼개가 있다. 어떤 주제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텐데 그런 건 여전히 못한다. 잘 모르는 건 쉬운 것부터 보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걸 보려 해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건지도. 잘 모르는 분야 책을 만나는 건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다르니 좀더 용기를 내야겠다.
시리도록 파란
──겨울 하늘
새파란 하늘에 두 손을 담근다면
내 손도 파랗게 물들까
시리게 파란 하늘이라 해도
내뻗은 손과 마음은 얼릴 수 없다
당신 마음에 파랑 일어도
끝없이 펼쳐진 파랑이 잠재워주리
희선